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 파일

H 파일

$14.00
Description
마지막 신화의 땅에서 펼쳐지는 인간 희비극
세계적인 거장 이스마일 카다레의 문제작
비극과 기괴한 웃음의 조화, 우화와 신비에 싸인 놀라운 이야기꾼의 재능을 발휘하며 발칸반도의 대가로 작가적 지위를 굳히고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로 꾸준히 거론되는 알바니아 작가 이스마일 카다레의 장편소설 『H 파일』이 출간되었다. 2000년 문학동네에서 『H 서류』로 출간한 작품의 개정판으로, 새로운 번역과 편집을 통해 유머와 아이러니가 가득한 원문의 묘미를 살렸다.
저자

이스마일카다레

IsmaïlKadaré
1936년알바니아의남부지로카스트라에서태어났다.티라나대학교에서언어학과문학을공부했고,모스크바의고리키문학연구소에서수학했다.1963년첫장편소설『죽은군대의장군』을발표해일약세계적작가로발돋움했고,후에이작품으로“그는그의조국알바니아보다유명하다”라는찬사를들었다.이후많은작품을통해신화와전설,구전민담등을자유롭게변주하며암울한조국의현실을우화적으로그려내는자신만의독특한문학세계를구축했다.몇몇작품은출간금지라는수난을겪기도했지만,그럼에도전체주의를고발하는날카로운시선을잃지않았고,특유의풍자와유머로우스꽝스러운비극과기괴한웃음을만들어내며세계적인작가로입지를굳혔다.
독재정권이무너지기직전1990년프랑스로망명해지금까지왕성한작품활동을펼치고있으며,노벨문학상후보로꾸준히거론되고있다.1992년프랑스치노델두카국제상,2005년제1회영국맨부커인터내셔널상,2009년스페인아스투리아스왕세자상(문학부문)을수상했다.2016년프랑스레지옹도뇌르최고훈장을수훈했으며,2019년박경리문학상,2020년노이슈타트국제문학상을수상했다.
주요작품으로『죽은군대의장군』『돌의연대기』『꿈의궁전』『부서진사월』『피라미드』등이있다.

목차

H파일_007
해설_237

출판사 서평

대문자H,호메로스의수수께끼를사이에둔
권력과예술을좇는자의동상이몽

1930년대알바니아북부고원지대.음유시인의입을통해전해져온호메로스서사시의신비를밝히려는두명의아일랜드인연구자가N시에도착한다.조용하기만하던이시골마을은당시로선놀라운발명품인녹음기를들고나타난수상쩍은두외국인때문에묘한혼란에휩싸인다.이들이스파이임을의심하는시장은믿을만한정보원둘바자야에게몰래감시를명하고,엿듣기에관한한최고의귀를자랑하는둘은그들의일거수일투족을감시하면서‘유려하고시시콜콜한’보고서를시장에게올린다.보고서내용보다둘의글솜씨에관심이더많은시장이두외국인의체포를숙고하는사이,이방인의방문에들뜬시장의아내데이지는또다른백일몽을품고있다.한편마을사람들은무한대의시공간속으로울려퍼져야할서사시의소리를억지로한곳에가둬놓는녹음기를‘악마의기계’라부르며두려워하고,수상쩍은세르비아수도사의등장으로두외국인은발칸반도민족분쟁(알바니아와세르비아간의민족감정)의한가운데로휘말려들고만다.두학자는호메로스서사시의수수께끼에한발한발다가서지만,사건은아무도예상치못했던복잡한결말을향해치닫고,소멸의운명에이른서사시의장엄한시간과한갓정치적우화극에갇힌인간운명의비극적아이러니가절묘하게맞물려전개된다.

『H파일』은고대그리스에대한작가의애정과탁월한위인이자‘위대한장님’인호메로스에대한경의를바닥에깔고있다.또한호메로스의서사시창작의수수께끼를풀려는두학자의탐색과정에서제기되는의문들은작가자신,스스로의글쓰기에대해던지는물음이기도하다.카다레가1979년터키에서우연히만난어느미국인과의짧은대화,즉호메로스서사시의자취를찾아알바니아를방문한적이있다던미국인의얘기에서영감을얻어써내려간이작품은1980년대초『넨토리』지에발표되었을당시알바니아당국으로부터혹독한비난을받았다.알바니아의전설을소재로다루면서,알바니아에거류하는외국인이라면누구든지감시대상으로삼아그들의사소한행적,몸짓,말한마디까지모조리감시했던공산정권의스파이활동,전제적정치상황의부조리를소설에빗대어신랄하게고발하고있다는것이그이유였다.

우스꽝스러움과진지함,착각과오해,덧없는열정들을향한
슬픈조소와유쾌한코미디

이스마일카다레가이작품에서보여주는것은정치적음모,오해,무지,허영따위에사로잡혀있는인간운명의비극적아이러니다.인간과역사의신비와위엄을보여줄서사시가당대인간들의한낱초라한사적욕망인민족감정에휘둘려파괴되는것,그리하여안개속에서모습을드러내려던수수께끼가다시안개속으로사라져버리는것,서사시의수수께끼를풀기위해떠났던사람들이수수께끼같은서사시가되어버리는것이“논리로도죽음으로도설명할수없는이고통스러운”운명의아이러니를보여준다.

그러나『H파일』에선이러한무거운주제가흥미롭게희화화되어나타난다.아내가바람피우는줄도모르고엉뚱한데만관심을쏟는시장과엿듣기의달인이자빼어난글재주의소유자인스파이둘바자야의관계,두학자를스파이라고믿는엉뚱한오해에서빚어지는웃지못할사건들,알바니아판보바리부인을꿈꾸는시장부인의몽상등은장난스럽고절묘한웃음을독자에게선사한다.하지만그웃음뒤엔죽음과파괴의그림자가너울대고있어단순히웃어넘길수없는깊은희비극을연출하고있다.

거장이스마일카다레가선사하는내밀한감동과소설적묘미

그리스신화와비극,알바니아의신화와전설,게르만민요시,셰익스피어희곡등은이스마일카다레작품의뿌리깊은바탕이다.카다레는작품속에전설과신화적요소들을풍부하게녹여내면서,속되고덧없는운명에갇힌현실세계를뛰어넘어인류의집단적혼이살아숨쉬는보편적이고도영원한세계를그려낸다.알바니아기사(騎士)들의이야기에특히자주등장하는‘저주받은산정’은『H파일』의두주인공이호메로스서사시의수수께끼를탐구하는공간이기도하다.이처럼신비한서사시의시간과현실의시간을교차시키면서전개되는이소설은‘시간’에대한대가의근원적인질문을내장하고있다.절묘한풍자와장난기가번뜩이지만깊은재미와사색의즐거움을함께느낄수있는『H파일』은한구절한구절놓칠수없는소설적묘미와불가사의한문학의내밀한감동을전하는걸작인동시에,의심과오해,무지가빚어내는‘우스꽝스러운비극’을참을수없는유쾌한희극으로펼쳐보이는탁월한풍자코미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