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프리드와 에밀리 -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28

앨프리드와 에밀리 -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28

$16.00
Description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도리스 레싱이 세상에 남긴 마지막 작품
허구와 현실의 비극적 간극을 넘나들며 그려낸 부모의 삶
거장 도리스 레싱이 자신의 아버지 앨프리드와 어머니 에밀리를 주인공으로 삼아, 픽션과 논픽션을 한 권의 책으로 구성한 독창적인 작품이다. 제1부는 제1차세계대전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가정하에 부모의 다른 삶을 상상한 허구이고, 제2부는 전쟁이 남긴 외적 ㆍ 내적 상처를 끌어안고 아프리카 식민지 농장에서 고군분투했던 가족의 실제 삶을 담은 회고이다. 뇌졸중으로 투병하면서도 창작활동을 멈추지 않았던 레싱의 마지막 결실인 이 작품은 민은영 번역가의 번역으로 국내에 처음 소개된다. 따스하고 애틋한 소설과, 생생하고 통찰력 있는 회고적 성격의 글 각각의 특색을 살려 정확하고 세심한 문장으로 옮겼다. ★ 2007년 노벨문학상 ★ 2008년 〈타임스〉 선정 ‘전후 위대한 영국 작가 50인’
저자

도리스레싱

작가도리스레싱은현대의사상·제도·관습·이념속에담긴편견과위선을냉철한비판정신과지적인문체로파헤쳐문명의부조리성을규명함으로써사회성짙은작품세계를보여준영국의여성소설가이자산문작가이다.

본명은도리스메이테일러(DorisMayTayler)이다.1919년페르시아(지금의이란)에서영국인이민자부모의장녀로태어났다.1925년에가족이영국령남로디지아(지금의짐바브...

목차

서문7

제1부중편소설「앨프리드와에밀리」9
제2부앨프리드와에밀리:두인생175

감사의말319

해설|도리스레싱이라는거대하고울창한숲321
도리스레싱연보331

출판사 서평

소설속의부모와현실의부모,슬프고도애틋한간극

2007년스웨덴한림원은도리스레싱에게“여성으로서의경험을풀어낸서사시인”이자“분열된문명을응시하는작가”라는찬사와함께노벨문학상을수여했다.1919년태어나2013년세상을떠날때까지그는페미니즘,공산주의와자본주의,식민지,인종차별등20세기인류사회의거의모든주제를다루었다고해도과언이아니다.그런레싱이2008년발표한생애마지막작품에서주인공으로선택한것은바로자기부모였다.『앨프리드와에밀리』는절반은소설,절반은회고록이라는독특한구성으로이루어져있다.

제1부는제1차세계대전이일어나지않았다는가정하에전개된다.같은마을에사는앨프리드와에밀리는잠시호감을느끼기도하지만,각자의짝을만나고평생친구로남는다.잘생긴크리켓선수앨프리드는고향농장에서일하며야무진아내,쌍둥이아들들과함께화목한가정을꾸린다.똑똑한에밀리는런던에가서간호사로일하다저명한의사를만나결혼한다.남편을심장마비로잃지만그가남긴유산과인맥을활용해교육자선사업가가된다.실제역사와달리영국은평화속에서번영을구가하고,아이러니하게도평화에너무익숙해져버린젊은이들은해외에나가려고타국의전쟁에자원한다.이런세태를걱정한앨프리드의아이디어와,에밀리의자금과행동력이만나새로운사업이탄생하기도한다.

제2부는부모와작가자신이현실에서경험한삶이다.부상병과간호사로병원에서만나결혼한부모는옥수수를키워부자가될수있다는선전을보고아프리카농장으로이주한다.그러나남로디지아의농장은경제적으로성공하기엔너무볼품없었고이제는농장을탈출해영국으로돌아가는것이가족의목표가된다.전쟁에서한쪽다리를잃어나무의족을사용하는아버지는끔찍했던경험을끊임없이주변사람들에게이야기하며,나중에는당뇨병까지생겨괴로운말년을보낸다.어머니는식민지에서는영국중산층의삶을영위하기가어렵다는사실에크게실망하고,남편을돌보느라자기시간을갖지못한다.자식들에대한지나친집착때문에오히려레싱과남동생은어머니와멀어지고만다.부모가살았던에드워드시대영국과작가가유년시절을보낸아프리카식민지의생활상을보여주는동시에,찬란했던대영제국에전쟁의그림자가드리워지고환상에젖어식민지로떠났던사람들이좌절을겪는과정이생생하게드러나있다.그리고‘모든전쟁을종식할전쟁’이라는제1차세계대전의별칭이무색하게곧이어제2차세계대전이발발하여이번에는남동생해리에게트라우마를남기고만다.

『앨프리드와에밀리』의절묘한구성은극적대비를이루며독자에게두세계사이의간극에서오는충격을안긴다.읽는순간눈앞에전원풍경이펼쳐지는듯따스하고아름다운분위기의제1부는,『풀잎은노래한다』『금색공책』등강렬한인상을남기는레싱의대표작들을읽어본독자라면의외라고여길만하다.레싱은부모의행복을위해,부모의마음에들기위해노력하는천진한아이처럼이야기를이어나간다.전쟁이남긴부상과병으로고생하다죽은실제아버지와달리,소설속앨프리드는아버지의평생소원이었던영국농부로살며장수하다세상을떠났다.중산층처럼살고싶은욕망과자식에대한집착으로괴로워했던어머니는,소설속에서자녀는없지만수많은아이들의미래를바꾼자선사업가로서사교계에서존경받는다.

그러나이작품의목적이단순히허구와현실을대비시키기위해서만은아닐것이다.소설을찬찬히읽어보면,부모에게선사한허구의삶에도그나름의슬픔이있고상처가있다.앨프리드에게는버트라는친구가있는데,그는심각한알코올중독자이다.앨프리드부부는술집으로버트를찾으러다니고그가제대로된치료를받게하느라애쓴다.또기나긴평화에질린아들들이타국에서벌어지는전쟁에나갈까노심초사한다.에밀리는남편을갑자기잃고재산을탐내는친척들에맞서며자선사업을운영한다.사업은성공적이었지만마음맞는배우자를만나거나자식을얻지는못해주위의연인들을보며아쉬워한다.

제1부의삶이마냥행복하지만은않다는사실은제2부의삶이오로지비극이기만한것은아니라는사실로연결된다.아프리카의대자연은때로넋을잃고바라볼만큼경이로웠고아버지의고통을잠시나마잊게해주었다.레싱은본국에서정규교육을받는아이들과는전혀다른경험을할수있었다.절대평탄하지않은유년시절이었지만식민지농장에서보낸그시절은뇌리에강하게남았고레싱이이후인종,계급,성별의격차에항거하는지식인이되는계기를만들어주었다.

도리스레싱의마지막작품이자가장강력한작품중하나

레싱의작품목록중에서도『앨프리드와에밀리』가눈에띄는이유는그저마지막작품이어서가아니다.우선이작품은말년에이른레싱이평생이해하려고애썼던부모,특히어머니에게건네는화해의시도이자결국자기자신과의화해이기때문이다.이작품은부모의전기인동시에작가자신의전기인것이다.

“여전히이렇게나는그무시무시한유산에서헤어나려고,자유로워지려고애쓰고있다.(…)내가글로쓴그대로의그들을만날수있다면,그들이내가빚어준삶을마음에들어한다면좋겠다.”_도리스레싱

어린시절레싱은아버지의전쟁경험담이듣기싫어귀를막으면서도,아버지의이야기는고통과두려움을극복하는수단이라며그정당성을인정한다.그러나어머니의경우는달랐다.어머니에게도자기이야기를들어줄사람이필요했지만정당성은눈에바로보이지않았고,레싱은자신과남동생에게집착하는어머니에게서벗어나려고투쟁했다.많은딸들과마찬가지로레싱역시‘나는어머니처럼되지않겠어’라고되뇌었고그가어머니에게느낀분노는격렬했다.레싱이솔직하게털어놓고있듯이,아버지뿐아니라어머니역시시대가낳은피해자였음을깨닫게된것은한참후의일이었다.『앨프리드와에밀리』가발표된2008년당시레싱의나이는아흔에가까웠다.“그무시무시한유산에서헤어나려고,자유로워지려고”노력중이라말했던레싱은이마지막작품을통해드디어목적을달성한듯하다.

다음으로작품의특이한형식에도주목해야한다.소설은물론이고시,희곡등다양한장르에서문학적시도를멈추지않았던레싱의실험적태도가이작품에서도빛난다.부모의삶이나전쟁이라는소재는무수히반복되어왔으나,픽션과논픽션을한권으로담은신선한구성덕분에『앨프리드와에밀리』에는진부하다는느낌이전혀없다.중간중간등장하는흑백사진역시일반적인소설에서는찾아볼수없는독특한느낌을준다.특히제1부의끄트머리에있는「설명」이라는글은소설속등장인물들이현실의누구에게서영감을받았는지알려주면서독자를자연스럽게제2부로이끈다.소설만따로,혹은회고록만따로출간했다면다소밋밋한작품이되었을지모르지만두가지성격의글을하나로엮어각각의합보다도더큰감동을만들어냈다.『앨프리드와에밀리』는내용면에서도형식면에서도“레싱의가장강력한작품중하나”로꼽히기에손색이없다.

마지막으로레싱은이작품에서자신을구원해준존재인‘책’에대해무한한애정을드러낸다.유년시절에일어난“좋은일은딱하나”였고그것은바로독서였다.책이야기를할때만큼은문학계최고의영예를얻은대작가도어린시절로돌아가자신이사랑하는작가들,추억속의도서목록을줄줄이읊는다.수많은동시대작가의작품에추천사를아끼지않으며책에대한애정을기꺼이드러냈던레싱.어린시절의그가영국에서아프리카로느리게배송되어오는책을손꼽아기다리는모습은상상만으로도우리를미소짓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