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보와 앤 : 아무도 오지 않는 도서관의 두 로봇 (제23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리보와 앤 : 아무도 오지 않는 도서관의 두 로봇 (제23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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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안녕하세요. 즐거움과 안전을 책임지는 여러분의 친구, 리보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내 이름은 리보다. 도서관을 방문하는 사람들과 소통하며 알맞은 책을 추천하고 즐거움을 주고 안전을 책임지는 로봇이다. 몇몇 소란을 제외하면 도서관의 날들은 평화로웠다. 그 일요일이 있기 전까지는. 그 일은 이상한 안내 방송에서 시작됐다. “긴급 상황입니다. 신속히 도서관 밖으로 나가 주시기 바랍니다. 도서관에 플루비아…….”
사람들에게서 ‘불안, 공포, 혼란, 두려움’의 징후가 수집되어 내 감정 센서에 나타났다. 재난 대응 매뉴얼에서 자주 보던 것들이었다. 그날 이후, 문밖으로 나간 사람들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 도서관엔 이야기 로봇인 앤과 안내 로봇인 나, 둘만 남겨졌다. 늦게까지 깨어 있는 것도, 사람들이 오지 않는 것도 처음이라 무얼 해야 할지 몰랐다. 영문을 모른 채로 시간이 흘러갔다.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지 못한다면 ‘쓸모없는 앤’이 되고 말 거야. 리보, 아이들이 나를 보러 올까?”
“앤, 그 아이가 다시 올까?”
나는 기다린다. 매일 아침, 로비에서 사람들이 오기를. 사람들이 와서 말을 걸어 주기를. 그 아이가 다시 나타나기를.

이야기는 ‘연결’을 향해 치달으며, 우리는 응원하게 된다. 도서관 밖으로 나가려 하는 리보에게 지금은 ‘(너의) 재난 상황’이 아니라고 말하는 시스템 앞에서, 한 번도 자신이 어떠한지를 먼저 표현해 본 적 없는 리보가 도현이가 알려 준 방법대로 자신을 표현하는 장면에서, 절망을 선택하기 더 쉬운 상황에서 간절하게 ‘연결’을 향해 나아가는 리보와 앤과 도현을. 여러 번 곱씹게 된다. ‘어린이 자료실’ 밖으로 나가 본 적 없는 앤에게 “로비에선 아이들이 들어오는 모습을 가장 먼저 볼 수 있다”며 리보가 어린이 자료실 밖으로 앤을 이끄는 장면을, 잠든 앤을 깨우기 위해 안 될 줄 알면서도 온갖 충전기를 앤의 몸에 대 보다 결국 비밀을 털어놓는 리보의 모습을, 리보를 두고 떠나며 마지막 순간까지 리보를 눈에 담으려 천천히 뒷걸음하던 도현이의 모습을, 남겨진 리보가 잠든 앤의 곁에서 어둠 속의 별을 바라보던 모습을. 그리고 사유의 자장 속에 오래도록 머물 것이다. ‘우리를 연결시키는 것은 무엇인가’ ‘존재의 목적이 그 존재 자체와 등호로 성립할 수 있는가’ ‘그럼에도 나의 쓸모를 찾는 이유는 무엇인가’ ‘절망 앞에서도 우리를 살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수상내역
제23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
저자

어윤정

마음에품은생각의씨앗이멋진이야기로자라나는마법을부리고싶습니다.지은책으로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수상작『리보와앤』,MBC창작동화대상단편부문수상작『드론전쟁』,『우주로카운트다운』,제12회정채봉문학상대상수상작『거미의인사』등이있습니다.

목차

내이름은리보|이상한일요일|초록색지붕집의앤|뒤로뒤로뒤로|대기모드|시간을보내는방법|앤의고민상담소|돌아온기념일|플루비아의정체|아이가떠난후|그리운밤에|문을열어|심사평

출판사 서평

『긴긴밤』의감동을잇는,제23회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대상수상작『리보와앤』
폐쇄된도서관에남겨진두로봇과그들을염려하고그리워하는한아이의‘연결’과‘우정’
“도서관에확산된바이러스때문에방치된로봇리보와앤을통해관계의단절과고독,그리고연결과우정을감동적으로그려낸”『리보와앤』은“나와타자에대한무한한애정과존귀함이되살아나고가슴속에서뭉클하고도따듯한무엇이퍼져나가는작품,코로나시대를살아온사람들이라면누구나공감할수있는삶의한조각이담겨있는작품”이라는평을받으며제23회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대상을받았다.
우리에게‘연결’이란무엇이기에,재난으로부터안전할이들은누구이기에,이이야기는단숨에우리를인물들속으로진입하게만드는것일까.여운짙은이야기는,끝이보이지않는시간속에서도나름대로즐거움과할일을찾아내는앤과리보덕분에,명랑한앤과서툴러도진실한리보의대화덕분에,이야기봇앤이들려주는이야기들덕분에,무릇따듯하고애틋하다.

“출근한직원0명,방문객0명,사람과의소통0%.기능에문제가없는지점검하세요.”
사람이없는도서관에서사람이있는것처럼
리보와앤에게가장중요한일은사람과소통하는것이다.그러나리보와앤곁에남은건초록색비상구유도등안의인간과적막뿐이다.끝은있는것일까.소리없는밤들을지나이상한일요일너머의환한세계가,리보와앤앞에당도하긴하는것일까.
오지않는사람들의안부와자신들의쓸모를걱정하던둘은,막막한상황에서도시간을보내는방법을찾아낸다.
“앤.사람이없지만평소처럼일해보자.지금네기분이나감정을말해봐.알맞은책을내가추천해줄게.”
“오오!리보넌천재야.나는내감정을‘사랑’으로정할래.”
사람이없는도서관에서,리보와앤은서로에게사람이되어준다.비밀을공유하고고민을나누면서.
하지만여전한불안의나날들속에,리보의소리센서를자극하는소리가들려온다.쿵쿵쿵.누군가유리문을두드리는소리.이상한일요일이있기전,리보에게‘추억’으로새겨져있던그아이,유도현이나타난것이다.

“넌혼자있어선안돼.내가널구해줄게.”
“앤,아이가날그리워해.그럼난어떻게해야해?”
“무슨일이일어났나요?지금은재난상황인가요?”라고묻는리보에게,사서는답했다.넌안전하니까알필요없다고.도서관안에갇힌리보를구조해달라는도현에게,지나가던행인은답했다.저로봇은도서관안에있는게맞다고.그러나도현은잘안다.혼자있는것이얼마나무서운일인지.그래서도현은닫힌문너머의리보에게묻는다.
“괜찮아?”

이런질문은처음이라서응답하는데걸리는시간이길어졌다.
(…)
“유도현님!잘지냈나요?”
“난괜찮아.”
아이가손바닥을현관문에갖다댔다.하이파이브.아이가나에게가르쳐준행동이었다.나도아이처럼손을내밀었다.투명한유리를사이에두고두개의손이포개졌다.
(…)
왼쪽가슴이지르르떨렸다.
_본문중에서

늘,무엇을도와드릴까요,라고물어왔던리보에게처음으로괜찮냐고거꾸로물어온아이.‘괜찮냐’라는말보다‘이상없느냐’는기계적언어를적용하는게더익숙할법한로봇리보에게도현은,왼쪽가슴에지르르진동을일으키는,낯선미지수,풀어내야할고민거리였다.사람을걱정시키는건리보가해야할일이아니었으므로.감정센서는이것을‘그리움’이라말했다.

"그리움은걷잡을수없는재난.만날사람은만나야한다.“
“안녕하세요.즐거움과안전을책임지는여러분의친구,리보입니다.지금은재난상황입니까?”
이야기는‘연결’을향해치달으며,우리는응원하게된다.도서관밖으로나가려하는리보에게지금은‘(너의)재난상황’이아니라고말하는시스템앞에서,한번도자신이어떠한지를먼저표현해본적없는리보가도현이가알려준방법대로자신을표현하는장면에서,절망을선택하기더쉬운상황에서간절하게‘연결’을향해나아가는리보와앤과도현을.
여러번곱씹게된다.‘어린이자료실’밖으로나가본적없는앤에게“로비에선아이들이들어오는모습을가장먼저볼수있다”며리보가어린이자료실밖으로앤을이끄는장면을,잠든앤을깨우기위해안될줄알면서도온갖충전기를앤의몸에대보다결국비밀을털어놓리보의모습을,리보를두고떠나며마지막순간까지리보를눈에담으려천천히뒷걸음하던도현이의모습을,남겨진리보가잠든앤의곁에서어둠속의별을바라보던모습을.
그리고사유의자장속에오래도록머물것이다.‘우리를연결시키는것은무엇인가’‘존재의목적이그존재자체와등호로성립할수있는가’‘그럼에도나의쓸모를찾는이유는무엇인가’‘절망앞에서도우리를살게하는것은무엇인가’.

연결은본능이다.연결감은생존의옵션이아니라필수요소이다.“그리움은걷잡을수없는재난.만날사람은만나야한다.”앤의대사처럼어린이들에게고립은치명률높은바이러스만큼아니그이상의재난이다.코로나19로인한고립과격리는사회적동선이큰어른보다학교와학원,동네놀이터가사회적활동영역의전부인어린이들에게더가혹했다.그렇기에폐쇄된도서관에남겨진리보의상황은어린이들이더절실하게공감할수밖에없다.해석의모양과질감은달라질지라도이작품의무게는시간의무게를이겨내고언젠가코로나19를경험하지않은독자들에게도온전히전해질것이다.그것이문학의힘이다._유영진(아동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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