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렴풋한 부티크 124개의 꿈 -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 (양장)

어렴풋한 부티크 124개의 꿈 -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 (양장)

$19.00
Description
관례와 관습을 철저히 배격한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글쓰기로 20세기 프랑스문학의 지평을 크게 넓힌 조르주 페렉은 길지 않았던 작가로서의 생애 내내 인간의 삶을 구성하는 무수한 경험들과 시시각각 변화하는 의식의 세계를 문학이라는 틀 안에 담아내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했다. 특히 그는 사소하고 주변적인 요소로 치부되기 쉬운 일상적 사물과 공간들, 순식간에 휘발되는 생각의 파편들을 집요할 만큼 면밀히 관찰하여 분류하고 목록화함으로써 찰나의 순간을 언어 속에 영구화하는 작업에 골몰했다.

작가의 이런 관심과 성향에 비추어봤을 때 그가 자신의 무의식이 밤새 만들어내는, 그러나 여명과 함께 희미해져버리는 꿈의 세계를 포착하기 위해 몇 년에 걸쳐 ‘꿈 일기’를 썼다는 사실은 자연스럽고도 필연적인 일처럼 느껴진다. 조르주 페렉 선집의 마지막 7권으로 출간된 『어렴풋한 부티크』는 페렉이 1968년 5월부터 1972년 8월 사이에 꾸었던 124개의 꿈을 일련의 번호를 매겨 엮은 책으로, 스스로의 내면을 끈질기게 들여다본 자기 탐구의 결과물이자 미로 같은 작가의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는 흥미롭고 귀중한 텍스트이다.

작가가 자신의 꿈을 얼마나 객관적으로 기록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작중에 이니셜로 등장하는 인물 대부분이 실존했던 페렉의 지인들이고 지명이나 장소 역시 실제로 페렉이 살았거나 방문했던 곳임을 고려하면 이 책에 기록된 꿈의 세계가 작가의 사적 경험과 기억에 기초하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각 꿈에 등장하는 인물, 지명, 주요 사건과 관련한 전기적 사실이나 배경지식을 상세히 담은 역자 조재룡 교수의 주석은 이 작품을, 나아가 한 작가의 삶을 더욱 깊숙이 탐구하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저자

조르주페렉

1936년파리에서태어났다.부모님은1920년대에프랑스로이주한폴란드계유대인이었다.1940년이차대전에참전한아버지가전사한후1943년아우슈비츠수용소에서어머니가목숨을잃자,고모에게입양되었다.소르본대학에서역사와사회학을공부하던시절,『라누벨르뷔프랑세즈』『파르티장』등의문학잡지에기사와비평을기고하면서글쓰기를시작했다.1959년군복무를마친뒤국립과학연구센터CNR...

목차


1968년
1키측정기19
2게임타일23
3여행일정25
4환영幻影26
5치과의사27

1969년
6작별28
7나의지난날들에관하여30
8지하철안에서32
9축농증33
10작가들34
11헬름레의죽음36
12바둑38

1970년
13호텔41
14스키사냥44
15카트르파주가街46
16체포51
17작대기55
18베르즐레스와인57
19지폐다발59
20C.61
21S/Z63
22머리글자66
23남쪽을향해68
24고양이들69
25연극두편71
26S자형태의바74
27환전77
28전염병78
29런던81
30GABA83
31무리85
32극장에서의야회夜會86
33에스플라나드89
34이중아파트91
35카페에서93
36백화점에서95
37석고세공인98

J.L.의꿈셋
38팔레드라데팡스,I105
39돌다리106
40팔레드라데팡스,II107

1971년
41더블린에서의사냥108
42식사준비111
43아파트113
44하이파이115
45탱크116
46눈속의강제수용소혹은
수용소의겨울스포츠119
47중국식당121
48건전지알람시계122
49M/W125
50침입자127
51커다란마당128
52바닷가131
53렌쇼신경세포133
54D.E.A.135
55다각형균형유지137
56정자精子와연극139
57귀가140
58눈148
59복수의화신153
60빵의석방155
61루조레스토랑159
62B.꿈161
63도시풍의서부영화163
64뼈165
65판자들167
66삼각형170
67도둑맞은편지173
68“I”로된낱말들175
69〈오통Othon〉177
70왕복179
71버스180
72카니발183
73P.가노래한다185
74캘리포니아탐색189
75화가들192
76보수공사194
77외판원196
78여행198
79여자배우,I201
80연습202
81개를데리고있는남자204
82세명의M209
83라쿠퓌르215
84증언거부221
85여러공과여러마스크223
86명예를한몸에229
87여덟장면,아마도어떤
오페라의232
88물의도시235
89십자말풀이237
90내키239
91몽둥이스물다섯대242
92여자배우,2244
93제설차245
94여인숙247
95시상하부250
96창문253
97항해자들254
98로프256
99레지스탕스259
100핀란드261

1972년
101무질서264
102탑들265
103무덤267
104P.의꿈하나:제3의인물270
105유죄선고273
106국립도서관277
107쿤츠레스토랑에서279
108연극공연281
109도박장287
110내신발289
111선택의재구성291
112책들293
113보고서296
114퍼즐298
115운송수단의통사通史에관한단상302
116원숭이306
117고무패킹310
118이중파티312
119아송시옹가314
120가정들318
121월세320
122결혼식321
123작업실325
124밀고327

조르주페렉연보331
주요저술목록338
작품해설343

출판사 서평

출발점도도착점도없는무의식의미로속에퍼즐조각처럼흩어진
124개의꿈에대한사적이고시적인기록

한번사용했던기법이나체계는절대다시사용하지않는다는철칙아래매작품마다기발하고파격적인형식을선보였던페렉에게문학이라는그릇은단단하고규격화된무엇이아니라자유자재로형태를바꿀수있는유연한그물같은것이었다.작가에게르도노상을안겨준첫책『사물들』에서부터반짝였던그의실험정신은1967년울리포(OuLiPo,잠재문학실험실)의일원으로활동하기시작하면서더더욱꽃을피웠다.그해페렉은‘너’라는이인칭시점에서쓴사회학적자전소설『잠자는남자』를발표하며다시한번탁월한언어감각과남다른재능을인정받았다.『어렴풋한부티크』에등장하는꿈들은페렉이울리포에가입한이듬해부터시작해그가작가로서의정체성과작품세계를본격적으로확장하던시기에기록된것으로,알파벳‘e’를한번도사용하지않고쓴리포그람소설『실종』(1969),반대로‘e’를유일한모음으로사용한소설『돌아온사람들』(1972),자전적사실과허구적소설을결합해쓴『W또는유년의기억』(1975)은모두이시기에탄생했다.페렉의애독자라면,꿈을기록할당시이미출간되었거나작업중이었던작품들이어떤식으로변형되어꿈속에등장하는지를지켜보는재미외에도이미로의어딘가에분명히심겨있을이후작품들의씨앗을발견하는기쁨역시누릴수있을것이다.

이토록다채로운작품들이자라난토양으로서,꿈을매개로드러난페렉의무의식은그의작품세계를빼닮은기이한미로이자퍼즐같다.이성이나논리의영역에서벗어나은유와상징,연상과환유,말놀이와언어유희로이루어진미궁속을유영하는작가의꿈꾸는정신은그의책을읽는독자와마찬가지로번번이길을잃고헤매다가예상치못한전개를맞닥뜨린다.그충격과불안,두려움과놀라움의순간들은때로어떤진실의심연을섬광처럼비추며작가를,그리고우리를꿈에서깨어나게한다.그찰나의순간이지나면곧잊힐깨달음의잔상만을남긴채로.

전지적인동시에관찰자적인글쓰기,
무의식과의식의접점에서쓰인‘밤의자서전’

페렉이전에도꿈을통해표출되는무의식을기록하기위한시도는존재했다.앙드레브르통을위시한일부초현실주의작가들은이성의간섭을받지않는무의식의영역을포착하기위해반수면상태나최면상태에서머릿속에떠오르는것을그대로받아적는자동기술법automatism을활용하기도했다.다만페렉이『어렴풋한부티크』에서사용한방식,그리고그기록의결과물은극단적으로해체되고파편화된자동기술법적텍스트와는거리가있다.이지점에서어떤식으로든언어화를거친무의식을순수한무의식이라할수있느냐의문제를거론할수도있겠지만,사실‘순수한무의식’을포착하는것은처음부터페렉의관심사가아니었던듯하다.이작품은꿈을언어화하는데목적이있다기보다는이미언어화된꿈을기록한것에가깝다.다시말해124편의글이된각각의꿈은애초에글로쓰이기위한,‘글로써꾸어진꿈’이라는것이다.

작가는이책의서문에서꿈을기록하는일이필연적으로꿈을왜곡할위험을,나아가자기자신을왜곡할위험을동반함에도불구하고그일을하기로선택했으며,급기야“오로지내꿈들을적기위해서만꿈을꾸어왔다는사실을깨달았다”고고백한다.실제로『어렴풋한부티크』를집필할당시페렉의정신과의사였던장베르트랑퐁탈리스는그의꿈이야기를듣고,그것은순수한꿈이아니라그저이야기하기위해꾸어진꿈이라고진단했다.아울러페렉이이작품을자전적인자기분석이자‘밤의자서전’이라칭했다는점까지고려하면,결국작가가기록한꿈들은실제경험을토대로한환상,무의식과의식의경계에서쓰인일종의자전소설인셈이다.그렇게페렉은또한번내용뿐아니라화법과시점의측면에서도흥미롭고혁신적인실험적글쓰기를선보인다.여기서말하는자는곧듣는(꿈꾸는)자이며그는이이야기의모든것을설계한자인동시에철저한관찰자이다.

친숙한것의낯선얼굴을마주하는순간들,
그리움과욕망과두려움의환유속을통과하는몽환의여정

페렉은꿈을기술하는데있어몇가지스타일의원칙을세워두었다.본문에서줄바꿈은무언가의변화,고딕체는꿈의도드라진요소,문단사이여백은잊어버렸거나해독할수없는부분,‘//’기호는자발적인삭제를의미한다.또한양가적이거나복합적인상황을기술하기위해때로는두개의단어를위아래로나란히병기하기도하고(8번,58번,74번꿈등)소제목이나번호를붙인몇개의장으로구성된꿈도있으며(35번,48번,65번,79번꿈등)어떤꿈은일인칭이아닌삼인칭시점으로전개된다(28번꿈).꿈의길이는한문장으로이루어진것부터일곱페이지에걸쳐이어지는것까지다양하며,심지어‘창문’이라는제목이붙은96번꿈은오직삭제기호(//)하나로만이루어져있다.내용면에서도페렉의꿈들은기상천외한면면을보여준다.몇몇평범한상황이묘사된꿈들(의사에게증상을이야기하는9번꿈이나백화점을둘러보는44번꿈등)도있지만,대부분은평범하게시작되더라도꿈이전개될수록점차기이한방향으로뒤틀린다.사물이나인물의크기는물리법칙을무시한채왜곡되고(5번,8번,58번꿈등),현실에는존재할수없는구조물이눈앞에나타나며(114번꿈의무한한3차원퍼즐이나115번꿈의나선형주차시스템등)갑작스럽게배경과장면이전환되는일도매우빈번히일어난다(48번,67번,116번꿈등).

이렇듯『어렴풋한부티크』에는갖가지형태의꿈들이담겨있지만,그아래깔린정서는행복과기쁨보다는당혹과불안,두려움과공포인경우가많다.그것은단순히알파벳‘e’를빼고쓴소설『실종』에서수많은‘e’를찾았을때의당혹감인경우도있으나(95번꿈),작가의무의식은종종보다깊고어두운차원의두려움을수면위로길어올린다.이책이유대인수용소를다룬꿈으로시작해서같은주제의꿈으로끝을맺도록구성되어있다는사실역시이러한인상을짙게만든다.아버지가2차대전에서전사하고어머니가아우슈비츠에서사망한뒤고모의손에자란페렉에게그비극적인경험은평생커다란영향을미쳤다.꿈속에서도그는자주경찰의추적을피해달아나거나붙잡혀심문을받는다(16번,19번,33번,45번,48번,116번꿈).

그런데그때껏해를끼치지않았고,심지어불안하게하지도않았던것이,단박에공포의대상으로변한다:(중략)이장면이나를얼마나불안에빠뜨렸던지,오로지공포에대한기억때문에그리고어떤상상의동물이침대혹은다른가구아래서내었던소리때문에,밤새도록내가깨어있었을정도로._본문101쪽(37번꿈)

그러나직접적인신체적위협보다더으스스하게다가오는것은친숙했던것이낯설어지는순간이다.익숙해보이는대상에게서느껴지는생경한감각,그간극으로인한섬뜩한두려움,프로이트가‘운하임리히unheimlich’라는용어로설명한이러한감각은꿈속에서페렉을수시로덮쳐온다.나의집이라고생각했던곳은알고보니낯선공간이고(15번꿈,“나는깨닫는다,(중략)거기가내아파트가아니라는것을,내가거기에단한번도살았던적이없다는것도.”84번꿈,“나는내아파트에서큰방하나를찾아내리라기대하고있었는데,사실그방은내것이아니다,심지어,길거리다.”)어린시절익숙하던동네는알아볼수없게바뀌었다(119번꿈,“거리는엄청나게변했다:52번지의정육점을지나자마자,영화관이하나있는데,내가알고있었다고기억하는그영화관이아니다”).

마지막124번꿈인「밀고」는페렉이아버지와함께나치친위대에쫓기다가실제어린시절의기억을떠올리는것으로끝을맺는다.그가자신의집맞은편에있는수도원의벽에대고공놀이를하던평화로운기억.두렵고낯선unheimlich꿈속여정의끝에서그는다시집으로heim돌아온다.기억속에보존되었기에영원히변하지않을집으로.물론이날이후에도페렉은계속꿈을꾸었을것이다.이안전한기억이그의마지막꿈은아닐것이다.그러나가장고통스러운기억과평화로운일상의기억이신비롭고아름답게공존하는이꿈은페렉이라는작가를,그의삶을고스란히함축한은유같다.가장위대한문학실험가가탁월하게설계한미로답게,우리는이렇게출구라고생각했던지점에도달한순간비로소이곳이가장내밀한중심이라는것을깨닫는다.그리고미로에서탈출하는것은더이상중요한일이아니게된다.

추천사

페렉의작품은초현실적이지만,그렇다고현실에서그리먼것은아니다.책에묘사된장소들은실제와같지않고,사람들은이상하게행동하며경험되는세계는기이하다.여기기록된것들은진짜꿈일수도있지만,단순한꿈이상으로느껴진다.꿈이라는게보통그러하듯이.결국이책을통해독자들이받는보상은이것이다.페렉의정신이꿈속에서도은유와이야기를직조하는것을지켜볼수있다는것._퍼블리셔스위클리

매혹적이다.때로페렉의꿈꾸는정신은삶전체의파토스가응축된이미지를떠올려낸다._럼퍼스

당신에게의지만충분하다면,꿈을기록한이텍스트들은페렉의가장영향력있는작품들에대한통찰을제공할것이다.페렉의작품을읽는기쁨중하나는단어뒤에잠재된가능성을경험하는것이다._라이브러리저널

『어렴풋한부티크』는방대한폭과다채로움을자랑하는,아주흥미롭게읽히는작품이다.우리가접할수있는페렉의작품이한편이라도늘어나는것은두팔벌려환영할일이며,작가의팬이라면분명이책을음미하며탐독할수있을것이다._컴플리트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