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구두를 신고 어디로 갈까요 (안정옥 시집)

붉은 구두를 신고 어디로 갈까요 (안정옥 시집)

$10.00
Description
■ 기획의 말

그리운 마음일 때 ‘I Miss You’라고 하는 것은 ‘내게서 당신이 빠져 있기(miss) 때문에 나는 충분한 존재가 될 수 없다’는 뜻이라는 게 소설가 쓰시마 유코의 아름다운 해석이다. 현재의 세계에는 틀림없이 결여가 있어서 우리는 언제나 무언가를 그리워한다. 한때 우리를 벅차게 했으나 이제는 읽을 수 없게 된 옛날의 시집을 되살리는 작업 또한 그 그리움의 일이다. 어떤 시집이 빠져 있는 한, 우리의 시는 충분해질 수 없다.

더 나아가 옛 시집을 복간하는 일은 한국 시문학사의 역동성이 드러나는 장을 여는 일이 될 수도 있다. 하나의 새로운 예술작품이 창조될 때 일어나는 일은 과거에 있었던 모든 예술작품에도 동시에 일어난다는 것이 시인 엘리엇의 오래된 말이다. 과거가 이룩해놓은 질서는 현재의 성취에 영향받아 다시 배치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의 빛에 의지해 어떤 과거를 선택할 것인가. 그렇게 시사(詩史)는 되돌아보며 전진한다.

이 일들을 문학동네는 이미 한 적이 있다. 1996년 11월 황동규, 마종기, 강은교의 청년기 시집들을 복간하며 ‘포에지 2000’ 시리즈가 시작됐다. “생이 덧없고 힘겨울 때 이따금 가슴으로 암송했던 시들, 이미 절판되어 오래된 명성으로만 만날 수 있었던 시들, 동시대를 대표하는 시인들의 젊은 날의 아름다운 연가(戀歌)가 여기 되살아납니다.” 당시로서는 드물고 귀했던 그 일을 우리는 이제 다시 시작해보려 한다.
저자

안정옥

1990년『세계의문학』을통해등단했다.시집으로『붉은구두를신고어디로갈까요』『나는독을가졌네』『나는걸어다니는그림자인가』『웃는산』『아마도』『헤로인』『내이름을그대가읽을날』『그러나돌아서면그만이다』『연애의위대함에대하여』『다시돌아나올때의참담함』이있다.애지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개정판시인의말

시간의강물에그물을담갔네/쎄울쎄울/달천의물고기가내게말하려는것은/잔디밭에들어가지마시오/노화읍의바람/붉은구두를신고어디로갈까요/유월유채꽃/잠실철교/꽃다운/섬서구메뚜기/꽁치/백합/네발로길때가장편안하다/겨울삽교호/젊은그대/서울입성/도시는추억이다/구걸/검은장갑/장미/내집도들어있는/왜불러/사랑에속고/게누구없소/난계사당/끼/그것을종이꽃이라고부르고싶었다/청포도사랑1/청포도사랑2/청포도사랑3/겨울아산호/풍기가는길/자,우리무슨일부터시작할것인가/우리는지금끝으로가고있다/불을찾아서/충주댐방류시작/그대에게/그가아직도나를보고있다/詩내림1/詩내림2/꿈은예사롭게왔다가/하느님고맙습니다/조광조유허비/어느날보면나무들은/하현달/송광사/4번국도/시인이시인에게/도루묵찌개/카레라이스/내일내륙지방영하로떨어져/무정그의몸짓으로/진흥굴/청천에가면/봄비/전선야곡/밥한그릇/시월에동남쪽에서귀인이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