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과 남 -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29

북과 남 -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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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엘리자베스개스켈

ElizabethGaskell
영국빅토리아시대를대표하는작가로,1810년런던에서태어났다.이듬해어머니가사망하자이모댁에맡겨져자라다가젠트리계층의기숙학교에서전통적인교육을받았다.1829년아버지를여의고1832년목사윌리엄개스켈과결혼해북부공업도시맨체스터에정착했다.
여섯아이를낳아키우며교육봉사와자선활동에힘쓰던개스켈은1845년외아들을잃고슬픔을달래기위해글쓰기에열중했다.1848년발표한첫장편소설『메리바턴』으로주목받아,이를계기로찰스디킨스가펴내던주간지〈하우스홀드워즈〉에『크랜퍼드』와『북과남』을연재하고각각1853년과1855년에단행본으로출간했다.
이외에도당대여러계층의삶을세심히그려낸『루스』『사촌필리스』『실비아의연인들』같은장편은물론,공포·미스터리·연애·심리등다양한성격의단편을꾸준히발표했다.두터운친교를나누던샬럿브론테사후에집필한전기『샬럿브론테의생애』(1857)는2017년〈가디언〉이선정한‘역대최고논픽션100권’에꼽혔다.1865년『아내들과딸들』의탈고를앞두고심장마비로갑작스레숨을거둔개스켈은산업화에따른문제와계급갈등,종교,페미니즘등의묵직한주제를진지하게다룬작가로오늘날재평가되고있다.

목차

1부
1장“서둘러결혼식에가세”_11
2장장미와가시_26
3장“급할수록천천히”_38
4장회의와고난_53
5장결정_68
6장작별_86
7장새로운풍경과얼굴들_95
8장향수병_106
9장티타임을위해옷갈아입기_120
10장연철과금_126
11장첫인상_138
12장오전방문_150
13장후텁지근한곳에서부는산들바람_159
14장만남_169
15장주인과노동자_177
16장죽음의그림자_200
17장파업이란무엇인가?_211
18장호불호_223
19장천사의방문_236
20장사람들과신사들_253
21장어두운밤_267
22장충돌과그결과_278
23장오해_298
24장오해를풀다_309
25장프레더릭_318

2부
1장어머니와아들_335
2장과일이있는정물화_343
3장슬픔속의위안_353
4장한줄기햇살_379
5장마침내집에돌아오다_389
6장“옛친구를잊어야만하는가”_407
7장불운_422
8장평화_430
9장거짓과진실_438
10장해명_445
11장항상힘은아닌노조_467
12장남쪽을바라보며_484
13장약속을지키다_499
14장친구가되다_519
15장불협화음_532
16장여로의끝_552
17장홀로!홀로!_569
18장갑작스러운이사_585
19장평안함은아닌안락함_598
20장전부꿈은아니었다_613
21장옛날과지금_617
22장뭔가부족한것_645
23장“다시는보지못하리”_653
24장평온을즐기다_662
25장밀턴에서생긴변화들_671
26장재회_685
27장“저멀리,구름을몰아내라”_694

해설|빅토리아시대의소설적초상_701
엘리자베스개스켈연보_709

출판사 서평

급격한산업화가빚어낸온갖문제들,계급간의갈등과투쟁을
담대하고도섬세한필치로그린빅토리아시대의초상
‘재발견된작가’엘리자베스개스켈의사회성짙은대표작

조르주상드가“개스켈의작품을읽으면훨씬더나은사람이되는것같다”며인도주의적인면을높이평가하고,조지엘리엇이“내인생관이나예술관은개스켈의그것과비슷한부분이있다”며공감을표하는등,활동하던19세기중반에당시작가들에게서인정받았고독자들의열띤호응도얻은엘리자베스개스켈.생전에는이렇게명성과인기를누리던개스켈은세월의흐름에따라,동시대에활약한찰스디킨스나윌리엄새커리,브론테자매등의작가들과비교하면다소잊힌감이있었다.

그러다가빈민층을포함한여러계층의삶과산업화가초래한문제의면면을사실적으로묘사해냈다는점에서1950년대마르크스주의·사회주의비평가들의관심을끌어그가치를다시금인정받게되었다.여성을억압하는가부장적인사회분위기에저항하는인물들을진보적인시선으로그렸다는점에서는1970년대페미니즘문학비평가들의주목을받기도했다.이후로도다양한미덕과개성을두루평가받게된개스켈은근래에국내에서는,사회적약자였던여성들이등장하는스릴넘치는고딕소설에일가견있는작가로소개되기도했다.

이처럼재조명받고있는작가개스켈의『북과남』은빅토리아시대중기영국북부와남부의대조적인생활양식에초점을두고각계각층사람들의삶을생동감있게그려낸장편소설이다.맨체스터노동자의고단한생활을노동자의관점에서바라본,개스켈의첫장편소설이자출세작『메리바턴』에이은두번째사회소설이기도하다.개스켈을“셰에라자드”라칭송한찰스디킨스가펴내던문예지〈하우스홀드워즈〉에1854년부터1855년까지20편으로나뉘어매주연재된후수정과보완을거쳐1855년단행본으로출간되었다.

이소설에등장하는공업도시밀턴의모델이된맨체스터는당시영국에서두번째로큰도시로,기계화와대량생산을토대로한산업자본주의의중심지였다.프리드리히엥겔스는맨체스터에서지내며빈곤한노동자층을관찰한후이들의열악한노동환경을폭로한「1844년영국노동계급의상황」(1845)을집필했는데,이연구서가다룬노동자들의생활상이『북과남』에서구체적인모습으로등장한다.노조위원으로분투하는니컬러스히긴스와그의딸로공장에서일하다얻은폐병때문에단명한베시히긴스,그리고병약한아내와여섯아이를둔가장인탓에생계를위해노조를거스르다가궁지에몰린존바우처등의인물을통해노동자들이처한엄혹한현실이낱낱이드러나는것이다.나아가노동자와공장주사이의대립과불신이최고조에이르며파업이일어나는일련의과정,이로인한여파와후유증은물론,니컬러스가손턴의공장에일하게되면서의견을나누며서로의입장을이해하고화합에이르는모습이개스켈특유의사려깊고연민어린시선을통해그려진다.

사회문제와파업같은소재를진지하게다룬데다비극적인죽음이연이어등장하지만『북과남』은그저심각하고무겁기만한소설은아니다.처음에는반목했던마거릿과손턴이서로엇갈리다가오해를풀고사랑을확인하는과정을흥미진진하게그릴뿐만아니라,마거릿이고난과슬픔을겪고성숙해지는모습을보여주며희망적인미래를암시하기때문이다.가지각색인물들의행동과심리를예리하고재치넘치는필치로묘사해서읽는맛을더해주기도한다.

주간지에연재된작품답게시리즈물을연이어시청하듯어떻게진행될지궁금해하며몰입해읽게만드는저력을지닌이소설은오랫동안사랑받으며BBC에서1966년,1975년,2004년세차례에걸쳐드라마로제작되었다.특히4부작으로선보인2004년도판은그해BBC시청자를대상으로한설문조사에서무려49.43%의지지를받으며‘최고의드라마’로꼽혔다.드라마의선풍적인인기는‘빅토리아시대의제인오스틴’이라고도일컬어지는이야기꾼엘리자베스개스켈과그의작품들에대한관심을더한층촉발시켰다.

관습을거스르고고정관념을뛰어넘는인물의탄생
주체적이고독립적인여성으로성장하는마거릿헤일
노동자의의견을경청하는포용적인고용주로진화하는존손턴

총2부로구성된이소설은런던의이모댁에서지내던마거릿헤일이사촌이디스의결혼준비를분주히돕는장면으로시작한다.이디스의결혼을계기로십년간살아온런던을떠나부모님이계신남부의시골마을헬스톤으로돌아온마거릿은만족스러운일상을보내지만,급히거처를옮겨야하는상황에이내직면한다.교구목사인아버지헤일씨가양심상의문제로사임하고북부의도시밀턴에가서가정교사로일하기로마음먹었기때문이다.평화롭고목가적인헬스톤에서매연가득한잿빛도시밀턴으로이사하며엄청난변화를겪게된일가족은지나치리만큼역동적이고번잡스러운분위기에난색을표하지만밀턴의여러사람과관계를맺기시작하면서차츰적응해나간다.그중에서도헤일씨의총애를받는첫제자존손턴은방직공장의주인으로,역경을딛고자수성가한만큼자부심강하고냉철한인물이다.애초에제조업자들을돈만아는장사치들이라며경멸했던마거릿은손턴과의견이맞지않아이야기를나누기만하면사사건건대립하게된다.자신을경멸하는마거릿에게서모멸감을느끼면서도매력에이끌리던손턴은,노동자들이폭동을일으켰을때자신을겨냥해날아온돌을대신맞아준마거릿에게사랑을느끼고청혼하지만매몰찬거절을당한다.1부는파업과폭동,그리고손턴의청혼이라는주요한사건을분수령으로끝나고,2부는좌절된사랑으로인해괴로워하는손턴의모습을보여주는것으로막이열린다.한편,에스파냐에도피해살던마거릿의오빠프레더릭이헤일부인이위독하다는편지를받고비밀리에밀턴으로찾아와어머니의임종을지킨다.하지만해군으로복무했던프레더릭은선상반란의주모자로낙인이찍혀서잡히면사형당할위험이있기에급히밀턴을떠나야한다.그리하여런던으로가는오빠를배웅하는과정에서벌어진일로인해마거릿은피치못할거짓말을하고는양심의가책과불안에시달리고잇따른시련을겪게된다.

이소설에서무엇보다도주목할점은솔직하고당당하며지적인주인공마거릿헤일이다.개스켈은애초에제목을‘마거릿헤일’이라고지으려했을정도로마거릿의이야기를이소설의주제로여겼다.하지만찰스디킨스의권고에따라,보다풍부한의미를내포하면서대조되는인물들을상징적으로표현해주는‘북과남’으로결정했다.마음씨착하고인정많지만심약한부모님,해외에도피해살수밖에없는처지인오빠를대신해집안의대소사를도맡아처리해나가는마거릿은다른계층의사람들과만나고소통하는데도거리낌이없다.하인을대동하지않고는외출을꺼리는이모쇼부인과사촌이디스와는달리,밀턴의이곳저곳을혼자돌아다니며도시빈민의비참한삶을피부가까이느끼고도움의손길을내밀기도한다.폭도들의공격을받은손턴을보호해위험에서구해주고,손턴의사업이위기에처하자자신이물려받은재산을투자함으로써회생의기회를준다는점에서는전통적인성역할을전복시키는획기적인모습을보여주기까지한다.가부장적인빅토리아시대의관습에서벗어나수동적이고의존적인여성으로머물기를거부하는마거릿은주체적이고강인한사람으로점차성장해간다.

이마거릿에게는작가의자전적요소가얼마간투영되어있다.개스켈은헤일씨처럼목사였으나그만두고공직에종사한아버지,해외로떠난유일한혈육인오빠를두었고이모댁에맡겨져자라기도했다.게다가여성교육을권장한유니테리언파집안출신답게기숙학교에서공부하며여러언어를익히고독서에몰두할수있었다.목사의아내로서도시빈민들과자주접하며자선을베풀고교구민을교육하는데전념한경험은노동자들이처한현실을사실적으로묘사하는데영향을미쳤을것이다.

한편,전제군주처럼권위적인고용주를표방했던손턴은파업으로인해막대한피해를입은후자신이고용한니컬러스와교류하면서차츰변화해간다.노동자들의목소리에귀를기울이고그들의처지를이해하고존중하며,그들과원만한관계를맺고공동의이익을도모하고자노력하게된것이다.대립하는양쪽의입장을공평히이해하고갈등을풀어내는합리적인해결책을제시하려애썼던개스켈의이상적이고낙관적인시선이돋보이는부분으로,처음엔불화하던마거릿과손턴이마지막에이르러화합을이루는것도이와맥을같이한다고볼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