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공동체적기억의기록이라면,문학은한공동체의마음의기록이다.”
논리는가볍게,느낌은단단하게,문장은부드럽게
날카로움보다더욱깊이파고드는부드러움의힘
『우정의정원』은총4부로구성되었다.
이책의1부는세계문학-고전의가치를조망하는작업을시작으로,이책에서도가장힘있고야심찬글로채웠다.「1990년대,시민의문학」은‘형용사-문학’,즉“문학이라는단어를명사가아니라형용사로사유하는것”“중요한것은문학이아니라문학적인것”(47쪽)이라는서영채의문학관을집약적으로만나볼수있는장이다.더불어「충동의윤리」는김윤식이라는한국문학사의한문제적인물을집요하게추적하고분석하는동시에헌사로까지뻗어나가는역작이다.‘쓰기-기계’에서‘실패한헤겔주의자’로가닿는김윤식에관한이깊이있는분석은평론가서영채가오랜시간천착해온‘윤리’와도감동적으로연결된다.
2부는섬세한수사학자로서의면모를만끽해볼수있는글들로채워졌다.특히「2019년가을,은희경에대해말한다는것」은플라톤을경유해은희경의데뷔작인『새의선물』에서부터근작『빛의과거』까지를분석해내는촘촘한작가론이다.“수사학은을들의것”이라는,“절대적힘을가진존재의화법은단순할수밖에없”(208쪽)다는그의문장-분석은지금의현실과공명하는것은물론문학의존재이유와도이어지는듯하다.
문학이문학으로자명해지는순간,테두리가쳐지고특정되는순간,문학적인것은휘발해버립니다.고리타분해지고진부해지는것이지요.(…)경계를넘어유동하는것이라면,그리하여우리의앎과마음,공감과느낌의영역을넓히고깊게할수있다면,그런것이야말로우리가기려야할가치로서의문학이겠지요.그런걸일컬어문학적인것이라고,액체문학이라고할수있지않을까하는것이지요._「1990년대,시민의문학」(49쪽)
3부는최은영,백수린,이승우,이문구등의작품론에할애했다.특히「순하고맑은서사의힘」「신진기예백수린의작가적가능성」은현재한국문학장의최전선에위치한두작가(최은영,백수린)의첫단행본해설로먼저선보인글이다.더불어「이문구,고유명사문학」은이제는전설이된작가의업적을기리는작품론이다.“집합적인일반명사로서의문학이아니라고유명사로서의문학”“소설과시와희곡과산문등을모두빼내도그자리에남아있는어떤것으로서의문학”“구체적장르나작품들이들어서게될어떤원초적인자리로서의문학”(365쪽)으로정의한‘고유명사문학’은이문구의작품을설명하는문장인동시에작가들이닿고자하는또는닿아야할지향점을제시하는것으로도읽힌다.
4부는「텍스트의귀환」「국학이후의한국문학사와세계문학」을필두로세계문학으로서의한국문학을그려보게하는글들이자리했다.끝으로이책의표제작인「우정의정원」을배치했다.「우정의정원」은젊은비평가인양순모와함께주고받은서신으로,‘과도한환대는물론부러박대도없는’우정의정원을형상화한글쓰기에다름아니다.함께쓴「1990년대,시민의문학」이자그것의후속으로도읽히는이서신은서영채문학의과거와현재와미래가한자리에모인,이번네번째평론집을갈무리하는글로전혀아쉬움이없다.
저에게비평은품이많이드는작업입니다.작품속에서새로운텍스트를발견하거나혹은생산하는일이곧비평이기때문입니다.여기에서중요한것은비판이아니라이해와옹호입니다.옹호는물론사전의의도가아니라결과적인것이지요.제이런태도는저널리즘이요구하는비평감각과는거리가있지요.장단점을밝히는식의비평적균형잡기나가치평가같은것은,제가글쓰기를통해하고자했던것이아닙니다.(…)그러니까작품에결함이나흠집이있다면그것을지적하는것으로그치는것이아니라그흠집을메워가며읽는것,그흠집의존재와의미에대해성찰하는것이제게는글쓰기를통한비평행위였습니다.너무고답적인것이아니냐고해도어쩔수가없군요.스스로가의미있는일이라고생각한것이곧그것이었기때문입니다.
그러니까저에게비평은작품을원료로하여새로운텍스트를만들어내는작업인셈입니다._「우정의정원」(51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