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육점 주인들의 노래클럽 (루이스 어드리크 장편소설)

정육점 주인들의 노래클럽 (루이스 어드리크 장편소설)

$18.90
Description
“왜 그런지 알 수는 없지만 내 마음은 자꾸만 슬퍼지네.
옛날부터 전해오는 이야기를 내 마음에서 지워버릴 수 없네.”

대를 이어 반복되는 슬픔 속, 우리는 서로에게 노래를 불러준다.
정육점 주인들이 천사처럼 노래를 부르는 세상에서.
오 헨리 단편소설상, 펜/솔벨로상, 전미도서상,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퓰리처상 등 미국 유수의 상을 모두 거머쥔‘아메리카 원주민 문학 르네상스’의 주역 루이스 어드리크의 『정육점 주인들의 노래클럽』이 출간되었다. 그 자신이 아메리카 원주민의 후손으로, 그간 문학동네에서 출간된 『비둘기 재앙』『라운드 하우스』『사랑의 묘약』『페인티드 드럼』등을 보더라도 작품 대부분이 오지브웨족인 어머니의 계보를 찾아 다양한 군상의 모습을 담아냈던 데 반해 이번 『정육점 주인들의 노래클럽』에서는 예외적으로 독일계 미국인인 아버지의 뿌리를 추적해나간다.
1차대전 독일의 저격수였던 피델리스. 새로운 삶을 꿈꾸며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광활한 미국 노스다코타주 평원에 다다른 그는 부푼 희망을 안고 정육점을 연다. 더이상 전쟁의 참상도 없고 핏물도 땅속 깊이 젖어들었건만, 낯선 곳에서 살아남기란 결코 쉽지 않다. 곡식값 폭락과 흉작, 대공황, 곧 덮쳐올 2차대전까지…… 절망과 위로가 뒤섞인 낯선 슬픔이 가슴속에서 거품처럼 끓어오를 때, 정육점에서는 노래가 시작된다. 때로는 거칠게, 때로는 부드럽게 마음을 어루만지는 노래가.
저자

루이스어드리크

LouiseErdirch
1954년6월7일미국미네소타주리틀폴스에서오지브웨족어머니와독일계미국인아버지사이에서태어났다.인디언사무국관할학교에근무하는부모를따라노스다코타주와페턴으로이주해성장했으며,다트머스칼리지에서문학사학위를받았다.보스턴에거주하는아메리카원주민을위한신문〈서클〉에서편집자로일했으며,1979년존스홉킨스대학교에서문예창작석사학위를취득했다.
아메리카원주민의가족사를중심으로시와소설,어린이책을써온어드리크는평론가케네스링컨이명명한‘아메리카원주민문학의르네상스’에서가장중요한작가로평가받는다.1982년단편소설「세상에서가장위대한어부」로넬슨올그런상,1984년첫장편소설『사랑의묘약』으로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1987년단편소설「플뢰르」로오헨리단편소설상을수상했다.또한1998년『영양아내』로세계판타지문학상을,2006년어린이책『침묵의게임』으로스콧오델역사소설상을수상했고,구겐하임재단펠로십,노스다코타계관시인협회상을받았다.2001년발표한『리틀노호스에서의기적에관한마지막기록』이전미도서상최종후보에올랐고,2008년출간한『비둘기재앙』은퓰리처상최종후보에오른데이어2009년애니스필드울프도서상을수상했다.『라운드하우스』로2012년전미도서상,2013년미네소타도서상을수상했다.2014년에는‘지속적인작업과한결같은성취로미국문학계에큰족적을남긴작가’에게수여되는펜/솔벨로상을받고,2016년『라로즈』로또한번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수상했으며,2021년『밤의경비원』으로퓰리처상을수상하는영예를안았다.
시집『횃불』『욕망의세례식』,어린이책『할머니의비둘기』『버치바크하우스』『고슴도치의해』,소설집『빨간컨버터블』,장편소설『사탕무여왕』『네개의영혼』『그림자놀이』등을발표했다.미네소타주미니애폴리스에살면서독립서점‘버치바크북스(birchbarkbooks.com)’를운영하고있다.

목차

하나ㆍ마지막한줄…11
둘ㆍ균형잡기의대가…30
셋ㆍ뼈…52
넷ㆍ식료품저장고…74
다섯ㆍ정육점주인의아내…107
여섯ㆍ밤의정원…164
일곱ㆍ종이하트…200
여덟ㆍ들개를태우다…252
아홉ㆍ땅속의방…299
열ㆍ흙병…341
열하나ㆍ크리스마스의태양…349
열둘ㆍ트라움포이어…398
열셋ㆍ뱀을부리는사람들…432
열넷ㆍ은빛전나무부대…503
열다섯ㆍ정육점주인들의노래클럽…554
열여섯ㆍ스텝앤드어해프…562
감사의말577
옮긴이의말578

출판사 서평

“도살장에서거룩한성당같은음향이울려퍼진다고누가생각하겠는가?”

1차대전에참전해저격수로이름을날린피델리스발트포겔은1918년말,고향인독일루트비히스루에로돌아온다.애당초가업인정육점일을이을운명이었지만,그의진짜영웅은괴테,하이네,릴케등이었다.하지만전쟁중야트막한참호에서맹금의인내심을발휘하며인간의목숨을간단히꺾어버리는일을계속하고,같이참전했던친구를잃은그에게과거의영웅들은더이상아무런의미가없다.그러던중우연히미국산식빵을맛보게되고,세상을떠난친구의약혼자에바와함께안정과새로운삶을위해미국땅으로건너간다.노스다코타주의아거스타운에자리를튼둘은발트포겔정육점을경영하기시작한다.작가가감사의말에서밝히고있듯,루이스어드리크의할아버지루트비히어드리크는1차대전당시최전방에서싸웠던독일군이었고,할아버지의자식들은2차대전때미국으로참전했다.할아버지는독일에서노래길드에속했고미국에건너와정육점이자잡화점을경영했다고한다.
발트포겔정육점은이내아거스타운의명물이되는데,그곳에서도살된짐승이타운의별의별군상을먹여살릴뿐아니라,그곳의도살실이노래클럽의모임장소로사용됐기때문이었다.피델리스는독일에서정육점주인들로만구성된노래클럽에참여했던경험을기반으로,이곳미국에서는직업을불문하고노래를좋아하는사람들을모은다.대출전문은행가와그직원,주류밀매자,타운보안관,가끔얼굴을비치는의사,술꾼까지함께모여노래를부른다.

첫모임이있던밤남자들은더없이아름다운것을발견한분위기에들떠동이틀때까지맥주를마시고노래를불렀다.서로좋아하는노래를불러주고노랫말을알려주었다.한명한명의목소리가커지면두번째후렴구부터열정적인합창이되었다.그렇게밤새노래를불렀다.익숙한선율이나오면본능적으로화음을넣었다.71쪽

모임은일주일에한번씩이루어졌고그렇게미국사회에무탈하게적응하는듯하나,시대는사람들을가만히내버려두지않는다.전쟁의비극은피델리스대에서그치지않는다.2차대전이발발하고,피델리스의네아들이각각독일군,미국군으로나뉘어참전하게된다.피델리스의누나인고모탄테를따라독일로건너가있던쌍둥이형제는독일군으로,첫째프란츠와둘째마르쿠스는미국군으로전쟁에투입된다.전쟁의맹목적인광폭함은아들들의삶을할퀴고,그상처는또다시피델리스에게되돌아온다.

시대의분열과갈등을감싸안는,
열린가족구조와이를단단하게맺어주는여성의유대

발트포겔정육점에서도살을하며생계를잇는일은피델리스가도맡았지만,일상을챙기고꾸리는일은전적으로그의아내에바의몫이다.루이스어드리크의전작『비둘기재앙』『라운드하우스』『사랑의묘약』『페인티드드럼』등이그러하듯,『정육점주인들의노래클럽』에서도개인과공동체의상실과아픔에초점을맞춘서사의핵심줄기를이끌어가는것은여자들이다.피델리스가매일아침지극정성으로칼을손질하는의식을치르는동안에바는가게문을열고그날의할일을훑는다.피델리스와에바의결혼은사랑하는이들의결합이라기보다전쟁생존자간의연대에가까웠다.피델리스의친구요하네스가전쟁에서목숨을잃고,피델리스는요하네스의약혼자였던에바와결혼하기로약속했던것이기때문이다.어쩌면시작이그러했기에,둘의사이는더욱견고하다.에바는피델리스를받아들였듯주위의소외된자들을따스하게포용한다.가게에처음오는이들에겐항상말을붙였으며,자신의이야기를털어놓는사람들에게는가게깊숙한곳에있는부엌으로데려가시나몬번과방금끓인커피를내어준다.마을의술주정뱅이로이에게도,그의딸델핀에게도,가장싼부위의고기만을사가는떠돌이스텝앤드어해프에게도,심지어개에게도따스한눈빛을보내며노래를불러주는사람이에바다.

델핀은친구에바가개의눈을들여다보는모습을지켜보고나지막이노래를불러주는소리를들으면서그녀의행동이경이롭다고생각했다.델핀은개를그만큼대단하게여긴다른사람은알았던적이없었다.스텝앤드어해프를비롯해가게를찾아오는부랑자나괴짜를대하는태도는물론이고이짐승을대하는세심함에델핀은에바가흔히볼수있는사람이아니라고확신했다.그래서그녀를더욱사랑했다.150쪽

에바와델핀의관계는특별하다.델핀은우연히정육점에들렀다자신의집에있는시신들에관한비밀을에바에게이야기한다.이를계기로둘의사이는가까워지고,델핀이조금씩에바를도와가게일을맡게된다.어머니를일찍여읜델핀은언제나어머니의존재에대한결핍을느끼고있었는데,에바의존재가이결핍감을채워준다.둘의연대는오래가지못했다.언제나광적인에너지로자신을몰아붙이던에바가병을얻어세상을뜨기때문이다.델핀은에바의죽음이후피델리스의두번째아내가된다.델핀은에바에게받은사랑을그녀의자식들을보살피는데할애하고,그사랑은이어마르쿠스의아내가될매저린에게도이어진다.

에바는그녀에게요령을,지름길을,참을성있게꼼꼼히일하는법을,고달픈시행착오를통해깨달은온갖기술을가르쳐주었다.평생깨달은지식을알려주며델핀을훈련시켰고,그녀는에바를사랑했기에그것을받아들였다.250~251쪽

델핀의친모는살아있다.하지만그녀는델핀을버렸다.탯줄과태반이그대로붙어있는상태로버려진델핀을발견해로이에게데려다주고,가족을만들어준것은떠돌이스텝앤드어해프였다.그녀는운디드니대학살의생존자다.죽임을당한어머니의가슴에달라붙어충실히젖을빠는아기를,막걷기시작한아이가총성과함께동강난장면을목도했다.스텝앤드어해프는그기억을잊기위해긴다리로,큰보폭으로끊임없이걷는다.

걷기는그녀가기억하거나기억하지않는모든것을떨치고기억보다앞서나아갈수있는유일한방법이었고,그녀가걸음을옮기는공간에는인간의잔인함따윈없어위안이되었다.570쪽

아픈기억으로매일밤불면증에시달리며일상생활이어려운스탭앤드어해프였지만,그자신의상처가델핀을본능적으로구조하는힘이되었고아이가삶을제대로이어가는지지켜볼수있는토대가됐다.
에바와델핀,스텝앤드어해프를통해루이스어드리크가그려내는가족의모습은,결혼을하여피를나눈혈육으로구성된전통적인형태가아니다.그녀가그려내는가족은편견없이누군가를사랑하고조건없이먼발치에서바라보며그사랑을되물림하는열린구조의공동체다.루이스어드리크는그렇게살아가는것만이막을수없는거대한상실을마주한우리가할수있는유일하고도아름다운방법이라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