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 낙서 수집광

헌책 낙서 수집광

$17.80
Description
『헌책방 기담 수집가』 책탐정이
15년간 수집한 기묘한 책 속의 낙서와 흔적들, 그리고 미스터리

“세상을 여행하는 모든 헌책과 거기 남은 다정한 흔적에 감사하며
이제 그들이 들려준 비밀스러운 이야기에 당신을 초대한다.”
저자는 회사원으로 일하며 단골 헌책방을 드나들다가 2007년부터 서울 은평구에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을 열었다. 그는 ‘손님에게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는 가게’이기 때문에 헌책방을 열었다. 헌책방에서는 모든 책이 ‘세계명작’이며 희대의 걸작이고 더없이 아름다운 책이라고 과대광고를 할 필요가 없다. 속지가 뜯겨나가도, 앞서 이 책을 읽은 책주인의 손때가 묻어 있어도, 옛날에 나온 책이라 번역이 엉망이고 표기는 희한하다 솔직히 말해주어도 무심히 그 책을 사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는 온갖 인간군상과 책들이 모여드는 ‘신비한 꿈과 모험의 동산’ 헌책방에서 지금도 놀라운 사람들을 만나고 비밀책장에 ‘흔적책’을 꿍쳐두며 살아가고 있다.

요즘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새책을 구매할 때부터 다 읽고 나서 되팔 것을 염두에 두기 때문에, 독서중 책에 밑줄을 긋거나 메모를 남기는 사람은 드물어졌다. 헌책방들도 낙서 유무와 훼손 여부를 가려 ‘최상급’ ‘상급’ ‘중급’ ‘하급’ ‘매입불가’ 등으로 등급을 매겨 헌책을 매입하고 가격을 매긴다. 그러나 세상이 뭐라 하든, 책탐정은 여전히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에서 독자의 인기척이 묻어 있는 흔적책을 보물처럼 기다리며 수집할 예정이다.

아무리 깨끗하고 화려한 새책이라도 독자에게 읽히지 않으면 하릴없이 버려지고 반품되기 일쑤인데, 여러 주인의 손을 타면서 세상을 여행하는 헌책이란 얼마나 유일하고 아름다운가. 낙서책, 흔적책은 자기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책을 사랑한 오랜 독자들이 책에 자신의 인장을 새겨넣은 세상에 단 한 권뿐인 책이다. 이 책의 초판에는 옛날에 작은 책방들에서 나눠주던 소박한 ‘옛날 실코팅 책갈피’가 삽입되어 있다. 1980년대의 어느 독자가 책 속에 남긴 낙서를 인쇄하고, 코팅 후 색실을 꿰어 마치 과거에서 날아온 듯한 책갈피를 재현했다.

저자

윤성근

서울은평구에서헌책방을꾸리며책에둘러싸여읽는삶을살고있다.책방이름은‘이상한나라의헌책방’이다.어린시절부터책이좋았고헌책방주인장이되는꿈을꿔왔다.컴퓨터를전공하고IT회사에서일하면서도늘책을가까이했다.서른즈음다니던회사를그만두고출판사와헌책방에서책밥을먹기시작했다.2007년부터‘이상한나라의헌책방’을열었다.헌책방을운영하지만신간도사서읽는다.한달에...

목차

작가의말_헌책방에전해지는신묘한‘무릎치기’기술의전설*4

1부*수수께끼를품은기묘한책들
죽도록미운사람이있다면*18
진짜추리는지금부터시작된다*27
헌책방의초능력자*39
행운을가져다주는네잎클로버*49
가방에책이없으면불안하다*57
불타버린도스토옙스키*65
우리시대의디덜러스를찾아서*76

2부*책속에적힌수상한편지
우리는늘,아니,어쩌면항상*86
갑자기시가읽고싶었어*97
이래두여자같은모습없어?*106
웬만하면족구는조금씩만해라*116
깊어가는가을밤에왠지문득생각이났습니다*126
사랑때문에울어서는안된다*138

3부*진정한책의수호자들
엉뚱한생각이란*154
치열한공부흔적*166
충동구매할필요가있는책*173
책을보호하는다섯가지방법*181
생활이삶을세워냅니다.*193

4부*책속의책,그사람의일기장
널위해하지못한거라면나라도위해,책을샀다.*206
6년동안이어진교환일기?*219
난과연무얼할수있을까*227
사람들은사랑을하면서그사랑의소중함을모른다*235
내잃어버린순수하나*249

5부*헌책방멀티버스,세상에이런독자가!
어떤작가의어떤책을가지고다니든*258
사진보고반해서충동구매하다*267
리스트중독자의책읽기*274
헌책방음악신청곡서비스폐지사건의전말*285
우리들의시가너무안이하게쓰여진것이아닌가*294
그만하면이세상을아마도훌륭히살아갈것이다*304

출판사 서평

온갖인간군상이모여드는시공간이뒤틀린초현실의멀티버스세계―헌책방
헌책방의셜록홈스가풀어가는책과사람의미스터리

저자는회사원으로일하며단골헌책방을드나들다가2007년부터서울은평구에‘이상한나라의헌책방’을열었다.그는‘손님에게거짓말을할필요가없는가게’이기때문에헌책방을열었다.헌책방에서는모든책이‘세계명작’이며희대의걸작이고더없이아름다운책이라고과대광고를할필요가없다.속지가뜯겨나가도,앞서이책을읽은책주인의손때가묻어있어도,옛날에나온책이라번역이엉망이고표기는희한하다솔직히말해주어도무심히그책을사가는사람들이있다.그는온갖인간군상과책들이모여드는‘신비한꿈과모험의동산’헌책방에서지금도놀라운사람들을만나고비밀책장에‘흔적책’을꿍쳐두며살아가고있다.

1부‘수수께끼를품은기묘한책들’에서는영화같은사연을가진헌책방의손님들과그에얽힌기묘한책이야기가펼쳐진다.때로헌책방에책을팔고간손님들이부메랑처럼돌아온다.책속에끼워든잊었던비상금이생각나사색이되어돌아오는경우가보통이지만,책탐정의예측은자주무너진다.어느날300권의책을팔았던손님이책속에끼워둔네잎클로버하나를찾겠다고돌아왔다.문제는그많은책가운데어느책에끼워두었는지는자신도모른다는것.책탐정과손님은비지땀을흘리며일일이책장을넘겨가면서네잎클로버수색에나선다.그리고마침내책탐정은그네잎클로버가그저말라비틀어진잎사귀하나가아니라,한사람의인생과행운을품은소중한것이었음을깨닫는다.

2002년5월23일한독자가의사이자시인이었던저자의책을읽다문득써내려간,세상모든책중독자들의심금을울리는문장도인상적이다.“가방에책이없으면불안하다.”한편콜린윌슨의『아웃사이더』헌책에서는도스토옙스키에대한장만예리하게불태워버린누군가의흔적이발견된다.이독자는왜도스토옙스키를불태워버린것일까?

이런미스터리한흔적을만나면나는가슴이뛴다.도대체이책은어떤사연이있길래이런처지가되었을까?책주인이이렇게까지한데에는이유가있을것이다.사정을전혀모르는나로서는그저상상해볼뿐이다.마치증거품을발견한셜록홈스처럼이물건에서어떤이야기가떠오르기를기다린다.-‘불타버린도스토옙스키’69쪽

2부‘책속에적힌수상한편지’에서는책면지에편지나메시지를써서선물하는것이낭만이었던시대,두툼하고진실한편지지가되어주었던헌책들의역사가펼쳐진다.1999년의어느날‘한세기가저물어가는막막한기분을느끼며’엄마는시인기형도의유고시집을펼쳐들었다.그리고자녀에게문득편지를쓰기시작한다.갑자기시를읽고싶었노라고.그리고기형도의시한켠에자녀에게남기고픈엄마의자서를빽빽이적어나가기시작한다.가진거라곤젊음하나밖에없었던‘일당쟁이’남편과결혼한뒤,어딘가마음이병든시댁식구들사이에서고생했던지난날을,날마다기형도의시에나오는‘공장’노동처럼대식구사이에서끝없이이어지던살림노동의고단함을.

엄마가쓴글은말을넘어선애틋한감정으로가득하다.엄마는시집에서단한곳,「질투는나의힘」이있는면에어떤이야기를썼다.자녀에게보이고자했던표시가바로여기다.글씨는여백을가득채웠고,그래도끝내지못한이야기는다른종이에써서시위에붙였다.이것은아무리위대한시인이라도감히담아내지못할한사람의순수한고백이다.-‘갑자기시가읽고싶었어’99쪽

1980년대다방감성이생생히전해지는달달한애정고백도있다.

인생은한잔의Oneblackcoffee라고생각됩니다.한숟갈한숟갈의설탕을타면서살아가는것이라고생각합니다.많은별들이세상을내려다봅니다.그많은별들중가장빛나는사람이되어보지않겠습니까.늦은밤학교에서…82.10.21-‘깊어가는겨울밤에왠지문득생각이났습니다’128쪽

3부‘진정한책의수호자들’은책에치열한공부흔적을남겨가며책으로세상을바꾸고자했던열혈독서가들에대한이야기이다.거의본문의글자가안보일정도의‘깜지’수준으로철학책에밑줄을긋고공부한책을책방에팔러온사람을보고책탐정은놀라고만다.아무리흔적책이라도,하다못해글자는읽혀야할것이아닌가!그후책탐정은책방에서받아들일수있는‘흔적책의마지노선’이라할수있는샘플책을마련해두고손님들에게보여주는중이라고한다.

한편예전에는책방들마다서점명이새겨진커버를만들어책을포장해주었는데,책탐정의헌책방에도이대앞서점‘다락방’,‘오늘의책’등각종어여쁜서점이름들이새겨진북커버들이여럿보관되어있다.그런데예전1970~1980년대대학교근처의사회과학책방들에서특히많이보였던이북커버는기실책을보호한다기보다는책을읽는사람을보호하는행위였다고.사회주의나노동관련서적을몰래찾아읽던대학생들은서점명이알록달록새겨진이북커버안에혁명을꿈꾸는붉은책을몰래감춰두고읽으며새로운세상을꿈꿨다.

책을읽다가그의삶을읽다가
울면서하루를보내버렸다

4부‘책속의책,그사람의일기장’에는책속에일기와독후감을정성껏손글씨로기록해둔이들의사연이이어진다.90년대유행하던기나긴제목의사랑시집은한남자를짝사랑하며거의매일시집의여백에사랑의일기를써내려갔던한여성의고운일기장이되어버렸다.또한김수영시집에는프랑스의소도시역전에서“춥다.겨울에집에가야하는지이곳에남아야하는지결정할수가없다.난과연무얼할수있을까.아무것도못할것같다”고절망감을토로한누군가의손글씨가남아있다.

슬픈일기만있는것은아니다.재미있게도어떤책의면지에는6년에걸쳐서서로다른세사람이마치교환일기를주고받듯남긴짤막한메시지가남아있다.책탐정은이교환일기에쓰인세사람의문장과필체속에숨겨진오묘한운율과비밀을분석하며새로운책주인을찾아여행하는헌책의여정을좇는다.또한권정생의『오물덩이처럼딩굴면서』라는책을읽다가방에서나가지도못한채종일울어버렸다는한독자의고백도절절하다.

권정생의동화를읽다가그의삶을읽다가문밖에도나가지못한채울면서하루를보내버렸다.내잃어버린순수하나.가리워진진실하나.눈물떨구는동화속에따끔따끔솟아왔다.-‘깊어가는겨울밤에왠지문득생각이났습니다’128쪽

5부‘헌책방멀티버스,세상에이런독자가!’에는창조적인오독과책고르는기준으로독서의새로운패러다임을열어가는괴상한독자들의축제가펼쳐진다.마치소개팅하듯작가의‘사진’을보고책을고른다는대학새내기를보면서책탐정은작가이름의뉘앙스가멋져야책에호감이가는자신의독특한취향을떠올린다.사실책을고르는기준이나독서법에모두에게일괄적으로적용할수있는정답은없을것이다.왜선택하든어떻게읽든책은온전히그책을소유한독자의자유이기때문이다.하지만소유한책을돌연빼앗기는비운의독자도있다.그는울분을참지못하고이렇게썼다.

이책.어느인간에게빌려주었는데,또누군가에게빌려주고모르겠다고한다.거의완벽에가까운他人(타인)무관심증.그만하면이세상을아마도훌륭히살아갈것이다.어쩔수없이다시주문하다.-‘그만하면이세상을아마도훌륭히살아갈것이다’305쪽

애석하게도이독자의고난은이것으로끝나지않는다.출판사에직거래로똑같은책을다시주문했건만,책은거북이처럼더디게온다.독자는다시쓴다.

도대체주문을언제했는데…이제오다니.-‘그만하면이세상을아마도훌륭히살아갈것이다’306쪽

아끼는책을빼앗기면다시살수밖에없다.새책이시간을껴입고헌책이되어가듯매일무언가를잃어가며닳아가며살아가는우리도그저계속살수밖에없다.책탐정은쓴다.책이든삶이든어쨌거나‘사는’수밖에없다고.

책도둑은도둑이아니라는말이있다.물론지나간시절의말이다.어쩌면이책을빌렸다가또다른누군가에게무심코빌려줘버린사람도그시절의환상속에빠져사는우리중누군가는아니었을지.그러나책주인이썼듯이세상은정말로그만한사람이훌륭하게살아가는것처럼보인다.책을빼앗긴사람은어쩔수없이다시살수밖에없다.어쩔수없이사는건얼마나맥빠지는일인가.책이든삶이든어쨌거나살아보는수밖에없을까.대답없는기형도의산문을읽으며바보처럼나는책과함께산다.살아보려고한다.-‘그만하면이세상을아마도훌륭히살아갈것이다’310쪽

“세상엔아웃사이더가어울리는사람도있는가봅니다.
진짜아웃사이더는루저가아니에요.
독특한방식으로세상을사랑하는사람이죠.
그사랑은아주오랜뒤에야알게되죠.”

책여백에흔적을남긴아웃사이더들의낙서

요즘은대부분의사람들이새책을구매할때부터다읽고나서되팔것을염두에두기때문에,독서중책에밑줄을긋거나메모를남기는사람은드물어졌다.헌책방들도낙서유무와훼손여부를가려‘최상급’‘상급’‘중급’‘하급’‘매입불가’등으로등급을매겨헌책을매입하고가격을매긴다.그러나세상이뭐라하든,책탐정은여전히‘이상한나라의헌책방’에서독자의인기척이묻어있는흔적책을보물처럼기다리며수집할예정이다.

아무리깨끗하고화려한새책이라도독자에게읽히지않으면하릴없이버려지고반품되기일쑤인데,여러주인의손을타면서세상을여행하는헌책이란얼마나유일하고아름다운가.낙서책,흔적책은자기만의독특한방식으로책을사랑한오랜독자들이책에자신의인장을새겨넣은세상에단한권뿐인책이다.

이책의초판에는옛날에작은책방들에서나눠주던소박한‘옛날실코팅책갈피’가삽입되어있다.1980년대의어느독자가책속에남긴낙서를인쇄하고,코팅후색실을꿰어마치과거에서날아온듯한책갈피를재현했다.책탐정은바란다.이책도사람의흔적을안고멀리,오래여행할수있길.두툼한종이뭉치인책이보물로변신하는건,오직한사람의삶과연결되는순간뿐이기때문이다.

책을읽은사람의삶이책과연결되어새로운생각으로나타날때책은특별해진다.그생각이또다른우연의여행을통해다른사람손에들어가전해질때책은새로태어난다.흔적이있는책을찾아읽는즐거움이바로여기에있다.그러므로책은다같은책이지만세상에똑같은책은없다.책을읽는우리각자의삶도마찬가지다.나는이말을하고싶어서헌책방에서일하며책을쓴다.세상을여행하는모든헌책과거기남은다정한흔적에감사하며,이제그들이들려준비밀스러운이야기에여러분을초대한다.-작가의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