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에센셜 한강 (무선 보급판)

디 에센셜 한강 (무선 보급판)

$15.69
저자

한강

1970년늦은11월에태어났다.연세대국문과를졸업한뒤1993년『문학과사회』에시를발표하고,이듬해서울신문신춘문예에단편소설「붉은닻」이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장편소설『검은사슴』『그대의차가운손』,『채식주의자』,『바람이분다,가라』,『희랍어시간』,『소년이온다』,소설집『여수의사랑』,『내여자의열매』,『노랑무늬영원』,시집『서랍에저녁을넣어두었다』등이...

목차

장편소설
희랍어시간

단편소설
회복하는인간
파란돌


어느늦은저녁나는
새벽에들은노래
심장이라는사물
마크로스코와나─2월의죽음
해부극장2

산문
종이피아노
저녁여섯시,검고긴바늘
아버지가지금,책상앞에앉아계신다
기억의바깥
아름다운것에대하여─최인호선생님영전에
여름의소년들에게
백년동안의기도─미래도서관프로젝트에참여하며
출간후에

출판사 서평

장편소설『희랍어시간』

희랍어강의수강생과강사로만난여자와남자사이에는침묵과어스름이놓여있다.말言을잃어가는한여자의침묵과눈眼을잃어가는한남자의빛이만나는찰나의이야기.소멸하는삶속에서서로를단한순간마주보는사람들의이야기이기도하다.지구상에존재하는가장오래되고단단한언어인희랍어처럼,고르고또고른절제된단어들로세계를보고느끼고표현하는이소설을통해우리는이미오래전에존재하던것들,영원과도같은어떤찰나들이한자리에서만나는장면을목격한다.인간을구원할수있는희망의본령이무엇인지를,더불어언어와예술의본질이무엇인지를끈질기게사유하는한강작가작품세계의정수를만날수있다.

어리석음이그시절을파괴하며자신역시파괴되었으므로,이제나는알고있습니다.만일우리가정말함께살게되었다면,내눈이멀게된뒤당신의목소리는필요하지않았을겁니다.보이는세계가서서히썰물처럼밀려가사라지는동안,우리의침묵역시서서히온전해졌을겁니다.
_『희랍어시간』,53쪽

단편소설「회복하는인간」「파란돌」

‘인간은어떻게회복되는존재일까’라는질문에대한작가의숙고가스민두편의단편소설.육체와정신의상처와그회복의과정을통해죽음에서삶으로,어둠에서빛으로나아가는인물들을만날수있다.상처에새살이차오르듯“시간만지나면낫는대.누구나다낫는대”라고서로를위로하면서,시간밖의또다른시간을그리면서그들은천천히,온몸으로삶을향해간다.

당신은모른다.
목이말라서눈을뜬차가운새벽,기억할수없는꿈때문에흠뻑젖은눈두덩을세면대위의거울속으로들여다보리라는것을모른다.얼굴에찬물을끼얹는당신의손이거푸떨리리라는것을모른다.한번도입밖으로뱉어보지않은말들이뜨거운꼬챙이처럼목구멍을찌르리라는것을모른다.나도앞이보이지않아.항상앞이보이지않았어.버텼을뿐이야.잠시라도애쓰고있지않으면불안하니까,그저애써서버텼을뿐이야.
_「회복하는인간」,241쪽

어쩌면시간이란흐르는게아닌지도모른다는생각도그때함께찾아옵니다.그러니까,그시간으로돌아가면그시간의당신과내가빗소리를듣고있다구요.당신은어디로도간게아니라구요.사라지지도,떠나지도않았다구요.언젠가부터,당신과동갑인남자를만날때마다세월이변화시켰을당신의얼굴을막막하게그려보던버릇을버린것은그때문입니다.
_「파란돌」,271쪽

시「어느늦은저녁나는」외4편

1993년계간『문학과사회』겨울호에시가실리고이듬해서울신문에단편이당선되어본격적인창작활동을시작한한강작가는,소설을쓰는틈틈이시또한쓰고발표했다.2013년첫시집『서랍에저녁을넣어두었다』를출간하였고,이가운데다섯편을골라이번『디에센셜한강』에실었다.「어느늦은저녁나는」「새벽에들은노래」「심장이라는사물」「마크로스코와나─2월의죽음」「해부극장2」가그것으로,제목을일별하는것만으로도시의정조가느껴진다.고독과슬픔,삶과죽음,어스름이짙어지는시간,그리고그사이드러나는환희의순간까지,작가내면에서치열하게벌어지던영혼의싸움이정제된언어로잔잔히빛난다.

산문「종이피아노」외7편

유년의기억부터그리운사람과의추억,글쓰기의의미까지,여덟편의산문에는한강작가의나직한음성이스며있다.1980년광주에대한기억과『소년이온다』를집필하던시기의일화가담긴「여름의소년들에게」와노르웨이‘미래도서관’프로젝트에참여하게된소감을쓴「백년동안의기도」를비롯해최근작『작별하지않는다』출간후의소회를담은「출간후에」등작가의내밀한목소리를만날수있다.

글을쓸때는다른일을할수없다.움직이지못한다.걷지도먹지도못한다.가장수동적인자세로,글쓰기외의모든것을괄호속에넣고한단어씩써간다.그외의다른방법은없다.그게다행이라고느껴질때가있다.다른방법이없어서다행이다.움직일수없어서다행이다.나의것이라고이름붙은삶의모든것을괄호속에넣을수있어서다행이다.
_「기억의바깥」,315쪽

표지이야기

표지사진은최근가장주목받는사진작가정멜멜의작품이다.피사체를따뜻하고차분한시선으로담아내는사진작가와의협업으로나온수많은사진가운데작가가눈을감은컷을선택하였다.지그시감은눈에서는신비로움과새로움이,엷은미소에서는다정함과따뜻함이느껴져한강작가를잘보여주는사진이라판단했다.뒤표지에는글을쓰는작가의손사진을넣었다.‘작가의손’은그자체로문학의은유로느껴진다.더불어수록작의목록만을뒤표지에간결하게넣어마무리하였다.‘에센셜’이라는시리즈타이틀처럼작가와작품을수식하는홍보문구들없이그자체만을오롯이담고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