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 없는 남자 1 -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25

특성 없는 남자 1 -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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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20세기 모더니즘 문학을 대표하는 걸작
개인은 해체되고 삶은 추상화된 현대, 그 몰락을 사유하는 한 인간의 서사시적 행보
일차대전 발발 1년 전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카카니엔’)을 무대로 한 『특성 없는 남자』는 세기 전환기에 새로운 세계를 염원하는 이들의 드라마로, 20세기를 대표하는 작가 무질의 역작이다. 기계화된 합리적 이성이 개별 인간을 소외시키는 새 시대 속에서 삶의 의미와 목적을 찾아나가는 사유의 모험이자, 자연과학자의 분석적인 눈으로 파편화된 인간의 실존을 문제 삼는 한 편의 문학적 사고 실험인 셈이다. 오늘날 『율리시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 함께 모더니즘 문학의 3대 정전으로 손꼽히며 쿤데라, 바흐만, 쿳시 등을 비롯한 후대 작가들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무질이 20여 년 넘게 집필에 매달려 있던 이 미완의 작품은 무엇보다 그 방대한 분량으로 유명하다. 그중에서 유고의 내용을 제하고, 생전에 작가의 손을 거쳐 출간된 3부 38장까지를 완역했다. 맥락을 명쾌하게 짚어낸 세심하고 유려한 번역과 상세한 해설로 작품 속 풍성한 사유에 다가갈 수 있게 도왔다. ★ 〈르몽드〉 선정 ‘20세기 책 100선’ ★ 독문학 전문가 선정 ‘20세기 가장 중요한 독일어 소설’
저자

로베르트무질

오스트리아클라겐푸르트에서태어났다.일찍이집안의권유로아이젠슈타트초급군사학교,빈사관학교에서수학하였으나좀처럼적응하지못하고기계공학으로진로를바꾸어브륀공과대학교에입학한다.수학하면서니체,도스토예프스키,메테를링크,에머슨등의작품을읽었다.이후베를린대학에서철학과논리학,심리학을공부하면서첫소설『생도퇴를레스의혼란』(DieVerwirrungendesZoeglingsToerleß,1906)을발표하여평단의좋은평가를받았다.

1908년같은대학에서에른스트마흐에관한연구로박사학위를받았고이후철학교수직을제의받았으나거절하고작가로서의길을걷는다.1930년과32년평생의역작『특성없는남자』(DerMannohneEigenschaften)1,2권을출간했으나1938년나치정권에의해독일과오스트리아에서판매가금지되었다.이후『특성없는남자』를완성하기위해스위스로이주했으나질병과생활고에시달리다가결국미완성인채로제네바에서숨을거두었다.생전에평단외에큰주목을받지못했던『특성없는남자』는아돌프프리제가유고를정리한전집이출간되면서세계적인관심을끌었고지금은20세기에발표된가장중요한독일어소설로꼽히고있다.

이들작품외에단편집『합일』(Vereinigungen)『세여인』(DreiF...rauen),희곡『몽상가들』(DieSchwaermer),문집『생전의유고』(NachlasszuLebzeiten)등이있다.

목차

제1부일종의머리말

1.여기서는어떤일도주목할만한방식으로일어나지않는다11
2.특성없는남자의집15
3.특성없는남자에게도특성있는아버지가있다18
4.현실감각이있다면가능성감각도있어야한다21
5.울리히25
6.레오나,혹은관점의이동30
7.약한상태에서울리히가새연인을끌어들이다36
8.카카니엔44
9.위대한남자가되려는세가지시도가운데첫번째시도51
10.두번째시도.특성없는남자의도덕적단초들53
11.가장중요한시도56
12.스포츠와신비주의에관한대화뒤울리히를사랑하게된여인61
13.천재적인경주마가그에게특성없는남자라는인식을무르익게하다64
14.어릴적친구들70
15.정신혁명80
16.비밀스러운시대병83
17.특성없는남자가특성있는남자에게미친영향89
18.모스브루거102
19.편지훈계,특성을얻을기회.두왕가의즉위기념식경쟁117

제2부비슷비슷한일이일어나다

20.현실과의접촉.특성의결핍에도울리히는과단성있고열정적으로행동하다125
21.평행운동의진정한발명자라인스도르프백작131
22.평행운동이형언할수없는정신적우아함과정치적힘을가진한부인의모습을하고울리히를집어삼킬태세를갖추다139
23.한위대한남자의첫번째개입146
24.자본과문화.디오티마와라인스도르프백작의우정,그리고유명한손님들을영혼과의합일로이끄는직책150
25.어느결혼한영혼의고통158
26.영혼과경제의결합.그럴능력이있는남자가오스트리아옛문화의매력적인바로크를즐기려하고,그것을통해평행운동에하나의아이디어가생성되다165
27.위대한이념의본질과내용169
28.생각에관한문제에특별한의견이없는사람은얼마든지건너뛰어도되는장章171
29.평범한의식상태의설명과중단175
30.울리히의귀에목소리가들린다181
31.당신은누가옳다고생각하는가?183
32.잊고있던,어느소령부인과의아주중요한이야기186
33.보나데아와의결별194
34.뜨거운빛줄기와차가운벽들197
35.레오피셸이사와불충분한이유의원칙205
36.앞서언급한원칙덕분에평행운동은그것이무엇인지밝혀지기도전에구체적현실이되다208
37.한언론인이‘오스트리아의해’라는용어를창안하자라인스도르프백작은심기가무척불편해져급히울리히를찾다212
38.클라리세와그녀의데몬들219
39.특성없는남자는남자없는특성으로이루어져있다229
40.자기속에온갖특성이존재하지만그특성들에무관심한남자.정신의군주가체포되고,평행운동이명예사무총장을얻다233
41.라헬과디오티마251
42.창립총회258
43.위대한남자와울리히의첫만남.세계사에서는어떤비이성적인일도일어나지않는다.그러나디오티마는진정한오스트리아가전세계라고주장한다268
44.총회속행과종결.울리히는라헬에게호감을느끼고,라헬은졸리만에게호감을느끼다.평행운동에견고한조직이생기다275
45.두산봉우리의조용한만남283
46.영혼이라불리는커다란구멍을채우는최선의수단은이상과도덕이다288
47.분리된모든것을아른하임은한몸에갖고있다291
48.아른하임이유명한세가지이유,그리고전체의비밀295
49.구외교와신외교사이에나타나기시작한갈등들301
50.계속되는발전.투치국장은아른하임이라는인물을좀더자세히알아보기로마음먹다308
51.피셸의집314
52.투치국장이부처업무에서하나의결함을확인하다323
53.모스브루거가다른감옥으로이송되다327
54.울리히는발터,클라리세와의대화에서반동적태도를취하다330
55.졸리만과아른하임340
56.평행운동위원회들의활발한활동.클라리세가백작에게편지를써‘니체의해’를제안하다346
57.비약적인발전.디오티마는위대한이념들의본질에대해진기한경험을하다351
58.평행운동이의구심을불러일으키다.그러나인류의역사에서자발적인후퇴는없다358
59.모스브루거가깊은생각에빠지다363
60.논리적도덕적세계로의탐사375
61.세논문의이상혹은정확한삶의유토피아379
62.지구는물론이고특히울리히가에세이즘의유토피아에깊이허리를숙이다383
63.보나데아가환상을보다399
64.슈툼폰보르트베어장군이디오티마를방문하다413
65.아른하임과디오티마의대화415
66.울리히와아른하임사이에약간순탄치않은기류가흐르다419
67.디오티마와울리히427
68.여담:인간은자신의몸과일치해야할까?439
69.디오티마와울리히.속편442
70.클라리세가이야기를하러울리히를방문하다450
71.황제폐하즉위칠십주년기념행사와관련해주요결정을내리기위한특별위원회가열리다458
72.수염뒤에가려진과학의은근한웃음,또는악과의장황한첫만남466
73.레오피셸의딸게르다476
74.기원전4세기대1797년.울리히가다시아버지의편지를받다489
75.슈툼폰보르트베어장군은디오티마방문을직무상의유쾌한기분전환으로생각하다495
76.라인스도르프백작이유보적인태도를취하다498
77.언론인들의친구아른하임502
78.디오티마의변신508
79.졸리만이사랑에빠지다519

출판사 서평

‘세계의정신적극복’을꿈꾼미완의기획

한세기가저물어가던1999년,독일에서는20세기를대표하는독일어소설을묻는설문조사가있었다.여기서토마스만의『마의산』,프란츠카프카의『소송』을제치고첫자리를차지한것이로베르트무질의『특성없는남자』다.이러한평가에걸맞게무질은오늘날더욱활발히연구되고있으며최근오스트리아에서전집이새로발간되어작품에대한독자들의접근성도한결높아졌다.작가로서생전에충분히받지못한평가와인정을이제는톡톡히받고있는셈이다.

『특성없는남자』의배경은전통적인가치가붕괴하고새로이‘현대’가도래한20세기초유럽(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일명‘카카니엔’)이다.실증주의학문이발달함에따라개인은분해가능한요소들의합으로해체되어통계상의수치로환원되고,중요한일도더는개인적인차원에서일어나지않는다.무언가에관해종합적인인식을갖는것이불가능해지면서각자자신의관점대로만세상을바라보게된다.이소설은현대인의이러한실존의문제를치열하게고민한작가의정신적여정이담긴작품이다.무질은20여년을매달려작품을구상하고집필했으나끝내마무리를짓지못했다.1919년부터‘스파이’‘구원자’‘쌍둥이남매’라는제목으로여러번집필을시도한끝에1930년『특성없는남자』1·2부,이어서1932년집필중이던3부의앞부분을출간했고이때만해도머지않아작품을끝맺으리라는전망이있었다.

그러나나치의집권과잇따른이차대전이작가의삶과작품의운명을크게바꿔놓았다.시대의소요속에소설의방향성은여러번수정될수밖에없었고고민이깊어지는사이정치적상황은악화일로를걷기시작한다.1938년3부의속권을출간하기로어렵게결정하지만미처교정쇄를다확인하기도전에오스트리아가독일에병합되고출판사도망명길에오르며계획도무산된다.무질역시기존에작성했던스케치와초고를챙겨스위스로망명해작업을이어갔으나출판금지와금서지정으로작가로서의입지가좁아진탓에극심한생활고에시달리게된다.1942년무질이뇌졸중으로사망하면서『특성없는남자』는1만1천여장에달하는유고를남긴미완의소설로남게되었다.

“이책은풍자가아니라확실한공식이다.고백이아니라풍자다.심리학자를위한책이아니다.사상가를위한책이아니다.쉬운책도어려운책도아니다.그것은독자에게달려있기때문이다.이런식으로계속해서나열할필요없이,어떤책인지알고싶다면직접읽는것이최선이다.작가인나를비롯해타인의판단에맡기지말고,직접읽기를권한다.”_로베르트무질

무질은작품을구상하던단계에서부터갖고있던아이디어중많은부분을폐기하지않고하나의가능성으로서간직했다.비록완성된형태의결말은존재하지않지만그가작품에관해남긴방대한기록을통해그방향성과의도를짐작해볼수있다.1926년로베르트무질은“내가표현하는대항적흐름,세력그리고운동의모든총합이바로전쟁이었고,전쟁일수밖에없었으며여전히그렇다”고언급했다.끝내실현되지못한소설의결말에관해서는“모든노선은전쟁으로치닫는다”고도썼다.『특성없는남자』는기계이성의힘이최고조로발현된시대에일차대전에이어이차대전의전쟁을불러온,유럽정신의몰락과문명의야만을예고하는역사적궤적이담긴이야기로도읽을수있을것이다.작가는전형적이고도식적인개념으로추상화된현대의삶을,파편화된이세계의무질서를정신적으로극복해내기위한대담하고야심찬기획으로이소설을썼다.

사유하는주인공,에세이즘의탄생

성(姓)도없이시종일관이름으로만불리는주인공울리히에겐‘특성없는남자’라는별명이있다.언뜻보기에는개성이없다는말과같아보이지만실제맥락상의의미는정반대에가까워서,식별가능한특성이없어유형화시킬수없는종류의인간이라는뜻으로쓰인다.개별인간이여러속성과기능의총합으로여겨지는현대사회에서그런식으로분해되고조립되기를거부하는그의존재는유별나다고여겨진다.사실울리히는현대적인삶에요구되는모든능력을전부갖춘탓에어떠한가능성이든내포하고있는,확정되지않은존재다.그의미도애매한‘위대한남자’가되고싶어군인,공학자의길을거쳤고지금은수학자가되었다.무엇보다수학적사고에매혹을느꼈기때문인데,수학의정밀한눈으로삶을꿰뚫어보고새롭게사고할수있다면인간은지금과다른식으로살수있으리라생각하며자기삶에서그가능성을실험하는시간을갖기로한다.이른바‘삶으로부터일년동안휴가’를얻게된것이다.

하지만아무런목적없이사는듯보이는아들을염려하는현실적인아버지때문에다른가능성을살필겨를도없이여러유력인사가조직한애국대운동에관여하게된다.이운동은소설에서유일하게줄거리를구성하는사건으로작용한다.이웃나라독일에서빌헬름2세의즉위삼십주년행사를준비한다는소식이들려오자,대항적인의미에서더욱성대하게황제프란츠요제프1세의즉위칠십주년을기념하려는의도를담은까닭에‘평행운동’으로불리는운동이다.『특성없는남자』가1920년대들어집필되기시작한작품이고전쟁의경험을계기로쓰인작품임을감안하면,일차대전으로1918년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이붕괴해이미존재하지않게된시점에서제국과황제의평화와영광을기리는‘평행운동’을서사의주축으로삼은것은묘한아이러니를자아낸다.

이운동이추진되는과정을살펴보면작품속에담긴풍자의의미를엿볼수있다.온갖분야의지식인들이모인자리에서제기되는다양한주장은실상비슷비슷한내용일색이고,사람들은회의를보람있게마무리하기위해무엇이됐든상관없이결론내린다.어마어마하게밀려드는민중의소망을정리한두개의서류철에도지표나방향이없이각각‘○○로돌아가자’와‘○○로나아가자’라는제목이붙어있다.시대는나아가야할곳을잃었고사람들은각자의이해에따라옛것으로회귀하거나진보로나아가기를부르짖는다.누구도제대로된상이없는채로각자현상의일면만보고살아가는세상에서울리히는어느쪽에도서지못한다.

“진리를원하는사람은학자가되고,주관성의놀이를즐기고싶은사람은아마작가가될것이다.그렇다면이둘사이에존재하는무언가를원하는사람은어떻게해야할까?”_1권,제2부393쪽

그러다어느순간,결단을내려야할때가왔을때울리히는다른사람들처럼도달할수있는목표를추구하며살아야할지아니면‘불가능성’을진지하게마주해야할지를두고고민한다.그리고3부에서아버지의부음소식을듣고다시찾은고향에서잊고있던‘샴쌍둥이’여동생아가테를만나고나서는둘만의독자적인목표점인‘다른상태’의도덕적삶,‘천년제국’을향해나아가자는계획을세우게된다.

『특성없는남자』은서사나사건위주의전통적인소설구조를따르지않는다.무슨일이벌어지는지는본질적으로중요하지않고주인공울리히와그주변인물들의내적사유가이책의핵심이된다.현실속에서사건은추상적,간접적,파편적으로만경험할수있을뿐인데작가가여전히극적긴장감을유발하는전개나하나의단일한서사에의존한다면시대적진실에부합하지않는것이다.그런생각에서무질은새로운글쓰기전략을취한다.차례에서보다시피,장면단위로소제목을상세하게달아어떤내용이이어질지를미리알려주는가하면,2부28장‘건너뛰어도되는장’이나68장‘여담’에서처럼뛰어넘고읽어도되는장을구분해주기도한다.다시말해서사의진행에상관없이주인공울리히가어떻게행위하고무슨생각을하는지,그주변인들이어떻게살아가는지가이소설을진행시키고있는셈이다.이로써이인물들의내적독백이담긴문장들에서작가가드러내고자한세계의무질서,유폐당하고분열된개인의실존이비로소드러난다.

이런에세이적성격은사건보다사유의흐름이중요한이른바‘사유소설’에서독보적인매력을발한다.작품에서에세이를“하나의대상을여러절(節)로나누어다양한측면에서다루는것”으로묘사하면서삶과세계의모습도에세이를닮아야한다고한대목이있다.대상을하나의전체로파악하려고시도하지않는에세이야말로개별적인것의가치를담보하면서도총체성에다가가기를멈추지않기위한작가의수단이기때문이다.다민족이중국가체제였던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카카니엔’)을배경으로분절되고파편화된세계의합일을꿈꾸던인물들의여정을다룬내용면에서도,기존소설형식의한계를극복한독창적인에세이즘적글쓰기를택한구조면에서도,내용과형식사이의합일을도모해나가는이과정에서무질은오늘날모더니즘의걸작으로꼽히는작품을남겼다.같은장을스무번씩고쳐쓸정도로자신의현실과일치하는소설을쓰고자집요하게노력한무질과여러갈래의가능성으로남게된울리히의지치지않는탐구가겹쳐보이는지점이다.주인공의입을빌려“안타깝게도사유하는인간만큼문학작품속에서재현하기어려운것은없다”고했으나,무질은이소설을통해이를획기적으로입증해냈다.

마지막으로150여권의책을한국독자에게소개해온박종대번역가는작품의시간적공간적배경,핵심인물에대한소개를곁들인상세한해설을3권말미에덧붙여독자의이해를돕고자했다.“독일에서‘무질의노벨레’로박사학위논문을쓰던중,1996년간첩조작사건에연루되어학업을중단해야했는데,논문을마저끝내지못한아쉬움을이번역으로갈음하고자한다.이제야학문과연결된삶의한시기를갈무리하고홀가분한마음으로무질을떠나보낼수있을듯하다”고밝힌개인적소회에서보다시피,번역가는무질의대표작『특성없는남자』의한국어판을완성도높은번역으로내놓기까지꼬박십년간이책번역에매진했다.

추천사

다해어져가는현대사회와그안에서일어나는의식의붕괴를하나의형식안에담아내고자한대담한시도._도이칠란트풍크

『특성없는남자』은유럽소설이이뤄낸독보적인업적중하나다._옵서버

이책의경이로운점중하나는추상적통찰과문학적은유를기가막히게엮어냈다는것이다._밀리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