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걷으면 빛

빛을 걷으면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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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타인에게 한 발 다가갈 때 점등되는 빛.
그을려서 더 아름다운 그 빛을 찾는 독자에게
성해나의 첫 소설집이 도착했다.”
_조해진(소설가)

세대와 관계에 대한 사려 깊은 탐색의 눈길
“지금 한국에서 세대 간의 차이와 갈등, 그리고 소통에 대한 문제를 가장 능숙하게 다루는 작가”(문학평론가 박서양)라는 평을 받으며 단정하고 진중한 언어로 자신의 작품세계를 일구어나가는 신예 작가 성해나의 첫 소설집 『빛을 걷으면 빛』이 출간되었다. 201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 「오즈」를 통해 “정형화된 인물을 탈피해서 (…) 개성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으며 “균형 잡힌 시각이 신뢰를 주기에 충분”(심사위원 구효서, 은희경)하다는 평과 함께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후 삼 년 동안 활발하게 써온 작품 가운데 여덟 편을 선별해 실었다.
성해나의 소설에는 “누군가를 함부로 이해하지 않고, 판단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다정”하고 “품이 넓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던 작가의 당선 소감이 고스란히 묻어난 듯한, 편견과 오해를 넘어 서로를 올곧게 바라보려 노력하는 인물들이 있다. 서로 다른 세대와 소속, 신체적·정신적 차이, 나아가 자신과 타인이라는 근본적인 경계에도 불구하고 저 너머의 상대에게 가닿을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이들은 그 등불 같은 믿음을 품고 길을 나선다.
저자

성해나

2019년[동아일보]신춘문예에중편「오즈」로당선되며등단.글을쓸때마다이전과다른사람이되어감을느낀다.그것이좋아글쓰기를시작했고,여전히이어가고있다.깊이쓰고,신중히고치고싶다.

목차

언두…007
화양극장…055
OK,Boomer…097
괸당…127
소돔의친밀한혈육들…173
당춘…209
오즈…275
김일성이죽던해…339

해설│소유정(문학평론가)
낙차의기록…395

작가의말…417

출판사 서평

<추천사>
우리는세대와소속,장애여부,개인과역사의접점에따라수시로타인과스스로를분류하지만그잣대는금이가있거나어긋나있을때가많다.정확하게분류되지않는영역에남은누군가는이쪽과저쪽사이,‘관대’와‘매정’사이를부유하다결국엔뒤늦은미안함과부끄러움을감당하기도한다.성해나의소설속인물들처럼말이다.성해나의소설은세계의미세한금과어긋난지점을포착해내면서도타인에게한발다가갈때점등되는빛을조심스럽게쓸고보듬는다.그리고,우리는그것이문학의일임을안다.그을려서더아름다운그빛을찾는독자에게성해나의첫소설집이도착했다._조해진(소설가)

성해나의소설은부단히성실하게따뜻한마음을품어왔다.닿을수없는이해란걸알고있지만실패를반복하며그낙차를기록하고,짙은오해속에숨겨진진심을세심하게그려내었으니말이다.그러니어둠을거둔이곳에서맞이한환하고따뜻한빛을열렬히사랑해도좋을것이다.혹시나들이닥칠지모를또다른어둠에대해서라면이른고민은하지않는것이좋겠다.빛을걷으면빛,이소설집의제목이그렇게말하고있으므로.더밝은쪽으로나아가리란낙관과믿음,이단어들을사어(死語)로두지않을힘이이안에있기에지금의빛은더욱이찬란하다._소유정(문학평론가)



<본문중에서>

도호와는틴더로만났다.그시기엔애쓰지않아도되는관계,마음에들지않을땐화면을가볍게밀어거절할수있는관계가편했다.사람을만날때마다으레발생하는변수가싫었고,지지부진한관계를맺어나가는것이지겨웠다.그때는그랬다.(「언두」,9~10쪽)

그때나는,내가아는사람들과비슷해지지않기위해노력했던것같다.함부로동정하지않으려,‘난다이해해’‘괜찮아’따위의무책임한말을뱉지않으려부단히애썼던것만같다.(「언두」,13쪽)

이목씨는말했다.사람들이극장을찾는이유중에는타인과같은포인트에서폭소하고글썽이는교류의순간을소중한기억으로여기기때문도있다고,자신도그렇다고,그러니여기서는크게숨을쉬고웃고울어도된다고.(「화양극장」,67쪽)

저시기의나는참위태로웠어요.다시저때로돌아간다면……나는결코내마음을속이지않을거예요.속편히웃고울고싸우고.견디지않을거예요.(「화양극장」,69쪽)

어둠을걷으면또다른어둠이있을거라여기며살았는데그게아니었다고,어둠을걷으면그안에는빛이분명있다고.
나는이제살아내지않고,살아가고싶어요.견디지않고받아들이면서.(「화양극장」,92쪽)

나는늘그랬으니까.안될것을알면서도복직에희망을걸고,‘여로가평안하길바란다’는넉넉한덕담을건넬수있는평범한일상이다시도래하길바라고,희미해지는우정이미약하게나마지속되길고대하고……아둔하고무모하게.(「당춘」,250쪽)

가족으로묶이지않은내가그녀를위해할수있는일은거의없었다.입원신청서를작성하는것부터같은병실사람들에게할머니와의관계를설명하는것까지보호자로호명되기힘든나는늘망설이고머뭇댈뿐이었다.그녀와함께생활하며차츰차츰쌓아온감정의지층은가족이라는명목앞에서쉽게허물어지고,아무것도아닌것이되어버렸다.(「오즈」,326쪽)

새로구한집은좁고창도하나뿐이었지만,산책로와마주해있어조용했고무엇보다볕이잘들었다.남향으로난창으로반듯하게볕이쏟아졌고,그빛속에누워있으면혼자라는말이더이상쓸쓸하게들리지않았다.(「오즈」,337쪽)

마음은참쉽게도뒤집힌다.미워하다가도불현듯애틋해지고,충분하다여기면서도한편으로서운해지는,모녀관계란원래이렇게변덕스럽고불완전한것이아닌가.(「김일성이죽던해」,35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