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자리는 어디입니까 : 페미니즘이 계급에 대해 말할 때

당신의 자리는 어디입니까 : 페미니즘이 계급에 대해 말할 때

$16.46
Description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벨 훅스가 제안하는
인종과 젠더를 지우지 않고 계급에 대해 생각하고 말하는 법
미국의 대표적 페미니스트이자 사회운동가 벨 훅스의 『당신의 자리는 어디입니까』는 제대로 해소된 적 없으나 담론의 자리에서 사라져버린 계급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그간 벨 훅스는 불평등과 인종차별 철폐, 젠더, 계급 착취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썼으나 계급 문제에 온전히 집중한 건 이 책이 유일하다. 노동계급 가정에서 자라 교육으로 계급 사다리를 타고 중산층으로 올라선 저자의 증언은 계급 문제의 안팎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그는 빈부격차와 계급 갈등이 심화함에도 이에 눈감는 시대상을 지적하며 국가와 개인의 책임이라는 측면에서 계급 문제를 다룬다.
계급 문제는 점점 악화되고 있다. ‘금수저’와 ‘흙수저’로 대표되는 부의 대물림, 그에 따르는 주거, 교육, 건강 문제 등 부익부빈익빈의 굴레에 우리는 갇혀 있지만 놀랍게도 이를 이야기하는 자는 드물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현실부터 제대로 직시해야 한다. 벨 훅스는 지금 우리 각자가 어떤 계급에 속하는지, 왜 계급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는지부터 깨달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비지상주의와 부를 향한 욕망은 탐욕의 정치를 만들어냈고, 계급차별은 페미니즘의 기반을 약화시켰다. 이러한 현실을 지적하는 한편 빈곤층과의 연대를 통해 어떻게 하면 모두가 부와 풍요로움을 누리는 사회로 나아갈지 해법 또한 제안한다.
이 책은 2008년 국내에서 『벨 훅스, 계급에 대해 말하지 않기』라는 제목으로 한 차례 출간됐다. 문학동네에서 15년 만에 새롭게 펴내며 시대에 맞춘 번역으로 전면 개정했다. 또 여성주의 연구활동가 권김현영의 해제를 새로 덧붙였다. 권김현영은 가난한 사람을 경멸하는 우리 사회의 민낯을 드러내며 세대론 이슈에만 지나치게 매몰된 한국 사회에서 왜 여전히 이 책의 메시지가 유효한지 역설한다.
저자

벨훅스

미국의작가,교육자,문화평론가,사회운동가.1952년미국켄터키주흑인분리구역인홉킨즈빌에서태어났다.글로리아진왓킨스라는본명대신외증조모의이름을딴벨훅스를필명으로사용했고,독자들이자신의이름보다메시지에집중하길바라며필명의철자를소문자로만썼다.페미니스트로서젠더와인종뿐만아니라계급,교육,사랑,평화,예술,역사,대중매체,공동체,남성성,교차성등폭넓은주제를...

목차

머리말.우리가서있는자리
서문.계급이중요하다
1장.개인을정치적으로만들기:가족안에서의계급
2장.계급에눈뜨기
3장.계급과단순하게살기의정치
4장.돈에굶주리다
5장.탐욕의정치
6장.부자되기
7장.‘나부터’계급:젊은층과무자비한사람들
8장.계급과인종:새로운흑인엘리트
9장.페미니즘과계급권력
10장.백인빈곤:보이지않는정치
11장.빈곤층과의연대
12장.계급을핑계대다:부동산인종차별
13장.계급의경계를넘어
14장.계급제도없는삶
해제.어디에서누구와함께할것인가.페미니스트로서우리는._권김현영

출판사 서평

가난이무능인시대는정당한가

많은이가오늘날사회는열심히노력하면누구라도정상에설수있는‘계급없는사회’라고믿는다.하지만‘신분제’대신‘돈’으로계급이구축되면서계급은어디서든감지될지언정제대로보이지는않게됐다.가난을사회구조보다개인의무능과게으름탓으로돌리는시대속에서가난한이들은오랫동안침묵을강요받았다.많은시민이자신의계급을제대로인식하지못했고인종을,젠더를,세대를탓하며엉뚱한곳에돌을던졌다.
가난한노동계급가정에서자라가족중처음으로대학에진학한벨훅스는그곳에서특권계급의가치관을처음접한다.부유한환경에서성장하지못한친구를멸시하고증오하는동급생의모습을보며,노동계급에속한사람에겐가치관이없다고믿는사람들을보며벨훅스는자신의자리와계급문제를각성한다.그리고이러한계급인식을인간의‘탐욕’과연결짓는다.
‘나’와‘내것’만이중요한나르시시즘문화,쾌락을추구하는사치의문화가등장하면서사람들은가난을두려워하게됐고계급차별을문제삼았다가되려자신이몰락할까봐겁먹었다.그렇게정의와사회복지에관한관심은점점사라지고개인의책임과이기적인물질만능주의를좇는분위기가팽배해졌다.여기에언론의사회화까지더해져중산층뿐아니라대다수의빈곤층과노동계급도물질적풍요를추종하고부자를동경하며복지정책의수혜자는‘놀고먹으려는게으름뱅이’라고폄훼하게됐다.부와권력에동조해야만앞서갈수있다는인식이끊임없이주입된결과풍족한생활을누리는사람들조차도자신이‘가난하다’고믿을지경이다.벨훅스는이렇게탐욕에잡아먹히지않으려면지금바로계급문제에눈을떠야한다고,자신이어디에서있는지각성해야한다고거듭강조한다.

페미니스트로서계급에대해이야기하기

벨훅스는페미니즘운동이후,특권계급백인여성과계급상승에성공한다른인종의여성에게끊임없이착취당한수많은노동계급여성의삶에주목한다.벨훅스의어머니는두딸이딸린십대이혼녀였으나자신의위치를바꾸기위해결혼을택했다.특권계급페미니스트들은여성의사회진출이곧여성의해방이라는슬로건을내걸었지만하층계급여성들에게결혼은억압이아니라탈출구이기도했다.벨훅스의어머니는결혼으로자기자리를벗어났지만딸들은자기직업을가져제힘으로서도록돕는다.벨훅스가페미니즘운동의주요한목표로부자되기가아니라여성의경제적자립을내세웠듯이말이다.
페미니스트도노동계급,중산층,특권계급등각자입장이다르다.가부장제타파라는공통의목표로나아가려면먼저자신의계급부터이야기해야한다.계급문제를전면에드러내야만모든여성이힘을모으고단합된자매애도이룰수있다면서벨훅스는노동계급출신페미니스트로서자기고백을이어간다.자신또한결혼시절남편의수입에어느정도의존했고,남편과갈라선뒤에도3만달러넘는학자금대출을갚느라고군분투했노라고터놓는다.옷을사느라감당도못할빚에깔려서마음고생을했던과거를돌아보고돈때문에잠시나마이기적이고탐욕스러워졌던한때를반성한다.이렇듯자기경험을배치하고서사화하는방식을통해서벨훅스는‘여성이라는계급’을드러낸다.진솔한고백을통해우리각자의계급에서겪은모순적인문제를쉽게꺼낼수있도록용기를북돋워준다.

가난의얼굴은검은색이아니다

백인과흑인혹은남자와여자라는이분법적사고방식은이제그만멈춰야한다.부자는백인,거지는흑인같은스테레오타입으로인식해서는인종차별문제를심도있게논의할수없다.그모든것에계급이앞선다.부유한흑인과가난한백인처럼미국사회가애써눈감아온모습을지적하며인종을넘어선계급문제를논의한다.
벨훅스는대학시절에는기숙사에서유일한흑인학생으로자연히멸시의대상이되었고,쇼핑하러간고급백화점에서직원취급도받았고,부유한자기동네에서보모취급받았다.이렇게자신의상처를주저없이드러내면서그를멸시한건특권계급백인만이아니었다고강조한다.흑인엘리트도다를바없었다.자기네계급권력을동원해자신과반대되는흑인을검열하고침묵시키는흑인앞에서그는더욱혼란스러웠다.중산층에완전히수용되지못한흑인여성으로서의삶을바탕으로벨훅스는인종연대를통해계급엘리트주의종식의중요성을인식하는한편흑인빈곤층과백인빈곤층의인종을넘어선화합을강조한다.

모두를위한연대를꿈꾸다

노동계급과특권계급을모두겪어본벨훅스는계급타파수단으로연대의식회복을내세운다.가난한사람을동정하듯일시적으로돕는식으로는우리공동체와사회를변화시킬수없다.어떻게돈을벌며가진것을나눌것이냐에대한생각을바꿔야만계급억압과착취가벌어지는현실을뒤엎을수있다.계급을초월해모두가연대해야한다.벨훅스는계급을불문하고노동하는사람과,돈은우리의행복을강화해주는만큼만쓸모가있다고믿는사람과연대할것이라고했다.끊임없이직면하는계급이라는벽앞에서막막해하고,탐욕을내려놓는새로운사회를모색하는사람에게이책은좋은가이드가되어줄것이다.

책속에서

이책에실린계급에관한글은계급문제를국가와개인의책임이라는측면에서다룬다.내삶에가장직접적으로영향을준계급문제는물론이고,책임있게행동하기위해애쓰고정의를믿으며이땅에꿋꿋이뿌리를내리려는수많은사람의삶에관해이야기하고자했다.이책은노동계급으로서계급의식을갖게되고여기까지도달한나의기나긴여정이자계급차별은어떻게페미니즘의기반을약화시켰으며빈곤층과의연대는무엇인지,부자를어떻게생각해야하는지에대한내생각이기도하다.그외에소비지상주의와부를향한욕망이탐욕의정치를어떻게만들어내는지에대해서도다루었다.
모든인종의여성들그리고흑인남성들이급속도로최극빈층으로추락하고있다.침묵을깬다는것,그러니까계급에대해이야기하고우리가서있는자리를살펴본다는것은부와풍요로움을모두가함께나눌수있고,정의가개인의삶과공공의삶모두에게실현될수있는세상으로나아가는중요한발걸음이다.더늦기전에,우리가모두자기자리에그대로갇혀서우리의계급이나나라의운명을바꾸는일이불가능해지기전에,바로지금,계급에대해말하고우리가어디에서있는지이해해야한다._8~9쪽

돈을더벌고더많은물건을사들일수록자비의정신으로부터더멀어지고더탐욕스러워지고싶은유혹을느꼈다.탐욕의목소리는당신의귓전에이렇게속삭일것이다.다른사람에게빚진것하나없다고.당신이열심히일해서이것을샀으니남들도갖고싶으면열심히일해야한다고.당신이번돈이니어디든마음대로쓸권리가있다고.그런생각이떠올랐다는사실에소스라치게놀랐다.
가난한노동계급에서좀더특권을지닌계급으로출세한수많은사람이빠지는함정에나도걸려든것같았다.(…)나는돈을많이버는사람들이수입이상으로소비하는바람에스스로를가난하다고말하는경우를많이보았다.그들은자신이쾌락을추구하는소비가낳은쾌락문화의희생양이라고생각하지않았다.하지만이렇게그릇된논리를가졌기에이들은정말궁핍해서고통받는사람을못알아본다._116쪽

오늘날의빈곤은젠더와인종의문제를모두안고있다.인종과젠더의정치를이해하지않고서는미국의계급문제를제대로알수가없다.궁극적으로사회정의를실현하려는그어떤운동보다가난을퇴치하려는노력이가장폭넓게지지받는시민권운동의이슈가될것이다.더민주적이고정의로운세상에서,모두가각자의욕구에맞춰삶의기본욕구를만족시킬수있는세상에서살고싶다는공통된희망을지지하기위해지금껏한번도단결해본적없는사람들을하나로모으는노력이므로._221쪽

불평등과인종차별철폐,젠더,계급착취에관해책을여러권썼지만,계급문제에온전히집중한건이책이유일하다.지금까지책을쓰면서이번만큼극심한고통을사무치게느낀적이없었다.그래서책을쓰다가그대로엎드려아픈가슴을안고흐느껴울기도했다.지금은특권계급에속해있지만내인생의대부분을빈곤층과노동계급의일원으로서보냈다.대학원을졸업하고경제적사다리를오르는내내,내가태어난가족은물론가난한시민들,분투하는사람들과계급적으로연결되어있고그들과하나라는느낌을잃지않았다.그랬기때문에이들의계급으로인한고통과열망은물론이고가난하고노동계급인수많은사람이충분히벌지못해서,더많이벌지못해서,경제적삶을효과적으로개선할수없어서느끼는계급적패배감으로인한깊은슬픔에항상깨어있을수있었다._286쪽

지금까지는내가아프고빈곤해졌을때생각할수있는미래가전혀없었다.아프고빈곤해졌을때그삶도살만한삶일수있다고생각해본적이없다.늘지금보다세상이더나아질거라고믿자고,용기를내서맞서싸우자고해왔지만,진짜마음속깊은곳에서는한번도타인의선의를,비판적공유지의풍요로움을진심으로믿어본적이없었다.왜냐하면,그동안계급에대해말하지않았기때문이다.빈곤과함께살아갈수도있는미래가살만한삶일수도있다고한번도생각해본적이없기때문이다.그래서,지금우리는이책을읽어야한다.계급에대해말하기위해.페미니스트로서타인과함께살아가기위해.빈곤층과연대하기위해.그리고미래를살만한삶으로만들기위해._‘해제’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