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에센셜 한강 (무선 보급판)

디 에센셜 한강 (무선 보급판)

$17.00
Description
★ 디 에센셜 한강
한강 작가의 장편소설, 단편소설, 시, 산문을 한 권으로 만난다!
작가의 핵심 작품들을 큐레이팅하여 한 권으로 엮은 스페셜 에디션 ‘디 에센셜The essential’. 문학동네에서 출시하는 디 에센셜 한국작가 편은 ‘센세이션’이라는 키워드 아래, 독자들에게 강렬한 독서 경험을 선사하며 한국문학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작가를 선정한다. 작가의 작품세계를 고루 조망해 수록작을 선정하고 표지와 편집을 새로이 한 ‘디 에센셜 한국작가 편’을 한국문학에 입문하는 첫 책으로, 혹은 한국작가를 재발견하는 기회로 두루 누려주시길 바란다.
첫번째 작가는 한강이다. 한강 작가는 1993년 등단 후 30년간 문학이 삶에 제기하는 근본적인 물음─인간은 어떻게 서로를 믿고 사랑하는가, 세상은 왜 이토록 아름다우며 동시에 잔인한가, 상실과 고통 앞에 인간은 무엇을 할 수 있나─을 정면으로 마주한 작품을 다양한 장르로 써왔다. 소설과 시뿐만 아니라 어른을 위한 동화나 자신이 직접 만들고 부른 노래와 글을 함께 담은 산문집, 시와 소설이 어우러진 작품집 등을 꾸준히 펴냈다. 뿐만 아니라 미디어 아트를 통한 비주얼 퍼포먼스 작업도 이어가며 텍스트 밖으로 자신의 공간을 확장했다. 한국인 최초로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했으며, 아시아 최초로 노르웨이 ‘미래 도서관’ 프로젝트 참여 작가로 선정되는 등의 쾌거를 이루며 국경을 넘어 한국문학의 센세이션이자 상징인 이름이 된 그를 ‘디 에센셜 한국작가 편’의 첫번째 작가로 선보인다.

『디 에센셜 한강』에는 장편소설 『희랍어 시간』과 단편소설 「회복하는 인간」 「파란 돌」 두 편, 시 다섯 편, 산문 여덟 편이 담겨 있다. ‘상실의 고통을 안고 사는 이들이 마주한 한줄기 빛’이라는 한강 소설의 미학이 응축된 작품들이다. 한 권으로 만나는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통해 작가가 그려나가는 문학 지도를 더 잘 들여다볼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예전의 나는 나와 같은 사람이기보다 닮은 사람(들)이다. 교정지를 읽는 동안 그 사람(들)과 묵묵히 함께 있는 것 같았다. 사주에 역마가 들어서인지 무던히도 여러 곳을 옮겨다니며 살아왔는데, 오직 쓰기만을 떠나지 않았고 어쩌면 그게 내 유일한 집이었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_『디 에센셜 한강』 ‘작가의 말’에서

ㆍ장편소설 『희랍어 시간』
희랍어 강의 수강생과 강사로 만난 여자와 남자 사이에는 침묵과 어스름이 놓여 있다. 말言을 잃어가는 한 여자의 침묵과 눈眼을 잃어가는 한 남자의 빛이 만나는 찰나의 이야기. 소멸하는 삶 속에서 서로를 단 한 순간 마주보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오래되고 단단한 언어인 희랍어처럼, 고르고 또 고른 절제된 단어들로 세계를 보고 느끼고 표현하는 이 소설을 통해 우리는 이미 오래전에 존재하던 것들, 영원과도 같은 어떤 찰나들이 한자리에서 만나는 장면을 목격한다. 인간을 구원할 수 있는 희망의 본령이 무엇인지를, 더불어 언어와 예술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끈질기게 사유하는 한강 작가 작품세계의 정수를 만날 수 있다.

어리석음이 그 시절을 파괴하며 자신 역시 파괴되었으므로, 이제 나는 알고 있습니다. 만일 우리가 정말 함께 살게 되었다면, 내 눈이 멀게 된 뒤 당신의 목소리는 필요하지 않았을 겁니다. 보이는 세계가 서서히 썰물처럼 밀려가 사라지는 동안, 우리의 침묵 역시 서서히 온전해졌을 겁니다.
_『희랍어 시간』, 53쪽

ㆍ단편소설 「회복하는 인간」 「파란 돌」
‘인간은 어떻게 회복되는 존재일까’라는 질문에 대한 작가의 숙고가 스민 두 편의 단편소설. 육체와 정신의 상처와 그 회복의 과정을 통해 죽음에서 삶으로,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가는 인물들을 만날 수 있다. 상처에 새살이 차오르듯 “시간만 지나면 낫는대. 누구나 다 낫는대”라고 서로를 위로하면서, 시간 밖의 또다른 시간을 그리면서 그들은 천천히, 온몸으로 삶을 향해 간다.

당신은 모른다.
목이 말라서 눈을 뜬 차가운 새벽, 기억할 수 없는 꿈 때문에 흠뻑 젖은 눈두덩을 세면대 위의 거울 속으로 들여다보리라는 것을 모른다. 얼굴에 찬물을 끼얹는 당신의 손이 거푸 떨리리라는 것을 모른다. 한 번도 입 밖으로 뱉어보지 않은 말들이 뜨거운 꼬챙이처럼 목구멍을 찌르리라는 것을 모른다. 나도 앞이 보이지 않아. 항상 앞이 보이지 않았어. 버텼을 뿐이야. 잠시라도 애쓰고 있지 않으면 불안하니까, 그저 애써서 버텼을 뿐이야.
_「회복하는 인간」, 241쪽

어쩌면 시간이란 흐르는 게 아닌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그때 함께 찾아옵니다. 그러니까, 그 시간으로 돌아가면 그 시간의 당신과 내가 빗소리를 듣고 있다구요. 당신은 어디로도 간 게 아니라구요. 사라지지도, 떠나지도 않았다구요. 언젠가부터, 당신과 동갑인 남자를 만날 때마다 세월이 변화시켰을 당신의 얼굴을 막막하게 그려보던 버릇을 버린 것은 그 때문입니다.
_「파란 돌」, 271쪽

ㆍ시 「어느 늦은 저녁 나는」 외 4편
1993년 계간 『문학과사회』 겨울호에 시가 실리고 이듬해 서울신문에 단편이 당선되어 본격적인 창작 활동을 시작한 한강 작가는, 소설을 쓰는 틈틈이 시 또한 쓰고 발표했다. 2013년 첫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를 출간하였고, 이 가운데 다섯 편을 골라 이번 『디 에센셜 한강』에 실었다. 「어느 늦은 저녁 나는」 「새벽에 들은 노래」 「심장이라는 사물」 「마크 로스코와 나─2월의 죽음」 「해부극장 2」가 그것으로, 제목을 일별하는 것만으로도 시의 정조가 느껴진다. 고독과 슬픔, 삶과 죽음, 어스름이 짙어지는 시간, 그리고 그사이 드러나는 환희의 순간까지, 작가 내면에서 치열하게 벌어지던 영혼의 싸움이 정제된 언어로 잔잔히 빛난다.

ㆍ산문 「종이 피아노」 외 7편
유년의 기억부터 그리운 사람과의 추억, 글쓰기의 의미까지, 여덟 편의 산문에는 한강 작가의 나직한 음성이 스며 있다. 1980년 광주에 대한 기억과 『소년이 온다』를 집필하던 시기의 일화가 담긴 「여름의 소년들에게」와 노르웨이 ‘미래 도서관’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소감을 쓴 「백 년 동안의 기도」를 비롯해 최근작 『작별하지 않는다』 출간 후의 소회를 담은 「출간 후에」 등 작가의 내밀한 목소리를 만날 수 있다.

글을 쓸 때는 다른 일을 할 수 없다. 움직이지 못한다. 걷지도 먹지도 못한다. 가장 수동적인 자세로, 글쓰기 외의 모든 것을 괄호 속에 넣고 한 단어씩 써간다. 그 외의 다른 방법은 없다.
그게 다행이라고 느껴질 때가 있다. 다른 방법이 없어서 다행이다. 움직일 수 없어서 다행이다. 나의 것이라고 이름 붙은 삶의 모든 것을 괄호 속에 넣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_「기억의 바깥」, 315쪽
저자

한강

1970년늦은11월에태어났다.연세대국문과를졸업한뒤1993년『문학과사회』에시를발표하고,이듬해서울신문신춘문예에단편소설「붉은닻」이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장편소설『검은사슴』『그대의차가운손』,『채식주의자』,『바람이분다,가라』,『희랍어시간』,『소년이온다』,소설집『여수의사랑』,『내여자의열매』,『노랑무늬영원』,시집『서랍에저녁을넣어두었다』등이...

목차

장편소설
희랍어시간

단편소설
회복하는인간
파란돌


어느늦은저녁나는
새벽에들은노래
심장이라는사물
마크로스코와나─2월의죽음
해부극장2

산문
종이피아노
저녁여섯시,검고긴바늘
아버지가지금,책상앞에앉아계신다
기억의바깥
아름다운것에대하여─최인호선생님영전에
여름의소년들에게
백년동안의기도─미래도서관프로젝트에참여하며
출간후에

출판사 서평

장편소설『희랍어시간』

희랍어강의수강생과강사로만난여자와남자사이에는침묵과어스름이놓여있다.말言을잃어가는한여자의침묵과눈眼을잃어가는한남자의빛이만나는찰나의이야기.소멸하는삶속에서서로를단한순간마주보는사람들의이야기이기도하다.지구상에존재하는가장오래되고단단한언어인희랍어처럼,고르고또고른절제된단어들로세계를보고느끼고표현하는이소설을통해우리는이미오래전에존재하던것들,영원과도같은어떤찰나들이한자리에서만나는장면을목격한다.인간을구원할수있는희망의본령이무엇인지를,더불어언어와예술의본질이무엇인지를끈질기게사유하는한강작가작품세계의정수를만날수있다.

어리석음이그시절을파괴하며자신역시파괴되었으므로,이제나는알고있습니다.만일우리가정말함께살게되었다면,내눈이멀게된뒤당신의목소리는필요하지않았을겁니다.보이는세계가서서히썰물처럼밀려가사라지는동안,우리의침묵역시서서히온전해졌을겁니다.
_『희랍어시간』,53쪽

단편소설「회복하는인간」「파란돌」

‘인간은어떻게회복되는존재일까’라는질문에대한작가의숙고가스민두편의단편소설.육체와정신의상처와그회복의과정을통해죽음에서삶으로,어둠에서빛으로나아가는인물들을만날수있다.상처에새살이차오르듯“시간만지나면낫는대.누구나다낫는대”라고서로를위로하면서,시간밖의또다른시간을그리면서그들은천천히,온몸으로삶을향해간다.

당신은모른다.
목이말라서눈을뜬차가운새벽,기억할수없는꿈때문에흠뻑젖은눈두덩을세면대위의거울속으로들여다보리라는것을모른다.얼굴에찬물을끼얹는당신의손이거푸떨리리라는것을모른다.한번도입밖으로뱉어보지않은말들이뜨거운꼬챙이처럼목구멍을찌르리라는것을모른다.나도앞이보이지않아.항상앞이보이지않았어.버텼을뿐이야.잠시라도애쓰고있지않으면불안하니까,그저애써서버텼을뿐이야.
_「회복하는인간」,241쪽

어쩌면시간이란흐르는게아닌지도모른다는생각도그때함께찾아옵니다.그러니까,그시간으로돌아가면그시간의당신과내가빗소리를듣고있다구요.당신은어디로도간게아니라구요.사라지지도,떠나지도않았다구요.언젠가부터,당신과동갑인남자를만날때마다세월이변화시켰을당신의얼굴을막막하게그려보던버릇을버린것은그때문입니다.
_「파란돌」,271쪽

시「어느늦은저녁나는」외4편

1993년계간『문학과사회』겨울호에시가실리고이듬해서울신문에단편이당선되어본격적인창작활동을시작한한강작가는,소설을쓰는틈틈이시또한쓰고발표했다.2013년첫시집『서랍에저녁을넣어두었다』를출간하였고,이가운데다섯편을골라이번『디에센셜한강』에실었다.「어느늦은저녁나는」「새벽에들은노래」「심장이라는사물」「마크로스코와나─2월의죽음」「해부극장2」가그것으로,제목을일별하는것만으로도시의정조가느껴진다.고독과슬픔,삶과죽음,어스름이짙어지는시간,그리고그사이드러나는환희의순간까지,작가내면에서치열하게벌어지던영혼의싸움이정제된언어로잔잔히빛난다.

산문「종이피아노」외7편

유년의기억부터그리운사람과의추억,글쓰기의의미까지,여덟편의산문에는한강작가의나직한음성이스며있다.1980년광주에대한기억과『소년이온다』를집필하던시기의일화가담긴「여름의소년들에게」와노르웨이‘미래도서관’프로젝트에참여하게된소감을쓴「백년동안의기도」를비롯해최근작『작별하지않는다』출간후의소회를담은「출간후에」등작가의내밀한목소리를만날수있다.

글을쓸때는다른일을할수없다.움직이지못한다.걷지도먹지도못한다.가장수동적인자세로,글쓰기외의모든것을괄호속에넣고한단어씩써간다.그외의다른방법은없다.그게다행이라고느껴질때가있다.다른방법이없어서다행이다.움직일수없어서다행이다.나의것이라고이름붙은삶의모든것을괄호속에넣을수있어서다행이다.
_「기억의바깥」,315쪽

표지이야기

표지사진은최근가장주목받는사진작가정멜멜의작품이다.피사체를따뜻하고차분한시선으로담아내는사진작가와의협업으로나온수많은사진가운데작가가눈을감은컷을선택하였다.지그시감은눈에서는신비로움과새로움이,엷은미소에서는다정함과따뜻함이느껴져한강작가를잘보여주는사진이라판단했다.뒤표지에는글을쓰는작가의손사진을넣었다.‘작가의손’은그자체로문학의은유로느껴진다.더불어수록작의목록만을뒤표지에간결하게넣어마무리하였다.‘에센셜’이라는시리즈타이틀처럼작가와작품을수식하는홍보문구들없이그자체만을오롯이담고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