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현존하는 영어권 최고 단편소설 작가의 국내 유일 단편집
『바르도의 링컨』 『작가는 어떻게 읽는가』 조지 손더스 문학의 정수
『바르도의 링컨』 『작가는 어떻게 읽는가』 조지 손더스 문학의 정수
★★★ 소설가 김중혁, 이미상 추천 ★★★
오늘 나는 여러분에게 조지 손더스 식으로 조지 손더스의 소설을 소개하려고 한다.
이 소설 폼이 미쳤다. 거침없이 지껄이고, 괴상한 걸 망상하고, 제멋대로 선을 넘고,
가끔은 돌아오지도 않는다. “이런 오 이런,” 읽다가 여러 번 놀랄 것이다.
김중혁(소설가)
일 톤짜리 이야기를 소박한 한줌의 짧은 소설로 압축하는 수줍은 완벽주의자.
나는 그의 한 문장이 훌륭한 단편소설 너덧 편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이미상(소설가)
맨부커상 수상작 『바르도의 링컨』, 25년간의 창작 강의를 집대성한 『작가는 어떻게 읽는가』,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해방의 날Liberation Day』까지 읽는 이에게 즐거운 충격을 선사하는 혁신적인 작품들을 펴내며 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한 조지 손더스의 두번째 단편집 『패스토럴리아』(2000)가 출간되었다. 첫 단편집 『악화일로를 걷는 내전의 땅CivilWarLand in Bad Decline』으로 평단의 주목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한 손더스는 단편집 『12월 10일』로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오르고 스토리상과 폴리오상을 수상하여 “현존하는 영어권 최고의 단편소설 작가”(〈타임〉)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패스토럴리아』는 손더스의 정수가 담긴, 풍자적이고 그로테스크한 6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작품이다. 고유한 유머와 스타일이 돋보이는 이 소설집은 〈밀리언스〉 선정 2000년대의 위대한 책 5위, 2001년 〈뉴욕 타임스〉 선정 주목할 만한 책에 올랐다. 이 책은 현재 국내에서 만나볼 수 있는 손더스의 유일한 단편집이다.
표제작의 제목인 ‘패스토럴리아’는 ‘목가적’이라는 의미의 영단어 ‘패스토럴pastoral’을 아이러니하게 뒤튼 것으로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테마파크를 상징한다. 성경 모티프가 곳곳에 드러나는 이 테마파크는 선사시대를 조악하게 재현하고 있다. 자연물을 모방하고 인간을 구경거리로 삼아 보는 이에게 불쾌함을 일으키는 이곳은 그 자체로 소설집 『패스토럴리아』와 닮은 점이 있다. 이 책은 어딘가 부족하고 뒤틀린, 그래서 삶이라는 고통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 자들의 울적한 하루하루를 그린다. 바깥세상과 격리된 가짜 동굴에서 동굴 인간 연기를 하는 남자(「패스토럴리아」), 죽은 이모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몸을 파는 스트리퍼(「시오크」), 허상과 망상에 빠져 인생을 낭비하거나(「이발사의 불행」), 자격지심에 찌든 채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단어를 더듬더듬 수첩에 적어내는 사람(「폭포」)…… 우리가 차마 직시하기 두려워 보기를 포기해버렸던 사람들의 이상한 면면들이 계속해서 펼쳐지며 불쾌함의 테마파크를 조성한다.
“『패스토럴리아』가 그리는 세계는 우스꽝스러운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극도로 잔인하다. 그 세계에 사는 인간들은 어리석고 못됐고 천사이며 심오하다. 한마디로 우리를 닮았다. 그래서 그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눈물이 나나보다.” _이미상(소설가)
하지만 진정 심오한 눈으로 이 작품을 들여다보면 그 불쾌한 감정은 서서히 변모한다. 작품 속 부적응자와 외톨이들의 삶에서 그리 낯설지 않은 점들을 계속 발견할 때, 어쩌면 우리 모두가 언젠가 한 번쯤 미치광이였다는 것을, 현실에서 벗어나려 망상에 빠져본 적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때, 기이한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패스토럴리아』는 우리로 하여금 전에 보지 못했던 것들을 비로소 볼 수 있게 하고, 때론 그 속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게 하며 모든 불편한 감정을 피하지 않고 되레 극대화하여 현실을 핍진하게 그려낸다. 깔깔깔 웃다가도 눈물이 나는 작품들을 하나씩 따라가다보면 그 모든 못난 세상의 못난 자들이 너무 싫고 너무 좋은 나머지 그들의 세상으로 속수무책 빨려들어가게 된다.
거침없이 지껄이고, 괴상하게 망상하고, 제멋대로 선을 넘는
조지 손더스라는 테마파크
단편소설의 거장다운 손더스의 문장은 적확하고 명료하여 아름답다. 언캐니한 배경과 메타포, 예상을 벗어나는 독특한 전개에도 불구하고 모든 장면이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진다. 이는 그의 세계가 다른 어떤 곳이 아닌 바로 이곳을, 이 순간의 비극을 다루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책 속에는 완전 망해버린 것만 같은 인간들이, 모든 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 하루하루를 보내며 그저 버텨내는 인간들이 있다.
「패스토럴리아」의 주인공은 테마파크에서 동굴 인간 연기를 하며 사는데, 언젠가부터 식량이 잘 배급되지 않는다. 정리해고가 시작되었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아픈 가족이 있는 ‘나’와 동료 재닛은 돈벌이가 간절해 회사의 횡포에도 굴복하며 살아가려 하지만 일은 계속 꼬이기만 한다. 「시오크」의 ‘나’는 퇴물이 될까봐 전전긍긍하는 스트리퍼다. “바다도 오크도 없”지만 시오크라 불리는 곳에서 이모 버니와 누나와 사촌, 그리고 둘의 아기들과 함께 산다. 평생 일만 하고 불행하게 살던 이모는 어느 날, 집을 급습한 침입자에 너무 놀라 죽어버린다. ‘나’와 형제들은 이모의 장례를 치르지만 이후 무덤이 파헤쳐졌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이내 허물어져가는 시체 하나가 이들을 찾아온다. 한편 「세상에서 퍼포의 끝」은 코디라는 아이의 망상으로 이루어져 있다. 자전거를 타고 자신을 괴롭히는 댈마이어가(家) 아이들에게 복수하러 가는 동안, 망상 속 사람들은 코디에게 환호하고 미래는 창창하게 펼쳐져 있다. 지금은 코디를 무시하고 괴롭히는 댈마이어가 아이들도, 코디를 “퍼포”라고 부르며 조롱하는 엄마의 애인 대릴도 언젠가 그의 진면모를 알게 되면 땅을 치고 후회하게 될 것이라 믿으며 코디는 계속해서 페달을 밟는다.
이야기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면서 현대사회의 부조리함과 인간성 상실을 고발한다. 언어를 금지당하고 세상에서 격리된 채 살아가는 「패스토럴리아」의 주인공이나 평생 희생만 하다가 침입자 때문에 죽음을 맞이한 「시오크」의 버니 이모, 모두에게 미움받는 「세상에서 퍼포의 끝」의 코디…… 비참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을 동굴 밖에서 지켜보는 우리는, 동굴의 안과 밖을 모두 덮고 있는 자본주의의 거대한 장막을 온 감각으로 느낄 수 있게 되고, 이 비현실적인 생경함 속에서 다름 아닌 현실을, 잔인할 만큼 생생한 인간소외의 단면을 보게 된다.
뒤틀린 세계의 사람들 사이로
방귀처럼 스며나오는 희망이라는 빛
손더스의 못난 인물들은 문제를 해결하려 애쓰기보단 궁시렁대기를 택한다. 이 애처로운 중얼거림은 때론 자신의 가족을, 때론 비슷한 처지의 다른 사람을 미워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이들은 더 강한 존재를 원망하거나 현실을 바꾸려고 아등바등 노력하는 대신 쉽고 익숙한 길을 택한다. 혹은 “문제들에 대한 놀랍고 혁신적인 해법을 긍정적이고 창조적으로 상상하려 한다, 로토에 당첨된다든가”. 이 궁상맞은 모습이 우리의 폐부를 능청스럽고 정확하게 찌를 때, 우리는 통쾌함에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다. 손더스의 유머는 때론 불쾌하면서도 정말 독보적이며 ‘손더스다운’ 유머는 오직 그의 작품 속에만 존재한다.
「윙키」의 닐은 종교에 빠진 미친 여동생과 함께 살고 있어서 자신의 인생이 잘 풀리지 않는다고 믿는다. 그는 일종의 사이비 단체인 “세미나”를 찾아가 성공 강연을 듣는다. “세미나” 대표인 톰은 장애가 있는 형제를 “내 오트밀에 엄청나게 똥을 싸”는 사람이라 표현하며 그런 사람들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을 설파한다. 강연을 들은 닐은 집에서 여동생을 쫓아내겠다고 다짐하지만 나사 빠진 여동생이 양말을 어깨 위에 올려둔 채로 그를 맞이하자 욕지거리밖에 하지 못한다. 「이발사의 불행」 속 이발사 역시 중년이 되도록 엄마와 함께 사는데, 온종일 머릿속에는 여자 생각밖에 없지만 정작 현실의 여자와 맺었던 관계는 모두 망쳤다. 기형인 발가락 때문에 언제나 자신감이 없고, 자격지심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운좋게 데이트를 하게 되지만 엄마는 데이트 상대의 몸이 거대하다며 계속 훼방을 놓는다. 「폭포」는 모스와 커밍스라는 “안전 부적격 판정을 받을 교회처럼” 음침한 두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역시 마흔이 되도록 어머니와 사는 커밍스는 자신이 작가로서 재능 있다고 믿으며 해괴한 글을 수첩에 써댄다. 모스는 지나치게 걱정이 많아 제대로 사회생활조차 하지 못한다. 둘은 속으로 자신의 처지가 상대방보다는 낫다고 믿는다.
『패스토럴리아』가 신랄한 사회 고발과 루저들의 독백에 그치지 않고 한 단계 더 나아가는 작품인 것은 이 뒤틀린 세계의 비참한 자들을 감싸는 시선에, 그 유머에 분명한 온기가 서려 있기 때문이다. 손더스는 비꼬고 실험하고 농담하면서 오직 루저들만을 위한 대자보를 휘갈긴다. 정의 내릴 수 없는 6편의 기기괴괴한 이야기들을 체험하고 나면 믿기 힘들게도 돌연 “모든 게 완전히 망한 건 아닐지도 모른다는” 희망의 빛이 우리에게 스미게 된다. 어쩌면 나는 “살아 있다”고 중얼거리게 될지도 모른다. 진정한 ‘손더스 월드’에 발을 들이게 될 당신을 미리 환영한다.
오늘 나는 여러분에게 조지 손더스 식으로 조지 손더스의 소설을 소개하려고 한다.
이 소설 폼이 미쳤다. 거침없이 지껄이고, 괴상한 걸 망상하고, 제멋대로 선을 넘고,
가끔은 돌아오지도 않는다. “이런 오 이런,” 읽다가 여러 번 놀랄 것이다.
김중혁(소설가)
일 톤짜리 이야기를 소박한 한줌의 짧은 소설로 압축하는 수줍은 완벽주의자.
나는 그의 한 문장이 훌륭한 단편소설 너덧 편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이미상(소설가)
맨부커상 수상작 『바르도의 링컨』, 25년간의 창작 강의를 집대성한 『작가는 어떻게 읽는가』,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해방의 날Liberation Day』까지 읽는 이에게 즐거운 충격을 선사하는 혁신적인 작품들을 펴내며 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한 조지 손더스의 두번째 단편집 『패스토럴리아』(2000)가 출간되었다. 첫 단편집 『악화일로를 걷는 내전의 땅CivilWarLand in Bad Decline』으로 평단의 주목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한 손더스는 단편집 『12월 10일』로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오르고 스토리상과 폴리오상을 수상하여 “현존하는 영어권 최고의 단편소설 작가”(〈타임〉)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패스토럴리아』는 손더스의 정수가 담긴, 풍자적이고 그로테스크한 6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작품이다. 고유한 유머와 스타일이 돋보이는 이 소설집은 〈밀리언스〉 선정 2000년대의 위대한 책 5위, 2001년 〈뉴욕 타임스〉 선정 주목할 만한 책에 올랐다. 이 책은 현재 국내에서 만나볼 수 있는 손더스의 유일한 단편집이다.
표제작의 제목인 ‘패스토럴리아’는 ‘목가적’이라는 의미의 영단어 ‘패스토럴pastoral’을 아이러니하게 뒤튼 것으로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테마파크를 상징한다. 성경 모티프가 곳곳에 드러나는 이 테마파크는 선사시대를 조악하게 재현하고 있다. 자연물을 모방하고 인간을 구경거리로 삼아 보는 이에게 불쾌함을 일으키는 이곳은 그 자체로 소설집 『패스토럴리아』와 닮은 점이 있다. 이 책은 어딘가 부족하고 뒤틀린, 그래서 삶이라는 고통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 자들의 울적한 하루하루를 그린다. 바깥세상과 격리된 가짜 동굴에서 동굴 인간 연기를 하는 남자(「패스토럴리아」), 죽은 이모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몸을 파는 스트리퍼(「시오크」), 허상과 망상에 빠져 인생을 낭비하거나(「이발사의 불행」), 자격지심에 찌든 채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단어를 더듬더듬 수첩에 적어내는 사람(「폭포」)…… 우리가 차마 직시하기 두려워 보기를 포기해버렸던 사람들의 이상한 면면들이 계속해서 펼쳐지며 불쾌함의 테마파크를 조성한다.
“『패스토럴리아』가 그리는 세계는 우스꽝스러운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극도로 잔인하다. 그 세계에 사는 인간들은 어리석고 못됐고 천사이며 심오하다. 한마디로 우리를 닮았다. 그래서 그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눈물이 나나보다.” _이미상(소설가)
하지만 진정 심오한 눈으로 이 작품을 들여다보면 그 불쾌한 감정은 서서히 변모한다. 작품 속 부적응자와 외톨이들의 삶에서 그리 낯설지 않은 점들을 계속 발견할 때, 어쩌면 우리 모두가 언젠가 한 번쯤 미치광이였다는 것을, 현실에서 벗어나려 망상에 빠져본 적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때, 기이한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패스토럴리아』는 우리로 하여금 전에 보지 못했던 것들을 비로소 볼 수 있게 하고, 때론 그 속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게 하며 모든 불편한 감정을 피하지 않고 되레 극대화하여 현실을 핍진하게 그려낸다. 깔깔깔 웃다가도 눈물이 나는 작품들을 하나씩 따라가다보면 그 모든 못난 세상의 못난 자들이 너무 싫고 너무 좋은 나머지 그들의 세상으로 속수무책 빨려들어가게 된다.
거침없이 지껄이고, 괴상하게 망상하고, 제멋대로 선을 넘는
조지 손더스라는 테마파크
단편소설의 거장다운 손더스의 문장은 적확하고 명료하여 아름답다. 언캐니한 배경과 메타포, 예상을 벗어나는 독특한 전개에도 불구하고 모든 장면이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진다. 이는 그의 세계가 다른 어떤 곳이 아닌 바로 이곳을, 이 순간의 비극을 다루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책 속에는 완전 망해버린 것만 같은 인간들이, 모든 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 하루하루를 보내며 그저 버텨내는 인간들이 있다.
「패스토럴리아」의 주인공은 테마파크에서 동굴 인간 연기를 하며 사는데, 언젠가부터 식량이 잘 배급되지 않는다. 정리해고가 시작되었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아픈 가족이 있는 ‘나’와 동료 재닛은 돈벌이가 간절해 회사의 횡포에도 굴복하며 살아가려 하지만 일은 계속 꼬이기만 한다. 「시오크」의 ‘나’는 퇴물이 될까봐 전전긍긍하는 스트리퍼다. “바다도 오크도 없”지만 시오크라 불리는 곳에서 이모 버니와 누나와 사촌, 그리고 둘의 아기들과 함께 산다. 평생 일만 하고 불행하게 살던 이모는 어느 날, 집을 급습한 침입자에 너무 놀라 죽어버린다. ‘나’와 형제들은 이모의 장례를 치르지만 이후 무덤이 파헤쳐졌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이내 허물어져가는 시체 하나가 이들을 찾아온다. 한편 「세상에서 퍼포의 끝」은 코디라는 아이의 망상으로 이루어져 있다. 자전거를 타고 자신을 괴롭히는 댈마이어가(家) 아이들에게 복수하러 가는 동안, 망상 속 사람들은 코디에게 환호하고 미래는 창창하게 펼쳐져 있다. 지금은 코디를 무시하고 괴롭히는 댈마이어가 아이들도, 코디를 “퍼포”라고 부르며 조롱하는 엄마의 애인 대릴도 언젠가 그의 진면모를 알게 되면 땅을 치고 후회하게 될 것이라 믿으며 코디는 계속해서 페달을 밟는다.
이야기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면서 현대사회의 부조리함과 인간성 상실을 고발한다. 언어를 금지당하고 세상에서 격리된 채 살아가는 「패스토럴리아」의 주인공이나 평생 희생만 하다가 침입자 때문에 죽음을 맞이한 「시오크」의 버니 이모, 모두에게 미움받는 「세상에서 퍼포의 끝」의 코디…… 비참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을 동굴 밖에서 지켜보는 우리는, 동굴의 안과 밖을 모두 덮고 있는 자본주의의 거대한 장막을 온 감각으로 느낄 수 있게 되고, 이 비현실적인 생경함 속에서 다름 아닌 현실을, 잔인할 만큼 생생한 인간소외의 단면을 보게 된다.
뒤틀린 세계의 사람들 사이로
방귀처럼 스며나오는 희망이라는 빛
손더스의 못난 인물들은 문제를 해결하려 애쓰기보단 궁시렁대기를 택한다. 이 애처로운 중얼거림은 때론 자신의 가족을, 때론 비슷한 처지의 다른 사람을 미워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이들은 더 강한 존재를 원망하거나 현실을 바꾸려고 아등바등 노력하는 대신 쉽고 익숙한 길을 택한다. 혹은 “문제들에 대한 놀랍고 혁신적인 해법을 긍정적이고 창조적으로 상상하려 한다, 로토에 당첨된다든가”. 이 궁상맞은 모습이 우리의 폐부를 능청스럽고 정확하게 찌를 때, 우리는 통쾌함에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다. 손더스의 유머는 때론 불쾌하면서도 정말 독보적이며 ‘손더스다운’ 유머는 오직 그의 작품 속에만 존재한다.
「윙키」의 닐은 종교에 빠진 미친 여동생과 함께 살고 있어서 자신의 인생이 잘 풀리지 않는다고 믿는다. 그는 일종의 사이비 단체인 “세미나”를 찾아가 성공 강연을 듣는다. “세미나” 대표인 톰은 장애가 있는 형제를 “내 오트밀에 엄청나게 똥을 싸”는 사람이라 표현하며 그런 사람들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을 설파한다. 강연을 들은 닐은 집에서 여동생을 쫓아내겠다고 다짐하지만 나사 빠진 여동생이 양말을 어깨 위에 올려둔 채로 그를 맞이하자 욕지거리밖에 하지 못한다. 「이발사의 불행」 속 이발사 역시 중년이 되도록 엄마와 함께 사는데, 온종일 머릿속에는 여자 생각밖에 없지만 정작 현실의 여자와 맺었던 관계는 모두 망쳤다. 기형인 발가락 때문에 언제나 자신감이 없고, 자격지심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운좋게 데이트를 하게 되지만 엄마는 데이트 상대의 몸이 거대하다며 계속 훼방을 놓는다. 「폭포」는 모스와 커밍스라는 “안전 부적격 판정을 받을 교회처럼” 음침한 두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역시 마흔이 되도록 어머니와 사는 커밍스는 자신이 작가로서 재능 있다고 믿으며 해괴한 글을 수첩에 써댄다. 모스는 지나치게 걱정이 많아 제대로 사회생활조차 하지 못한다. 둘은 속으로 자신의 처지가 상대방보다는 낫다고 믿는다.
『패스토럴리아』가 신랄한 사회 고발과 루저들의 독백에 그치지 않고 한 단계 더 나아가는 작품인 것은 이 뒤틀린 세계의 비참한 자들을 감싸는 시선에, 그 유머에 분명한 온기가 서려 있기 때문이다. 손더스는 비꼬고 실험하고 농담하면서 오직 루저들만을 위한 대자보를 휘갈긴다. 정의 내릴 수 없는 6편의 기기괴괴한 이야기들을 체험하고 나면 믿기 힘들게도 돌연 “모든 게 완전히 망한 건 아닐지도 모른다는” 희망의 빛이 우리에게 스미게 된다. 어쩌면 나는 “살아 있다”고 중얼거리게 될지도 모른다. 진정한 ‘손더스 월드’에 발을 들이게 될 당신을 미리 환영한다.
패스토럴리아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