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랑을 발명한다 - 문학동네 평론선

우리는 사랑을 발명한다 - 문학동네 평론선

$25.80
Description
“우리는 우리가 잘하는 것을 더 잘하게 될 것이다.
더 재미있고 즐거운 언어로.”

한국문학 비평장의 게임 체인저, 김건형 첫 평론집!
문학평론가 김건형의 첫 평론집 『우리는 사랑을 발명한다』가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2018년 문학동네신인상을 수상하며 비평활동을 시작한 지 5년 만의 첫 책이다. “이 글에는, 이 글을 쓰고 있는 바로 이 순간에, 이 글이 아니면 감당할 수 없는 역사적인 무엇인가가 있다고 믿기로 한 필자만이 내뿜는 에너지가 가득”(문학평론가 권희철)하다는 심사평에 값하듯, 『우리는 사랑을 발명한다』에는 왕성한 에너지와 파괴력 있는 문제작들로 넘실거린다. 그의 등단작 「2018, 퀴어 전사-前史ㆍ戰史ㆍ戰士」의 첫 문장, “한국문학은 어떤 결절점을 맞고 있는 것 같다”는 당시 한국문학장의 정확한 진단이자, 돌이켜보면 한국문학 비평장에 결절점을 창출하는 전회의 예언으로도 작용했다.
시대의 한 응답으로 당도한 ‘작품’에 정교하면서도 방대하고, 유연하면서도 힘있는 ‘비평’으로 화답하는 것은 물론, 비평 그 자체를 재정의하고 창안하는 김건형. 나아가, 차라리 사랑과 비평을 발명하는 이러한 김건형의 수행(遂行/修行)은 한국문학의 위기(로 운위되는 어떤 증상)를 매번 활기로 되돌려준다. 퀴어 페미니즘 비평으로 하여금, 때로는 준엄한 법정(court)을 열고, 때로는 역동적인 경기장(court)을 만들어 보이는 김건형의 글쓰기는 “‘문학평론’이라는, 이미 글자 생김새부터 고리타분한 모종의 글쓰기가 때로는 꽤 흥미롭고 역동적인 게임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문학평론가 오혜진)주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우리’가 정치적인 주권 권력을 담고 있다면 정확히 바로 그 때문에 다른 권력을 생산하도록 (재)배치할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다른 당위와 다른 소속감을 생산할 수 있지 않을까. 이를 위해 우리라는 주체를 재배치하지 않고는 읽을 수 없는 문장을 만들고 싶었다. ‘우리는 사랑을 발명한다’라는 이 책의 제목은 여기에서 시작했다. 누가 우리인지, 발명해야 할 사랑은 무엇인지, 우리가 사랑할 대상과 방법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그저 분석하고 해명하기보다는 수행하고 선언하고 싶었다. _「책머리에」에서
저자

김건형

1988년부산에서태어났다.서울대학교국어국문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에서박사과정을수료했다.2018년문학동네신인상을수상하며평론을발표하기시작했다.현재계간『문학동네』편집위원으로활동중이다.

목차

책머리에

1부페미니즘독자와퀴어비평이지금
2018,퀴어전사-前史·戰史·戰士
소설의젠더와그비평도구들이지금
비평의젠더와그사적패턴들이지금
「2020,퀴어역학-曆學·力學·譯學」을위한설계노트1
구조가우리를망쳐놨지만,그래도상관없다

2부퀴어서사의미학과테크놀로지
‘퀴어신파’는왜안돼?-퀴어서사미학을위하여
퀴어테크놀로지(들)로서의소설-김봉곤식쓰기/되기
한국퀴어소설에나타난자기반영적서술전략
정확하게실패하는패리스와비아그라,아무것도아닌농담의온도-박상영론
역사를읽는인물을읽는소설-한정현의『줄리아나도쿄』
연습하는몸-돌기민의『보행연습』

3부혐오의공간학과사랑의정치학
우리는어디서든길을열지.집게손의나라에서도
지금,인간에대해말할때일어나는일-혐오의정치적자원(화)에대하여
가족,사적돌봄,국가의공모그이후
혐오경제의가계도와재개발의감정학-김혜진의『불과나의자서전』
얼어붙은결정론적세계를깨뜨리는방정식-김멜라의『적어도두번』
당신도잘아는그게임의룰-박서련의「당신엄마가당신보다잘하는게임」

4부한국적남성성의감성형식과퀴어한상상력
포스트한남문학의기점과상상력의젠더
혐오스러운남성신체라는새로운가부장의등장과계급재현의젠더정치―봉준호의<기생충>
한국게이로맨스장르의서사구조-남성청년의돌봄친밀성과게이라는남성젠더의창안
역사의천사는똥구멍사원에서온다-김현론
우리의공포는무력하고우리의일상은강인해서

에필로그
비로소세이렌이‘나’를위해노래할때

출판사 서평

“이제우리차례다.그가멈춘곳에서우리는시작하고,
우리가놓친곳에서그는출발한다.”_오혜진(문학평론가)

곤혹을매혹으로전유하는퀴어링(queering)의쓰기
퀴어페미니즘비평이선보이는“우리시대의새로운사랑법과해석의도구”

『우리는사랑을발명한다』는총4부로구성되었다.
1부‘페미니즘독자와퀴어비평이지금’은퀴어문학사와페미니즘문학장/담론장에대한논의를다룬글들을모아두었다.「2018,퀴어전사-前史·戰史·戰士」는1990년대초부터2010년대말에이르기까지한국퀴어문학이어떤식으로쓰이고,해석되고,유통되고,변화되는지를면밀히분석한한국퀴어문학의‘작은역사’이자‘지도’를그려낸기념비적인작품이다.한국퀴어문학과비평의한이정표가된이글은“퀴어와여성의정치적역학이필연적인독해의지평이되었음”을“퀴어서사가재현을문제삼을때자신의언어역시문제적임을고려해야할국면”(52쪽)이왔음을미리감치예고하기도했다.「소설의젠더와그비평도구들이지금」은작금의패권적문학(성)을심문하고“누구에게무용/유용한지의심하는문학,재현(비평)하는자의위치/권력을다시문제삼는문학,교양을교양하는문학”(62쪽)을함께도모할것을간곡히요청한다.

2부‘퀴어서사의미학과테크놀로지’에는작가론과작품론을통해동시대한국퀴어소설의서사적,장르적고유성을담아낼독해도구들을개발하고자하는글을담았다.「‘퀴어신파’는왜안돼?」에서는박상영의소설을경유하여‘이성애규범적리얼리즘미학의목표’의허위를낱낱이버르집으며특정한문학성이감춰온젠더적인식틀을폭로한다.「한국퀴어소설에나타난자기반영적서술전략」에서는자기반영적텍스트들의미학적기획을분석하며소설가화자-‘나’의수행성에대해모색하는동시에구체적인퀴어미학과새로운독해도구가필요함을역설한다.

어떤경험/재현을선택하여역사화하거나미학화하는일자체는비평의과업이지만,그러한기획이당대문학/인간에게미치는정치적수행성은언제나고려되고갱신되어야한다.‘완벽한여성성’이나‘완전한퀴어성’이라는것을상정할수없다면,문학이어떤경험을미학적원리로세우는일역시항상임의적이고임시적이어야한다.마찬가지로퀴어의유동적인‘되기’를본래적문학성이나시적언어본연의기능과유비하는최근의비평역시같은위험을내재하고있는것은아닌지점검해볼필요가있다.문학성을세우기위해서여성적/퀴어적범주를도입하는것보다는,구체적인텍스트와현실의존재들을향해한발자국나아가는비평이더절실하지않을까.나는그것이지금비평이처한곤혹이자비평을쓰는매혹이어야한다고생각한다._「비평의젠더와그사적패턴들이지금」(101쪽)

3부‘혐오의공간학과사랑의정치학’은우리시대의대표적인정동이되어버린혐오의현황을짚고,여성혐오와계급적불화를다룬소설에담긴감정정치를읽어낸다.특히「우리는어디서든길을열지.집게손의나라에서」는‘올바르고중립적인페미니즘’의요구,유독퀴어페미니즘작품에한해“사상·사조자체의실패로신속히추상화하여연대책임을묻는”(300쪽)현상에대해다루며“초대장을하필이면어떤퀴어에게즐겨발송하는어떤문학장에게문제를반송”(「지금,인간에대해말할때일어나는일」,323쪽)하는작업을기민하게수행한다.더불어독자들은한국사회와문학속에서무시로발견되는각종혐오의정동과백래시가재생산과돌봄의문제로긴밀하게연결된다는사실을3부의글을통해체감할수있을것이다.

4부‘한국적남성성의감성형식과퀴어한상상력’은한국적남성성이구축하려는자기동일시의윤리와서사미학을퀴어페미니즘의관점에서비판적으로분석하고,이를젠더적,퀴어적으로전유하려는시도를모아두었다.문학작품에서뿐만아니라영화<기생충>을통해“스스로박해받는위치에두려는근래의남성적담론”(「혐오스러운남성신체라는새로운가부장의등장과계급재현의젠더정치」,448쪽)의흔적을읽어내고,새로운전략을선취하려는남성주체에대해비평적으로접근한다.「한국게이로맨스장르의서사구조」역시김건형의집요함과야심을엿볼수있는글이다.BL드라마속에서발견되는‘돌보는게이’를통해“한국사회의고질적인이성애가족중심적관계성과그에기초한남성젠더모델을해체하기위한정동”(485쪽)의밑절미를발견하고자한다.

이미예정되어있던종말을지상의모든움직임에서읽어내는구도속에서,여성과청년들은언제나증상을앓는무기력한객체가된다.그렇게예비된증상을확인하는분석은자신의공포만을다시읽어낼뿐,매일의일상을살아가는삶의수행들에대해서는의외로관심이없는것이아닐까.지금여성과청년들이어떤감정과친밀감의관계를갖고어떻게움직이는지에대해관심을갖기보다는어떻게든연민과동정의대상으로그들을바라보고자하는이서사화욕망은무엇을의미하는가.그욕망은언제나모든사태에서신혹은구조의현현이라는최종답안을읽어낸다.가장어두운종말에서모든사태를반전시킬수있는본래적원리로서의자신을찾아내려는(인)문학적열망이,지금의주체들을증상으로간주하고있는것이아닐까.혹시그런시대적증상은(인)문학자들의마음에서먼저비롯되는것이아닐까.대속하는(인)문학이자신의예지[豫知]에감탄할때,여성과청년들은그저매일을조금씩다르게살아간다.기성의담론이주어진세계를해석하기만할때,지금의여성과청년들은자신의일상을스스로변화시키려고움직이고있다._「우리의공포는무력하고우리의일상은강인해서」(522~523쪽)

“언젠가도래할그무엇이아니라지금움직이는삶에대하여,나중으로미룰수없는일상에대하여”(같은글,527쪽)읽고쓰고자하는김건형.순수한문학정신이란없으며,“있다해도그것을교란하고오염시키는것이퀴어페미니즘의특장점”이라강변하는한젊은평론가의슈퍼플레이를우리는『우리는사랑을발명한다』에서만나볼수있을것이다.그리하여“우리는우리가잘하는것을더잘하게될것이다.더재미있고즐거운언어로.”(302쪽)

■작가의말

나는비평이발명이라고생각한다.이야기의아름다움과개념을해석하는새로운언어를발명하는일은새로운감정을발명하는일이자기존의아름다움과개념이가진권력의틈을여는일이다.기존의언어를재해석하는경우에도,비평은감정의계보를발굴해우리시대로잇는일을한다.그리고갱신된아름다움과역사가우리와우리시대를다시정의한다.작품을위해비평이복무하는것은아니냐는항간의우려가나는무용할뿐만아니라틀렸다고생각한다.언제나비평은작품을매개로조금쯤달라진아름다움과언어를개발하는수행이다.

2023년3월
김건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