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전·춘향가

춘향전·춘향가

$19.46
Description
신분을 초월한 청춘 남녀의
순수하고 애절한 사랑
참신한 언어유희와 탄탄한 서사로 끊임없이 재탄생한 작품!

『춘향전·춘향가』는 조선시대 대중문학의 걸작으로, 설화와 판소리를 통해 전해졌다. 『춘향전』은 남원 부사의 아들 이몽룡과 기생 신분인 성춘향의 만남·결연·이별·재회를 그린 애정소설이자 암행어사 몽룡이 탐관오리 변학도를 응징하는 내용으로 지배 계층을 신랄하게 비판한 저항소설이다. 한시인 『춘향가』는 조화로운 구성과 음악성이 뛰어난 작품으로 인정받으며 활발히 향유되었다. 두 작품 모두 남녀의 사랑, 신분 차이로 인한 갈등, 선과 악 등 현실적인 소재를 다루며 인물과 장면을 생동감 넘치게 묘사해 오늘날까지 사랑받고 있다.
우리는 고전의 최고봉이라는 『춘향전』을 제대로 읽었다고 자부할 수 있을까? 『춘향전』을 각색한 영화나 드라마를 봐서 줄거리는 익숙해도 원전에 가까운 소설이나 한시를 읽어보진 못했을 것이다. 고려대 심경호 명예교수가 『춘향전』의 이본 100여 종 가운데 원형이 잘 보존된 대표 이본인 『열녀춘향수절가』와, 양반 유진한이 판소리 〈춘향가〉를 듣고 지었다는 한시 『춘향가』를 현대어로 충실히 옮겼다. 한국인에게 친숙한 『춘향전·춘향가』는 사실 제대로 읽기 쉬운 작품이 아니다. 수많은 물품의 이름과 까탈스러운 전고, 잘못 인용된 한시 어구뿐 아니라 창작 한시, 사설, 가요, 축사 등 민중의 여러 서술 양식이 곳곳에 나온다. 오늘날 독자들이 이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춘향전·춘향가』에 상세한 주석과 교감주를 달았다. 독자들은 어렵게만 다가온 고전문학을 이 책으로 새롭게 발견하는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심경호

현고려대학교명예교수.1955년충북에서태어났다.서울대학교국어국문학과와동대학원석사과정을졸업하고,일본교토대학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고려대학교문과대학한문학과교수및고려대학교한자한문연구소장을역임했다.저서로『한학입문』『김시습평전』『안평』『김삿갓한시』『내면기행』『산문기행』『한국의석비문과비지문』『호,주인옹의이름』30여종이있다.역서로『주역철학사』『서포만필』(상·하)『심경호교수의동양고전강의:논어』(1~3)30여종이있다.

목차

머리말

춘향전
퇴기월매의딸춘향
남원부사아들이도령의봄나들이
향단아,밀어라
이도령과춘향,춘향과이도령
춘향이코딱댄코
방자야,등롱의불밝혀라
사랑사랑내사랑이야
이팔이팔,둘이만나미친마음
내일은정녕이별인가보오
내손의술이나마지막으로잡수시오
보고파라,나의사랑
신관사또의기생점고
춘향이대령
십장가
황릉묘의꿈
전라도암행어사
서방인지남방인지
본관사또생일잔치
암행어사출또야
정렬부인춘향

춘향가

원문춘향전
원문춘향가

해설|『춘향전』의언어숲,지도를보며거닐다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혈기왕성한남녀의사랑과이별
조선시대에도청춘남녀의사랑은문학작품의인기소재였다.『춘향전』은기생의딸성춘향과양반자제이몽룡(이도령)의만남을극적으로그려재미와감동을준다.오월단옷날녹음이우거진곳에서붉은치맛자락을풀풀날리며그네를타는춘향의모습을보고이도령은춘향에게첫눈에반한다.이도령은춘향의집을찾아가서춘향과평생함께하자는언약을맺고바로그날밤춘향과사랑을나눈다.
하지만이도령이아버지를따라한양으로가게되면서,몽룡과춘향은곧헤어지게되는데,그가슴절절한이별장면이압권이다.이도령이눈물을왈칵쏟으며이별을전하자,춘향은머리를쥐어뜯으며자탄가조로신세한탄을늘어놓는다.“서방없는춘향이가세간살이무엇하며,단장하여누구눈에곱게보일꼬.몹쓸년의팔자로다.이팔청춘젊은것이이리될줄어찌알았으랴.”둘은서로얼굴을대보고손을만지며한참동안슬피운다.춘향은이도령과헤어지고나서밥도못먹고잠도못이루어나날이수척해져가는중에진양조장단의울음을터뜨린다.“갈까보다갈까보다.임을따라갈까보다./천리라도갈까보다.만리라도갈까보다./(…)임이와날찾으면,나는신발벗어손에들고나는아니쉬어갈래.”
한편춘향모는춘향과이도령을이어주는조력자의역할을톡톡히해낸다.두사람이만나기전청룡이나오는꿈을꾼춘향모는꿈몽자에용용자를연상할수있는이름을가진이몽룡이딸의인연임을직감한다.춘향모는이도령과의첫만남에서어떻게보여야할지딸에게조언을해주는가하면향단을시켜이도령과춘향의술상을차리고자리와등촉을잘살피게한다.이도령에게는자신이딸을지극정성으로키웠다고얘기해주며,그동안딸이절개를지켜온점을칭찬한다.딸과이도령이헤어질때는딸이버림받는거라며이도령을혼쭐내기도한다.춘향모는이도령이한양에서높은벼슬에오르게해달라고신들께빌기도하는데,이도령은장모의정성에감동받는다.

“내춘향을첫장가로맞은부인처럼여길터이니시부모를모셔야한다고염려말고,내가아직정식혼례를치르기이전이라고염려마오.대장부가한번먹은마음으로박대하는행실을하겠는가?허락만해주오.”(『춘향전』71쪽)

흥미로운언어유희와생생한민중의생활
이도령과춘향은언어유희와말놀이의대가다.이도령은춘향과하룻밤을보내고집에돌아오자마자춘향을그리워하며도통공부에집중을못한다.여러경서의구절을한줄한줄읽을때마다끝에가서는모두춘향을떠올리는말을내뱉는다.『맹자』를읽을때는“맹자께서양혜왕을만날때왕이말하였다.노인께서마다않고오시니,춘향을보려고오셨습니까?”라며자신도모르는사이에춘향을떠올린다.이도령은잠자리를하면서우스갯소리도하며자연히〈사랑가〉를부른다.“사랑사랑내사랑이야/동정호칠백리달이질무렵무산같이높은사랑/시선다하도록끝이없는강물에하늘같이바다같이깊은사랑.”이도령은동음이의어를이용해‘정(情)’자말놀이노래도부른다.“너와나와유정하니어이아니다정하리./(…)난세평정,우리둘이천년인정.”이도령과춘향은홀딱벗고업음질을하며야릇한말을섞으며세월가는줄모르고온갖장난을하며논다.
『춘향전』에는민중의생활을엿볼수있는장면도곳곳에배치돼있다.춘향은꿈을꾸고불길한예감에앞이보이지않는시골봉사에게점을쳐달라고부탁한다.봉사는점칠때쓰는산가지를넣어준산통을철겅철겅흔들고서점괘를풀이하고해몽도해준다.한편이도령은암행어사로전라도를순행하면서백성이부르는노래를듣는다.농사철이라〈농부가〉를부르는가하면노인들이끼리끼리모여〈백발가〉를부르며밭을일구기도한다.“가는홍안절로가고백발은시시로돌아와/귀밑에살쩍이잡히고검은머리백발되니/아침에는푸른실같더니저녁에는흰눈같은법,무정한게세월이라.”

탐관오리와암행어사의대결
『춘향전』은백성을착취해원망이자자한탐관오리에게벌을주는암행어사의이야기로지배계층을비판하기도한다.남원부사로부임한변학도는춘향이아름답다는소문을듣고춘향을억지로불러낸다.춘향은이도령과백년가약을맺고있어변학도의수청을거절하지만,변학도는자신을능욕했다는죄로춘향을옥에가둔다.한편이도령은한양에서장원급제후전라도암행어사로임명되어걸인의모습으로남원에온다.거리를다니면서노비,농부,빨래터여인들을통해변학도의횡포와춘향의고초를알게된다.변학도의생일잔치날,이몽룡은암행어사로출또해변학도를파직시키고춘향을옥에서꺼내준다.
『춘향전』은변학도라는지방수령을통해조선후기향촌사회에서신분제나공동체규제같은기존체제를유지하려는전형적인수령을보여준다.개인적탐욕까지채운수령도일부있었는데,『춘향전』은변학도로대표되는무능한관원을비판한점에서재지사족과서민의공감을얻었다.

금동이에아름다운술은일만백성의피요/옥소반의아름다운안주는일만백성의기름이라./촛불눈물떨어질때백성눈물떨어지고/노랫소리높은곳에원망소리높았더라.(『춘향전』199쪽)

호남에서불린〈춘향가〉를한시로전하다
『춘향가』는소설과는다른읽는묘미가있다.『춘향가』는향촌양반인유진한이18세기중엽호남문물을구경하러갔다가들은〈춘향가〉를200구2800자의한시로옮긴것이다.전사에이야기를요약해소개하고,본사에줄거리를서사시형태로제시하며,결사에이야기를마무리하고평가하는구성이다.한시의압축적인구조에서춘향과몽룡의이야기를구어체로리듬감있게전한다.그렇다고내용이부실한건아니다.줄거리는핵심위주로전달하면서등장인물의모습과감정을세밀하게묘사하고이야기에걸맞은배경과풍경도구체적으로그린다.“자색비단에수놓은치마는푸른난새날아움직이는듯/(…)뾰족뾰족한비단버선은참외같은코/나뭇가지에부딪혀높은곳의꽃술을떨어뜨리네”라며그네타는춘향의출중한미색을묘사한다.춘향과이도령이사랑을나누는장면은비녀로등불심지를쳐서불을끈후에향기로운구름이꿈속에뜨듯했다면서비유적으로돌려말한다.이도령이암행어사로출또한장면은“맑은하늘에벼락때린건아닌지/온좌중이크게놀라바람에쓰러져/관모를거꾸로쓰고앞다투어창틈으로내달리며/혹술잔과술동이를차고혹수저를떨구네”라며급박한상황을생생하게전한다.

『춘향전』은구성이치밀하여,그미학에녹아나지않을수없다.이도령을떠나보내며춘향이날지니수지니도쉬어넘는동선령고개에서라도임이부르시면신벗어들고나는아니쉬어가겠노라고넋두리하는가사를들으면서눈물을찔끔흘린다.춘향은그상실감을곱씹는것에그치지않고변학도가터무니없이들씌운제서유위율의죄목으로곤장을맞으며십장가를부른다.
『열녀춘향수절가』를비롯한『춘향가』의매력은그주제를부각시키는‘말’에있다.그말,그웅얼거림은지금구독자수가많은블로거나유튜버의말과도같다.소리내어읽으면서혼의떨림을경험하는사람에게는까탈스러운전고나케케묵은한문표현은아무문제가되지않는다.물흐르듯흘러나가는언어유희에넋이나가고혼이나가지않을수없다._머리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