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학 답사 일지 : 배움을 찾아 떠난 국문학자의 여행

나의 문학 답사 일지 : 배움을 찾아 떠난 국문학자의 여행

$15.00
Description
“여행을 하는 한, 인간은 인간일 수 있다!”
서울대 인기 절정 교양 강의 〈한국문학과 여행〉을 책으로 만나다
세상이 커다란 책과 같다면 여행은 그 책을 읽는 모험
순간을 사는 인간이 영원을 만나는 방법, 오직 여행뿐

『춘향전』 「만복사저포기」 소설의 고향 남원
「금강 하구에서」 『탁류』를 탄생시킨 군산의 역동
문학을 만나 상상력으로 역사의 공백을 채워가는 감동!

호모 비아토르, 여행하는 인간. 사람들은 왜 그토록 여행을 하고 싶어할까? 오직 인간만이 낯선 장소에 연약하게 노출될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이 신기한 욕망에 대한 길고 상세한 편지 같은 글이 도착했다. 한 인문학자의 여행기, 정병설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의 『나의 문학 답사 일지』다.
『나의 문학 답사 일지』는 국문학자의 시선으로 대한민국 곳곳의 숨은 역사와 문학의 자취를 탐구한 책이다. 여행기이자 문학 안내서, 장소의 역사책이다. 저자는 어릴 때부터 지도 보기와 무작정 걷기를 좋아했다. 서울대에서 ‘한국문학과 여행’이라는 교양과목을 맡아 가르치면서 때때로 답사 다니고 여행하며 쓴 글을 한 권의 책으로 출간했다. 『춘향전』 「만복사저포기」 소설의 고향 남원, 혜경궁 홍씨의 친정이 있던 서울 북촌 등 문학으로 둘러본 장소는 모르던 곳처럼 새롭다. 궁궐의 주방인 소주방을 분주히 돌아다니는 궁녀와 환관의 모습이 손에 잡힐 듯 그려지는 궁궐 빛나는 묘사가 독자를 더욱 깊은 여행의 세계로 이끈다. 『탁류』를 탄생시킨 군산에서 일제강점기와 근대 역사의 상처를 읽는다. 어쩌면 집중해서 읽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당장 떠나고 싶어져서, 밑줄 긋고 지도 보느라 마음이 바빠져서.
책은 여행 가이드가 아니다. 가이드에서 볼 수 없는 연구자의 깊이 있는 지식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 책은 궁극의 여행 안내서다. 사진 찍기 좋은 맛집을 소개하는 정보는 많으나 어떻게 하면 우리가 여행에서 최고의 충만감을 얻을 수 있는지 알려주는 책은 찾기 어려우니까. 이 책에는 약간의 해답이 있다. 저자는 여행할 때 눈앞에 보이는 것만 보지 말고 과거의 역사와 당시 풍경을 마음으로 재현해볼 것을 제안한다. 그러면 순간을 사는 인간도 도도한 역사의 일부로 존재를 확장해볼 수 있다. 상상력의 최대치를 발휘해 세상을 깊게 보게 하는 힘, 그 힘을 문학에서 찾는다. 그리고 여유를 가질 것. 본전 찾겠다고 결심한 분주한 마음엔 정복할 대상밖에 안 보인다! 발견할 수 있는 수많은 아름다움을 놓치는 셈.
책은 여행지에서 보내온 편지처럼 감성적이고 생생한 묘사로 빛난다. 김과 빵을 좋아하는 식도락가 저자의 시선에 포착된 의외의 특별한 맛집 소개와 위트 넘치는 대목은 슬며시 웃음을 짓게 한다.
저자

정병설

서울대학교인문대학국어국문학과교수이다.『완월회맹연』과같은한글고전소설로부터출발하여다양한문학작품을통해조선시대의인간과문화를탐구해왔다.기생의삶과문학을다룬『나는기생이다』(문학동네,2007),그림과소설의관계를연구한『구운몽도』(문학동네,2010),음담에나타난저층문화의성격을밝힌『조선의음담패설』(예옥,2010),사도세자의죽음을통해조선정치사의이면을살핀『권...

목차

집을떠나며

여행을향한갈망
여행으로다시태어나다|전재산을던진여행|멀리서온벗

남원,소설의고향
「만복사저포기」와황산대첩|정유재란과「최척전」|예향남원의꽃,『춘향전』|17세기남원의서양인들

군산,강과바다의만남
금강하구에서|짬뽕의탄생|여행과숙소|기벌포의거친바람

다른나라:벨라지오의록펠러학술센터

옛서울나들이
아름다운수도서울|조선시대서울의구획|북촌,혜경궁의본가|겸재의진경산수로본서촌|남촌과서민의삶|소설에미친서울

궁궐산책
궁궐구조읽기|낮은담장과검박함|궁궐의일상생활|건축과기물|창경궁|창덕궁후원|창덕궁|낙선재구역

다른나라:네덜란드풍차마을의해질녘

다른나라:도쿄디즈니랜드의교훈

천주교순교지를찾아서,전주에서나가사키까지
이순이루갈다의순교|옥중편지와순교유적지|숲정이로가는길|원본성과현장성|일본천주교순교사|나가사키,운젠,소토메

노근리평화공원의장미
진주보도연맹학살사건|함양,산청,거창학살사건|노근리학살사건|현장의의인들

동학기행,인간이하늘인세상
동학의출발,경주|보은,촛불집회의맥|황토현에서우금치로,동학농민혁명|동학의오늘과내일

다른나라:세계의대학,로마

안동답답이들의고을
하회마을,병산서원,영주부석사|안동의자부심|양반마을의이면|권정생과한티재|하회별신굿탈놀이와화전놀이|서원의명암|‘안동답답’이라는말|이육사와김시현

고향으로돌아가리라,하동과광양
내고향함양|고향노래찾아가기|하동금오산|광양김시배지|학술림과풍수의본향옥룡사지|모든일에선후완급을따져보라

집으로돌아오며

출판사 서평

문학:서울대인기절정교양강의!
국문과문학답사를책으로따라가자,설렘가득한봄날의신입생처럼

‘한국문학과여행’은서울대인기교양강의다.책은강의내용을바탕으로썼고,매년떠나는국문학과답사기도포함돼있다.덕분에대학교신입생이되어활기찬캠퍼스를거닐듯,배우며여기저기돌아다니는기분을선사한다.
문학으로본세상은비로소생기를얻어장소성을획득한다.남원에서춘향과이도령의광한루만보았다면다음번엔만복사절터에가보면어떤가?마음으로그려보는「만복사저포기」는낭만그자체다.묘사도발군이다.

만복사절터에서양씨가윷놀이를했을법당과옥영이꿈속에서만난장륙불을그려본다.전쟁의참화때문인지부모도형제도없이외롭게살아가던양씨가아름다운여인과꿈결같은잠자리를가진다음새벽에여인을따라나선길이어디일지찾아본다.세상에아무런기대도희망도없던양씨는생각지도못한사랑에빠져흥분을가라앉힐수없는데,길에서만나는사람들은아무도여인을보지못한다.양씨가아무도못보는귀신이된여인을보는것처럼,나는절터에서다른사람들은보지못하는양씨와여인을본다.육백여년이넘은만복사의시간을그려본다._45쪽

『탁류』의군산,권력의비화가깃든서울궁궐구석구석,옛날에는상업지역이자예술과오락이함께하는문화구역이었던남촌광통교주변,술집과음식점이많던다동……이책을읽으면떠나지않고도여행하는일이가능하다.

태초부터인간은여행에서삶의의미를찾는‘여행하는인간’이었다.여행을하는한,인간은인간일수있다._8~9쪽

서울에철도가부설되고철마가달려오자모든사람이우렁찬소리에놀랐다.한국에서근대의표상은무엇보다소리였다.신체시「해海에게서소년에게」에서밀려오는파도소리를그렸던최남선은「경부철도가」에서는굉음을울리며고막을때리는철마소리를묘사했다.그리고이광수는『무정』에서전차소리,증기와전기기관소리,인력거소리,수레바퀴소리,나막신소리로근대를실감했음을보였다._92~93쪽

이야기를품고궁궐을바라보면지금놓인전각만이아니라이제는사라진궁궐의주방인소주방을분주히돌아다니는궁녀와환관,군복을멋지게차려입고명령을수행하는무예별감의모습까지머릿속에영상처럼선명히펼쳐진다._131쪽

인생:어떤아름다움은시간을들여야만볼수있다
여유,사람,알맞은때.충만감가득한여행을위한키워드

시종일관진지한것만은아니다.슬그머니미소짓게하는의외의여행팁도있다.여행을잘하려면?
우선여유를가질것.뽕뽑으려들지말자.지치고바쁜마음엔뭘봐도눈에들어오지않는다.저자는난생처음어린두딸을데리고도쿄디즈니랜드에갔다가여행을바라보는시각을완전히전환한대오각성의순간을맞이한다.당장쉬어야할피곤한몸임에도아이들이줄서서기다리는동안최적의동선으로최대의효율을꾀하고자놀이기구‘연구’에여념이없었는데……순간,놀이기구에는관심도없는듯느긋하게레스토랑에서맥주를마시는사람들이눈에들어왔다.‘앗,지금내가무얼하고있는거지?’이후그의여행셈법이바뀌었다.얼마를지불했는지에집착하지않고추구하는의미와가치를극대화하는방식을찾으려했다.

놀이동산안내서와지도를챙겨어떻게하면가장효율적으로가장많이놀이기구를타고즐길수있을지공부했다.아이들을대신해아빠가연구해서동선을짜야했다.동선을짜는시간도아까워서가까운데있는탈것을기다리면서정신을집중하여안내서와지도를읽고분석했다.연구를끝내고는서둘러유모차를밀어바쁜걸음으로다음놀이기구로향했다.놀이기구앞에서한참을기다렸다가아이들이타고내리면바로다음놀이기구를타러갔다.대기가곧휴식이니,한가로이따로쉬면서시간을보낼수는없었다.놀이기구를하나둘타면서조급증이좀가라앉으니주변일본인들의모습이눈에들어왔다.다같이비싼돈을내고들어왔을텐데그들은놀이기구를탈생각이없어보였다.놀이기구보다는군데군데위치한선물가게에손님이훨씬많았다.놀이동산치고는꽤분위기가근사한레스토랑에서느긋하게맥주를마시는사람도적지않았다.(…)
순간내가무엇을하고있나싶었다.한번타고내려오면그만인롤러코스터를왜타려고하는거지?아내는무서운걸싫어하고아이들은어려서그리즐기지도않는것을._146~147쪽

그리고사람과시간을본다.그에게는여행에대한작은금언이있다.“어디를가느냐이상으로언제가느냐가중요하고언제가느냐이상으로누구랑가느냐가중요하다”는것이다.

돌이켜보면여행은결국사람과의만남이다.누구랑가느냐누구를만나느냐가가장중요하다.(…)사람을알려면그사람곁에누가있는지보면된다.그곁이그사람이고그의삶이다.권력을추구하는지,돈을추구하는지,아름다움을추구하는지,인간을추구하는지.나중에후회하지않을인생을살려면수시로주변을둘러보아야한다._284쪽

그멋진풍경을보러꼭해질녘에찾아간다.낮시간에도가보았으나노을에잠긴감은사지만이절정의풍광을드러낸다.감은사지는차라리절집이없어서좋다.절터로만남아서천년세월이바람에씻긴모습을온몸으로느낄수있으며아무것도없기에그빈공간을상상해채울수있다.
때로는보이지않는풍경이,채워지지않은이야기가더아름답다._274쪽

역사:아파도마주해야할역사와,타인의고통에공감하는법
인문학의힘은제한없는상상력에서나온다
답사는어제와오늘의만남이다.

인간은순간을살지만순간적이지않은존재.땅의역사위에굳건히서서먼곳을바라보며영원의시간성을획득한다.장소에아로새겨진역사는때때로아프다.이제겨우이야기되기시작한비극.보도연맹학살사건,노근리학살사건의현장을찾아간다.인간이하늘인세상을꿈꾸고,저항정신의싹을틔운동학의발원지를추적한다.안동에서는양반문화의명과암을직시한다.
때로는직접발로밟는답사보다상상력으로역사의공백을채워가는과정이더감동적이다.타인의고통을이해하기위해현장과사람을떠올리려애쓴다.전주숲정이에서천주교순교의역사를되짚으며스무살남짓의짧은인생을살았던순교자이순이를생각한다.숲정이는천주교신자들을처형하던곳이다.
그는비극을직시하고기억함으로써같은역사를반복하지말자고한다.

배움:진지한학문의자세
여행도인생도연구도영원한미완의여정

스쳐지나가지않고깊게바라보는법.오직공부와독서만이그걸가능하게한다.
어떤아름다움은시간을들여야보인다.어떤역사는마음에그려야선명히보인다.
아무리다녀도관심이달라지면계속새로운것이보이는답사다.저자는“갈곳이있다는것,봐야할것이있다는것,다시갈이유가생겼다는것은더살아야할이유가된다.행복하다”라고고백한다.호기심으로세상을바라보면내일의과제는고통이아니라더알고싶어궁금한걸찾아떠나는모험의이유가된다.
인생은여행을닮았다.여행은공부를닮았다.오늘도착하면내일또떠나야하는영원한미완의여정이기때문이다.“연구는꼬리에꼬리를무는사유와자료로제한없이확장된다.연구자가낸논문이나책은일정시기에그가도착한중간기착지에불과하니연구는언제어느경우라도본질적으로미완성이다.연구는더욱깊어져야하고또넓어져야한다.그래서연구여행도계속된다.”(163쪽)
멀리가려면지쳐서는안된다.지속가능하려면조급해하지말자.그가학자로서아직일군것이적어조급하던시절,네덜란드풍차마을에서얻은깨달음은뭉클한감동을선사한다.

당시나는조급했다.(…)책도빨리읽고글도빨리썼다.밤이고낮이고없었다.밤의휴식을누리는것은사치고,예쁘고멋진삶은분수에넘치는일이었다.그러다이풍차마을에들어섰다.삶이어디로가야하는지생각하지않고앞을향해뛰고만있던나는지금무엇을하는건가싶었다.왜사는지무엇을위해사는지무엇을하며살지는생각하지않고,남들을따라서또남들을넘어서기위해서만뛰며살았던것이다.남들을따라가는삶이정말내삶일까싶었다.
내길을가자.돌아보며가자.생각하며가자.쉬엄쉬엄가자.대신멈추지는말자._13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