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쓸쓸했던 생의 한때 (권대웅 시집)

조금 쓸쓸했던 생의 한때 (권대웅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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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호수는 정작 새를 담고 있는데
그 위를 나는 새는
물속에 비치는 것이 또다른 새인 줄 알고
다가가지 못한 채 호수 위를 맴돌기만 하네 _「마음속 풍경」 부분

길을 걷는데
햇빛이 이마를 툭 건드린다
봄이야
그 말을 하나 하려고 _「햇빛이 말을 걸다」 부분

마음이 밖으로 나와서 물끄러미
나를 바라볼 때가 있다
골목길에서
둥근 회전문이 돌아가는 건물 앞에서
사람들로 가득한 거리에서 _「쇼윈도」 부분

198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권대웅 시인의 두번째 시집 『조금 쓸쓸했던 생의 한때』를 문학동네포에지 60번으로 복간한다. 2003년 초판 발간으로부터 꼬박 19년 만의 일이다. 첫 시집 『당나귀의 꿈』(1993) 이후 10년 만에 묶은 시집이며 총 3부 55편의 시들로 짜여져 있다. 초판 해설에서 이승하는 권대웅의 시에서는 “슬픔의 핵 혹은 비애의 정수”가 느껴진다고 말한다. 권대웅은 ‘외로움’과 ‘그리움’을 기본적인 정신세계로 하여 독자의 마음에 파동을 일으킨다. 그가 그려낸 풍경화 앞에 서면 마음이 울적해지지만 시간이 지나면 영혼이 정화되는 개운함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쓸쓸함과 슬픔이 지나간 자리에 남는 감동이 권대웅의 시가 지닌 가장 큰 매력이 아닐지 이승하 시인은 묻는다. 이문재 시인은 그의 시를 읽는 동안 도무지 배가 고프지 않았다며, 순정한 언어들을 따라가다보면 꽃이 피어나고, 뿌리가 깊어지며, 저기 산맥까지 늠름해진다 한다. 그런가 하면 말간 눈물과 환한 햇빛이 부둥켜안고 있는 그의 마음속 황금여울은 아름답다고 말하고 싶은 슬픔이자, 따뜻하다고 말하고 싶어지는 적요로움이다.(정끝별) 시집을 복간하며 시인은 말한다. 어딘가 두고 온 생, 그 기억과 감정과 풍경들이 살아 다시 돌아온 것 같다고, 파란 신호등이 켜져도 건너지 못했던 그 생의 한때를 당신에게 바친다고(개정판 시인의 말).

네 눈 속 깊은 곳에
참고 있던 맑은 눈물이 흘러서
봄날 환한 햇빛 위를 날아가네
아 눈부셔라
수정처럼 투명한 네 눈물이 햇빛과 만나는
저 슬픔이 눈부셔
새들은 그 공중을 지나가다가
그만 눈이 멀어버렸네

-「황금 여울」 전문
저자

권대웅

1988년조선일보신춘문예를통해등단했다.시집『당나귀의꿈』『조금쓸쓸했던생의한때』『나는누가살다간여름일까』가있다.

목차

시인의말
개정판시인의말

1부
황금여울/민박/마음속풍경/이곳속저너머/봄날의주문/삶을문득이라부르자/마음의길을물어/서쪽으로난하늘/저집/화석/겨울양수리/저비/하늘색나무대문집/분꽃/빨간불에서파란불로바뀌는순간/높은아주높은/깊은아주깊은/풍경

2부
봄비에게길을묻다/생은다른곳에1/생은다른곳에2/꿈속에서잠시살다갔네/메뚜기떼가오고있다/영등포/천국보다낯선/저나비/쳇베이커를아십니까1/쳇베이커를아십니까2/서울역으로가는마지막비상구/내몸에짐승들이/흰구름의날들/세월의갈피/솜틀집/햇빛이말을걸다/블루슈다이어리/당나귀의꿈2

3부
꽃피는소리에벌떡일어나/호박등/장독대가있던집/2월의집/나홀로지상에/기다리는편지/새로운도시1/새로운도시2/쇼윈도/초승달/가문비나무숲에두고온저녁/8월의눈사람/맨드라미에게부침/십우도/휘어진길저쪽/인생/어두운둥지/쓰봉속십만원/낮달

출판사 서평

그리운마음일때‘IMissYou’라고하는것은‘내게서당신이빠져있기(miss)때문에나는충분한존재가될수없다’는뜻이라는게소설가쓰시마유코의아름다운해석이다.현재의세계에는틀림없이결여가있어서우리는언제나무언가를그리워한다.한때우리를벅차게했으나이제는읽을수없게된옛날의시집을되살리는작업또한그그리움의일이다.어떤시집이빠져있는한,우리의시는충분해질수없다.

더나아가옛시집을복간하는일은한국시문학사의역동성이드러나는장을여는일이될수도있다.하나의새로운예술작품이창조될때일어나는일은과거에있었던모든예술작품에도동시에일어난다는것이시인엘리엇의오래된말이다.과거가이룩해놓은질서는현재의성취에영향받아다시배치된다는것이다.우리는현재의빛에의지해어떤과거를선택할것인가.그렇게시사(詩史)는되돌아보며전진한다.

이일들을문학동네는이미한적이있다.1996년11월황동규,마종기,강은교의청년기시집들을복간하며‘포에지2000’시리즈가시작됐다.“생이덧없고힘겨울때이따금가슴으로암송했던시들,이미절판되어오래된명성으로만만날수있었던시들,동시대를대표하는시인들의젊은날의아름다운연가(戀歌)가여기되살아납니다.”당시로서는드물고귀했던그일을우리는이제다시시작해보려한다.

문학동네포에지6차분리스트

051이규리『뒷모습』
052진이정『거꾸로선꿈을위하여』
053허영선『추억처럼나의자유는』
054유하『나의사랑은나비처럼가벼웠다』
055안정옥『붉은구두를신고어디로갈까요』
056이희중『푸른비상구』
057유진목『연애의책』
058김홍성『나팔꽃피는창가에서』
059김명리『적멸의즐거움』
060권대웅『조금쓸쓸했던생의한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