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드세르토는누구인가
예수회의사제인동시에신학자이자역사학자인미셸드세르토는정신분석학,인류학,기호학,사회학,문화연구등다양한방면에큰관심을보였다.그는신교와구교간종교전쟁과흑사병이휩쓸고간17세기프랑스남부의작은도시루됭에서일어난마귀들림사건을통해당대시대변화의중요한증후인‘타자성’을발견한『루됭의마귀들림』(문학동네,2013)을펴내며학계에신선한충격을던졌다.68혁명을적극지지하면서그계기로현대성과일상성문제에천착하기시작한세르토는,일상의층위에서지배권력에맞선미시저항의실천을성찰한‘전술/전략’개념을통해20세기후반지성계에커다란영향을미쳤고,이를통해푸코와부르디외를보완하는중요한사상가로확고히자리잡았다.
일상을살아가는보통사람들의‘전술’
세르토연구의출발점은‘일상생활’이다.삶은결국학제적연구의틀속에서가아니라일상의연속으로이루어지기때문이다.사람들은전통,상식,교육,미디어혹은각자의경험에서얻은여러지식을활용해문제를해결하고삶에의미를부여한다.이해하기어려운타인과낯선환경에맞닥뜨려도다양한방식으로그럭저럭극복해나가며즐거움을포기하지않는다.평범한우리들의삶에는다양한제한과결핍,제약이존재한다.그렇기때문에우리는늘우리가가진것으로적절히뭔가를꾸며내거나감내하고또한새로운것을조작해내기도한다.이것이바로권력에저항하는대중의‘전술tactiques’이다.
세르토는이‘전술’개념을통해도시인의소외,생활세계의식민화,소비사회의수동성등대중에대한주된비판에맞서일상을살아가는사람들의전혀다른모습을보여준다.그는소비자,독자,관객을일종의생산자이자창작자로간주한다.오늘날고도로발달된자본주의사회에서도소비자들은결코그들이소비하는생산물들(미디어생산물,공산품등)에의해규정되지않는다.이들은사회의지배자혹은엘리트들이생산해낸공간속에교묘한흔적을남기고정통성에균열을낸다.그렇게대중은일상적으로하는행위들,즉걷고,말하고,요리하고,독서하는등의평범한행위를통해서그들에게강요된것과는다른새로운세계를발명해낸다.
걷기의창조적주체성
세르토는“글쓰기는세상을우리것으로만드는한가지방법이고,걷는것은나머지하나다”라고말한바있다.이발언에관해잘설명해주는부분인이책의7장‘도시에서걷기’는세르토를인용하는학자들이가장많이언급하는텍스트이기도하다.이유명한글은,이제는9·11테러로인해사라진세계무역센터건물110층에서부터시작된다.단지우연에불과한일이겠지만,1973년개장된세계무역센터건물을보고근대의위용과자본주의의명과암을떠올린세르토의혜안이돋보인다할수있겠다.마천루위에서내려다보는도시는그필요에따라계획되고구축되었지만,그도시에서거주하고거니는사람들은결코설계와규칙에따라돌아다니지않는다.빠르게이동하기위해기어이담을넘어다른길을찾아내기도하고,정작잘꾸며둔공원을버려두고엉뚱한골목길에서친목을나누기도한다.그렇게건축가의치밀한계산과계획에따라만들어진도시공간의질서는전복된다.보행자들의발걸음에의해,혹은도시거주자들의거주행위를통해,도시의기하학적공간은새로운의미를부여받는다.이것은푸코의‘파놉티콘’을역전시키는발상이다.세르토의연구는파놉티콘적도시공간,기술관료주의,편향된역사서술,권력에의한일상생활의식민화,감시와통제가결코불가능하다는점을분명히보여준다.
평범함속에숨은익명의영웅들
세르토는지금도제각기바쁜발걸음으로거리를걸어다니는평범한사람들이야말로더나은세상을발명하며참된삶을살아가는영웅이라고말한다.사실주어진하루하루를임기응변으로겨우겨우버티며힘겹게살아가는보통사람들의모습은영웅적인인물의모습과는거리가먼경우가대부분이다.세르토역시대중을무조건적으로선한존재혹은거대한혁명의주체라고보지않는다.하지만역설적으로대중의위대함은바로그지점에서발생한다.이들은사회의엘리트들이속삭이는어떤훌륭한가치나이데올로기같은것들과무관하다.그들은분명아무것도아닌존재들이지만어느순간사회의단단한질서에균열을만들어내고,역사의부조리를드러내며,사회의고상한분들을화나고초조하게만든다.가장약한자가가장강한자의자리를차지하게되는놀라운묘미.『일상의발명』이현대사회에던지는호쾌한메시지다.
책속에서
이에세이를보통의인간에게바친다.평범한영웅hero.여기저기흩어진인물,무수히많은보행자말이다.
---p.62
기계가장악한장소에서일을해야할지라도,그는쓸데없는뭔가를만드는즐거움을위해술책을쓴다.그리고이렇게만들어낸생산물은오직노동자가이작업을통해자기만의노하우를드러내보여주고,또이런식으로시간을소비함으로써다른노동자혹은가족과의연대를확인하는데사용될뿐이다.다른노동자들의암묵적동조를통해,그는기존질서의영역속에서‘수’를쓸수있게된것이다.
---p.98
텔레비전에서내보낸이미지들과텔레비전앞에서보낸시간을분석하고나면,이제소비자가이시간동안이이미지들을가지고만드는것에관해자문하는일이남게된다.건강정보잡지를구입한500만의사람들,슈퍼마켓이용자들,도시공간을영위하는사람들,언론에서유포된이야기와풍문을소비하는사람들,이들은자신이‘흡수하고’받아들이고가격을지불한걸가지고무엇을만드는가?그들은그것으로무엇을하는가?
---p.105
소비자는진가를제대로인정받지못하는생산자이자자신의관심사를가지고시를쓰는시인이며기능주의적합리성의정글속에오솔길을내는사람이다.
---p.109
로마와달리뉴욕은자신의과거를이용하는동시에늙어가는기예를결코배우지못했다.이미갖고있는것을내버리고미래에도전하는행위속에서뉴욕의현재는시시각각발명된다.뉴욕은기념비적인부조물로된절정에이른장소들로구성된도시다.
---pp.190~191
부동의여행자는객차의바둑판배열속에자리를잡고있으며번호를부여받고관리되고있다.이는합리적유토피아의완벽한실현이다.감시와먹을거리가“차표검사하겠습니다.”(…)“샌드위치있습니다,맥주,커피도있습니다”라는말과함께이칸저칸으로움직인다.오직화장실만이폐쇄된시스템속에탈주의가능성을열어준다.
---p.218
죽어가는사람들은생명의보존에의해,그리고그것을위해조직된제도에서벗어난일탈자들이기때문에,그들은내쫓긴다(버림받는다).제도적배척의현상이라할‘예견된죽음’은이들을‘죽음의침실’에미리집어넣는다.즉예견된죽음은,“나는죽을거야”라고울부짖으며병실을둘러싼벽을무너뜨릴목소리에맞서산자들을보호하려고죽어가는사람들을침묵으로혹은더끔찍하게는거짓말로에워싼다.
---p.3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