주생전· 운영전· 최척전· 상사동기

주생전· 운영전· 최척전· 상사동기

$16.80
Description
전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피어난 사랑
애정을 무기로 엄혹한 시대에 맞서다
환상성의 경계를 뛰어넘은
17세기 낭만주의 문학의 정수

「주생전」과 「운영전」, 「최척전」과 「상사동기」는 남녀 간 애정을 소재로 당대의 사회문제를 절묘하게 반영한 애정전기소설이다. 궁녀의 금지된 사랑(「운영전」 「상사동기」), 가족애로 확장된 부부의 사랑(「최척전」) 등 작품마다 사랑 이야기가 다채롭게 펼쳐진다. 전쟁과 사랑이라는 인류의 보편적인 소재가 애정전기소설을 통해 본격적으로 구현됨으로써 변화가 꼭 필요했으나 아직 꿈쩍도 않던 사회에 대한 처절한 몸부림이, 그 과정에서 피어난 낭만이 절묘하게 그려진다.
저자

정환국

옮긴이정환국
성균관대학교에서한문학을전공했으며,현재동국대학교국어국문문예창작학부교수로재직하고있다.한국고전서사를전공하였으며,고전문학을동아시아적시각과하위주체의관점에서연구하고소개하는작업을진행하고있다.저서로『초기소설사의형성과정과그저변』『제주고전문학의지평과해양문화』(공저)등이있고,교감서및역서로『정본한국야담전집』『원문교감표점흠영』『교감역주천예록』『역주유양잡조』『역주신단공안』등이있다.

목차

머리말

주생전
떠도는주생,배도를만나다
운명의상대선화를만나다
꿈같은하룻밤
원망으로죽은배도,둘사이를갈라놓다
못다한사랑

운영전
폐허가된옛수성궁에서운영과김진사를만나다
안평대군의의심을산운영의시
운명적인만남
궁궐담을넘다
죽음으로맞서다
인간세상을돌아보며

최척전
전란으로맺어진인연
부부가다시이별하다
최척과옥영이이국에서해후하다
천신만고끝의귀향
가족품으로

상사동기
봄날의흥취,미인을만나다
김생,상사동에서애를태우다
하룻밤을위해궁궐담을넘다
김생과영영,재회하다

원본「주생전」
원본「운영전」
원본「최척전」
원본「상사동기」

해설|심상치않은남녀의사랑,17세기전기소설의세계

출판사 서평

‘조선르네상스’의대표문학장르,애정전기소설
‘전기(傳奇)소설’은비현실적이고기이한(奇)이야기를전한다(傳)는뜻이다.꿈속이야기,귀신과인간의사랑등환상적인설정이특징이다.필부필부의삶을다룬이야기가하나둘등장하는조선중기는우리문학사의중요한전환점이다.이시기를대표하는작품군이바로‘애정전기소설’이다.이때부터허무맹랑한이야기가아니라실제로있을법한남녀간의사랑이야기를통해당시사회상을반영하며환상성의경계를뛰어넘는다.
애정전기소설속남녀주인공은대개같은소망을안고서인연을맺지만끝내파국에이른다.그러나17세기에이르면유교윤리를따르는남녀관계라는기존틀을탈피해인물간의관계,시대의변화까지종합적으로구성해다채로운주제의식을담은소설로자연스럽게확장되었다.

남녀의욕망을소설로형상화하다
『주생전·운영전·최척전·상사동기』속남녀는누구보다뜨겁게사랑한다.어떤고난을겪어도한사람만지고지순하게사랑하는게아니라애정의대상을바꾸기도하고궁궐담을뛰어넘어궁녀와금기시된사랑을나누기도한다.심지어는온갖감언이설로여자를꾀어하룻밤을보내는데온힘을쏟는다.도대체감정조절을하긴하는가싶을정도로사랑을향해돌진하는이들의이야기를읽어가노라면전란의소용돌이나신분의얽매임속에서도사람들은좌절하지않고사랑을내세워맞섰음을짐작할수있다.어찌보면애정전기소설속남녀의사랑은변화가꼭필요했으나미동도없던사회에대한처절한몸부림으로도해석된다.

엇갈린사랑의비극,「주생전」
「주생전」은동아시아전란이라는어찌할수없는상황에가로막힌연인의비애를절절하게보여준다.이야기초반에는배도와정을나누나선화로변심하는주생의모습때문에이작품을최초의삼각연애물로이해하기도한다.하지만그보다는상행위에종사하는선비(산인山人)가등장하는등신분제질서가흔들리는사회상을반영한다는점이나우리소설사에서흔치않은‘사랑의세레나데’(사곡詞曲)를담았다는점에서이작품의의미를찾을수있다.

전에당신뜰에뛰어들어수풀에숨었을때춘심이한번일자욕정을참기어려웠소.하여꽃사이에서언약을맺고달빛아래에서인연을맺었잖소.분에넘치게나를받아주어고운언약을할수있었소.가만생각해보면이생애에깊은은혜를갚기는난망한일이되었소.하나인간세상의좋은일은조물주가시기하곤하여하룻밤사이의이별이마침내이렇게해를넘기는긴한이될줄어떻게알았겠소?서로멀리떨어져그사이를산과강이가로막아,먼하늘가에서혼자말타면서얼마나슬퍼하고그리워했는지?_42쪽

먹물한방울에서시작된사랑,「운영전」
「운영전」은궁녀와서생의목숨을건비극적사랑이야기다.남녀의자유연애를보여줄뿐아니라이전까지는억눌렸던인간의감정을거침없이드러낸다.궁녀운영의김진사에대한용납될수없는사랑,궁녀를대하는안평대군의이중성,무녀와하인특의되바라진모습,자유의지를담은궁녀의발언등당대통념이나신분질서에따르면결코허용되지않는면면이「운영전」에담겨있다.궁궐담을넘으면서까지미친듯내달린사랑의질주는끝내죽음으로마무리된다.인간해방의슬로건을내걸며,위험천만한장면을곳곳에드러내는데그래서인지많은이본이존재함에도이작품을언급한후대의기록이나작자정보를찾기힘들다.그만큼유가사회에서결코드러내놓고용납될수없었을문제작인셈이다.

남녀의정욕은음과양으로나뉘어받아귀하고천할것없이사람이면누구나있사옵니다.하나소첩들은한번깊은궁궐에갇힌뒤로고단한몸외로운그림자신세로꽃을보며눈물을삼키고달을보여혼을삭이옵니다.매화나무를오르내리는꾀꼬리를쌍으로날지못하게하고,주렴위에둥지를튼제비를보고도함께깃들지못하게하는것은다름아니라부러움과질투를누를수없기때문이옵니다.한번궁궐담을넘고보면인간세상의즐거움을알수있는데도그리하지않았던것은어찌힘이미치지못하고마음이내키지않아서이겠습니까?_95쪽

전란을이겨낸가족애,「최척전」
「최척전」은전란에휘말려헤어졌지만끝내재회하는한가족의고난을담았다.조선은물론일본,베트남,중국요녕등동아시아전역을배경으로이야기가전개돼폭넓어진당시세계인식을전한다.전쟁때문에생이별한힘없는백성이끈끈한부부애와가족애,그리고주변의도움으로재회하는과정을짧지만짜임새있게구성해감동을선사한다.전쟁영웅이아니라평범한민중의목소리로우리소설사에서처음으로‘가족서사’를전할뿐아니라전쟁의비극속에서꿋꿋하게살아간백성들의꺾이지않은희망을사실적으로묘사한다.

아!아버지와아들,남편과아내,시아버지와장모,그리고형제가네나라로헤어져서로를애타게그린지삼십여년이었다.적의땅에서삶을도모하고사지를드나들다가끝내단란하게다모였으니원하는대로이루어진것이다.이어찌사람의힘으로될수있는것인가?필시옥황상제와후토(后土)의신이이들의지극한정성에감동하여이런기이한일이일어난것이리라.필부필부도정성이있으면하늘이이를어기지못하는법이다.정성은가려없어지지않음이이와같다._143쪽

하룻밤을둘러싼밀당,「상사동기」
성균관유생김생이어느봄날길에서마주친영영에게반해그와의하룻밤정사를좇는「상사동기」는통속소설의싹을보여준다.김생의꼬임에영영은이리저리방어하나결국두사람은꿈같은하룻밤을보낸다.하지만그후김생은‘정이라는것도일에따라변하는법’이라며태도를바꿔유생의삶으로돌아간다.요샛말로‘나쁜남자’인셈이다.제도에얽매이지않고거침없이욕망하는현실남녀의사랑을사실적으로묘사한「상사동기」때문에이후다채로운사랑이야기를담은대중적인애정소설이등장할수있었다.

해는급히지나가고달도금세져서세월은물처럼흘러간단다.꽃도이미지고잎도떨어지고나면나비도미련을두지않는법이야.사람이라고이와다르겠느냐?한순간발그레하던얼굴은생기를잃고,눈깜짝할사이에머리는백발이성성해지지.아침에구름이되고저녁에비가된무산의신녀도처음부터정을걷잡지못했고,푸른바다파란하늘이펼쳐진가운데달속항아도불사약훔친것을후회한다지.저미천하게태어난새들도날개를나란히하여날며,성질이딱딱하기만한나무도줄기를서로잇거늘,하물며정욕이모이는바에어찌사람과사물이다르겠느냐?_16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