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린고비

자린고비

$15.00
Description
두터운 팬층을 가진 그림책 작가 노인경이 풀어놓는
삶의 색채, 향기, 온도에 관한 이야기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고비 씨의 일상에
톡, 방울토마토만 한 작은 돌멩이가 떨어진다
어려서부터 가난과 한식구처럼 살아온 고비 씨. 다행히 남들보다 잘하는 걸 일찍 찾아서 그림을 그려 돈을 벌며 살고 있다. 성실히 일하고, 특별히 자기 의견을 내지 않으며, 마감일을 정확히 지키는 것이 자린고비 씨의 원칙이다.
고비 씨의 식사는 하루에 두 끼, 김밥이다. 최대한 얇게 썰어 달라고 해서 최대한 천천히, 속을 하나, 하나, 빼서 먹는다. 옷은 어쩌다 보니 속옷까지 모두 까만색이다. 까만색은 물감이 튀어도 안 보인다는 장점이 있다. 어른이 되어 다행인 점은 옷이 작아져서 못 입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어디든 걸어 다니며, 목적지에 도착하면 버스나 지하철을 타지 않아서 아낄 수 있었던 돈이 얼마인지 계산해 본다. 과일이나 채소는 시장의 떨이 바구니를 이용하는 것, 여름에는 냉방 시설이 잘된 도서관을 이용하는 것, 겨울에는 난방 텐트를 이용하는 것 모두 그의 지혜이자 요령이다.
고비 씨에게는 오래 함께 일해 온 파트너가 있다. 정기적으로 그에게 그림을 의뢰하는 편집자이다. 어느 날 편집자가 방울토마토 한 팩을 건넨다. 너무 많이 샀으니 나누어 먹자는 말과 함께.
저자

노인경

그림책작가.근검절약형인간.순간의기쁨들을놓치지않으려하지만통장잔고에집착하는사람.매일스케치하고매일기록하고매일상상한다.그림책을만들면서여러모습의나를만난다.나의습관,나의그리움,나의희열,나의한계.이번에꺼내놓는것은고비씨의이야기다.언제나머리카락길이를날개뼈아래로유지하는고비씨를만나게되어반가웠다.고비씨에게자기를아끼는마음이계속계속생겼으면좋겠다.고비씨가건강했으면좋겠다.
그동안쓰고그린책으로‘밤이랑달이랑’시리즈와그림책『임금님귀는당나귀귀』『숨』『고슴도치엑스』『곰씨의의자』『코끼리아저씨와100개의물방울』『책청소부소소』등이있으며『책청소부소소』로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2012올해의일러스트레이터에선정되었고『코끼리아저씨와100개의물방울』로2013브라티슬라바국제원화전시회(BIB)황금사과상을수상했다.『고슴도치엑스』로2015화이트레이븐에,『숨』으로2019IBBY사일런트북에선정되었다.『자린고비』는그림책작가모임‘바캉스’의프로젝트에서시작된그림책이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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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달콤하고시큼하고단단했다.
맛이너무생생해서당황스러웠다.

세상에공짜는없다고생각하는고비씨가단호하게거절하자편집자는대신그림을그려달라고부탁한다.그림을그리는일은돈드는일이아니니자투리종이에작게그리자고결심한고비씨는방울토마토를받아들고집으로온다.찬물에씻어입에넣은방울토마토의맛은당황스러웠다.마치생전처음먹어보는맛처럼달콤하고시큼하고단단했다.껍질이이에닿아터지는소리와과육의질감,코를자극하는싱싱한감각이고비씨의작은방을가득채운다.다음번미팅에서고비씨는편집자에게그이야기를들려준다.

그림을그릴때나는주로수채물감을쓴다.
수채물감은물에녹여오래오래사용할수있어서좋다.

『자린고비』를이끌어가는그림은부드러운연필선과묽은단색의수채화이다.노인경은패턴스타일과팝업으로구성한『임금님귀는당나귀귀』,색연필과트레이싱지의겹침을이용한『숨』,픽셀아트로그린『코끼리아저씨와100개의물방울』등하고자하는이야기에따라서다양한스타일을구사해온작가다.이번에그가선택한흐릿하고,번져가며,어쩌면단조롭게진행되는그림스타일은오히려골똘한고비씨의생각과하루하루의시간,흘러가는계절감을담백하게담아낸다.최소한의선과색안에서독자는자기의삶을굴리기위해걸음을내딛는이의결연한표정을,빈틈없던일상에순간순간침입하는기쁨과새로움을,나와타인의이야기가겹쳐울릴때생겨나는조용한떨림을더가까이느낄수있다.

나는책상에앉아오늘치의그림을그린다.
내이름은자린고비다.

긴겨울끝에찾아온어느봄날오후에,고비씨는점심을먹으러와서떡볶이를주문한다.매일먹던김밥이아닌,계란이반알들어있고빨갛게익은양배추,파,어묵이든떡볶이는사천오백원이다.
“아…좋네요.”
매일먹던김밥이아닌떡볶이를주문해분식집아주머니를당황시키고,푸짐한한그릇의행복을느끼고나서고비씨는일어선다.시간과노력을다해하루치의그림을그리고,걸어야하는만큼의거리를걸어집으로돌아간다.고비씨의하루는여전하지만조금변했다.그의삶을둘러싼모든풍경들이아름답다.
책을먼저읽은수신지작가(일러스트레이터ㆍ만화가,『며느라기』작가)는“어쩐지마음이차분해지는날처음가보는장소에서이책을읽는다면그날을오래오래기억하게될것”이라고말했다.성실히살아가는우리의삶에필요한것은바로좋은기억의모습을한책갈피들일지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