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멸의 즐거움 (김명리 시집)

적멸의 즐거움 (김명리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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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23년 만에 새롭게 다시 만나는
한국 서정시의 어떤 극점!
정갈한 시어로 존재의 비극적 아름다움을 빚어내는 김명리 시인의 세번째 시집 『적멸의 즐거움』을 문학동네포에지 59번으로 새롭게 복간한다. 1999년 초판 발간으로부터 꼬박 23년 만의 일이다. 1984년 『현대문학』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김명리 시인은 『물 속의 아틀라스』(1988), 『물보다 낮은 집』(1991) 두 권의 시집을 발표하면서, 깊은 상처와 강한 자의식을 시인 특유의 격정적 리듬으로 표출해왔다. 그후 8년여 만에 펴낸 그의 세번째 시집 『적멸의 즐거움』에서는 보다 정련되고 정화된 시세계를 보여준다.
총 63편의 시들로 짜여진 『적멸의 즐거움』에는 세월의 두께 위에서 피워올린 환한 세계가 존재한다. 그러나 그 환한 세계는 순진무구한 세계가 아니라 상처 속에서, 그 상처를 딛고 일으켜 세운 환함이다. 폐허의 유적들을 답사하는 시인의 눈길은 쓸쓸하고 적막하지만, 그 폐허들은 시인의 언어에 의해 소멸에서 신생의 차원으로 거듭난다. 이것이 바로 김명리 시인이 이번 시집에서 펼쳐보이는 새로운 서정의 진경(眞景)이다.
정과리 평론가는 김명리에게서 “가장 본질적인 시를 빚어내려는 시인의 뜨거운 노동”과 “오직 언어에만 작용하는 형이상학적 고행”을 읽어내며 김명리 시인이 지닌 가장 큰 중력이 시임을, 그 숙명을 감당하며 온몸으로 수행(修行)하며 비의의 바위를 세운다고 보았다. 이것은 “한국 서정시의 어떤 극점에 가 닿았다는 느낌을 준다”.(『문학과사회』 2000년 봄). 『적멸의 즐거움』에는 “시의 제단에 바친 지극한 공(恭)이 편편마다 깊이 묻어 있다”(고진하). 격조 있는 서정시의 미덕을 골고루 갖춘, “우리 시에서 오랜만에 만나는 이 처연하고도 아름다운 서정” 앞에서는 “상처도, 그늘도 다 환해진다”(안도현).
그런가 하면 김수이 평론가는 폐허에 대한 순례자이자 소멸을 살아내야 하는 유약한 개별자라는 존재의 한계를 그려내는 한 마리의 새로 시인을 읽어낸다. 어둡고 한적한 폐허에서 김명리 시인이 발견한 소멸의 진정한 이면을 언급하며 적멸의 끝에는 아무것도 없음을 말한다. 오직 “어둡고 텅 빈 새조롱”이 하나 매달려 있을 뿐이다, 이것을 모르는 세상의 존재들은 그 초라한 기착지를 향해 쉼없이 “날아간다”(『문학과사회』 2000년 여름).

신생과 훼멸의 눈부신 접목,
존재를 초탈하는 깊고 드넓은 적요의 세계

『적멸의 즐거움』을 관통하는 주된 정서는 ‘적요’이다. 인간의 소박한 소망과 헛된 욕망이 천년의 세월에 씻겨 텅 빈 절터로 남은 공간에서 만나는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 그 고요의 소리로만 남겨진 세월의 무게가 빚어낸 적멸의 공간에서 시인은 “삐걱대는 맨 뼉다귀에 바람소리나 들이고 있는 저/적멸” “저 가득가득 옮겨앉는/햇빛부처, 바람부처, 빗물부처”(「적멸의 즐거움」)와 같은 폐허의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저 사어(死語)의 공간에서 시인은 과거로, 그러니까 저 절터의 준공 시기로 돌아가는 듯하지만, 시인은 과거에서 되돌아나와 현재의 삶의 안쪽으로 파고든다.
김명리 시 곳곳에 무르녹아 있는 “천년을 기어 뻘밭을 통과한/진흙게“(「먼길」)의 고통은, 바로 시인 자신의 고통이다. 시간과 공간을 온몸으로 폐허를 통과하는 자의 고통은 그러나 생을 견디는 도저한 힘으로 전환되고, 그것은 다시 자기 자신, 그리고 세계와의 화해를 거쳐 초탈의 경지를 향해 환하게 열려 있다. “저 어둠들을 비추기 위해/겨울산 바위 벼랑끝은 저다지 환하고” “노래는 다시 시작되지”(「다시 부르는 노래」). 이 시집은 한마디로, 폐허 위에서 신생을 위해 ‘다시 부르는 노래’인 것이다.
저자

김명리

1983년『현대문학』을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물속의아틀라스』『물보다낮은집』『적멸의즐거움』『불멸의샘이여기있다』『제비꽃꽃잎속』『바람불고고요한』,산문집『단풍객잔』이있다.

목차

시인의말
개정판시인의말

1부
비오는주막/저무는강물위에/얼음위에내리는눈/빈집/가을수종사/봄밤의수문을열다/물결들/냇물/물소리를따라간다/백천사길/흐르는집/유수지,봄/진눈깨비/먼길/밤바다,그울음의지척/적념

2부
배밭속의집/배밭속의길/눈길/푸르른밤/대작/또봄이왔으니/붉오동심은뜻은/해미(海美)라는이름/가을나무의말/내설악가을나무의말/리기다소나무/어흘리는안개를붙든다/겨울제부도/동해일몰/오지리벌말의밤/들판에서서

3부
느릅나무그늘/적멸의즐거움/꽃그늘사이로/배롱나무/소리에귀를베이다/운주사와불의눈/풀잎속의방/어라연여울목에는/소나기떼/능소화꽃핀그마을을돌아나올때/고달사빈절터에누가사나/등대/다시부르는노래/사랑의길/낙수

4부
새/새란새들은온갖구름들은/아주가벼운웃음/배음/여량에저물다/내안의짐승/일몰을몰아오는새/발걸음뒤/누가내등을떠밀었나/9월바다는/무거운새/얼음꽃/전등사,눈/서호에서/우포가는길에/내가가는곳은어디인가

출판사 서평

그리운마음일때‘IMissYou’라고하는것은‘내게서당신이빠져있기(miss)때문에나는충분한존재가될수없다’는뜻이라는게소설가쓰시마유코의아름다운해석이다.현재의세계에는틀림없이결여가있어서우리는언제나무언가를그리워한다.한때우리를벅차게했으나이제는읽을수없게된옛날의시집을되살리는작업또한그그리움의일이다.어떤시집이빠져있는한,우리의시는충분해질수없다.

더나아가옛시집을복간하는일은한국시문학사의역동성이드러나는장을여는일이될수도있다.하나의새로운예술작품이창조될때일어나는일은과거에있었던모든예술작품에도동시에일어난다는것이시인엘리엇의오래된말이다.과거가이룩해놓은질서는현재의성취에영향받아다시배치된다는것이다.우리는현재의빛에의지해어떤과거를선택할것인가.그렇게시사(詩史)는되돌아보며전진한다.

이일들을문학동네는이미한적이있다.1996년11월황동규,마종기,강은교의청년기시집들을복간하며‘포에지2000’시리즈가시작됐다.“생이덧없고힘겨울때이따금가슴으로암송했던시들,이미절판되어오래된명성으로만만날수있었던시들,동시대를대표하는시인들의젊은날의아름다운연가(戀歌)가여기되살아납니다.”당시로서는드물고귀했던그일을우리는이제다시시작해보려한다.

문학동네포에지6차분리스트

051이규리『뒷모습』
052진이정『거꾸로선꿈을위하여』
053허영선『추억처럼나의자유는』
054유하『나의사랑은나비처럼가벼웠다』
055안정옥『붉은구두를신고어디로갈까요』
056이희중『푸른비상구』
057유진목『연애의책』
058김홍성『나팔꽃피는창가에서』
059김명리『적멸의즐거움』
060권대웅『조금쓸쓸했던생의한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