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2022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10.14
Description
“정확한 디테일, 적절한 상징, 공감어린 시선, 깊은 여운”

일 년을 영글어 더욱 깊어진 일곱 개의 결정(結晶)
한국문학이 자부하는 오늘의 이름들

등단 후 10년이 넘은 작가들이 한 해 동안 발표한 단편소설 가운데 가장 뛰어난 7편을 뽑아 선보이는 김승옥문학상은 한국문학의 정수를 탐사하는 여정으로 굳건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올해는 2021년 7월부터 2022년 6월까지 주요 문예지와 웹진, 독립문예지를 포함한 총 26개 문예지의 171편이 심사 대상이 되었다. 2022 김승옥문학상의 수상 작가는 편혜영, 김연수, 김애란, 정한아, 구병모, 문지혁, 백수린이다. 한국문학의 클래식으로 이름해가는 이 작가들 중 편혜영 작가의 단편 「포도밭 묘지」가 “첫 투표에서 최다 득표를 한” 뒤 “끝까지 안정적인 지지를 얻어 결국 대상 수상작”이 되었다. 정한아 작가는 두번째 김승옥문학상 우수상 수상으로 단단한 관록을 드러내었고, 김승옥문학상에 새로 모습을 보인 김연수, 김애란, 구병모, 문지혁, 백수린 작가는 한국문학이 자부하는 오늘의 이름들로서, 우리가 기대할 만한 미래를 소설 속에서 펼쳐 보인다.
저자

편혜영,김연수,김애란,정한아,문지혁,백수린

1972년서울에서태어나서울예대문예창작과와한양대국어국문학과대학원을졸업했다.2000년『서울신문』신춘문예로등단했으며,소설집『아오이가든』,『사육장쪽으로』,『저녁의구애』,『밤이지나간다』,『소년이로』,그리고『어쩌면스무번』등이있고,장편소설『재와빨강』,『서쪽숲에갔다』,『선의법칙』,『홀TheHole』,『죽은자로하여금』등이있다.앤솔러지『놀이터는24시』...

목차

대상
편혜영「포도밭묘지」
작가노트|검은포도의맛
리뷰|운명의수학(김화영)

김연수「진주의결말」
작가노트|달까지걸어가는사람처럼
리뷰|모든이야기로부터의자유(신형철)

김애란「홈파티」
작가노트|커튼콜
리뷰|진화하는속물들과신新보이체크의반격(강지희)

정한아「일시적인일탈」
작가노트|작업실의유령
리뷰|‘아무도원치않는이야기’의강렬함(정홍수)

문지혁「우리가다리를건널때」
작가노트|언덕위의요새
리뷰|삶의곳곳에있는균열(정영문)

백수린「아주환한날들」
작가노트|마음을들여다보는일
리뷰|고요하고존엄한(강영숙)

2022김승옥문학상
―김승옥문학상취지
―심사경위및심사평

출판사 서평


대상수상작인편혜영의「포도밭묘지」는마치혈관속피의흐름을생생히느끼듯이“우리모두의내면에서솟구쳐오르는반항과항의의충동”(김화영)을불러일으키는소설이다.‘여상’을졸업한네친구는저마다푸른꿈을품고세상에나선다.하지만‘수영’은‘미(未)용모자’라는굴레가강요하는굴욕감을감내한채아르바이트와공무원시험준비생처지를전전하고,회사에서힘없는막내에게책임을전가하는구조를벗어던졌던‘윤주’는자신이이룬가족안에서또다시어려운상황에놓인다.심지어“장군다운면모”를지녀장래를진취적으로도모했던‘한오’는한없는자기계발의끝에결실을누리지도못하고스러지고만다.“만나지못하는동안모두비슷한시간을보냈다”는‘나’의깨달음은이넷의현재를2022년의우리의모습으로확장한다.이때“아무도죽지마”라는대사는작가가이시대를살아가는이들에게건네는애달프고,간곡하기에무엇보다절실한안부가될것이다.

대상수상작인편혜영의「포도밭묘지」는1990년대에함께‘여상’(여자상업고등학교)을졸업한네사람이이후삶의현장에서‘고졸출신여성청년’으로서살아야만했던삶을따라간다.원한다고믿은삶쪽으로가기위해누구보다열정적이었던한친구는자신을학대하는것이곧노력이라믿으며살다가제가꿈꿔왔던미래가아니라외로운죽음에제일먼저도착하고,나머지셋은지금마음껏분노하지도애도하지도못한채친구를무릎꿇린그현실에여전히던져져있는데,그순간어딘가에서들려오는“아무도죽지마”라는대사는어쩌면작가자신의다급한개입일지도모른다.정확한디테일,적절한상징,공감어린시선,깊은여운이어우러진이소설은우리가편혜영이라는작가에게경탄하게될순간이아직많이남아있다는사실을놀랍게알려준다.‘시험능력주의’와‘학벌신분사회’라는말로요약되는우리시대를향한작가의회고적응답이라고할만한이소설에,동시대청년들의삶에드리워진그늘에누구보다예민했던김승옥의이름을딴소설상이주어지는것은몹시합당한일로보인다.
_‘심사경위및심사평’에서

김연수의「진주의결말」은“이야기의위력과무력을삼십년동안고민한어느작가의답변”(신형철)으로,아버지를죽인혐의를떠안은‘악녀’유진주의마음을분석하던범죄심리학자가분석이결코가닿지못하는인간의영역에이르는소설이다.인간다움을결여한관습화된접근이아닌,인간의진심을들여다보려는시도만이끝내성취할이해의지평이비로소드러난다.
김애란의「홈파티」는걱정과동정이라는가면을쓴채자본을소유하지못한이들을탐욕스럽게관음하는상층계급의기만을폭로한다.독일문학사상최초로하층계급이주인공이되었던『보이체크』처럼「홈파티」는청년의좌절과심화된양극화로얼룩진2020년대한국에서밀려난이들이다시주인공으로올라서는통쾌한반격을그려낸다.
정한아의「일시적인일탈」은방황하는여성이자신의정체성을찾아나서는여성서사의구조에환상성을가미해놀라운비약을이끌어낸다.소설의결말에서자신의길로향하는이의뒷모습은영도(零度)로부터시작되는일상의해방을아침햇살처럼찬란히비춘다.
문지혁의「우리가다리를건널때」에선어릴적성수대교붕괴사고를가까스로벗어났던화자가자신과한국사회에그사고가남긴흔적을소설과논문으로쓰려다가이도저도아니게되는난관에봉착한다.다만이“삶의곳곳에있는균열에관한이야기”(정영문)를통해,엄습하는트라우마에도불구하고이야기와공감에대한노력을끝내포기하지않을때소설은사람에게진정한승화의길을가리켜보인다는것이밝혀진다.
백수린의「아주환한날들」은딸가족의앵무새를맡게된한노년여성의이야기로,“우리시대의표정”(강영숙)이될만한소설이다.낯선존재와살아가며겪는불편의감수가어느새감당할수있는책임이자,기꺼운교류,서로가서로를‘전부’라여기는분명한사랑으로까지발전할때어떤독자라도자신에게고유하게소중했던존재를떠올리며코가시큰해지지않을수없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