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 침대를 쓰고 있었든 : 레이먼드 카버 소설 (양장)

누가 이 침대를 쓰고 있었든 : 레이먼드 카버 소설 (양장)

$16.00
Description
오직 한국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카버의 유일하고 특별한 소설집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작품부터 그동안 절판되었던 작품까지,
레이먼드 카버 작품세계를 완성하는 11편의 단편들

미국 단편소설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미국의 체호프’, 리얼리즘의 대가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집 『누가 이 침대를 쓰고 있었든』이 출간되었다. 카버재단의 승인을 받아 오직 한국에서만 출간하게 된 이 소설집은 그동안 한국에 소개된 적이 없거나, 과거 번역되었으나 현재는 절판되어 찾아보기 어려운 단편 11편을 엮은 책이다. 이 단편집이 출간되면서 문학동네에서 카버의 단편소설 전체를 소개하게 된다.
이 책에 실린 작품은 1983년 출간된 『정열Fires』에 수록된 단편 4편(「거짓말」 「오두막」 「해리의 죽음」 「꿩」)과, 레이먼드 카버가 사망한 해인 1988년 출간된 『내가 전화를 거는 곳Where I’m Calling From』에 수록된 단편 7편(「상자들」 「누가 이 침대를 쓰고 있었든」 「친밀」 「메누도」 「코끼리」 「블랙버드 파이」 「심부름」)으로, 이중 『정열』에 실렸던 4편은 국내에 최초로 번역되는 것이다. 1960~70년대 처음 소개된 비교적 초기 단편들부터 1986년에서 1988년 사이 〈뉴요커〉 〈에스콰이어〉 등에 게재된 후기 단편들까지, 서로 다른 시기에 쓰인 11편의 단편들은 미국 문학사에 커다란 획을 그은 레이먼드 카버의 문학적 성취를 여실히 보여준다.
저자

레이먼드카버

1938년5월25일오리건주클래츠커니에서가난한제재소노동자의아들로태어났다.고등학교를졸업하고제재소,약국,병원등에서일하며틈틈이문예창작수업을받다가1959년치코주립대학에서문학적스승인존가드너를만나게된다.이듬해문예지에첫단편소설「분노의계절」이실린다.1963년험볼트대학에서문학사학위를받고,아이오와주로이사하여아이오와작가워크숍에참여한다.1967년그의...

목차

거짓말007
오두막017
해리의죽음041
꿩057
상자들071
누가이침대를쓰고있었든099
친밀129
메누도147
코끼리177
블랙버드파이207
심부름241

레이먼드카버연보265
옮긴이의말269

출판사 서평

한밤에찾아온불안과잠에겨운새벽의이야기,
우리가견디는매일을끌어안는레이먼드카버의단편들

레이먼드카버작품의중요한키워드중하나는‘두려움’이라고할수있을것이다.“자기자신이언제어떤식으로변할지알수없다는불안감에서비롯되는”두려움,“어느날,갑자기지진이라도일어나는것처럼,삶에대해속수무책으로당하게될수밖에없으리라는공포,두려움”.(인용한부분은레이먼드카버에대해소설가손보미가쓴글에서따온것으로,이책출간과함께제작한소책자‘올어바웃북:레이먼드카버’에전문이실렸다.)「오두막」에는아내없이홀로산장의오두막에묵게된주인공미스터해럴드의막연한공포와불안감이총상을입은사슴과그를위협하는소년들이라는구체적인형태로드러나고,「꿩」에서제럴드가한밤중에자동차로꿩을친불안한사건은옆좌석에서“의식을잃거나중상을입은것처럼”“마치빌딩에서떨어진것”같은모습으로자고있던여자친구셜리와의말다툼으로,결국에는이별로이어진다.표제작「누가이침대를쓰고있었든」에서는한밤에걸려온전화가불안과두려움을촉발한다.“전화는한밤중에,새벽세시에오고,그래서우리는무서워죽을것같다”는문장으로시작하는이단편은한밤중에잘못걸려온전화로인해죽음과소멸에대한대화를나누게된부부의이야기가그려진다.전아내나아이들에게서걸려오는전화를피하기위해전화선을뽑아둔채잠들곤하던부부는하룻밤전화선뽑는걸깜빡하고,바로그날새벽에누군지알수없는‘버드’를찾는전화가걸려온다.잠에서깬두사람은담배를피우며대화를나누고,잠에겨운그새벽의대화는병과죽음에대한이야기로,생명유지장치의플러그를뽑는것에대한이야기로이어진다.

“만약언젠가필요한때가온다면나한테서플러그를뽑을거라고약속해주기를바라.결국그렇게되면말이야.내가하는말듣고있어?이거진지하게하는얘기야,잭.해야만한다면나한테서플러그를뽑아주기를바라.약속해줄래?”_본문에서

그러나플러그를뽑는것에대한대화를나눈뒤에도,전화선을뽑아더는전화가걸려오지않게된이후에도두사람에게는아직삶이남아있다.아침이찾아오면여느때와같이커피와주스를마시고잉글리시머핀을먹은다음차를몰고일터로가야한다.그렇게살아가는동안아마도무언가에대한두려움과공포가시시때때로이들의삶에끼어들테지만,그래서「상자들」에나오는어머니처럼끊임없이짐을싸고또풀며어느한곳에마음두지못한채살아가게될수도있지만,그럼에도카버는그일상을견디며살아가는인물들에대해쓴다.“그냥이걸견디며살거야.가능하다고생각하지않았던일들을이미견디고살았어.이것도견디며살게될거야,아마도”라고말하는인물에대해.그리고그런이에게이렇게이야기한다.“디어,두려움을갖지않으려고해보세요.”

카버다운단편들,그리고새로운시도

『내가전화를거는곳』에수록되었던7편의후기단편들은카버가1985년여름부터일년간쓴것으로,이중몇몇작품은카버의삶과밀접하게연관되어있다.작가인주인공이전아내의집을찾아가그녀를“소위작품이라는것에서전시하고조롱”한것에대한분노의말을듣고용서를구하는「친밀」을읽으면서는카버와전아내와의관계를떠올리지않을수없고,어머니와아들,딸도모자라동생에게까지돈을빌려주느라안그래도넉넉하지않은생활이더욱궁핍해진주인공이등장하는「코끼리」를보면서는두번의파산을경험한카버의경제적불안을자연히생각하게되며,「메누도」에서는1977년금주를결심하기전까지알코올중독으로네번이나입원했던삶의흔적이엿보인다.이런일련의단편들사이에서마지막수록작이자카버가생애마지막으로쓴단편「심부름」은다소이질적이다.우선형식적으로(「블랙버드파이」와더불어)‘미니멀리스트’가아닌카버의면모를보여준다는점에서특히초기의작품들과구별된다.실제로카버는한인터뷰에서“‘미니멀리스트’라는말에는비전과완성도가미약하다는느낌이있어서싫다”고말하기도했는데,그의생애마지막작품을읽어보면‘미니멀리즘’이란작가의다양한스펙트럼중일부에지나지않는다는카버연구가들의평에고개를끄덕이게된다.

또한「심부름」은카버의다른작품들과달리동시대미국을배경으로한것이아니라체호프의죽음을다룬일종의역사소설형식을띠고있다.카버는1987년초앙리트루아야가쓴전기『체호프』를읽은후이단편을쓰기시작했다.1904년7월2일새벽,죽어가던체호프의병상을찾아온의사가샴페인을한병주문했다는사실에카버는주목했고,이작은사건이그에게는굉장히독특한일인것처럼와닿았다고한다.“나는그걸어떻게다룰지,어떻게전개해야할지제대로생각해보기도전에바로그자리에서단편소설을쓰기시작했던것같다.나는몇줄을썼고,이윽고한두쪽정도를더썼다.독일의이호텔에서,늦은시각에닥터슈뵈러는어떻게샴페인을시킬수있었나?샴페인은누가,어떤식으로방에배달했을까등등.”(‘「심부름」에대해’,『내가필요하면전화해』에서)작품을발표한이후카버는이단편에대해“체호프에게,그토록오랜기간동안내게그토록큰의미였던작가에게오마주를바칠기회를얻었다”고표현하기도했다.카버가다름아닌‘미국의체호프’라고불리던작가였다는사실,그리고그런그가죽음을목전에두고쓴마지막작품이바로체호프의죽음에관한것이라는사실만으로도「심부름」은특별하지만,카버가뭔가다른것,새로운것을시도한결과라는점에서이작품은더욱주목할만하다.카버스스로도「심부름」을쓰면서이전까지자신이써온그어떤글과도굉장히다른글이되리라고생각했다.이새로운시도가이후어떤굉장한작품들로이어졌을지,카버의작품들이어떤다른모습을보여주었을지우리로서는영영알수없게되어버렸다는점이애석할따름이다.

“카버는어디에서도카버다”

한독자로서옮긴이가할수있는말은카버는어디에서도카버다,라는것뿐이다.보통작가의개성적인목소리이야기를많이하는데,옮긴이는이번에카버라는작가의개성적인온도생각을많이했고,희한하게도어떤이야기에서든그온도가대체로일정하게유지된다고느꼈다.나아가카버의작품에서는글로나타나지않은여백이그온도를유지하는조절장치역할을하는게아닌가하는생각을했다.카버때문에글이아니라여백을번역하여원문과온도를맞추는일을하게될줄이야._옮긴이의말에서

이책을옮긴정영목번역가의말처럼언제쓰인작품이든,어디에발표되었든“카버는어디에서도카버”이며“작가의개성적인온도”는어느단편에서나일정하게유지된다.그는정직하고무심한태도로삶을응시하며전혀드라마틱하지않은방식으로평범한인간사의작고별것아닌진실을보여준다.“시작하고,끝낸다.어슬렁거리지않는다.앞으로나아간다(Getin.Getout.Don’tlinger.Goon)”는마음으로작품을써내려가면서“이야기가말하고자하는것의심장부”에도달하기위해고쳐쓰고또고쳐쓰는작가,레이먼드카버.그의작품세계를완성하는조각들을바로이책『누가이침대를쓰고있었든』에서만나볼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