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점심시간 : 우리가 가장 열심이었던 날들

너와 나의 점심시간 : 우리가 가장 열심이었던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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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선정

오랫동안아이들을학교에서만났습니다.이제학교밖세상에서다른많은것들을만나보려고합니다.『최기봉을찾아라!』,『방학탐구생활』,『멧돼지가살던별』,『세상에없는가게』를썼습니다.장편동화『최기봉을찾아라!』로푸른문학상을,『방학탐구생활』로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대상을받았습니다.

"어린이들과이야기할기회가많은직업을가진덕에재미있는일,고개를끄덕이는일,어이없는일들이참많았어요.그런데일일이다적어놓지못하고시간을보내서무척아쉽습니다.그때는여기저기서들려오는이야기들이너무많고정신이없었거든요.이제찬찬히생각하며잘적어보려합니다.좋은이야기가이렇게책이되는건언제나신나고멋진일입니다.이이야기가기어코동화로탄생하도록열심히부채질을해준이들모두정말고맙습니다."

목차

프롤로그너와나의점심시간9

1부.어쨌든오늘도교실로
맞춤법의기쁨과슬픔17
초여름벤치에서나눈대화23
나는너의본모습을알고있다28
모두가좋아하는시간은아냐34
내가제일이다,어림없구나40
놀이는목숨걸고44
선생님이결석한날50
1학년이라는우주55
성장의쑥버무리61
매너가사람을만든다65
수학이라는걸림돌70
어쩐지과학자가된기분75
그날아침우리가읽었던『모모』80
어른의세계로달려가고싶다85

2부.하루도조용할날없는어린이민원상담실
친구가혼나면기분이좋거든요93
어린이들의채무관계99
일인일역할없는유토피아106
축구장을사수하라!110
너한테만주는마이쮸116
나는너에게사과를받고싶다122
빈틈없는교실의이면129
이해와오해사이134
즐거운체험학습142
진짜로즐거운체험학습147
대화에는체력이필요해151
마니또를합시다156
화도먼저,화해도먼저161

3부.너도나도애쓰는삶의현장에서
외로운아이도계속외롭진않다169
그럼언제놀아?난그냥놀고싶은데175
치료받는아이들180
우리가놀면다놀이터186
올해의한아이191
내친구의집은어디인가196
비닐하우스앞의두아이201
자세히보면평화롭다207
불평등의진화212
겸손하고뻔뻔하게살아갈수밖에218
스승찾기222
너의졸업,나의졸업227

에필로그계속되는점심시간235

출판사 서평

우리가인생에서가장열심이었던날들은언제일까.‘학교’라는거대하고낯선세상에조심조심발을내딛고정신없이단체생활에적응해나가야했던초등학생시절이아닐까?오로지내가나로서주목받던시절,내감정과표현이전부였던유치원시절을벗어나,규칙과인내를배우며다른사람과함께살아가는법을익혀야하는그시절은말못할난처함과어려움으로가득했을것이다.지금은희미해졌을그어린날들이책속에서생생하게펼쳐진다.오늘은무슨메뉴가나올지기대되는점심시간,문제풀이를시키면어떡하나두려운수학시간,마치과학자가된듯근엄한표정을짓게되는과학시간.과목마다반갑고익숙한감정들이새록새록떠오른다.동화작가인저자의재치있고흡인력있는문장이우리를단번에교실로데려가교실에서만느낄수있는감정들을하나하나밝혀준다.

교사에게는일터,어린이에게는삶터
교실에서함께생활하며함께무럭무럭성장한다는것

하루도조용할날없는어린이민원상담실로출근해그대혼란의틈바구니속에서끝없이잔소리를하는사람.초등교사인저자는자신의직업을이렇게소개한다.제각기다른성격의어린이들을한데모아딱딱한의자에앉혀매일반나절의일정을함께보내야하니,교실생활이란어린이에게도어른에게도만만치않은과업의연속이다.훌륭한선생님처럼능숙하게수업을이끌고싶지만마음먹은대로흘러가는날은잘없다.주목받고싶어자꾸엉뚱한질문을하는아이,자기눈에거슬리면무엇이든고발하는아이,선생님이말할때똑같은속도로혼잣말을하는아이등교실속아이들은다양한행동으로선생님을시험에빠뜨린다.가끔체력이올라오는날에는어린이의심리적허기짐을이해하려고노력하지만,대부분은실패하고아이들과각축전을벌이다씁쓸하게하루를마무리한다.그렇게후회하고마음을다잡아도다음날실패와후회를또다시반복하며어쩐지완벽한선생님의모습과는점점멀어져간다.

교실생활은늘현재진행형이다.함께일상을살아가는일에는속시원한결말이나해답이없다.툭하면불거지는돈문제부터점심시간운동장축구자리싸움,내가좋아하는아이가나를좋아하지않는문제,바뀌고또바뀌는관계의양상에지치는마음까지,교실에서일어나는크고작은문제들은사실하나하나복잡한사정을품고있다.이때교실에서함께생활하는어른이해야할일은그사정을헤아려주는것,아이스스로도몰랐을마음과의도를좋은쪽으로해석해주며다음으로나아가자고손내미는것이다.때로는장난기가득한친구의모습으로,때로는엄격한선생님의모습으로상황에따라자리를바꾸어가며교실에서일어나는각종민원사건들을차근차근해결하는저자의진중한태도에서신뢰가느껴진다.

사람은여러가지방식으로사회에적응하며자기자신을만들어나간다.그방법이다양하다는것을알아가는과정은그아이뿐아니라주위사람들의폭도넓힌다.결코헛되고무용한견딤이아니다.우리는함께살아야하고함께살수있다는것,교실은그것을배우는곳이니까.(195쪽)

그렇게교실에서부대끼다보면아이들과서로상처를주고받을때도있다.이때교사로서느끼는어려움과부끄러움또한여러에피소드를통해솔직하게드러난다.아픈시행착오를거치며경력이쌓여도아이들마음에다가가는일은늘조심스럽고,모두한방향으로나아가야하는교실생활이란결코쉽지않음에대해털어놓는다.어린이의사정을눈에보이는대로판단해꾸짖거나말뿐인격려로사건을일단락하지않고,함께생활하는어른의책임을다하는저자의모습에서교사또한하루하루함께성장하고있음을읽어낼수있다.친구없이혼자인아이에대한안타까움,교실내역할분담,온갖치료를받아교실로편입되는아이들등초등학생아이와함께지내는어른이라면한번쯤생각해봤을주제들에저자의경험치가더해져여러생각할거리들을안겨준다.

지금도교실생활자이거나,한때교실생활자였던
우리모두를학교로데려가는책

90년대후반에교사가되어코로나팬데믹시대까지학교에서일하며학교문화와교실풍경의변화를몸소느껴온저자이기에풀어낼수있는학교이야기의스펙트럼또한넓다.이제는역사속으로사라진가정방문과‘놀토’의추억에대한이야기는달라진환경에서우리가얻은것과잃은것을생각해보게하고,학교폭력이난무했던시절의이야기는오늘의불평등을더예민하게감각해야한다는경각심을갖게한다.한편세월이흘러도크게달라지지않는점심시간의풍경과마니또를향한열광,정신없는체험학습과뭉클한졸업식의스케치는우리에게익숙한감정을일깨우며옛추억들을소환해웃고울게한다.

김성라작가의포근한일러스트와함께교실생활자의이야기에푹빠져있다보면한동안잊고살았던교실생활의기억들이방울방울떠오를것이다.어린이와함께살아가는어른들에게는현실적인공감을선사하고,한때어린이였던모든어른들에게는어린시절이해받고싶었던진심들을살뜰히짚어주는에피소드들이가득하다.학교라는치열한삶의현장에서애쓰며성장한우리모두에게수고했다고,그리고지금도애쓰고있을어린이들의마음을더깊이들여다보자고말을건네는책이다.

“지금도나는꿈속에서자꾸학교로간다.
어떨땐학생이고어떨땐선생이다.

선생님심부름을하다가불현듯
복도에우두커니서있기도하고,
정신없이수업준비를하다가
교실로가는길을잃어버리기도한다.

학교는한사람의인생깊은곳에
이렇게오래오래자리하는가보다.

쓸쓸함없이,헤매는일도없이
그저익숙한마음으로학교를떠올리고싶다.
한때가장중요했던교실속내자리에
언제라도가뿐한마음으로놀러가고싶다.”_김선정

책속에서

그날나는급식먹는어린이를처음제대로본것같았다.그리고깨달았다.매순간저런노력이어린이의학교생활을채우고있다는것을.내가내자리에서애쓰듯이아이들은아이들자리에서온몸으로애쓰고있다는것을.나또한그런시간을거쳐이렇게어른이되어서있다는것을.(12쪽)

사람은나로서충분한시절,내감각이주목받고내표현이전부인시절을벗어나나와같이빛나는존재였을타인과함께살아가는법을배워야한다.글쓰기로말하자면맞춤법이나호응관계나문장부호따위를받아들여야하는것이다.나는아이들을신기한맞춤법의세계에서매끈한법칙의세계로인도한다.언젠가이밋밋한학교를떠나울퉁불퉁하고멋진자신만의세계를만들어나가기를기대하면서.(21쪽)

교실에서생활하다보면1학년부터6학년까지모든아이들이진지한대화의상대가된다.유치원이나어린이집도마찬가지일것이다.어린이와대화하는것은결코사소하거나유치한일이아니다.뭐라설명하기힘든자잘한노하우가학년별로여러개있다.누가뭐래도이것은당당한전문성이다.(43쪽)

“아파서그래?”“슬퍼서그래?”“불편한거야?”“기분이나빠?”수없이건너오는이런말들속에서어린이들은하루가다르게자라난다.좁은교실속딱딱한의자에앉아같은방향을바라보는학교생활에적응해나간다.1학년교실은우주선같다.인생의긴항해를시작한우주인들이가득한우주선.(60쪽)

그랬다.4학년,5학년,6학년아이들은1학년,2학년,3학년을그냥거쳐온것이아니었다.그들은생각나는대로말하고짜증부리면서자기욕구를이야기할때마다가르침을받아왔던것이다.여러사람앞에서존댓말쓰기,내욕구를솔직하게말하되담백하게전하기,다른사람에게화내면서말하지않기등교과서에나오지않는수많은매너들을배워왔기에6학년에이르러서는선생님을감동시키는초등교양인으로성장한것이다.(68쪽)

저렇게놀기위해지난한과정을거쳤다.체육관과본관사이,에어컨실외기가있는그비좁은공간에서축구를하기위해아이들은규칙을만들어내고세상에서하나밖에없는축구를한다.우리가아니고는이곳이그렇게소중한축구장이라는걸절대알아보지못할것이다.(114쪽)

아이들은자신의마음과의도를정확히모른채로행동할때가많다.앞날에대해예견하는것도,경험에비추어다른사람의의도를짐작하는것도서투르다.같은말과행동에대해서로다른해석을할때도많다.그래서어린이들의마음을되도록좋게해석해주는노력이필요하다.(140쪽)
아이들을단체로데리고학교밖으로나와보면세상이아이들에게얼마나각박한지알수있다.대중교통에서마음껏떠들던어른들도아이들목소리에는유난히엄격한듯하다.아이들에게조용히하라고윽박지르고,담임인나에게아이들을잘지도하라며눈을부라린다.다른어른이떠들때는한마디도못하면서아이들목소리가모이면꾸짖고화를낸다.이럴때는나도모르게아이들과같은마음이되어어른들을미워하게된다.(149쪽)

어쩌면아이들이마니또를하자고하는이유는선물이나맛난간식이전부가아닐지도모른다.책상위음료수,가방고리에달린알수없는쇼핑백,누군가로부터날아온예쁜쪽지,사물함에놓인작은선물상자는우리모두에게설렘과행복의또다른이름이니까.누구나이름모를누군가로부터조건없는친절을받아보고싶은법이다.(159쪽)

혹시오늘혼자이진않았는지묻고,억지로친구를연결해주고,아이에게조금이라도상처를준것같은친구에게날을세우는것은결국어른들의불안때문이다.그리고어른의이런불안을어린이들은금방눈치챈다.바뀌고또바뀌는관계에지친아이들이쉴수있는틈을만들어주는것,당장은막막하겠지만지나고나면조금자유롭고편안한순간이찾아온다고말해주는것,그도아니면그저모른척해주는것.어쩌면어른의역할은그것이전부일지도모른다.(173쪽)

교실에서함께생활한다는것은생각보다힘이세다.편견과차별은일상을꾸려가는데많은방해가된다.아이들은그런귀찮은것들은걷어내고얼른놀기에바쁘다.차별도특별대우도안한다.‘편견없다’는말이아이들에게는기본값이다.(178쪽)

오래된계단난간도,야생그대로의언덕도놀이터로바꾸어행복하게놀수있는아이들이부럽다.그런모습을보면이제는사라져버린,그러나분명내가거처했던네버랜드도어렴풋이기억나는것같다.그리고아이들이만들어낸그행복을늘깨뜨리는사람이나인것같아서미안하다.(190쪽)

사회의약자를대하는사람들은날마다인식을벼리지않으면언제라도퇴보의길로가기쉽다.타자와자리를바꿔내가쓰는말을,내가쓰는공간을,내가누리는것들을낯설게바라봐야한다.우리가비교해야할것은옛날과지금이아니라오늘,나와타자의자리다.(217쪽)

‘사랑해요’라는말이대뜸적힌수많은카드와편지.조금만친해지면그려줬던내얼굴.색색의종이로접어준하트와꽃.통크게나눠준정체불명의간식.손등에붙여준스티커.내건조한설명이무색할만큼눈부시고놀라웠던수업시간작품들.이런것들로학교에서의내일상은다채롭고화려했다.솔직하고겸손하며나쁜일을잊는데선수인작은사람들덕택에나는천성적인우울과비관을잊고많은순간낙관적일수있었다.(23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