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버릴 것들을 향한 사랑 - 문학동네 평론

가버릴 것들을 향한 사랑 - 문학동네 평론

$26.15
Description
“정홍수의 문학은 가버릴 것으로 도래하는
가버린 것의 슬픔 앞에 속수무책의 사랑을 주문한다.” _신수정(문학평론가)
매일의 겸허한 노동-쓰기로 포개어지는 시간의 연대
문학평론가 정홍수의 세번째 평론집 『가버릴 것들을 향한 사랑』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제24회 대산문학상을 안겨준 전작 『흔들리는 사이 언뜻 보이는 푸른빛』 이후 9년 만의 신작 평론집이다. “구체적인 삶의 지문(指紋)을 과하지 않은 미문(美文)에 담아”낸 “문학에 대한 희망과 믿음을 포기하지 않기에 긍정적이고 책임감 있는 평론”이라는 당시의 심사평은 그의 세번째 평론집 『가버릴 것들을 향한 사랑』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에 더하여 작품과 작가를 향한 신실한 시선은 매일의 겸허한 노동으로서의 쓰기로 이어지고, 종내 ‘안타까움의 미학’이라고 부를 법한 특유의 비평세계를 축성하는 데 이른다.
이번 책의 제목 ‘가버릴 것들을 향한 사랑’은 정홍수 미학을 설명하는 결정적 한 문장일 것이다. 구체적 텍스트에서 삶의 구체성을 길어내 독자들의 품에 안겨주는 그의 쓰기 속에서, 이미 ‘가버린 것들’은 현재형으로 되살아나 새롭게 움트기 시작한다. 나아가, 생생한 눈앞의 삶-글에서 ‘가버릴 것들’을 움키듯 읽어내고, 미세한 떨림과 조짐에조차 반응하며 써내려가는 그의 글은, 과연 “속절없는 시간을 향한 문학의 안간힘이자 마지막 표정이라고 할 만하다”(신수정). 그 시간-들의 중첩과 연대 속에서 문학은, 삶은, 사랑은 잇대어지고 또 순환하는 것이리라.

‘가버린 것들’만이 아니라 ‘가버릴 것들’이 있는 시간. 그 사이를 잇대는 사랑이라는 말. 과거의 틈입에도 열려 있지만 가버릴 시간,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도 개방되어 있는 현재를 시의 몸으로 살아간다는 것. 처음의 굴절과 상실, 가지 못한 길의 회한, 현재의 누추와 불안, 기다림과 약속의 실패, 그래서는 이미 도래한 것들의 좌절 속에서 미래를 감싸는, 그 모든 시간의 성실한 누적과 포갬으로만 가능한 어떤 세계. 그런 시간의 연대 안에서라면 시인의 말대로 “모두가 다시 일어나 새로운 시작의 힘이 되기를 기다”리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을까. 스스로도 잘 알지 못한 채로 그런 시작의 힘을 기다렸다는 생각이 들었고, 문학을 읽고 문학에 대해 쓰는 시간이 그런 사랑으로 잇대어지기를 소망해보았다. _「책머리에」에서


“있다면, 이 무지를 껴안는 것이 사랑일 테다.”
정홍수의 비평이 존재하는 한, 한국문학에 사각(死角)이란 없을 것이다

『가버릴 것들을 향한 사랑』은 총 4부로 구성되었다.
1부는 문학을 향한 그의 처음 마음자리를 확인할 수 있는 작가들을 다룬다. 김윤식, 서정인, 윤흥길, 황석영. 평론가 정홍수에게는 그리움을 불러일으키는 이름이자, 한국문학의 기라성인 이 거장들의 작가론을 야심과 공력을 한데 모아 선보인다. 텍스트에 바싹 다가들어 작품과 시대와 사회를 읽어내는가 하면, 일순 툭 하고 마음과 기억을 술회하는 인장과도 같은 그의 문체는 그리움을 한결 증폭시킨다. 예외적이거니와 각별한 애정을 듬뿍 담아 쓴 필립 로스론 「그렇게 구체적으로 말해줘 고마워요」는 ‘삶의 구체성’이라는 측면에서 그의 화두와 한 지향점을 읽어낼 수 있는 보고다. “이야기는 사회적ㆍ역사적 차원을 포함하면서도 결국은 단독성의 자리로 돌아와서 끝이 난”다는 것, “‘최상’이나 ‘무결’의 이야기가 아니라 ‘최악’과 ‘오점’의 인간 경험이 더 많이 포착되고 그려지는 것도 거기에 모순과 불완전성에서 유래하는 인간의 생생한 현재가 있”(138쪽)다는 통찰은 두고두고 곱씹을 만하다.
2부는 ‘문학과 정치’ ‘황정은과 김혜진’ ‘편혜영과 윤대녕’과 같은 부제에서 알 수 있듯, 따로 또 함께 읽어낼 작가와 작품을 유비하며 전개되는 글들을 배치했다. “소설은 하나의 진리를 향한 경연장이 아니”라는 사실, “소설을 설명하고 규정하는 하나의 메타-언어가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이야말로 소설의 축복”(「역사적 귀환과 ‘이름 없는 가능성들’의 발굴」, 252쪽)이라는 분석은 그의 비평 자체를 통해서도 다시 한번 증명된다. 더불어 시대에 다급하게 화답하듯 쓰인 「단절과 침묵, 그리고 ‘이어짐’의 상상력」은 특별한 주목을 요한다. “민주주의 원칙이자 목표인 평등의 이상을 향해 우리가 함께 그려가야 할 지도에는 ‘그리움’과 ‘사라짐’, 불가피한 단절과 침묵을 수락하면서도 서로를 이으면서 밀고 가는 문학의 상상력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167쪽)라는 그의 문장에 오래도록 눈길이 머무른다.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명제는 특히 차별과 혐오의 일상을 새롭게 폭로하고 개선하려는 긴박한 요구에 이어져 있지만, 거기에 개재된 모종의 근본주의는 인간들 사이에 존재해야 마땅한 거리와 침묵의 영역을 삭제하기도 한다. 과도한 투명성과 가시성의 요구는 사회 관계망 서비스의 확산을 타고 ‘전짓불의 심문’을 은밀하지만 동시에 거의 공개적인 일상의 상호 정치적·윤리적 낙인 방식으로 만든다. ‘개인적인 것’을 ‘정치적인 것’으로 발견하고 확장하는 것과 ‘개인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을 동일시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일 테다. 이 차이를 망각할 때 ‘공적 영역’은 ‘사적 영역’으로 대체됨으로써 ‘공적 영역’의 포기를 무의식적으로 옹호할 수도 있다. _「단절과 침묵, 그리고 ‘이어짐’의 상상력」(150쪽)

3부는 한국문학장의 최전선에서 읽고 쓴 작품들로 채워졌다. 이서수, 이승주와 같은 젊은 작가에서부터 이승우, 이혜경, 최윤과 같은 중견 작가에 이르기까지 장단편을 막론하고 생생한 한국문학의 오늘을 가득 담았다. 특히 김금희의 작품을 다룬 「마음의 접속면을 따라가는 소설의 시선」 그리고 「권여선 소설에 대한 세 편의 글」은 짧은 한 편의 글을 쓰더라도 전작주의자의 면모를 선보이는 정홍수의 물샐틈없는 꼼꼼함과 성실함이 돋보이는 예일 것이다. 작가의 표현을 고스란히 되돌려주자면 “정말 어지간한”(335쪽) 꼼꼼함이다.
4부에서는 최정례, 장석과 같은 시인의 작품에서 임우기, 강경석에 이르는 비평가의 작품까지를 읽어낸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정홍수의 시선은 도무지 빈틈을 만들어내지 않는데, 이는 거장의 알려지지 않은 작품에서부터 다시금 문학장으로 귀환한 작가, 시류와 무관하게 묵묵히 자신의 작품세계를 일구어나가는 작가 이 모두를 절대 놓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다시 말해 가버린 것들과 가버릴 것들 모두 정홍수라는 강으로 모여들어 줄기차게 흐른다. 온 마음을 걸어 쓰는 이러한 정홍수의 비평이 존재하는 한, 한국문학에 사각(死角)이란 없을 것이다.

소설은 결국 ‘현실이라는 것’을 그것의 상투적이고 즉자적인 상태로부터 개방해내는 일이다. 개방, 열림과 트임을 가로막는 것은 주어진 현실의 여러 요소와 그 복잡하고 착잡한 연관으로부터도 오지만, 언어와 소설의 관습, 내부의 미학으로부터도 발생한다. 그런 장애들을 헤치고 현실을 새롭게 파악하고 재정의하는 일, 현실의 결을 살려내는 일은 버겁다. 버거운 것은 그 작업이 언제든 전체로서의 현실과 마주하는 일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전체에 대한 지도가 이념의 형식이나 가상으로 존재하지 않는 지금, 세부 현실을 그것을 넘어서는 지점을 포함해서 붙잡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엄연히 존재하는 사회적 연관을 ‘전체’에 대한 무력감으로 지워버리고 무시해서도 안 되며, 그렇게 지워진 공백을 소설의 남은 영토로 오해해서도 안 된다. _「전체로서의 현실을 열기 위해」(203~204쪽)
저자

정홍수

1963년부산에서태어났고서울대국어국문학과를졸업했다.1996년『문학사상』평론부문신인상을받으며비평활동을시작했다.평론집『소설의고독』『흔들리는사이언뜻보이는푸른빛』『가버릴것들을향한사랑』,산문집『마음을건다』,공편저『소진의기억』등이있다.대산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책머리에

1부
위기의비평,위기의문학사-김윤식
삶,말,글의섞임그리고전체를향하여-서정인
‘다르게말하기’의세계-윤흥길
순진성의경이,그리고사랑-김종철
개인,시대그리고문학의증언-황석영
그렇게구체적으로말해줘고마워요-필립로스

2부
단절과침묵그리고‘이어짐’의상상력-‘문학의정치’를생각하며
이중의시대착오와사적기억의시간-정지돈과심윤경
다가오는것들,그리고‘광장’이라는신기루-황정은과김혜진
전체로서의현실을열기위해-편혜영과윤대녕
고통의공동체-권여선과은희경
현실,역사와의대면-지난십년한국소설의흐름
역사의귀환과‘이름없는가능성들’의발굴-후쿠시마료타와성석제
한국문학은무엇이되고자,혹은무엇이아니고자했는가?-그격렬한예로서의1980년대

3부
다성으로모아낸시대의풍경-이서수의「미조의시대」
무서운의식의드라마가숨기고있는것-최윤의「소유의문법」
권여선소설에대한세편의글
빛과어둠의원무너머-정지아의『자본주의의적』
울음,그리고나와너에게로가는길-김이정의『네눈물을믿지마』
역사로부터의소외와맞서는문학의자리-이혜경의『기억의습지』
진하지않은,얇디얇은맛-심아진의『신의한수』
잘못울린종소리,새의말을듣는시간-한수영의『바질정원에서』
모호함을껴안는시간-이승주의『리스너』
마음의접속면을따라가는소설의시선-김금희의『경애의마음』
파르마코스,속죄양/구원자의발명-이승우의『독』
지하실의어둠,혹은기계체조인형과함께남은시간-고영범의『서교동에서죽다』
‘세상에서가장비싼소설’을기다리며-김민정의『홍보용소설』
여성적살림의세계와기다림의강물-김홍정의『금강』
타자의자리를묻다-오수연의『부엌』

4부
‘바다’와‘아이’가동행하는‘형이상학적서정’의깊이-장석의『해변에엎드려있는아이에게』
서성임,가버릴것들을향한사랑-최정례
화엄을잃고사랑의길에서-박철의『없는영원에도끝은있으니』
먼곳에서부터먼곳으로-황규관의『리얼리스트김수영』
반딧불이를따라가는네오샤먼-임우기의『네오샤먼으로서의작가』
한국문학비평의‘재장전’-강경석의『리얼리티재장전』

출판사 서평

“있다면,이무지를껴안는것이사랑일테다.”
정홍수의비평이존재하는한,한국문학에사각(死角)이란없을것이다

『가버릴것들을향한사랑』은총4부로구성되었다.

1부는문학을향한그의처음마음자리를확인할수있는작가들을다룬다.김윤식,서정인,윤흥길,황석영.평론가정홍수에게는그리움을불러일으키는이름이자,한국문학의기라성인이거장들의작가론을야심과공력을한데모아선보인다.텍스트에바싹다가들어작품과시대와사회를읽어내는가하면,일순툭하고마음과기억을술회하는인장과도같은그의문체는그리움을한결증폭시킨다.예외적이거니와각별한애정을듬뿍담아쓴필립로스론「그렇게구체적으로말해줘고마워요」는‘삶의구체성’이라는측면에서그의화두와한지향점을읽어낼수있는보고다.“이야기는사회적,역사적차원을포함하면서도결국은단독성의자리로돌아와서끝이난”다는것,“‘최상’이나‘무결’의이야기가아니라‘최악’과‘오점’의인간경험이더많이포착되고그려지는것도거기에모순과불완전성에서유래하는인간의생생한현재가있”(138쪽)다는통찰은두고두고곱씹을만하다.

2부는‘문학과정치’‘황정은과김혜진’‘편혜영과윤대녕’과같은부제에서알수있듯,따로또함께읽어낼작가와작품을유비하며전개되는글들을배치했다.“소설은하나의진리를향한경연장이아니”라는사실,“소설을설명하고규정하는하나의메타-언어가존재할수없다는사실이야말로소설의축복”(「역사적귀환과‘이름없는가능성들’의발굴」,252쪽)이라는분석은그의비평자체를통해서도다시한번증명된다.더불어시대에다급하게화답하듯쓰인「단절과침묵,그리고‘이어짐’의상상력」은특별한주목을요한다.“민주주의원칙이자목표인평등의이상을향해우리가함께그려가야할지도에는‘그리움’과‘사라짐’,불가피한단절과침묵을수락하면서도서로를이으면서밀고가는문학의상상력이포함되어야할것이다”(167쪽)라는그의문장에오래도록눈길이머무른다.

‘개인적인것이정치적인것이다’라는명제는특히차별과혐오의일상을새롭게폭로하고개선하려는긴박한요구에이어져있지만,거기에개재된모종의근본주의는인간들사이에존재해야마땅한거리와침묵의영역을삭제하기도한다.과도한투명성과가시성의요구는사회관계망서비스의확산을타고‘전짓불의심문’을은밀하지만동시에거의공개적인일상의상호정치적·윤리적낙인방식으로만든다.‘개인적인것’을‘정치적인것’으로발견하고확장하는것과‘개인적인것’과‘정치적인것’을동일시하는것은다른차원의문제일테다.이차이를망각할때‘공적영역’은‘사적영역’으로대체됨으로써‘공적영역’의포기를무의식적으로옹호할수도있다._「단절과침묵,그리고‘이어짐’의상상력」(150쪽)

3부는한국문학장의최전선에서읽고쓴작품들로채워졌다.이서수,이승주와같은젊은작가에서부터이승우,이혜경,최윤과같은중견작가에이르기까지장단편을막론하고생생한한국문학의오늘을가득담았다.특히김금희의작품을다룬「마음의접속면을따라가는소설의시선」그리고「권여선소설에대한세편의글」은짧은한편의글을쓰더라도전작주의자의면모를선보이는정홍수의물샐틈없는꼼꼼함과성실함이돋보이는예일것이다.작가의표현을고스란히되돌려주자면“정말어지간한”(335쪽)꼼꼼함이다.

4부에서는최정례,장석과같은시인의작품에서임우기,강경석에이르는비평가의작품까지를읽어낸다.앞서말한바와같이정홍수의시선은도무지빈틈을만들어내지않는데,이는거장의알려지지않은작품에서부터다시금문학장으로귀환한작가,시류와무관하게묵묵히자신의작품세계를일구어나가는작가이모두를절대놓치지않는다는점에서도그러하다.다시말해가버린것들과가버릴것들모두정홍수라는강으로모여들어줄기차게흐른다.온마음을걸어쓰는이러한정홍수의비평이존재하는한,한국문학에사각(死角)이란없을것이다.

소설은결국‘현실이라는것’을그것의상투적이고즉자적인상태로부터개방해내는일이다.개방,열림과트임을가로막는것은주어진현실의여러요소와그복잡하고착잡한연관으로부터도오지만,언어와소설의관습,내부의미학으로부터도발생한다.그런장애들을헤치고현실을새롭게파악하고재정의하는일,현실의결을살려내는일은버겁다.버거운것은그작업이언제든전체로서의현실과마주하는일이기때문이기도하다.전체에대한지도가이념의형식이나가상으로존재하지않는지금,세부현실을그것을넘어서는지점을포함해서붙잡는일은쉽지않다.그러나엄연히존재하는사회적연관을‘전체’에대한무력감으로지워버리고무시해서도안되며,그렇게지워진공백을소설의남은영토로오해해서도안된다._「전체로서의현실을열기위해」(203~204쪽)

■작가의말

세번째평론집을묶게되리라곤생각하지못했다.원고청탁이있으면어떻게든써보려고했고,글들이모였다.의도했던건아닌데1부의글들에는문학을향한내처음마음자리가있는것같다.김윤식,서정인,윤흥길,김종철,황석영.이름들은그리움을불러일으킨다.이들의생각과언어가내게는문학이었다.필립로스를읽으며,내가문학에서찾고있던게삶의구체성이라는걸새삼깨달았다.이상하게도현실의삶에서는그것들이만져지지도,잘보이지도않았다.
2023년봄
정홍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