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오는 기쁨 : 이안의 동시 이야기 21

천천히 오는 기쁨 : 이안의 동시 이야기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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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어느 글도 사랑 아니면서 쓴 글은 없다”
동시 안내자 이안과 함께 읽는 스물한 권의 우리 동시집
어느 글도 사랑 아니면서 쓴 글은 없다. 동시집의 뒷자리에 놓이는 해설은 사랑으로만 가능한 글이어서 나는 매번 내 사랑의 부족과 한계에 절망했다. 첫 문장의 실마리가 풀려나오기 전까지 읽고 또 읽고 녹음하고 듣고 필사하기를 반복했다. 당신의 이름을, 당신에게 알맞은 목소리로 부를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_「작가의 말」에서
저자

이안

충북제천에서태어났다.1998년『녹색평론』에시를발표하고,1999년『실천문학』신인상에당선되면서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목마른우물의날들』『치워라,꽃!』,동시평론집『다같이돌자동시한바퀴』,동시집『고양이와통한날』『고양이의탄생』『글자동물원』『오리돌멩이오리』『기뻐의비밀』등을썼다.격월간동시전문지『동시마중』의편집위원이다.

목차

작가의말
이야기를시작하며

1부이음과위반새로운펼침

기린아저씨오신다,고깔모자쓰고목에방울달고─송찬호동시집『저녁별』이야기
마음을앓고동심을일으켜온몸으로─류선열동시집『잠자리시집보내기』이야기
소나기삼형제따라무지개미끄럼타고─송진권동시집『새그리는방법』이야기
새로운동시놀이형식의탄생─유강희동시집『손바닥동시』이야기
단단하고차가운세계의배꼽에간지럼을─김준현동시집『나는법』이야기
●●●●의탄생─송현섭동시집『착한마녀의일기』이야기
하드보일드,신(新)문체세대의등장을알리는첫동시집─신민규동시집『Z교시』이야기

2부당신을기다리는시의자리

오전열한시무렵,그곳에있지못한당신을위하여─방주현동시집『내가왔다』이야기
빼딱구두소녀가왔다─박해정동시집『넌어느지구에사니?』이야기
그아이와함께걸어가는시─안진영동시집『난바위낼게넌기운내』이야기
사이의마음,사이너머의상상력─김미혜동시집『꼬리를내게줘』이야기
옹달샘맑은물을두손으로똑떠내듯이─이정록동시집『아홉살은힘들다』이야기
축!개업윤제림동시가게─윤제림동시집『거북이는오늘도지각이다』이야기

3부불가능을더듬어가는가능의언어들

밥풀의상상력으로그린숨은그림찾기─김륭동시집『프라이팬을타고가는도둑고양이』이야기
투명인간개미씨─김개미동시집『쉬는시간에똥싸기싫어』이야기
불가능한가능세계의건축─강기원동시집『눈치보는넙치』이야기
급할게하나없는낙타를타고가는시─장동이동시집『파란밥그릇』이야기
메아리의탄생담과그이후의이야기─임수현동시집『외톨이왕』이야기
따라하고싶은질문-놀이의시─함민복동시집『노래는최선을다해곡선이다』이야기
돌다운돌로만든돌탑같은시읽기─우미옥동시집『비밀다락방』이야기
있었던것의없음이우리에게있음을알리는트라이앵글─송진권동시집『어떤것』이야기

출판사 서평

어느글도사랑아니면서쓴글은없다.동시집의뒷자리에놓이는해설은사랑으로만가능한글이어서나는매번내사랑의부족과한계에절망했다.첫문장의실마리가풀려나오기전까지읽고또읽고녹음하고듣고필사하기를반복했다.당신의이름을,당신에게알맞은목소리로부를줄아는사람이되고싶었다._「작가의말」에서

지극한마음으로귀기울인동시의목소리

「책머리에」의첫문장,“오늘은반점도온점도없이쓰고싶어”는동시이야기를전하는저자의태도를넌지시가리켜보이는것만같다.반점도,온점도없이쓰고싶다는저자의바람에는어떤의미가담겨있을까?“어느글도사랑아니면서쓴글은없다”라고말하며해설의첫문장이풀려나오기까지수없이읽고녹음하여듣고필사하기를반복했다는저자의고백을읽고나면그간절한바람의속뜻을어렴풋하게나마이해할수있을듯하다.

설익은논리를잇기위해자꾸멈칫거리는글쓰기가아니라,모든사유가너무나도자연스러워서마치노랫말처럼절로흘러나오는글쓰기.저자는억지로기운자리가없어산뜻하고도사뿐한글쓰기를바라는것처럼보인다.이는다른어떤이유때문이아니라,그저“당신의이름을,당신에게알맞은목소리로부를줄아는사람”이되고싶기때문이다.그토록지극한마음으로귀기울인동시의목소리가바로『천천히오는기쁨』에담겨있다.

마침내오고야마는순수한기쁨

본문은총론격인‘이야기를시작하며’와3개의부로구성되어있다.맨앞에놓인글,「초대와환대의동시-판을위하여」에서는1990년대말이후동시의흐름에서주목할만한텍스트의리스트를제시한다.선정기준은‘전통적인동시의형식에서벗어나자기만의목소리를만들어냈는가’이다.겨레아동문학연구회에서엮은근대동화·동시선집『겨레아동문학선집』,‘독보적’이라는표현말고는달리설명할길이없는시인류선열의유고동시집『샛강아이』,답보상태에머물고있던동시동네를일깨운김이구의평론「해묵은동시를던져버리자」,꾸준하게시인을발굴하고시단의시인을초대해온여러출판사의동시집시리즈,동시전문격월간지『동시마중』등을포함한이리스트를통해독자는우리의동시가전통을존중하면서도새롭게등장하는낯선목소리를기꺼이환대하는방향으로움직여왔음을알게된다.

제1부‘이음과위반,새로운펼침’에서는동시단을역동적으로갱신해온목소리를만날수있다.이중나란히놓인두편의글「마음을앓고동심을일으켜온몸으로―류선열동시집『잠자리시집보내기』이야기」와「소나기삼형제따라무지개미끄럼타고―송진권동시집『새그리는방법』」은함께읽을필요가있다.저자는‘이야기를시작하며’에서“류선열이방법적궁리와실험끝에만들어낸오리지낼리티는송진권의『새그리는방법』으로일부이전되고계승된다”고밝힌바있다.독자는하나의반점마저놓치지않고읽어내는저자의섬세한독해를따라가며,동시를타고흐르는이전과계승의물줄기를선명히느끼게된다.더불어“대형괴물신인”송현섭,새로운세대의감수성을지닌신민규등반짝이는신인들에대한저자의순수한감탄과따뜻한당부가담긴글또한놓칠수없음은물론이다.

제2부‘당신을기다리는시의자리’에서는평범한언어로쓰인것처럼보이지만,읽고난후에는세상이전혀다르게보이게끔만드는놀라운동시의풍경이펼쳐진다.특히저자가제1회동시마중작품상수상자인방주현의「소망빌라5층꿈탑」을읽어내는대목은감동적이다.5층의석탑처럼보이도록시행이배열된이동시에서저자는서민들의꿈과현실을본다.그러곤제목으로돌아와““소망빌라”는말그대로“소망”을“빌라”는말처럼읽히기도한다”고덧붙여둔다.이순간,저자가한편의동시를이해하기위하여수차례소리내어읽고녹음하여듣기를반복했을때마주한울림이독자에게도전해지는듯하다.이처럼저자의동시이야기는작품설명에그치지않고독자를동시의품속으로바싹끌어당긴다.저자가박해정의동시를두고“눈으로읽어도재밌지만,소리내어읽으면더재밌”다고말할때,독자또한그처럼온몸으로동시와함께놀고싶어지는것이다.

마지막제3부‘불가능을더듬어가는가능의언어들’에서는최근우리의동시를이야기할때결코빼놓을수없는동시인들이독자를기다린다.2000년이후출간된동시집중가장자주인용되는김륭의첫동시집『프라이팬을타고가는도둑고양이』를두고저자는“출간이후십오년이다되어가는데도여전히새로움을간직한채다가온다”며그의미를다시헤아려본다.또한‘더나아간세계읽기’를통해아직한권의시집으로채묶이지않은최근작을살피며김륭동시의시즌2를상상한다.“안녕?나는이안이라고해”라는첫문장으로시작하는「투명인간개미씨―김개미동시집『쉬는시간에똥싸기싫어』이야기」는어린이들에게보내는편지글이다.“어떻게하면어린이들이재미있게읽을수있는시를쓸수있을까.지금도그게고민이야”“이책을쓴개미씨는그걸참잘해”하고말을건네는저자에게어떻게답장을쓰고싶어지지않을수있을까.독자의답장에는저자와함께동시를읽게되어누리는기쁨이가득적힐것이다.

저자는함민복의동시를읽으며,“시는쓰고읽는것이지만사는것이기도하다”고말한다.시인이시를쓰며시를사는것처럼,독자또한시를읽으며시를살고자노력한다고.동시를향한그의사랑이마르지않는이유가,지극한귀기울임이흐트러지지않는비밀이여기에숨어있을것같다.「책머리에」의끝자락에서동시를표현하며언급된“불가능한가능건축”이라는말,이처럼이책안에서몇번이고반복되는‘불가능’은저자에게닿을수없는고통이아니라,닿고자하는기쁨일것이다.저자가‘불가능’이라고말할때그목소리에는아직은아니지만언젠가는당도할것임을믿는이의환한낙관이담겨있다.오로지사랑으로쓴동시이야기『천천히오는기쁨』을통해,독자들또한마침내오고야마는순수한기쁨을느낄수있길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