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의 도시인 (선비는 연애하고 노비는 시를 짓네)

한양의 도시인 (선비는 연애하고 노비는 시를 짓네)

$16.57
Description
사재기로 한몫 벌어보려다 망한 팽쟁라
지역 별미 다 싫고 서울 맛만 좋다는 심노숭
나무꾼 노비 정초부가 우아한 시로 읊은 애환
군칠이집에선 밤늦도록 술과 안주를 파는데 양반은 비구니와 열애중

돈 앞에 솔직, 연애엔 진심
도회지 탄생! 욕망하는 도시 18세기 한양
온갖 인간 군상이 들끓던 조선 후기의 활력
저자

안대회

연세대학교국문학과를졸업하고,같은학교대학원에서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성균관대학교한문학과교수로재직하며,인문학연구원장을맡고있다.지은책으로『궁극의시학』『담바고문화사』『벽광나치오』『선비답게산다는것』『조선의명문장가들』『조선을사로잡은꾼들』『천년벗과의대화』『정조의비밀편지』『18세기한국한시사연구』등다수가있고,엮은책으로『내생애첫번째시』,옮긴책으로『채근담』『해동화식전』『한국산문선』(공역)『소화시평』『완역정본택리지』(공역)『추재기이』『북학의』등이있다.

목차

1부감각과취향의시대
미식가심노숭과서울의맛
명품과사치
취미의발견

2부마이너시민의부상
도회지를어슬렁거리는똑똑한백수양반
공부하는보통사람
노비시인정초부

3부도회지골목사람들
남휘와비구니,금기를깬연애시대
윤기가묘사한상업도시서울의음지
조수삼이그린시정의인간군상
〈성시전도〉와한양의도시인

출판사 서평

뒤죽박죽.UpsideDown&InsideOut.
18∽9세기조선은뒤죽박죽모든것이뒤집히고근엄한도덕안에꼭꼭잘감춰두었던인간본연의자연스런성정과욕망이삐죽삐죽튀어나오기시작하던때였다.한문학을현대적필치로대중에소개해온안대회교수가『한양의도시인』에서조선후기의활력을생생하게그려냈다.
조선후기한양은낄낄거리며잡담을나누는시정사람들,물건을사고파는활력으로넘쳐났다.나무나하러다니는줄알았던노비가시를지어선비들과어깨를나란히하며시회에당당히입성했다.대부업으로부자가된도시남자남휘는재력으로비구니를유혹해연애한다.
당대문헌과한시를따라조선후기사회를들여다보면,우리가알고있던‘유학에갇힌조선’이란틀에의심이간다.인간욕망의긍정과계층을가리지않고발현된창작욕구에서,우리는조선의도회지풍경을,문화의번성과자유로운정신의맹아를발견한다.
이책에서는‘욕망’과‘사랑(연애)’,‘취향’과‘여항인’이라는렌즈로한양을들여다본다.

탐식가심노숭
까탈스런심노숭은서울맛만좋아했다.그는진심어린탐식가였다.여행중이라한동안면을먹지못하자월정사에서직접국수를뽑아먹으려시도할정도였다.그는맛과같은감각적쾌락을저급하다여기지않고적극표출했다.서울스타일의음식맛을자각한식도락가이자음식비평가로다양한음식을품평했다.메밀국수를좋아했다.고기는다좋아해서,각종일기에고기를향한탐욕을고스란히기록해두었다.오래먹을수있는밑반찬으로장조림을늘준비해뒀고,개장국을사철즐겼으며,닭국과꿩고기를자주먹었다.평양의오수집고기맛을섬세하게묘사했고,특별히난로회요리를좋아했다.그가즐긴난로회에서는벙거짓골에소고기를구워먹고신선로까지곁들인것으로보인다.

욕망긍정,솔직하게밝히는게뭐어때서
한시에서결핍된것은유독사랑이었다.하지만18세기에귀공자남휘와비구니의연애를노래한애정가사「승가僧歌」세편이대중을사로잡는다.이미혼인한부자양반남휘와출가한여승의사랑을그린가사다.
조선시대사회의관습과전통은젊은남녀의자유연애를허용하지않았다.그러나보편의감정은금기에맞선다.「승가」에는금지된연애실화가깔려있고,젊은도시남녀의욕망이표출돼있다.
재미있는것은남휘가대부업으로치부한양반이며여승을유혹할때도호강시켜주겠다고거듭강조한대목이다.남휘가비구니에게자기에게오라고설득하는대목중일부다.

고사리삽주나물맛이좋다하거니와
염통산적양볶이와어느것이나을손가.
모밀잔의비단끈을종요롭다하거니와
원앙침호접몽이어느것이좋을손가.

절에서먹는푸성귀도맛이좋기야하겠지만염통산적이나양볶이같은고기요리만하겠는가?혼자지내는것보다신혼의단꿈이훨씬더낫지않은가?남휘는물질적이고현실적인쾌락으로비구니를설득했다.비구니가남휘의구애를받아들인데낭만적사랑이없지는않으나현실적부귀영화를약속하는유혹에넘어간면도있다.「승가」에서는물욕과연애감정을숨기지않았다.

시정사람다룬『추재기이』,장안사로잡은노비의시
조선후기를읽는또다른키워드는‘여항인’이다.잊힌자,아무도거들떠보지않던시정사람들의생활과정서를묘사한문학이등장했다.사대부담론을피하고굳이촌스러운고담을하겠다던희대의이야기꾼조수삼의『추재기이』를통해하등의교훈도전해주지않는날것그대로의인간군상을돌아봤다.그는틀에안주하여인생을산사람에대해서는일부러관심을표명하지않고굳이시장바닥의마이너리티를탐구했다.의리를아는거지왕초달문,음란한소리를잘모사하는의영,사재기로한몫벌어보려는사심을품었다가잘나가던부잣집아드님에서알거지로쫄딱망한팽쟁라등당대기이한인물들의이야기가펼쳐진다.
그간문화사각지대에있던천민계층조차도적극적으로자신의예술세계를펼쳐보인다.‘정씨나무꾼’을뜻하는정초부는노비로서는드물게한시를짓고한양양반들에게이름을알렸다.현학적표현을배제한맑고담백한한시로장안을사로잡았다.노비출신시인홍세태는국왕의찬사까지들었다.영조는“천류홍세태라고부르는것이말이되는가?이렇듯이사람을모욕한다면모면할자가누가있겠느냐?”라고그를두둔했다.영조는유달리홍세태를높이평가해문집을대궐로들이라하여읽기도했고,그의대표작으로꼽히는「만월대의노래滿月臺歌」를아주아름다운작품이라칭찬했다.

카메라옵스큐라한양
한양의떠들썩한활기를활동사진처럼묘사한「성시전도시」를통해한양을본다.「성시전도시」는정조의기획으로,그는고위관료들에게한양을시로묘사하라고지시했다.본래〈성시전도〉(성곽으로둘러싸인도시,즉한양전체를그린그림)가존재했는데,한양을그림이아닌시로묘사한작품이「성시전도시」다.시인들은어명을받고쓴시에서세속한양의면면을그려냈다.
「성시전도시」15편가운데유난히돌출한작품은박제가의시다.그는창덕궁과창경궁,경희궁의묘사로시작한뒤바로시장묘사로들어갔다.앞부분은아래와같다.

두부파는광주리는탑처럼높이쌓였고
오이담은망태기코는노루눈처럼듬성듬성.
꽃게상자머리에이고,등에는아이둘러업고
갯가아낙머리쓰개는푸르딩딩무명천이로군.
어떤자는무게재보려고닭한마리들고섰고
어떤자는꽥꽥소리누르며돼지두마리짊어졌고
어떤자는땔감바리사서소고삐끌고가고
어떤자는말이빨을본답시고허리춤에회초리꽂고
어떤자는눈을꿈쩍꿈쩍거간꾼을불러대고
어떤자는싸움말리며잘지내라타이른다.

시인은자신의역량을시장묘사에쏟았다.독특한시선이분명하다.
그리고그시선을이어받아저자는『한양의도시인』에서조선후기의인정물태를오늘날독자들에게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