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밤 나는 적막한 집을 나섰다 -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21

어두운 밤 나는 적막한 집을 나섰다 -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21

$14.00
Description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페터 한트케
강렬하고 시적인 언어로 펼쳐지는 환상의 편력
엘프리데 옐리네크에 이어 두번째로 2019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오스트리아 작가, 작품을 발표할 때마다 파격적 형식과 내용으로 찬사와 비판을 넘나드는 문제적 작가 페터 한트케의 장편소설 『어두운 밤 나는 적막한 집을 나섰다』가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으로 다시 선보인다.

고독하고 건조한 일상을 보내다 의문의 일격을 당한 충격으로 실어증에 걸린 주인공이 집을 나서서 스텝 지역을 떠돌며 온갖 기이한 일을 겪은 끝에 마침내 말을 되찾고 집으로 돌아오기까지를 그린 작품으로, 현실과 환상,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그로테스크한 여정이 감정을 배제한 언어에 실려 신중하고 집요하게 가지를 뻗어나간다. 이 로드무비는 또한 성배를 찾아 모험을 떠난 중세 기사처럼 수수께끼의 한 여자를 추적해 만나고 이별하는 사랑 이야기이자, 다른 사람이 되기 위한 내면 성찰의 편력이 중심이 되는 발전소설이며, 이야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메타픽션이다. 주인공이 익명의 일인칭 화자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로 줄거리를 만들어가는 『어두운 밤 나는 적막한 집을 나섰다』는 중첩되고 굴절되며 새로운 소설의 경지로 나아간다.

독창적인 언어로 인간 경험의 주변부와 그 특수성을 탐구한 영향력 있는 작품세계를 보여주었다.
2019년 노벨문학상 선정 이유
저자

페터한트케

1942년오스트리아케른텐주그리펜에서태어났다.유년시절의대부분을문화적으로척박한벽촌에서보내며일찍부터전쟁과궁핍을경험했다.그라츠대학교에서법학공부를하다가4학년재학중에쓴첫소설『말벌들』로1966년에등단했다.그해미국서개최된‘47그룹’회합에참석한한트케는당시서독문단을주도했던47그룹의‘참여문학’에대해맹렬한공격을퍼부으면서이목을끌었다.한국에서도꾸준...

목차

어두운밤나는적막한집을나섰다…009

해설|일상적존재방식의부정과다른사람되기203
페터한트케연보221

출판사 서평

실어의상태로떠도는환상의편력
말을되찾고다른사람이되기위한여정

잘츠부르크에인접한마을‘탁스함’에사는독수리약국의약사는예민한후각의소유자,버섯전문가이자중세영웅서사시의애호가로,아내와한집에살면서도보이지않는금으로서로의영역을구분하고절대침범하지않는기묘한별거생활을하고있다.이후아내와딸,아들이모두모종의이유로집을떠나고,혼자남아집과약국과공항(근처의레스토랑)을축으로하는삼각지대안에서고독하고건조한일상을보내던약사는어느날숲속에서불시의일격을당한다.그여파로이마의상처와실어증을얻은채단골레스토랑으로향하고,그곳에서올림픽영웅이었으나몰락한스키선수그리고한때유명세를누렸지만지금은잊힌시인을우연히보게된그는쏟아지는비를아무렇지도않게맞으며산책하듯걷는두사람을자기차에태운뒤서로한마디도주고받지않은채계획도목적지도없는여행을떠난다.

일행은도중에스키선수가아는어느과부의집에머무는데,이날깊은밤‘승리자’라는이여인에게약사는느닷없이가혹한구타를당한다.탁스함에서의일격으로이미상처를입은이마에또다시폭력의흔적이더해지지만그런약사의모습에도스키영웅이나시인은이렇다할반응이없고심지어그가말을하지않는다는사실조차눈치채지못한다.이기묘한세사람은오백개의터널을지나알프스를넘어일명밤바람의도시‘산타페’에도착한다.

마침성모승천일축제가한창인그곳에서약사는집시음악가가된아들과재회하고,이만남으로그를집에서내쫓았다는죄책감에서서서히놓여난다.시인은축제의여왕이되어거리를행진중인사생아딸을발견한다.일행은축제가끝난뒤에도도시에머물며일상으로돌아가려는그곳사람들과함께몸을쓰며일을한다.변두리동네를돌아다니며‘승리자’여인을찾던약사는일행과헤어져혼자서스텝지역으로향한다.떠돌이행상,수렵꾼들,미치광이노인을쫓는군인과중년남자를마주치기도하며불가사의로가득찬낯선그곳을마치꿈속처럼떠돌던그는사라고사에서드디어‘승리자’여인을만난다.그리고스텝지역에서실어상태에더없이만족해있는그에게무언無言이이전의모든체험과기억을무가치하게파괴해버릴것이므로새롭게말하려는시도를해야한다고,새로운단어를찾아내고,문장을새로만들고,다시입을열어얼토당토않고터무니없는말이라도해야한다고속삭이던그림자의정체가그녀였음을깨닫는다.‘승리자’여인의도움으로말하는힘을되찾은순간그에게사랑이솟아나고,함께귀로에오르지만헤어져그혼자서집으로향한다.

“그동안어디선가나자신에게맹세한적이있었어요.
언젠가내가이곳으로돌아올때는딴사람이되어있을거라고!”(본문192쪽)

환상과현실이,과거와현재가뒤섞이며시작부터끝까지이해할수없는일의연속이었던주인공의여정은그에게자아변화또는성숙,즉다른사람되기의과정이며,이는자아탐색또는정체성추구,현실보다내면세계탐구에천착하는한트케의문학세계와맞닿아있다.작품활동초기연극에서기존형식을파괴하는전위적언어실험을시도했던한트케는1970년대에이르러전통적서사로옮겨가자아의내면성찰에집중하는데,현실을떠나낯선도시와스텝지역을편력하는소설속약사의여정에서도외적환경못지않게심층적의식세계를세세히기술한다.다른사람이되기위해의식세계로떠나는여행을다루기에발전소설로볼수있는이작품은주인공이미래를지향하는일반적의미의발전을경험하지않으므로기존발전소설과는차이가있는,한트케식‘발전없는발전소설’이라할수있다.

주인공의변화또한전통적스토리텔링과는거리가먼,돌발적인사건에의해파격적으로이루어진다.탁스함의약사에게변화의결정적인계기는도발적이고느닷없는폭력과그로인한실어일것이다.그의실어증은“새로운시선을획득하기위한전제”가되며,말을되찾는과정은스스로에게조차기억되지못하던자신을찾아가는과정과다름없다.

소설은기이한모험을마친약사가어느겨울날그의이야기기록자와만나대화를나누는것으로마무리된다.앞서약사의여정이진행되는중간중간끼어들던익명의일인칭화자가이야기를듣고기록하는서술자로다시한번전면에등장하는것이다.바로그존재를통해환상이현실이되고과거가현재가되며화자가다시독자가되는,이야기속시간과이야기가이야기되는시간이중첩되고굴절되는이소설의독특한서술구조가가능해지며,나아가이야기속의이야기,이야기에대한이야기,메타픽션으로도읽힐수있게된다.

방랑과기행奇行,과거에대한풍자,위트,돈키호테적인발상과낭만적소재,이모든것을한트케는한텍스트안에섞어놓고있으며,이를독특한서술형식에담아냄으로써전혀새로운차원의소설을완성했다.한편이소설은그가십수년간써온끝없는이야기의일부라고할수있다.이웃도시잘츠부르크사람들조차어디붙어있는지모를정도로잊힌곳,그물처럼짜인교통노선사이에끼어고립된곳으로설명되는‘탁스함’,서술자의친구로등장하는‘안드레아스로저’는이전에쓰인소설『고통의중국인DerChinesedesSchmerzes』(1983)에등장했다.그밖에도이전작품에나타나는황량한장소,태고의산맥풍경등이거듭변형되어나타난다.‘나’를찾아떠나는여행을이야기하는이소설은동시에자기작품에대한패러디다.한트케는끊임없이새로운변주를시도하며자신이추구하는내면화된주관주의와고향으로의귀환을서술한다.

추천사

절제된언어,신중한서술,정교하면서도꾸밈없는묘사.한트케의온갖시적인소품으로가득찬한편의동화같은이야기._디차이트

세계를탐구하기위한일련의글쓰기시도.이작품으로한트케는한걸음더나아갔다._포쿠스

특유의타협없이엄격한포스트모던스토리텔링형식에담아낸주인공의수수께끼같은여정.한트케는다시한번객관적현실보다인상을중시하는독자들을위해글을쓴다._퍼블리셔스위클리

방랑과여행.기행奇行.과거에대한풍자.위트.돈키호테적인발상과낭만적소재.한트케는이모든것을한텍스트안에섞어놓고있다.한트케가난해한작가라는선입견없이이책을읽는다면우리는아주유쾌해질수있을것이다._데어슈탄다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