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윌리엄! Oh William! (양장)

오, 윌리엄! Oh William! (양장)

$16.00
Description
이것은 나의 영원한 미스터리-
첫 남편 윌리엄에 대한, 그와 나에 대한 이야기다.
2016년에 출간되어 맨부커상 후보에 오른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장편소설 『내 이름은 루시 바턴』은 유년 시절의 지독한 가난과 소외의 기억을 간직한 채 소설가가 된 ‘루시 바턴’이라는 인물을 처음으로 소개하며 독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루시가 병원에서 어머니와 보낸 닷새를 그린 이백여 페이지의 이 짧지만 묵직한 이야기를 통해 루시 바턴은 ‘올리브 키터리지’에 이어 작가의 대표적인 캐릭터로 자리매김했다. 『오, 윌리엄!』(2021)은 그 루시 바턴을 화자로 삼아 쓴 두번째 소설로, 한때 루시의 남편이었고 이제는 오랜 친구인 윌리엄과 루시의 복잡하고도 섬세한 관계를 뛰어난 스토리텔링과 담담하면서도 사려 깊은 언어로 그려낸다. 이 작품은 독자와 평자들의 극찬을 받으며 “루시 바턴은 문학사에 남을 불후의 캐릭터다”라는 평가와 함께 2022년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사람들에 관해 내가 흥미를 느끼는 부분은 우리를 움직이는 감정들의 모호함, 어쩌면 스스로도 완전히 알지 못하는 우리 내면의 영역들입니다. 여러분이 루시나 윌리엄은 아니겠지만, 이 인물들이 여러분의 마음속에 닿을 수 있기를,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가 여러분의 닫힌 세상의 천장을-아주 조금이라도-들어올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_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1998년 첫 장편소설 『에이미와 이저벨』을 발표한 이후 소설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세계는 끊임없이 확장되어왔다. 그리고 스트라우트에게 세계란 곧 사람이므로, 세계의 확장은 인물을 매개로 이루어진다. 그의 모든 소설에서 인간이란 도저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이자 끝없는 경이로움의 원천이고, 그렇기에 끊임없이 탐구해야 할 영역이다. 작가의 작품 대부분이 하나의 인물이나 서사에 집중하기보다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을 그려내왔다는 점, 『올리브 키터리지』와 그 후속작 『다시, 올리브』를 포함해 『에이미와 이저벨』 『버지스 형제』 『내 이름은 루시 바턴』 등 작품 제목에 인명이 자주 등장한다는 점도 이러한 맥락과 무관하지 않다. 사랑과 상실, 기억과 트라우마, 가족의 비밀을 탐구하는 작가의 여덟번째 소설 『오, 윌리엄!』은 그 모든 기준에 들어맞는다는 측면에서 지극히 스트라우트적이지만, 동시에 보다 간명하게 정제된 언어로 인간의 내면과 삶의 심원한 영역을 예리하게 통찰해냈다는 점에서 이미 대가의 반열에 오른 작가의 새로운 경지를 보여준다.
저자

엘리자베스스트라우트

평범한일상속에서삶의진실을포착해내는섬세한시선,담담하면서도서정적인문체가아름다운작품1956『올리브키터리지』로퓰리처상을수상한미국작가다.1956년미국메인주포틀랜드에서태어나,메인주와뉴햄프셔주의작은마을에서자랐다.어린시절부터글쓰기에매료된스트라우트는일상의소소한일들을노트에적고,도서관의문학코너를좀처럼떠나지않는아이였다.작가가되겠다는열망으로유명한...

목차

오,윌리엄!009

감사의말299
옮긴이의말―우리는타인의경험을모른다301

출판사 서평

인간의내면에대해스트라우트처럼글을쓰는작가는없다.세심한관찰력으로써내려간이작품은깊이있는심리적통찰로가득하다.루시바턴은문학사에남을불후의캐릭터다.쉽게깨어지고망가지고흐트러지고상처입는그녀는,무엇보다,우리모두와똑같은평범한사람이다._부커상후보선정이유

2016년에출간되어맨부커상후보에오른엘리자베스스트라우트의장편소설『내이름은루시바턴』은유년시절의지독한가난과소외의기억을간직한채소설가가된‘루시바턴’이라는인물을처음으로소개하며독자들에게강렬한인상을남겼다.루시가병원에서어머니와보낸닷새를그린이백여페이지의이짧지만묵직한이야기를통해루시바턴은‘올리브키터리지’에이어작가의대표적인캐릭터로자리매김했다.『오,윌리엄!』(2021)은그루시바턴을화자로삼아쓴두번째소설로,한때루시의남편이었고이제는오랜친구인윌리엄과루시의복잡하고도섬세한관계를뛰어난스토리텔링과담담하면서도사려깊은언어로그려낸다.이작품은독자와평자들의극찬을받으며“루시바턴은문학사에남을불후의캐릭터다”라는평가와함께2022년부커상최종후보에올랐다.

사람들에관해내가흥미를느끼는부분은우리를움직이는감정들의모호함,어쩌면스스로도완전히알지못하는우리내면의영역들입니다.여러분이루시나윌리엄은아니겠지만,이인물들이여러분의마음속에닿을수있기를,그리고그들의이야기가여러분의닫힌세상의천장을―아주조금이라도―들어올릴수있기를바랍니다._엘리자베스스트라우트

1998년첫장편소설『에이미와이저벨』을발표한이후소설가엘리자베스스트라우트의세계는끊임없이확장되어왔다.그리고스트라우트에게세계란곧사람이므로,세계의확장은인물을매개로이루어진다.그의모든소설에서인간이란도저히풀리지않는수수께끼이자끝없는경이로움의원천이고,그렇기에끊임없이탐구해야할영역이다.작가의작품대부분이하나의인물이나서사에집중하기보다다양한인간군상의모습을그려내왔다는점,『올리브키터리지』와그후속작『다시,올리브』를포함해『에이미와이저벨』『버지스형제』『내이름은루시바턴』등작품제목에인명이자주등장한다는점도이러한맥락과무관하지않다.사랑과상실,기억과트라우마,가족의비밀을탐구하는작가의여덟번째소설『오,윌리엄!』은그모든기준에들어맞는다는측면에서지극히스트라우트적이지만,동시에보다간명하게정제된언어로인간의내면과삶의심원한영역을예리하게통찰해냈다는점에서이미대가의반열에오른작가의새로운경지를보여준다.

이것은나의영원한미스터리―
첫남편윌리엄에대한,그와나에대한이야기다.

“나의첫남편윌리엄에대해몇가지말하고싶다”라는선언과함께시작되는이소설은화자인루시가최근이년동안전남편윌리엄에게일어난일련의사건에대해회고하는형식을취하고있다.회고가시작되는시점에서예순아홉살인윌리엄은무려스물두살이어린세번째아내와함께살고있고,여전히건강한몸과“(거의)어떤것도자신을해칠수없다”는자신감넘치는태도를지닌남자다.이십년동안의결혼생활을끝내고헤어진뒤로도루시와윌리엄은가까운친구로지내왔고,루시는두번째남편데이비드와의결혼생활에서위로와행복감을느꼈음에도여전히윌리엄과일구었던집이자신이가져본유일한집이라고여긴다.그러던어느날,윌리엄이루시에게예상치못한고민을털어놓는다.최근들어한밤중에악몽같은사념에시달리느라잠을이루지못한다고.그리고그악몽은오래전돌아가신어머니와2차대전당시독일군포로신분으로미국에온아버지와관련이있다고.루시는윌리엄의고민을들으며생전에자신을무척다정하게대해주었던,그러나때로는루시의가난한출신과관련해묘하게상처를주는말을던지기도했던시어머니캐서린에대한기억을떠올린다.그리고윌리엄이가계와조상을추적할수있는웹사이트에서어머니의젊은시절에대해,아버지를만나기이전의삶에대해충격적인진실을알게되면서캐서린은그저기억이아닌뚜렷한실체로서윌리엄과루시의삶에되돌아온다.그리고윌리엄은어머니의과거와그녀가먼옛날남기고영영떠나온것들에대해더알아내기위해어머니의고향인메인주에직접가보기로결심하고루시에게동행을청한다.그렇게떠난여정에서루시는자신의어린시절과윌리엄과의결혼생활,딸들과의관계,두번째남편의죽음이남긴여파를되돌아보며캐서린의진실뿐아니라,그녀에게영원한미스터리였던윌리엄에대한진실을,종국에는스스로에대한진실을마주한다.

주저하는문장들사이에남겨진
상실과결핍의빈자리,그리고봉인된기억들

엄밀히말하자면,2017년출간된소설집『무엇이든가능하다』에수록된단편「동생」이오랜만에고향에돌아온동생을맞이하는루시의오빠피트바턴의이야기를다루고있기에,『오,윌리엄!』은루시가등장하는세번째작품이다.그러나소설을이끌어가는중심인물과시점,서술방식등을고려할때,『내이름은루시바턴』의실질적인후속작은『오,윌리엄!』이라고보아야할것이다.특히『내이름은루시바턴』에서와마찬가지로처음부터끝까지화자인루시바턴의일인칭시점에서전개되는이작품에서스트라우트가사용하는언어는유독생략과공백으로가득하다.내면의독백이든상대와의대화든말은계속해서끝을맺지못한채중단되거나흩어진다.혹은“오,지금은더말할수없다”와같은직접적인부정의표현이나감탄사로,외마디소리로대체된다.작가는언어화할수없는영역에있는,또는화자가스스로도알지못하는감정이나내면의목소리를,인물들의상실과결핍을표현하기위해현학적이고추상적인언어를동원하지않는다.대신화자가겪는언어의실패를,이해의한계를공백으로남겨둔다.이렇게페이지위에존재하는물리적빈공간은언어가중단된자리에서이야기를이어나간다.또한특정한사실에대해서술할때도“내생각에는”“내가보기에는”“내가기억하기로”등과같은유보적인표현을삽입해이이야기가오로지화자의관점이투영된주관적기록임을강조한다.

소설전체를지배하는이주저하는문장들,되묻고의심하는문장들은‘우리는결국타인에대해알수없다’는주제의식과더불어소설의키워드중하나인자유의지,선택의문제와도직결된다.과거에윌리엄과의결혼생활을끝내고그를떠남으로써딸들에게상처를주었던기억을더듬으며괴로워하는루시에게윌리엄은우리가실제로무언가를‘선택’하는일은극히드물며그저스스로도의식하지못한채무언가를쫓아갈뿐이라고말한다.기억과경험과살아온세월을통해형성된내적인체계와경향성에의해특정한방식으로행동하게될뿐이라고.루시또한어린시절을지배했던가난의기억과부모님의폭력적인양육방식으로인해평생트라우마에시달려왔고“정말로그것을,내출신을,가난을결코극복하지못했다”고느낀다.심지어루시는자신을존재하지않는사람,이세상에서물질적인공간을점유하지않는사람,즉투명인간이라여긴다.그리고여전히때때로불현듯그녀를덮쳐와꼼짝못하게만드는정체모를두려움은아마도내면에자리한공허와결핍에서비롯할것이다.

나는내가조금이라도사랑할수있다는사실이놀랍다―내사랑스러운정신과의사가놀란것처럼.그녀는말했다.“당신과같은상황이라면,루시,많은사람이시도조차하지않아요.”그렇다면내안에있는,윌리엄이기쁨이라고부른그것은무엇이었는가?

그것은기쁨이었다.
이유야누가알겠는가?_본문274쪽

작가는불연속적인서술방식과루시의단편적인기억들로이루어진느슨한서사구조,페이지위에존재하는물리적빈공간을통해인물들의내면에자리한공백을,그미지의세계를둘러싸고형성된인간이라는존재의본질을성공적으로형상화한다.인간이란여기저기중요한단어들이지워져버린기밀문서처럼무수한생략과삭제로,봉인된기억과침묵으로이루어진존재이다.우리는안다고생각했던것을알지못하며,많은경우우리가알지못한다는것도알지못한다.이렇게문학의고전적인장치중하나인‘믿을수없는화자(unreliablenarrator)’는인간의보편적특성으로확장된다.우리는모두서로에게,그리고자기자신에게도믿을수없는화자이다.어쩌면이것이스트라우트가반복적으로이야기해온인간의궁극적인한계이자비극일지모른다.우리는우리가가장사랑하는사람,나아가자기자신조차완전히이해할수없다는것.그러나우리가오해하는존재라는것은반대로우리가지긋지긋할만큼잘안다고생각했던타인에대해,스스로에대해생각지도못한것들을새로이이해하게될수있음을뜻하기도한다.사랑이결여된혹독한환경에서성장한루시가스스로의내면에끝내뿌리를내린사랑을,기쁨을발견하고놀라워했듯이.그런의미에서우리는모두사려깊은눈으로다시읽히기를기다리는텍스트이다.혼란과실망과슬픔의문장들사이에서우리는때로믿을수없을만큼찬란한기쁨과위로를읽어낼수있다.『오,윌리엄!』을읽는일이바로그러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