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을 다하면 죽는다 - 총총 시리즈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 - 총총 시리즈

$15.00
Description
황선우×김혼비-과로와 번아웃, 그리고 회복에 관한 이야기

그만 일하고 더는 아프지 말고
이젠 나가서 놀자고
내 등을 힘껏 밀어준 어떤 우정에 대하여
황선우×김혼비, 최근 여성 독자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두 에세이스트가 심상치 않은 제목으로 함께 책을 썼다.
제목은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

우리 시대의 여성들에게 새로운 화두와 용기를 전해주는 팟캐스트 〈여자 둘이 토크하고 있습니다〉를 진행하며 똑부러지게 일하고 말하는 ‘멋언니’로 각광받는 황선우 작가, 그리고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와 『아무튼, 술』 등의 독보적인 에세이로 축구와 술 등 여성의 영역이 아니라 여겨졌던 것들의 경계를 호쾌하게 걷어차버린 김혼비 작가-이 두 작가는 어떻게 편지를 주고받게 됐을까? 또 소위 ‘갓생’을 살아가면서 ‘열일’하는 서로를 응원하고 북돋울 것만 같은 이 두 사람이 결코 ‘죽을 만큼 최선을 다하진 말자’고 결의한 이유는 무엇일까?
황선우, 김혼비 작가의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는 누구나 한 번쯤 지나왔을 번아웃과 과로에 대한 이야기이다. 종일 피로와 무례에 시달렸음에도 너무 고단해서 오히려 잠들 수조차 없던 어느 힘겨운 밤에 대한 기록이며, 일상의 단어들을 자꾸만 잃어버려 건망증을 의심하면서 막막하게내 머릿속을 뒤적여보던 어떤 날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느닷없이 장염을 겪으며 내 육신이 내장기관의 부속 껍데기처럼 느껴지던 어느 ‘한풀 꺾인’ 날에 대한 기억인 동시에, ‘젖은 물미역’이 되어 샤워기 아래 유령처럼 서서 물을 떨굴 수밖에 없었던 어떤 시절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책은 누구나 겪곤 하는 이런 답답하고 막막한 시절을 지나는 동안 서로를 웃겨주고 일으켜주는 여자들의 유머와 우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람에게 시달리고 무너진 마음이 사람의 다정과 우정으로 회복되어 번아웃으로부터 끝내 회복에 이르는 길을 보여주는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은 무례한 세상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자신을 죽이지 않기 위해 ‘우리가 하지 말아야 할 일’들에 대한 꽤 묵직한 주제를 담고 있지만, 핑퐁처럼 편지를 주고받는 두 작가의 목소리에는 말랑하고 산뜻한 웃음이 배어 있다.
“서로를 웃긴다는 건 사람이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 중 하나일 거예요.”
황선우×김혼비 두 유머 사냥꾼이 채집한 유머와 다정은 바쁘게 스쳐가고 스러지는 하루 속에서 팍팍해진 마음과 무표정한 얼굴에 끝내 웃음이 터져나오게 한다.

우리가 편지를 주고받는 사이 편지 저편 ‘혼비씨’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바람이 불고 눈이 내리고 꽃이 피었다가 졌다. 시간이 사람에게 하는 일이 그사이 어김없이 우리에게 일어났다. 풍경 사이로 끊임없이 일상의 피로를,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을, 늙음과 죽음을, 죽은 사람들에 대한 생각을 흘려보내는 것 말이다. _작가의 말: 황선우의 말 중에서

당연히 최선을 다하겠지만 죽을 만큼 최선을 다하지는 않는 것’을 실현하는 여러 방법이 있을 텐데, 그중 ‘함께 나눠서 하는 것’도 있다는 것을, 꼭 물리적인 몫의 나눔이 아니더라도 함께 꾸준히 일상을, 웃음을, 마음을 나누는 것도 있다는 것을 앞으로도 잊지 않으려고 한다.
_작가의 말: 김혼비의 말 중에서

저자

황선우,김혼비

『멋있으면다언니』『사랑한다고말할용기』를쓰고,『여자둘이살고있습니다』『퀸즐랜드자매로드』를김하나와함께썼다.팟캐스트<여둘톡:여자둘이토크하고있습니다>를제작,진행하고있다.

목차

포옹과펀치_황선우_6
서정적인몽둥이들_김혼비_14
수평자세로가마누워보는세상_황선우_28
왓츠인마이백_김혼비_38
“재미있어요?재미있는것맞죠?”_황선우_50
번-번-번-타들어가는날들_김혼비_58
젖은미역의시절을보내는법_황선우_68
담배와건강의변증법_김혼비_78
10월29일이후의첫편지_황선우_88
“누군가세상을떠났다는것을나무들까지도알고있네”_김혼비_96
영원히유창해지지못할언어로,우리는_황선우_106
‘쟤랑놀지마라’의‘쟤’를맡고있습니다_김혼비_116
탁월하게못하는탁구인의즐거움_황선우_128
우리1011한번할까요?_김혼비_136
선우는인仁하냐?그러면혼비는인하다고할수있느냐?_황선우_148
요즘가장용기를끌어모으는곳_김혼비_158
인생첫장염투병기_황선우_170
세상이우리에게툭툭던지는농담들_김혼비_178
알프스의할미꽃두뿌리_황선우_190
여름이야,나가서놀자_김혼비_198

작가의말_210

출판사 서평

‘선우씨’와‘혼비씨’―두유머사냥꾼이
자신을볶아치며살아가는우리들에게건네는다정한안부인사

『최선을다하면죽는다』는이슬아×남궁인작가의『우리사이엔오해가있다』로시작된문학동네서간에세이시리즈‘총총’의맥을잇는작품이다.2023년2월부터웹진<주간문학동네>에서연재되며큰화제를모았다.그러나첫시작은결코쉽지않았다.황선우작가는편지를시작하기위해부산으로떠났다가리코더만불고돌아오고,김혼비작가역시편지를완성하기위해대부도로집필여행을갔다가목탁만치고돌아온다.왜냐하면이들은서로를작가로서응원하고깊은관심과호감을갖고있는사이이기는했지만,사실정기적으로편지를주고받기까지할정도로친근한사이는아니었던것이다.두사람의시그니처―리코더와목탁의차이점만큼이나,부산과대부도의거리만큼이나이두작가가한지점에서만나자연스럽게대화를주고받을일은아득해보였다.
그러나이거리감을단숨에무너진것은서로를‘혼비씨’‘선우씨’로부르기로약속한데서시작되었다.나이차나직업,성별등이아무상관없어지는‘씨’라는호칭.김혼비작가는자신을‘혼비씨’로불러준‘선우씨’에게이렇게답장을쓴다.

아주오래전에다닌회사에아무도시키지않았는데군기반장을자처하며본인의특기가‘잡도리’라고자랑스레말하고다닌상사가있었는데요,평소에는“야!”“○○야!”라고사람을부르던그가누군가를‘잡도리’하기직전에는꼭경칭을썼거든요.그의나지막한“○○씨”뒤로는욕설만안들어갔다뿐이지욕이나다름없는독설이사정없이이어졌어요.그가어쩌다“혼비씨”라고부르면등골에화살이박히는것같았고,“혼비씨”가사실은“혼비,야이씨!”의줄임말이아닐까싶을때쯤그회사를나왔지만,그서늘함만은계속남아있어요.그래서선우씨가부르는“혼비씨”가무척반갑고특별했어요.다른누구도아닌선우씨같은사람에게“혼비씨”라고다정하게불리다보면이호칭위에지저분하게찍힌옛상사의지문들을싹닦아낼수있을것같다는생각이들었거든요.
_김혼비,‘서정적인몽둥이들’중에서(19쪽)

김혼비작가는인기에세이작가이면서여전히직장생활을철저하게유지하고있는작가로알려져있다.지금까지그를‘씨’라고대차게부르는이들은대부분‘독설과잡도리’로무장한옛상사들이었다.그런그에게‘선우씨’가나타나‘혼비씨’의안부를묻고농담하고웃겨준다.수영을하고탁구를치고끼니를제때즐겁게맛있게챙겨먹으면서,너의하루는어땠느냐고,오늘은무슨웃기는일이있었느냐고묻는다.혼비씨와선우씨는그렇게친구가되어편지로일상을공유하고고민을나눈다.

누구나마음속에태풍을안고서잔잔하게살아가듯그모두를품고도되도록명랑한소식을전하려애썼지만실패하기도했던것같다.그럼에도스스로를덜검열하고덜재촉했던건모니터저편에서기다릴수신인의존재덕분이었다.무엇을써보내더라도사려깊게읽어줄혼비씨가있어서였다.편지쓰는사람은,편지를기다리는사람을떠올리면더잘지낼수있는사람이었다.그리고나는당연한사실을다시깨달았다.다만이사람의안부와안녕을묻는일이야말로편지의처음이자끝이고전부라는것을.
_작가의말:황선우의말중에서

번-번-번-타들어가는날들…
젖은미역의시절을보내는방법

직장인과작가라는두직업사이에서끊임없이과업을완수해야만하고마감을해내야만하는‘혼비씨’는과로할수밖에없다.선우씨는혼비씨가그숱한바쁘고중요한일들중에서도부디자신의몸과마음을최우선에두길,잘쉬고깊이잠들기를빌어준다.서로자주통화하거나만나는사이는아니지만,한달에두번씩꼬박꼬박서로의안부와안녕을물으며속내를털어놓는이들의편지는황선우작가의표현처럼‘이제는사라진고전펜팔의전통에부합’하는편지처럼느껴지기도한다.
그러던어느날혼비씨가선우씨에게고백한다.세상사람들은김혼비작가에게늘작가와직장인으로서의삶을어쩌면그렇게현명하게잘병행하느냐묻지만,실은그렇지못하다고.오래전부터번아웃에시달려왔다고.

친구들은작년겨울부터저에게서번아웃의기미를알아보고경고했는데도잘모른채번번이번-번-번-타들어가다가올여름에‘아웃’이되어나가떨어지고서야받아들였어요.번아웃이맞구나.사흘이면끝낼일을열흘걸릴때부터이미그랬구나.이게뭐라고받아들이기힘들었을까요.(…)번아웃은그자체로도문제지만,번아웃이일효율을깡그리앗아가는통에한번붙든일이끝나질않아마음놓고놀거나쉴시간까지사라지는게가장문제라는걸알게되었어요.휴식과저사이에연결되어있는다리마저불태워없애버리는게번아웃이더군요._김혼비,‘번-번-번-타들어가는날들’중에서(62~63쪽)

선우씨역시직장생활을하는동안번아웃에시달렸던경험이있기에,혼비씨의번아웃에깊이공감한다.대한민국에서일하는사람으로살아가면서,하얗게불타재로남아보지않은사람이있을까?

언젠가는한동안씻는동안서있을힘이없어서욕조안에가만히앉은채로샤워를하곤했어요.기운이더떨어질때는물을맞으면서아예누워버리기도하고요.그렇게젖은미역같이널브러져있다가정신을좀차리고나면욕조밖으로나와몸을닦고말릴기력이조금생겼습니다.한두달뒤인가,샤워의시작부터끝까지아무렇지않게서있는나자신을발견하고그제야깨달았죠.아,그때내가좀이상했구나.사람이아닌미역이었구나.고갈된것이체력이거나사회성이거나집중력이거나하여간바닥을드러낸채로꾸역꾸역계속하고있었구나.저같은사람들은멈추는방법을몰라서계속하곤합니다.
_황선우,‘젖은미역의시절을보내는법’중에서(70쪽)

나를밀치고쏜살같이흘러가는시간과마감들속에서두사람은서로에게‘시간의마디’와‘절기’가되어주기로한다.서로를향해한달에두번오가는편지는두사람만의달력인‘선우력’‘혼비력’이되어,타인과세상을향해전력을다하던몸과마음을돌보고일상에다정과웃음을채우게한다.

다정함이란어쩌면사람에게필요이상의마음을쓰는일이겠지요.혼비씨가지하철앞에선사람의안색을살피고,그분이소리쳐혼비씨를깨워주는풍경처럼말이죠.(…)우리가서로편지를보내지않는기간에도분명혼비씨는그런장소에서지내고있을거란믿음이들어요._황선우,‘알프스의할미꽃두뿌리’중에서(197쪽)

회복의한절반쯤왔을까요.(…)매달마다어서나가놀다오라고제등을힘껏밀어준선우력과어떤상황에서도여유있게삶을챙기는선우씨의모습이늘담겨있는편지의힘이아주컸습니다.(…)
한시절저의든든한절기가되어주셔서감사합니다.
_김혼비,‘여름이야,나가서놀자’중에서(206~207쪽)

일상속에서유머와말장난,통쾌한순간의기미를놓치지않고독자들을웃게해주던두여성작가가서로를웃겨주고웃어주며한시절을건넜다.두작가가오직한사람을위해부지런히사냥한유머와농담은이글이연재되고출판되면서,이제단한사람의수신자만이아니라‘상시과로하는우리모두의위로’가되어주기시작했다.
‘햇볕이광포해지는시기’가오면황선우작가의어머니나할머니는이렇게말하곤했다고한다.“가마~~~있으므마,한개도안듭다.”(가만히있으면하나도안덥다.)
이책은수평자세로‘가마’누워걱정할일,쫓기는일,미래의걱정따윈‘한개도‘개의치않으며,지금지치고고단한내마음속을들여다보기에좋은책이다.
우리는다들각자너무열심히살았다.지금은‘최선을다하면죽는다’정신으로몸과마음을돌봐야할때,서로의안녕을물어야할때,마주보고웃어야할때.아직우린부족하다고,빨리더많은것을할수있다고스스로를,타인을들들볶아온만국의‘볶아치스트’들이여,기억하라.
“최선을다하면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