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두리 (양장)

변두리 (양장)

$14.50
Description
세상의 경계, 변두리에 선 황룡동 사람들 이야기
유은실 소설 『변두리』는 1985년 서울 변두리 동네를 배경으로, 지난하고 절망적인 삶 속에서도 서로 의지하며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일곱 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황룡동 사람들의 터전인 도살장과 부산물 시장을 무대로 한다. 황룡동 골목골목에서 만나는 가난하고 척박한 이들의 삶은 어찌 보면 한 편의 비극에 가깝지만, 소설 속 인물들은 때론 억척스럽게 때론 천연덕스럽게 그 삶을 받아들인다. 저마다 꿈을 품고 성장을 겪으며 서로를 껴안고 살아간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읽는 이에게 묵직한 울림을 준다.
우리나라 아동청소년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서 유은실은 여린 존재들을 끌어안는 따뜻한 시선과 간결하고 세련된 특유의 문체로 세대를 아우르는 감동과 메시지를 전해왔다. 문단과 독자들로부터 아낌없는 사랑과 관심을 받음은 물론 『만국기 소년』으로 2007년 한국어린이도서상을 수상, 『멀쩡한 이유정』으로 2010년 IBBY 어너리스트에 선정되며 작품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2024년에는 린드그렌상 한국 후보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선정 및 수상내역
제6회 권정생문학상 수상작
저자

유은실

1974년서울에서태어났다.동화『일수의탄생』,『내머리에햇살냄새』,『드림하우스』,『우리동네미자씨』,『나의린드그렌선생님』,『만국기소년』,『멀쩡한이유정』,『나도편식할거야』,『마지막이벤트』,청소년소설『변두리』,『2미터그리고48시간』,『순례주택』,그림책『나의독산동』등을썼다.『만국기소년』으로한국어린이도서상을,『변두리』로제6회권정생문학상을받았다...

목차

1도살장…007
2집…059
3길…111
4산…153
5병원…197
6구민체육센터…227
7나의수원…255

김진경|작가의귀향…267

출판사 서평

“내삶의중심,변두리에게”
작가유은실의근원이자또하나의출발점이라부를소설

작가는책에서이야기를시작하기에앞서“내삶의중심,변두리에게”라는말로입을뗀다.어떻게‘변두리’가삶의중심이될수있었을까.사실이소설은작가가스물다섯살에쓴습작이씨앗이되어십수년이지난지금한권의책으로열매맺게된것이다.원고지20매분량으로시작된이이야기는저자가아동문학작가로데뷔한이후에도줄곧‘언젠가장편으로써내야할이야기’로작가의내면에존재했다.작가로서치열한삶을살아온유은실은계속해서자신과세상에대해탐문하고고뇌한끝에비로소한권의이야기를빚어우리앞에내놓았다.작가의귀향이라부를수있을이소설은김진경시인이짚었듯“작가유은실의근원이자또하나의출발점”이다.

‘변두리’는창작자에겐글쓰기의모든것이시작되고끝나는중심일수밖에없다.거기에자기글쓰기의원형이있고,세상과의불화관계를넘어서는자기방식의원형이있다.초경과몽정을하지않은아이들이첫아카시아꽃을따먹는마을행사가이소설에서압도적인비중을차지하는것으로보아유은실이세상과의불화관계를넘어서는방식은무척따뜻한방식인듯싶다._김진경(시인)

“엄마의고함,낡은부엌살림,
선짓국끓이는냄새,화장실에가는것....
담없는이집에선숨길수없는게너무많았다.”

도살장과부산물시장일을주업으로삼은사람들이모여사는황룡동.그곳은서울의변두리에자리한동네다.황룡동한끝골목가담장없는집엔또래보다힘이세고키가큰열세살소녀수원이산다.긴장하거나당황하면말을더듬는수원은몸을다쳐일하지못하는아빠를대신해부산물시장에가식구들이먹을선지를들통가득사들고올만큼속내깊은아이다.하지만마음한편으로는피비린내나는도살장도,남루한살림뿐인집도,고함치는엄마도,술주정하는아빠도사라져버리길바라기도한다.말더듬을타박하지않고“수원아,과수원.”하고다정히불러주는정구오빠덕에수원은멋진성곽과과수원길이있는경기도의중심수원에사는자신의모습을꿈꾼다.

“동생꿈은카우보이였다.
도살장초원을누비면서새끼돼지랑송아지를돌봐줄거라고,
눈을반짝이며말하곤했다.”

수원에겐동생수길이있다.도살장에초원이있어소와돼지가평화롭게뛰논다는아빠의말을철석같이믿는수길은도살장을지키는카우보이가되는것이꿈이다.그런수길의믿음이언제까지계속될지수원은불안하기만하다.수원은언제나동생수길곁을지켜주고싶다.수길의꿈과환상이깨지거나무너지지않도록,수길이아픈현실을대면하지않도록말이다.
마을의오랜풍습이자연중행사인‘첫꽃날’.강인한생명력을지닌아카시아꽃을닮기를바라며어른들은아이들을마을뒷산용비봉에올려보낸다.용비봉이구민체육센터부지로결정되어아카시아꽃을맛볼수있는건올해가마지막이라는말에수원과수길도서둘러아카시아숲으로향한다.수백의아이들이모여드는첫꽃날의웅장하고찬란한풍경속에서수원은초라한집과핏빛의도살장을잠시잊는다.아카시아숲은힘겹고처절하게살아가는황룡동아이들이절망에만머무르지않도록마법과도같은힘을불어넣는다.

이소설은이쯤에서멈추겠지싶은순간예상을깨고수면밑으로내려가고,내려가고또내려간다.깊고어둡고황량한심연을마주하기두려워제발이정도에서멈추었으면좋겠다고생각할때에도작가는고도의수압을감내하며더깊이침잠한다.이렇게우리는이소설의끝에서세계와내면의바닥을마주한다.그것은고통스러운일이다.심해의바닥을본물고기가발광체를가지게되는것처럼세계의바닥을본소년과소녀만이진정한어른으로성장할수있다.그래서이소설은쓸쓸하지만따뜻하고,소박하지만장엄하다._유영진(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사람들북적이는대로에넘어져선지가담긴들통을엎고피범벅이되어버리는수원과수길.소설의첫장면은황룡동에서의삶이그리만만한것이아님을,이들이겪는가난의무게가얼마만한것인지를확인케하며독자들을강렬하게작품속으로빨아들인다.그리고소설을읽는내내황룡동어디에서나나는비릿한냄새가맡아지는것같다.그것은황룡동도살장의피비린내이기도하고,부산물을넣고끓인선짓국냄새이기도하고,용비봉아카시아꽃향기이기도하다.온통붉은빛에잠긴도살장과하얀아카시아꽃이이지러진용비봉은극명히대비되는이미지를지녔지만가난한황룡동사람들의삶의기반이되는공간임에는틀림없다.지독한가난에의운명을짊어진자들이발을디디고살아가는현실그자체이자,주어진삶을이어나가게하는동력을공급해주는토대요원천인셈이다.수원의엄마는시장에서얻은시래기와내장을넣고미원으로맛을내선짓국을끓이고,빵공장에서가져온유통기한이지난빵을푹푹쪄내수길남매를먹여키운다.병약하지만이웃들의도움을받아아카시아꿀차를팔아자식둘을키워온정호네,아카시아숲이헐리면족발장사를관두고새집지을꿈에젖은상숙이네,친정에서보내준다는밤한가마니로체면을차리고사는밤벌레할머니네…….

저마다의사연과사정을안고필사적으로살아가는황룡동사람들이만들어내는이소설은‘변두리’라는말의의미를재정립한다.중심이아닌자리로치부되는,조명받지못하는변두리의삶.그런삶의자리를자기삶의중심이자근원임을받아들이고껴안을때에만삶이새롭게바라봐지고다시시작된다는것을말이다.

뚝배기에든따뜻한선짓국처럼읽는이의마음을뭉근히데우는소설

이소설은80년대중반서울변두리동네에머무르는이야기가아니라,자신과세상을‘진짜’대면하는삶의어떤순간을,그리고세상이황량할지라도더불어사는따뜻한사람들을이야기하는작품이다.작가는삶의비극과슬픔을비껴가지않는다.처절한밑바닥의삶을살아가는황룡동사람들모습을수원의시선으로또박또박기록한다.그를좇아이소설의끝에닿으면우리는알게된다.무너진꿈과세상을향해다시한걸음내딛은수원처럼,우리는우리의상처와결핍을‘제대로’바라보아야한다는것을.우리가살아가는이세계에대해의심하고반문해야한다는것을.또한단맛,쓴맛,고소한맛등갖가지맛이어우러져누린듯깊은맛을내는선짓국처럼,우리가살고있는이세계가지질하고구저분한삶일지라도어울려살아갈때찬연히빛날수있다는것을작가는시사한다.사춘기소녀수원의안팎을들여다보는작가의깊은눈과아름다운문장들,소뼈를단숨에가르는칼날처럼마음깊숙이파고드는어떤처연함과슬픔이바로이소설에녹아있다.서사를통해진정한의미의성장과성숙을가능케하는이소설은자기와세계의비극과슬픔을직면할수있는시간과기회를호출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