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많이 보고 있어요 - 문학동네 시인선 187

저는 많이 보고 있어요 - 문학동네 시인선 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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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2012년 동아일보로 등단해 2017년 첫 시집 『온』을 출간한 뒤 가장 뛰어난 첫 시집에 수여하는 김준성문학상을 수상하고 2019년에는 현대문학상을 잇달아 수상하며 평단과 독자들의 기대와 신뢰를 한몸에 받아온 안미옥 시인, 그의 세번째 시집을 문학동네시인선 187번으로 출간한다.
소시집 『힌트 없음』 이후 3년 만이다. “언어가 닿을 수 없었던 막연한 느낌들이 가시적인 실체로 다가오고 몸속에서 운동하고 있는 알 수 없는 사건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상상하게 된다”(김기택 시인), “자신의 삶을 오래 매만진, 그리고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오래 바라보고 삭힌 마음이 간단하고 명징한 이미지로 제시되어 있는 점은 ‘안미옥스럽다’고 할 만했다”(장석남 시인)는 평을 받으며 현대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지정석」 외 6편의 시와 “이 시는 새로운 사전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 같다”는 평을 받으며 선정된 시소 프로젝트(자음과모음) ‘2022 봄의 시’ 「사운드북」 등 총 46편의 시가 3부에 나뉘어 실려 있다.
저자

안미옥

2012년동아일보신춘문예로등단했다.시집으로『온』『힌트없음』이있다.김준성문학상,현대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시인의말

1부모두에겐그럴만한이유가있다
홈/론도/선량/하우스/여름잠/공의산책/지정석/도/겨울해변/축─하우스2/조도/햇빛옮기기◇/가드너/잠영/가정방문/여름끝물

2부내가가진것을줄게
비생산/매일오늘/썬캐처/조율/순간적/주택수리/엉망/공중제비/제이콥(demo)/폭우와어제/컨테이너/근처/재구성/선물/울지않고말하는법

3부점심에만나요환해져요
모로코식레몬절임/만나서시쓰기/누군가의현관/파각/호픈/묵독/덧창/페이지카운터/사과를먹는시간/신축/유월/내가찾는단어/계속/햇빛옮기기/사운드북

해설|이름붙이지못하는있음_김나영(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이해는젖은신발을신고
신발이다시마를때까지달리는것이어서

(…)

그냥배울수는없고요
보고배워야가능합니다

저는많이보고있어요
_「사운드북」에서

시집제목인‘저는많이보고있어요’는마지막시「사운드북」의마지막문장이기도하다.제목을거쳐시집안으로들어가며자연스레품게되는질문─누가무엇을왜보고있나,‘많이’는양인가종류인가등─과시집을다통과한뒤같은문장을다시마주했을때느껴지는심적변화를섬세히들여다보길기대한다.더불어‘보다’라는동사가감각과인지와사유를총동원하게되는가만히역동적인것이며,안미옥시세계와특히잘어울린다는사실또한확인할수있으리라믿는다.
안미옥시의화자가이번시집에서특히많이보는것은‘집’이다.출간을앞두고편집자와주고받은짧은인터뷰에서시인은‘집’이장소이자정서이자시간인것같다고,나아가생활이자관계인것같다고말했다.제목과부제에‘집’이들어간두편의시「하우스」와「축─하우스2」를살펴보자.「하우스」의화자는이사를위해집을보러다니고있는듯하다.낯선이의집에들어가조도를살피고변기물을내려보는이상한일이가능하다.1978년에지어진집에는이후의시간과햇빛과먼지가쌓여있다.살고있는사람도있다.“집을보는사람은집을보여주는사람”,그는“제가집에있어요”라며미리연락을달라고한다.집을지키는사람과살피러온사람모두‘보는사람’이며그집은누군가살아온곳이자누군가찾고있는곳이다.그리고시간의흐름과함께‘집’-‘보는사람’의관계는반복되고순환할것이다.「축─하우스2」도마찬가지다.‘보러간집’테이블위“정갈하게쌓아놓은키위”에는곰팡이가피어있다.벽지가바래고짐이쌓여있다.“생활이있어서//자연스러워진”일들.그러므로창너머커다란나무를보는사람이“여기사는사람”인지“나”인지명확히구분되지않는것또한이상하지않다.
‘생활’에는‘마음’이쓰인다.그마음에대해쓴시의제목이‘주택수리’인것이인상적이다.물이새고창틀이찌그러져있으며잠깐기댔는데내려앉는싱크대를가진집은자꾸만마음을쓰게하고,화자는“이제사로잡혀있지말자”고다짐한다.갓태어난아기에겐마음이없으며생후한달이지나서야생기는게마음이라고,그러므로마음이없이도사는것은가능하다고생각해본다.“구체를경험한다는것/그럴듯한것과멀어지는일”이라고.

안미옥의이번시집은삶을공간적으로사유하는예시다.이삶은언제나누군가와공존하고,함께있는이와모든것을공유하고,정리와분리의필요에시달리고,나누어지지않는것들을감당하며,언제나그모든것으로부터벗어나고자하는마음을품고,그마음조차분실한채로생활을지속하다문득서랍을열거나주머니를뒤집었을때발견하게된다.삶은‘나’가속한곳이자자신을가둔곳이다.이곳은출구를열고거듭되돌아오게되는자리이다._김나영,해설에서

‘많이보고있는화자’는이렇듯창하나로안과밖이구분되는장소로서의집부터관계와시간을내포한공간으로서의집-삶에기거하며골똘하다.“왜그냥넘어가지지가않을까”싶지만“귤을만지작거리면/껍질의두께를알수있듯이//혀를굴려보면/말의두께도알게될것만같다.”창틀과의자모서리를보면스쳐간무수한손과무릎이겹쳐보인다.“생각한다/빗나간망치가내려친곳을”(「지정석」).“무서운것을싫은것이라고말”하며“어떤사람은해석된채로/아무렇게나놓여있”을거란걸알기때문이기도하다.(「겨울해변」)

질문을하면질문이남는다.질문을밀고나가면질문이남는다.질문의질문의질문.어쩌면문.어쩌면벽.어쩌면울타리.말할수있을까.어떤페이지를펼쳐도다알수없고,어떤페이지를넘겨도모를수없는일들속에서.페이지는낮은담장같고.제키보다낮은담장을넘지못하는덩치큰코끼리의여린코끝.온힘을다해뻗어야겨우닿는곳.그렇게해야만닿을수있는곳에서.페이지가넘어가고있다.질문만남기면서.
_「페이지카운터」에서

주의깊은화자에게삶은의문투성이이다.그질문들의끝까지가보는것이때로는“다녹아도더는녹지않고남아있는것”,‘이름붙일수없어마음에오래남은일’(「여름잠」)로이어진다.“모두말해야정확하게말한것같다/그러나정확하지않다/정확하지않다고까지말해야더정확한것같다”.(「선물」)더잘보고더정확히보고자하는것,그러나그것이다가능하진않다는것까지를보는태도,이것이안미옥시가신뢰받는지점일것이다.
이번시집에는지금껏사각지대로남아있던것을볼수있게해준존재중하나로‘아이’가등장한다.미끄럼틀을거꾸로오르는‘나’에게“내려오던아이가잡아준다고손을내밀었다/손과발에힘을더주어내민손까지올라”(「선량」)가는‘나’는거리낌없고무구한아이의마음과행동에기꺼이부응하고자한다.“뛰다가넘어져도일어나바지를툭툭”터는아이는그것이“내게도가능할까”묻게한다.(「햇빛옮기기?」)아이를통해알게된새롭고낯선세계는‘나’에게결여되거나,한때있었으나희미해진것들을재발견하게한다.그런‘나’의발견은안미옥시세계에또다른시적상상력이되어한층넓은범위의사유를불러일으킨다.
“매일밤자기전내가무엇이었는지생각해.오늘은어떤형체로살았던걸까.(…)//오늘나는어떤발로서있었나.(…)//소중하게다뤄야해.무엇을소중하게다뤄야하는걸까.(…)//깨어나선내가무엇이될지생각해.(…)//오늘은여러방향으로찢어져좀더넓은곳까지펄럭이는천.마음도손도최대치로길어져기울어진웅덩이까지가닿는끝.”(「썬캐처」)생각하고,되묻고,그러면서조금씩더넓고길게뻗어보는안미옥의화자들과함께또한번“오래도록들여다본다/의미를덧씌우지않기위해(…)거기서부터시작한다/충분히그렇게한다”.(「울지않고말하는법」)

◎안미옥시인과의미니인터뷰

1.『힌트없음』이후3년만의신작시집입니다.출간소회부터여쭙고싶어요.이번시집을준비하면서어떤생각들을하셨는지도궁금합니다.
요즘저는대체로어리둥절하고,우왕좌왕합니다.이번시집을준비하면서특히그랬던것같아요.저를둘러싼환경이많이바뀌기도하였고,시를쓰는일에대한생각도다시금새롭게하게되는시간이었어요.제가쓰는시가시를읽는사람의곁에서힘을줄수있다면좋겠다고자주생각합니다.자기자신이될수있는힘,앞으로나아갈수있는내면의힘이요.딱맞아떨어지는방식으로가아니라,어긋나고비틀리고균열을일으키는방식으로요.독자분들이어떻게읽어주실지궁금합니다.기대반걱정반의마음이에요.독자분들을만날생각을하니기분좋은긴장감이생기네요!

2.시집제목이‘저는많이보고있어요’인데요,이문장을제목으로삼은이유를들려주실수있을까요?
처음엔제목으로눈여겨보지않았던문장인데,오래곱씹을수록깊게다가오는제목인것같아요.시집의제일마지막시인「사운드북」의마지막구절이에요.독자분들께서처음이제목을봤을땐,궁금해하며자신만의뜻을만들어서읽다가시집의마지막에도달했을때제가의도한뜻을만나게되면좋겠다고생각했어요.(물론마지막시부터읽어도그것은그것대로좋을것같아요.)보고있다고하면,가만히있는정적인자세를떠올릴수도있겠지만,제게는무엇보다격렬한움직임처럼느껴져요.본다는것은그곳으로간다는것,그곳과가까이산다는것과다름아닌말같아요.
세살아이에게어떤제목이좋은지물어본적이있어요.아직말을유창하게하지못하는나이인데,제목을이야기해주니“저는많이보고싶어요”라고말하더라고요.보고있다는말안에는보고싶다는말도다포함이되어있는것같아요.그러니까삶의자세뿐만아니라,마음까지도담아내고있는문장이라는생각에제목으로최종결정하게되었어요.

3.‘집’에관한시들이눈에많이띕니다.작가님께집이라는장소가가지는의미는무엇인지요?
집은장소이기도하고,정서이기도하고,시간이기도한것같아요.유년시절에불안정한형태로살았어요.그런영향아래에서집에대해자주감각하며살아온것같아요.그러다이제는유년에서시작한‘집’에대한사유가조금은더확장되고있다는생각이에요.지금은사람의생활과관계가모두담겨있는곳,과거-현재-미래가함께있는곳이라는생각인데요.장소를특정하는것이아니니까,두사람만모여도그관계는집이될수있고요.저는그런다양한형태의집을자주생각하곤해요.

4.이번시집에서특히아끼는시와그이유를들려주세요.
아무래도하나를꼽으라고한다면,「사운드북」인것같아요.제게사랑과이해는부드럽고아름다운단어가아니라,피를철철흘리는절박하고복잡하고뼈아픈단어로다가와요.그런사랑과이해에대해쓰면서스스로에게도많은힘이되었고,읽을때마다크게다가오는구절이달라지는시라서좋아해요.

5.이시집을읽을독자들께인사한말씀부탁드립니다.
오랜만에찾아뵙게되었어요.아직도누군가제시를읽는다고생각하면신기한마음이들어요.모쪼록즐겁게읽어주셨으면해요.한편이라도깊게만나게되는시가있다면저는정말좋을것같아요.그리고몸도마음도건강하게지내셨으면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