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에 대하여

나주에 대하여

$15.00
Description
“선배, 저는요…… 사실 사람들이 좋아요.”

타인이라는 미지로 향하는 온전한 마음
그 여정이 만들어낸 이상하고 아름다운 흔적들
작가의 솔직한 태도와 인간의 복잡한 내면을 그리는 재능이 작품 안에서 한데 어우러져 특별한 빛을 낸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자, 김화진의 다음 작품이 읽고 싶어졌다. 앞으로 기다려야 할 세계가 하나 더 내게로 온 것 같다. _최은영(소설가)

이 무모한 사랑의 주체는 언제나 타인의 마음을 읽는 중이다. 때로 천국이고 주로 지옥인 그곳을 무엇 하나 건너뛰는 법 없이 모두 읽어내는 이 완전한 짝사랑의 고백을 읽는 내 마음도 어느새 사랑이다. _박혜진(문학평론가)

김화진 소설가의 첫 소설집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한 사람을 세밀하게 묘사해내고 그에 따른 정서의 변화를 놓치지 않고 따라간 문장들은 정확하고 또 때론 날카로웠다”(구효서, 조경란, 이기호)는 심사평과 함께 2021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우리 앞에 등장한 김화진. “김화진 소설의 코어는 역시나 마음이며 사랑”(소유정 평론가)이라는 평처럼, 등단 이후 일관된 열의로 ‘타인의 마음’이라는 미지에의 탐색을 지속해온 그가 만 2년이 채 되지 않은 기간 동안 쉼없이 써온 여덟 편의 작품을 한데 엮었다.
저자

김화진

2021년문화일보신춘문예에단편소설「나주에대하여」가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나주에대하여』가있다.

목차

새이야기
나주에대하여
꿈과요리
근육의모양
척출기
정체기
쉬운마음
침묵의사자

해설|마음이론
박혜진(문학평론가)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선배,저는요……사실사람들이좋아요.”

타인이라는미지로향하는온전한마음
그여정이만들어낸이상하고아름다운흔적들

작가의솔직한태도와인간의복잡한내면을그리는재능이작품안에서한데어우러져특별한빛을낸다.마지막페이지를덮고나자,김화진의다음작품이읽고싶어졌다.앞으로기다려야할세계가하나더내게로온것같다._최은영(소설가)

이무모한사랑의주체는언제나타인의마음을읽는중이다.때로천국이고주로지옥인그곳을무엇하나건너뛰는법없이모두읽어내는이완전한짝사랑의고백을읽는내마음도어느새사랑이다._박혜진(문학평론가)

김화진소설가의첫소설집이문학동네에서출간되었다.“한사람을세밀하게묘사해내고그에따른정서의변화를놓치지않고따라간문장들은정확하고또때론날카로웠다”(구효서,조경란,이기호)는심사평과함께2021년문화일보신춘문예에당선되며우리앞에등장한김화진.“김화진소설의코어는역시나마음이며사랑”(소유정평론가)이라는평처럼,등단이후일관된열의로‘타인의마음’이라는미지에의탐색을지속해온그가만2년이채되지않은기간동안쉼없이써온여덟편의작품을한데엮었다.
『나주에대하여』를읽다보면당선소감에서“좋아하는것의곁에있는일.바라는것은오직그것뿐”이라고밝힌그의말을새삼다시이해하게된다.무언가를,누군가를좋아하는것도능력이라면김화진만큼그것을진심으로해내는사람이또있을까?『나주에대하여』에실린여덟편의이야기에는타인을궁금해하는마음,타인을이해하고자하는마음,그래서타인이되어보는마음들이가득담겨있다.그것은모두누군가를좋아하는일로시작된다.그리고누군가를좋아하는일에서오는때로는못생기고,자주혼미하고,가끔은정신나간마음들,어떨때는애틋하고,대개는짠한마음들을무엇도빼놓지않고선명히그려냄으로써이야기는멈추지않고더멀리나아간다.어떻게보면여덟번의짝사랑의기록이기도한이이야기들은여러모양의자기자신을만나는여정이기도하다.무언가를열렬하게좋아함으로써만발견할수있는내가몰랐던나의모양들.그러니‘나주에대하여’는어쩌면‘나에대하여’일지도모르겠다.
마음이무엇을할수있을까?아니,마음은무엇이될수있을까?오랜기간문학편집자로일하며문학을‘좋아하는일’을해온그는이제‘좋아하는마음’을들려주기위해우리곁으로조금더가까이다가왔다.

타인의마음을읽기위해마음과마음사이를무수히오가는그헤아릴길없는왕복운동,그지난한마음읽기의실패는사랑이다.마음읽기는알수없다는막연함과끝내모르겠다는실패속에서만가능하다.실패속에있을때만우리는사랑을한다.실패하는여덟편의소설을통해작가김화진이쓴것은타인의마음을이해하려는지치지않는열정일것이다.그열정은우리를애타는마음의온도보다더뜨겁고깊은곳에데려다놓는다._박혜진,해설에서

“나는저사람을전혀모른다는것이좋았다.
모르고있고모르는와중인것이.
하나를알아도그다음이축적되지않았다.
그런사람을아는게즐거웠다.
아니모르는일이즐거웠다.”

책의첫문을여는「새이야기」는김화진의소설중에서는드물게환상적인상상을통해‘좋아하는마음’이무엇까지될수있는지를우리앞에구체적으로제시한다.만화를그리는진아는빈티지옷가게의영화상영회에서만난천희를좋아한다.어딘지수상하고“종잡을수없는사람”이지만“어쩜나랑데시벨도맞는”천희를진아는점점더좋아하게된다.그러나천희가옷가게를열거라며파를심은화분하나만선물로남긴채도쿄로떠남으로써진아는“인생에서가장세련되게”실연을당한다.그런데천희가남긴파는갑자기진아에게말을걸기시작한다.종종대화를나누며조금씩파와함께살아가는법을익히는진아.그러던어느날파는천희가사실은사람이아니라진아를좋아해서사람이된청둥오리라는뜻밖의사실을털어놓고,진아는천희를다시만나기위해그가있다는불광천으로찾아간다.조금은귀여운단편인「새이야기」는마치이제부터펼쳐질이야기들의밑그림을그리듯,보고싶은마음만으로사람이되는오리와,애정어리고조심스러운말에사람이무너지기도하는아이러니를함께그려내며좋아하는마음이어느곳까지가닿을수있는지를우리에게보여준다.
「나주에대하여」에서김단은사별한연인규희의전여자친구나주와같은회사를다니며그녀를관찰한다.김단은블로그,인스타그램,트위터등의SNS를통해나주를속속들이알아간다.같은이를좋아하면사람의마음까지닮는걸까?아니면마음이닮은사람이기에같은사람을좋아하게되는걸까.두사람은점점더가까워지고“왜이렇게까지,자꾸네마음에들고싶을까.너를안다고자랑하지않고는못배기는이유치한마음은뭘까”라고자문할정도로김단은나주에게애착을갖게된다.그러나김단에게나주와의관계는끊임없이규희와의관계를되새기는일이고,그마음에서오는통증까지받아들이기는일이기도하다.그렇게규희에대한애도와그리움,나주에대한알수없는호기심과미움과애정은한데뒤섞여낯선색채와모양을띤마음이된다.그래서나주가규희의죽음을알게되고모습을감췄을때,김단의마음은비로소온전히나주의안부로향한다.「나주에대하여」는하나의관계에서파생된또다른관계,각기다른표현매체를투과해여러갈래로펼쳐지는한사람의다양한결을포착해현시대의새로운관계의풍속도를그린다.이처럼지금의세대를그려내는감각은시대와긴밀하게조응하는김화진의작품에서볼수있는또하나의특징이라고할수있다.

“왜그런게재밌을까.
나랑다른사람을유심히보는일이.”

‘좋아하는마음’은하나의마음이아니다.상대를향하는애끓는마음은수많은감정의스펙트럼을파생시키는만화경과도같다.좋아하는마음안에는그리운마음,애틋한마음과함께미워하는마음역시들어있다.시샘하는마음,두려운마음,슬픈마음,미안한마음도.“짝사랑의천재”(박혜진,해설에서)인김화진은‘상대에게향하는마음’이라는대주제로다양한이야기를펼쳐보인다.
「꿈과요리」에서는대학시절서로를멀리,또가까이에서동경과질투와애정이뒤섞인마음으로대하던수언과솔지가사회에서다시만나그동안말하지못했던속마음을털어놓으며서로에게상처를내고,동시에성장하는모습을그리고있고,「척출기」에서는귀에발병한진주종으로수술을앞둔영은이성전환수술을통해남자가된주현과마음을나누지만서로를완전히책임져줄수없음을깨닫고아프게마음을돌린다.내연인이이전연인과자신에대해나눈문자메시지를보고상처를받은은주,그리고그녀를애타게바라보는유진의이야기(「정체기」),“노멀피플”들에게편견을가진레즈비언인‘나’가샤넬가방을들고다니는‘우아한’현정에대한동경과시샘에전전긍긍하다오히려가장쉬운마음은사랑임을알게되는이야기(「쉬운마음」)는누군가에대한열정이만들어낸“무질서한마음”(박혜진,해설에서)들을선명히그리고있다.
마음은둥글고부드럽지만은않아서가끔은모난마음들이서로부딪쳐생채기를남기기도한다.그러나그러한생채기가단지아픔과흉터로만남는것은아니다.「근육의모양」에서결혼이야기가오가던남자친구와이별한뒤‘해본것’리스트에‘파혼’을적은재인은,좋은일과나쁜일을구분하지않는다.그녀에게는투병이나수술,양다리나절교,독립이나파혼까지모두‘해본것’이라는하나의카테고리에묶인다.그리고재인은왠지모르게축났던몸을회복하기위해시작한필라테스를통해자신을상처입힌경험들마저도자신이잃은것이아니라얻은것이라는,그것들이남긴것은상처가아니라마음의근육이라는발견으로나아간다.
상처를통해결국성장에이르게되는결말은,『나주에대하여』의첫문을연「새이야기」와쌍을이루듯환상적존재가등장하는「침묵의사자」에서도만날수있다.악플로인해마음을다친채살아가고있는수연의앞에어느날친근한존재이기도하고두려운존재이기도한‘사자’가등장한다.일상의순간순간마다수연의주위를말없이맴돌던사자가수연이스스로를추스르고다시일어설기운을얻고나서야“나이제안와”라는말을남기고,수연이“괜찮아”라고화답하는장면은우리에게조용한위안과용기를전한다.

타인과나의마음을성실히헤아리는정직한시선

김화진소설의미덕에는생생히살아있는인물,동시대와호흡하는감각,마음을부풀게하는사랑스러운이야기등도있겠지만,무엇보다솔직함이라고말할수있을듯하다.그런데소설에서솔직함이란무엇일까.그것은편견없이정직하게자신을들여다보는시선이라고할수있지않을까.솔직함은표현의방식이아니라관찰의방식이라고말이다.타인의마음에가닿고자하는꾸밈없이진실한마음,정확하게나를바라보는조금은냉정한마음.김화진의소설을읽다보면그래서단지따뜻한위로만이아니라날카로운성찰또한만나게된다.김화진의화자는결국타인을통해자기자신을바라본다.“나는누구였을까,하는물음에는언제나나는누구와있었나,하는물음이따라붙었다”(「쉬운마음」)는말대로,타인에닿고자하는마음은결국나자신에게닿게한다.“내가제일궁금해서”나를들여다보며소설을쓴다는김화진.『나주에대하여』를읽으며만난여러모양의마음들은그래서결국우리마음의모양이기도할것이다.

못생긴마음들을쓸때나는이상하게행복하다.그것을솔직하게쓸수있어서,회피하지않을수있어서좋다.나는대체로확신과용기가없는채로살아가는데,소설을쓸때만은용기가생긴다.이런마음을써도돼.확신도생긴다.이렇게쓸거야.소설은나에게그런것을준다.지레포기했던것들을가능하게한다.나는언제나상황에따라변하는나의무른질감이싫었는데,소설을쓸때의나는그보다는조금단단해지는것같다.나는소설이나에게가져다준이단단함을사랑한다.
_‘작가의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