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현
경북구미에살며푸른빛이어스름한금오산을좋아합니다.2016년『창비어린이』동시부문신인문학상,2017년『시인동네』시부문신인문학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습니다.『코뿔소모자씌우기』로제27회창비‘좋은어린이책’원고공모동시부문에서우수상을받고,동시집『외톨이왕』으로제7회문학동네동시문학상대상을받았습니다.동시집『오늘은노란웃음을짜주세요』『미지의아이』(공저),청소년시집『악몽을수집하는아이』,시집『아는낱말의수만큼밤이되겠지』를냈습니다.
1부손바닥에서넝쿨을꺼내달을잡아당겨요베짜는나라10돌멩이이야기12주렁주렁강낭콩14지금넌몇번째니?18겨울씨앗20아주오래된꿈22꼬르륵꼬르륵24나란히26공기놀이28할머니사는곳30빨간구두물고기322부쑥쑥길어지는이야기를들려줄게붉은알36터줏대감38쑥쑥길어지는이야기40독을품은뱀42벚꽃아이44모자46수호천사47단풍놀이48뱃노래50파도신발찾기52푸른등뼈56은비녀57하얀목소리58눈사람은긴팔을남기고603부내베개속에는작고흰양이살아작고흰양64울타리밖으로뛰어나간염소들66돌돌뭉쳐68두더지생일파티70도깨비신발72복주머니귀신73흰털수북한손74언제자요?76오늘따라이상해78감자의감자노래80고요는빨주노초파남보81웅덩이와장화82그림자빨래84환상적이지않니86시인의이야기_임수현88
철컥철컥,눈먼할머니가수놓은환상세계실뭉치를돌돌풀면시작되는이야기세살때나뭇가지가눈을찔러눈이먼할머니눈이멀자보이지않는것까지보게되었고들리지않는것까지듣게되었어요닭들과이야기를나누고죽어가던토끼를살리고뱀의똬리를풀어줬어요_「눈먼할머니」부분『외톨이왕』으로제7회문학동네동시문학상대상을수상하며“허공으로붕떠오르지않고현실과강하게결속돼있는환상성”(이안)으로날마다자기세계를만들어나가는아이들을응원해온임수현시인이두번째동시집을들고찾아왔다.“오늘은노란웃음을짜주세요!”명랑한아이의음성으로들려오는제목을지나면,저먼보름달뒤에서눈먼할머니가철컥철컥베를짜다멈추고손을흔든다.시인의작품곳곳에등장해강렬한인상을남겼던‘눈먼할머니’가비로소이야기전면에나서서자신의고유하고신비로운나라로아이들을이끈다.생명을관장하는삼신할미를연상시키는이미지,전래동화모티프에서한발짝더나아간서사와유머를장착하고서.세살때눈이멀게된할머니의사연으로문을여는이동시집은,덕분에얻은비범한능력과다양한표정으로한아이의몸과마음을훌쩍키워낸할머니가주요하게등장한다.세상모든할머니들이그러하겠지만이할머니역시조금특별하다.거칠거칠한손바닥으로배를문지르며노래를불러아픔을낫게하는가하면(「뱃노래」),앉았던자리마다콩싹이트고호박넝쿨이굴러나오게만든다(「쑥쑥길어지는이야기」).할머니의비범함은독속뱀의목소리로,마당안닭의목소리로,긴나뭇가지팔을한눈사람의목소리로전해져어딘가더신비롭다.아이의탄생부터오늘까지,모든순간을아이와함께했던눈먼할머니의이야기타래속에는어떤것들이있을까.“누구라도좀알려주겠니?”할머니사는곳찾아떠나는긴여정아이손에쥐어진작은지도하나.아이는까마귀에게,까치에게,염소에게,노루에게물어물어길을나아간다.“누구라도베짜는나라로어떻게가는지좀알려주겠니?”커다란배낭을메고긴모험을떠나려는아이.자신이어디에서왔는지이토록궁금해하는아이.궁금함에그치지않고길을나서는아이.더듬더듬혼자만의사색에잠기다가도,불쑥질문하나를던져세상과교감할줄아는아이.그아이를위한길고다정한답으로눈먼할머니가사는베짜는나라의막이오른다.“웃음많은아빠는씨실”“힘센장사엄마는날실”번갈아꿰어짠몽글이(「베짜는나라」)가“구르고굴러동글동글둥글어지며바닷속먼곳을다녀”오면(「돌멩이이야기」)할머니가“꼬투리속잠든”엉덩이를토닥인후“좁지만환한문을열어”주고(「주렁주렁강낭콩」),오랜기다림끝에“목을쭈욱빼”서(「겨울씨앗」)빼꼼,드디어세상에나타난다.동그란눈도,반짝이는보조개도,노란웃음도다할머니작품이다.강낭콩같이조그맣던생명이넝쿨처럼쑥쑥자라두팔을힘차게흔들며언니처럼굴기까지의여정(「환상적이지않니」)은한아이의성장앨범을넘겨보는듯구체적이면서보편적이다.저길봐!빨간구두신은물고기떼가첨벙첨벙강물위를뛰어다니고있어붉게물든서쪽하늘빨간구두를신고폴짝뛰어오르면할머니사는곳훤히볼수있겠지빨간물빛통통튕기며한번은만날수도있겠지_「빨간구두물고기」전문시인에게‘기원’은중요한화두다.전작『외톨이왕』에서도우리가어디에서왔는지를곰곰생각하게했다면,이번동시집에서는그보다더앞선‘태초’를이야기한다.그렇기에눈먼할머니의나라또한중요한공간으로자리하며우주의별하나,구름한조각까지구석구석살펴보게한다.이처럼만물의기운을모아철컥철컥짜서마침내반짝,한생명이완성되니세상에태어나는모든작고소중한것들이“반갑다반가워”(「겨울씨앗」)손을맞잡지아니할수없다.노란빛흘러내리는보름달의모습으로하얀거품속파도의모습으로언제나곁에있어주는존재를기억하며금방끝나지도,쉽게풀리지도않을성장의여정에서덩그러니곁에존재하는것들은하나같이넉넉한마음으로아이를지킨다.눈먼할머니의존재는직접드러나기도하지만,때로는작은떡갈나무머리에쌓인눈을털어주는큰떡갈나무의모습으로(「나란히」),뛰어가다넘어진아이를일으켜세우는무언가로(「벚꽃아이」),아이발에꼭맞는신발을찾으러다니는파도의모습으로(「파도신발찾기」),장화가첨벙!물을튀기면까르르웃는웅덩이의모습으로(「웅덩이와장화」)형상화되어언제어디서나아이를보호하고지켜준다.아이가무럭무럭잘자라기를바라는할머니의간절함이아이주변의온갖것들을감화시켜일상속마법같은순간들을만들어낸다.걸으면걸을수록,읽으면읽을수록자꾸마음이놓이고입가에미소가지어지는이유다.내게도조금특별한할머니가있었습니다.참기름을짜고,고구마를캐고,밤이면달빛을끌어당겨만두같은아이들을빚고또빚었지요.내볼우물도할머니가만드셨어요.쟁반같은보름달이뜬밤이었어요.할머니는마음으로세상을보는사람이었습니다.캄캄한눈과더듬거리는손끝으로나를키우셨지요.할머니가앞이보이지않는다고생각한적은한번도없었어요.보이는사람처럼걷고문고리를찾았으며딱알맞은자리의스위치를눌러불을밝히곤했거든요.더놀라운건바늘에실을꿰바느질을하셨다는거예요.실끝에침을발라바늘귀를통과하는마법을보고자란덕분에나는시를쓰게되었어요.눈밝은마음으로살아가는사람들을떠올리면서요._임수현(시인)웅장한생명신화를실실잡아당기니돌돌풀려나온다.캄캄한눈으로바늘에실을꿰어바느질을한할머니를보고자란덕에시인은한가닥의실에서세상모든인연의실마리를발견해내는예리한눈과넓은마음을품게되었다.후반부에는해설대신시인의이야기「눈밝은할머니가있는집」을수록해시를쓰게하는관계의힘,추억의힘을시인의목소리로찬찬히들려주며환상과일상이조물조물뭉쳐진시세계와그기원을풀어나간다.그리운존재를그리워하는법,사랑하는존재를사랑하는법을말하며이여리고단단한마음들이하얀눈처럼소복이쌓여한작품이만들어졌음을이야기한다.“어린이의겉이아닌내면에더가까이다가간동시”(이안)로시인이앞으로펼쳐나갈작품세계의단단한초석으로굳게자리할시집이다.환상과일상을버무려낸몽환적인그림초록고양이와빨간실뭉치를따라계속될이야기초록고양이와분홍하늘,파란나뭇잎처럼현실을비틀며환상성을극대화하는채색으로베짜는나라가더아름답고탄탄하게직조되었다.구름모자를쓰고깃털비녀를꽂은할머니캐릭터는화가윤정미의손끝에서완성됐다.“무릎에서구름을꺼내비를내리고”“저녁에는별을불러모으고”“새벽에는철컥철컥베를짜”는할머니의비범한일과처럼그외양또한호기심과흥미를자아낸다.삼라만상의비밀을모두아는듯여유로운웃음을띠고유유히걸어가는할머니를보면누구라도그뒤를살금살금걸어보고싶어질것이다.“어릴적외할머니의이미지들을돌돌뭉쳐실로빼서그림을지었다”는화가의말처럼,저마다그리운존재를떠올리며이그리움의힘으로씩씩하게살아갈수있도록따듯하고단단한용기를불어넣어줄마법같은동시집이다.*인증유형:공급자적합성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