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 -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24

암스테르담 -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24

$14.00
Description
한 여자의 죽음과 그녀가 남긴 문제적인 사진으로 촉발된 연쇄적 파국을 그린 이 작품은 이언 매큐언이 1998년 발표한 일곱번째 장편소설로, 1999년과 2008년 두 차례에 걸쳐 국내에 소개된 이후 다시 문학동네에서 새롭게 펴내며 박경희 번역가의 면밀한 개정을 통해 매큐언의 작품세계를 더욱 깊이 만끽할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다.
『첫 사랑, 마지막 의식』(1975)으로 데뷔한 후 충격적인 소재와 대담한 스타일로 인간 밑바닥의 기이한 욕망을 낱낱이 해부하며 “엽기 이언Ian Macabre”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던 매큐언은 『차일드 인 타임』(1987)을 기점으로 동시대의 윤리와 사회문제, 역사 등 보다 거시적인 측면으로 관심을 확장했다. 이 시기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암스테르담』은 현대사회의 부조리와 얄팍한 윤리의식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짤막한 분량으로 담아내며 『위험한 이방인』 『검은 개』에 이어 세번째로 부커상 후보에 올랐다. 그리고 마침내 ‘현대의 윤리와 문화란 어떤 것인지 묻는 냉정하고도 예리한 고찰’이라는 평과 함께 수상의 영예를 안은 이 작품으로 그는 선정적인 작품으로 이목을 끄는 작가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영국을 대표하는 지성적인 작가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저자

이언매큐언

현대영문학을대표하는작가.1948년6월21일영국잉글랜드남부도시서리지방알더샷에서태어났다.군인이었던아버지를따라싱가포르와독일,리비아등여러나라를돌아다니며자랐다.1970년서식스대학에서영문학을전공하고이스트앵글리어대학에서석사학위를받았다.1975년소설집『첫사랑마지막의식』으로서머싯몸상을받으며화려하게데뷔했고이후1987년『차일드인타임』으로휫브...

목차

1부…11
2부…41
3부…75
4부…109
5부…151
해설|저마다의과오를향해,낭만의시대와작별중인어느세대의이야기…203
이언매큐언연보…211

출판사 서평

차기총리의정치생명을끝낼사진이등장하자
두남자의신뢰와윤리의식이시험대에오르고,
마침내오랜우정은증오가되어그들을암스테르담으로이끈다

사진작가이자레스토랑평론가몰리레인의장례식.오랜친구사이인버넌할리데이와클라이브린리는각기다른시기그들의연인이었던몰리의갑작스러운죽음을개탄한다.장례식을마친후클라이브는뇌손상을입고손쓸새도없이상태가악화된몰리처럼언젠가자기도사리분별이어려운지경에이른다면안락사를시켜달라부탁하고,버넌은그제안을마지못해받아들이며자신에게도같은일을해줄것을요구한다.

중앙일간지<저지Judge>의편집국장버넌의가장큰걱정은기울어져가는신문사를다시일으켜세우는것이다.판매부수를늘리기위해고심하던그에게신문사의사주이자몰리의남편조지가비밀스러운자료를건넨다.바로보수당출신외무장관이자차기총리로점쳐지는줄리언가머니가여장을한채도발적인자세를취하고찍은사진.그와내연관계였던몰리가찍은그사진을공개한다면‘공공의적’가머니는정치적생명이끝장나는동시에신문은날개돋친듯팔려나갈것이다.그러나소식을들은클라이브는그것이개인의사생활을침해할뿐아니라세상을떠난몰리를모욕하는행위라면서강하게반발하고,사진공개의윤리성을둘러싸고두사람의골은깊어져간다.한편도래할밀레니엄을기념하기위해정부로부터교향곡작업을의뢰받은저명한작곡가클라이브는작품의영감을얻기위해호수지대로여행을떠나고,외진곳에서한여자가남자에게위협당하는상황을목격하지만머릿속에떠오른악상이사라질것이두려워조용히자리를뜬다.

버넌이주도면밀하게준비했던기사는한발앞선가머니의대응으로오히려그에대한동정여론과신문사를향한거센반발을불러일으키며대실패로돌아간다.결국일자리마저잃은버넌은악담을퍼부었던클라이브에게앙심을품고경찰에그가범죄현장의목격자임을제보하고,클라이브는범인식별을위해경찰서에출석하느라결국교향곡을돌이킬수없는수준으로망쳐버린다.이제서로를향한증오만남은두사람은각자의은밀한계획을숨긴채화해를청하며클라이브의교향곡리허설이열리는암스테르담으로향한다.


현대인의욕망과위선을날카롭게해부하는
영문학의거장이언매큐언의시니컬한윤리적우화

평범한일상에갑작스럽게들이닥친파괴적사건이인간에게미치는영향은이언매큐언이오래도록천착해온테마로,이번작품에서는예기치못한윤리적딜레마에직면한인물들의행동을통해현대의윤리의식과시대정신을날카롭게비판한다.버넌은인종차별과사형제도의부활을지지하며시대를역행하는정치인의집권을막기위해,클라이브는역사에길이남을위대한교향곡의완성을위해스스로올바른결정을했다는자기합리화에빠지지만두사람다대의가아닌각자의필요에따라움직였을뿐이다.결국아무것도지키지못한채나락으로떨어진그들은자신을돌아보는대신상대에게분노의화살을돌리고,최후의순간서로의존엄을지켜주기위해했던우정의약속은복수의칼날로변한다.자기기만에빠져위선의가면을쓴것은이들만이아니다.아내의옛애인들을은밀히파멸로몰아가기위해정교한덫을놓는조지,사생활이폭로될위기에처하자언론의폭력적인선전성을한발앞서이용한가머니,<저지>와마찬가지로문제의사진을손에넣기위해입찰경쟁에뛰어들지만판세가바뀌자버넌을향한반대여론형성에앞장서는언론사들,조직을비호하기위해범죄사건의진상을덮으려는경찰들.하나같이이기적인욕망에따라표변하는인물들의모습을통해매큐언은이들이속한세대의허위를,한때는더나은세상을만들기위해투쟁했으나이제체제에서우위를점한속물적인기득권층의자기기만을적나라하게드러낸다.

이처럼겉으로는그럴듯한삶을살고있으나실상은얄팍하기그지없는인간들의초상과권력의속성을낱낱이해부하며매큐언은신랄한위트가가미된매끄럽고날렵한플롯을선보인다.두인물의내면을오가면서이야기가진행되는사이전매특허라고할만한시니컬한유머와장면을세공하는필력이곳곳에서빛을발하고,인물들의줄다리기는한편의심리스릴러를방불케하는긴장감을유지하며결말을향해빠르게나아간다.‘관대하고열린사고를지닌성숙한도시’암스테르담에서그들을기다리고있는최후는과연무엇일까.“시계공을방불케하는기예로미니멀한작품속에기적적으로광대한공간을창조해낸”(<선데이타임스>)『암스테르담』은현대사회의욕망과윤리의식을가차없이해부하며완벽하게짜인걸작을읽는순수한쾌감을선사할것이다.

집요하게‘네탓’에만매달릴뿐그들은스스로에게묻지않는다.나는누구인가?정치적,사회적변화와개혁을성취하고인문학의발달과과학적진보를이뤘다고자부하는그들.(…)도덕적딜레마에빠진등장인물들을궁지로몰아가며작가는냉정하게묻는다.너는어떤사람인가?해설에서

책속에서

세상은무언가잘못돌아가고있었지만그건딱히신의존재탓도부재탓도아니었다.(15쪽)

다들그네들이그토록멸시하던정부아래서근십칠년간얼마나큰부와영향력을축적해왔는가.나의세대에대해말해보자.그런에너지,그런행운.전후의사회복지국가에서태어나나라가주는젖과꿀을먹고자라고,부모들이이룬소박한부에얹혀살다가곧장완전고용의시대에돌입한세대.(…)그들이타고올라온사다리가부서지고정부가갑자기젖을떼며잔소리를시작했을때이들은이미안전하게자리를잡은상태였다.그리고이제는구색을갖추느라취미와가치관,재산을불리는데여념이없었다.(23~24쪽)

그들은너의몰락을그럭저럭관리해줄수는있어도그몰락을막지는못한다.그러니멀찌감치서너자신이쇠약해져가는모습을주시하라.그러다가더는일을할수없거나품위있는삶이불가능해졌을때스스로끝을내라.(38쪽)

그는이런권한행사로도자신의존재감을느끼지못했다.오히려한없이묽어져자신이그에게귀를기울이던사람들의합계에불과한것처럼느껴졌다.혼자가되는순간그는아무것도아니었다.홀로무슨생각을하려해도사고의주체가존재하지않았다.버넌의의자는텅비어있었다.(43~44쪽)

“내가심각한병에걸린다고해보자고.몰리처럼말이야.그래서악화일로를걸으면서끔찍한실수를자꾸저지르게된다면,뭐있잖아,판단력이떨어지고,사물의이름도,내가누군지조차모르는그런상황.그럴때누군가나를도와끝을내줄사람이있는지……내가죽을수있게도와줄사람말이야.특히내가스스로결단을내리거나손을쓸수없는시점에이르렀을때라면더그래.그러니까,결국내말은가장오래된벗인자네에게부탁한다는거네.”(65쪽)

처음에는충격에,뒤이어뱃속으로부터끓어오르는듯격한흥분에휩싸였다.감정을억누르느라의자에서몸이붕떠오르는것만같았다.다음으로느껴지는건막중한책임감이었다―아니,권력이라고해야하나?한인간의인생,아니적어도경력이그의손아귀에있었다.누가알겠는가,버넌이신문의판매부수는물론나라의미래를더나은방향으로전환시킬수있는위치에있을지.(72~73쪽)

예술가의자유로운영혼을담보로모든책임을벗어버릴수도있었지만,그런식의오만은질색이었다.클라이브의친구들중에는필요할때마다천재라는으뜸패를내세우며여차하면약속장소에나타나지않는부류가있었다.그들의부재로인해어떤불상사가벌어진다해도그건단지직업성격상불가피한일이며그런연출이사람들로하여금그들이부여받은소명을더욱우러러보게할뿐이라고믿었다.이들은―그중에서도소설가가최악이다―친구와가족들에게조차작업시간뿐아니라조는시간,산책시간을비롯하여침묵하는매순간과우울증과만취상태가모조리변명의여지가있는,고도의목적을담은행위라는믿음을주려고집요하게애쓴다.클라이브가보기에그건평범함을감추려는제스처에불과했다.그역시예술의숭고함을의심치않았지만부당한행동은예술의일부가아니었다.(78쪽)

우리는서로에대해아는게거의없다.우리는빙산처럼대부분물에잠겨있고,눈으로볼수있는사회적자아만이하얗고냉랭하게밖으로솟아있다.그리고여기수면아래희귀한모습,한남자의은밀한사생활과혼돈이있었다.그의위엄은순수한환상과사고를향한압도적인욕구에의해,정복할수없는인간의요소―정신에의해철저히무너졌다.(88쪽)

“세상엔교향곡보다중요한것도있지.바로사람이야.”
“판매부수는사람이라는것보다중요하고,버넌?”(140쪽)

메스껍기그지없는그의일상,냉소적인체하며뒤로계략을꾸미는야비한속내,언제뒤통수를칠지모르는수동공격성.버넌핼리데이?버러지핼리데이!살아오며가치있는것을만들어본일이없으니창조한다는행위에대해쥐뿔도모르지.창조의재능을지닌사람들은다씹어없애버리고,별볼일없고편협한결벽증을윤리적관점으로여기면서정작자신은말그대로오물위에천막을치고사는놈.자신의보잘것없는이익을위해서몰리와의추억을더럽히고,가머니처럼약점많은바보들이나파멸시키며황색신문의대변인역할을수행하고있다.그러면서자기얘기를들어주는시늉이라도하는사람이있으면그게누구든―이게특히기가막히는부분인데―자신은본인의의무를다하고있으며보다높은이상을위해봉사한다고말한다는점이다.그는미쳤다.환자다.존재할가치가없다!(158쪽)

침대옆에는그의몰락을통쾌해하는짤막하고도쓰린엽서가놓여있었다.그의가장오래된친구,일을중단하느니눈앞에서한여자가강간을당하도록내버려둔윤리적으로고결한친구가보내온것이었다.증오심에휩싸여이성을잃은사람의글이었다.복수심에불타는엽서.이제는전쟁이다.(168쪽)

지금그는자신이마련한계획에어느때보다확신이들었다.(…)클라이브를몰아가는것은더이상분노가아니었고증오나혐오도,약속이행의의무도아니었다.그가실행하려는일에는계약상하자가없었고,윤리를초월한순수한기하학적필연성이담겨있었다.(183쪽)

추천사

현대의윤리와문화란어떤것인지묻는냉정하고도예리한고찰.1998부커상심사위원장

미니멀한작품속에기적적으로광대한공간을창조해냈다.시계공을방불케하는기예.선데이타임스

나비의날개를떼어내는아이처럼동시대의윤리를가차없이해부하는현대영국의작가는매큐언이거의유일하다.타임스

완벽하게짜인다크한걸작.단조로운일상에돌연통제를벗어난끔찍한사건이발생하면수면아래잠겨있던심리의단층선이잔인하게폭로된다.뉴욕타임스

치명적인탄환처럼빠르고언론의헤드라인처럼시의적절하다.신랄한위트가가미된매끄럽고날렵한플롯을통해평범한재능으로권력과명예를거머쥔얄팍한인간들의초상이그려진다.시선을뗄수없는생생한디테일묘사와장면을세공하는특유의필력이유감없이발휘된작품.퍼블리셔스위클리

모든문장이푸가와도같은플롯을지탱하며최후의참사를향해나아간다.매끄럽고절묘한문장,사랑과예술과우정에대한통찰에탄복하여때때로읽기를멈춰야할것이다.워싱턴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