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도 산책

에도 산책

$11.00
Description
천천히, 찬찬히, 에도 산책.
멈추지 않는 한 모든 걸음은 의미를 지닌다.
『아버지』『신들의 봉우리』의 작가 다니구치 지로의 신작 『에도 산책(원제: ふらり)』이 출간되었다. 섬세한 펜 터치로 그려낸 선 굵은 드라마와 서정적인 분위기 속에 우러나는 묵직한 울림으로 전 세계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작가 다니구치 지로. 그에겐 더 이상 거장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다.

『에도 산책』은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산책을 즐기는 한 초로의 남자의 이야기로, 그의 발걸음을 따라 에도(江戸, 도쿄의 옛 지명)의 풍경을 그려낸 작품이다. 은퇴 후 에도의 구로에초(현 도쿄 고토 구 일대)에 거주하는 주인공은 매일 걸음 수를 세며 산책하는 것이 취미이다. 하나 둘 걸음을 세어가며 사람들이 가득한 번화가나 골목길, 유서 깊은 신사, 산과 바다 등 에도 곳곳을 누빈다. 그의 산책은 날씨와 계절도 가리지 않는다. 봄에는 꽃을 구경하고, 여름에는 소나기를 맞으며 걷고, 가을에는 잠자리를 따르고, 겨울에는 쌓인 눈을 밟는 감촉을 즐긴다. 그의 발걸음마다 춘하추동 에도의 정취가 물씬 피어오르고, 독자들은 당시의 거리를 실제로 거닐고 있는 듯한 기분에 빠져든다. 주인공은 길 위에서 거리의 상인, 떠돌이 하이쿠 작가, 어부, 만담가 등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기도 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당시의 생활상이 마치 지금의 일인 것마냥 생생하게 다가온다.

때로 주인공은 거북, 고양이, 잠자리, 개미, 나무 등 다양한 생물로 변신한다. 거북이 되어 물속과 강변의 경치를 감상하고, 고양이가 되어 뒷골목을 뛰어다니기도 한다. 어느날은 잠자리 등에 올라타 세상을 내려다보기도 했다가 자그마한 개미가 되어 올려다보기도 한다. 사람의 눈으로는 결코 볼 수 없는 에도의 속살들이 다른 생물의 시선을 빌려 흥미진진하게 묘사된다.
저자

다니구치지로

谷口ジロー
1947년돗토리현출생.1971년단편『목쉰방』으로데뷔.1975년『먼목소리』로쇼가쿠칸(小學館)빅코믹상가작으로입선하며두각을나타내었다.『도련님시대』『개를기르다』『아버지(원제:父の暦)』『열네살』『신들의봉우리』『시튼-방랑하는자연주의자』『겨울동물원』『선생님의가방』『에도산책(원제:ふらり)』『사냥개탐정(가제)』등다수의작품이있다.
쇼가쿠칸만화상심사위원특별상(1992),일본만화가협회상우수상(1993),데즈카오사무문화상만화대상(1998),문화청미디어예술제만화부문우수상(1998,2001)등일본국내는물론,프랑스앙굴렘국제만화페스티벌(2001,2003,2005),이탈리아루카코믹&게임전(2003,2010)등세계유수의콘테스트에서수상했다.2011년에는프랑스정부가수여하는문화예술공로훈장인슈발리에장(章)을받기도했다.

목차

솔개009
벚꽃021
거북031
고양이045
별055
고래067
비081
반디093
코끼리107
벼락121
잠자리137
달151
말163
개미179
눈193

출판사 서평

걸음마다피어오르는에도의풍경,
그길의끝에서마주친거장다니구치지로의울림가득한메시지!

그런데은퇴후한적하고여유로운취미활동으로보기엔주인공의행보는어딘지남다른점이있다.항상보폭을70cm로일정히맞추기위해애쓰고나침반을들고다니며방위를측정하는모습은,그것이단순한산책이아님을짐작케한다.그의진짜의도는이야기가전개됨에따라서서히드러난다.바로일본전국지도를제작하는것.

사실주인공에게는실제모델이있다.에도시대에일본의전국지도를제작한이노다다타카(伊能忠敬,1745~1818)가바로그이다.이노다다타카는1800년막부의명을받아홋카이도를처음측량한뒤로19년에걸쳐일본전역을측량한끝에대일본연해여지전도(大日本沿海輿地全圖)를만든인물이다.우리나라로치자면조선시대대동여지도를제작한고산자김정호와비슷한위인이라할수있다.『에도산책』은주인공이지도제작의꿈을품고여행을떠나기전,준비를하고결심을다지기까지의과정을그린이야기인셈이다.

동시에『에도산책』은꿈을실현하기위해꾸준히노력하여마침내결실을이룬사람의이야기로도볼수있다.여러어려운여건에도불구하고목표를향해조금씩천천히,멈추지않고걷던주인공은마침내꿈을이룬다.책속이야기는그가홋카이도로떠나기직전에서막을내리지만역사가이를증명한다.어쩌면작가는이이야기를통해책속주인공의대사처럼“한걸음한걸음조바심내지않고정확히,천천히걸어가다보면”언젠가는뜻하는바에닿을수있다는메시지를전하고싶었던게아닐까.

『에도산책』에는주인공외에도하이쿠작가로유명한고바야시잇사(小林一茶)나이노다다타카의스승인다카하시요시토키(高橋至時)등실존인물을모델로한인물들이등장한다.작품속에등장하는지명이나장소도모두실재했던곳이며,고래,코끼리에얽힌에피소드또한역사기록이남아있는사건이라고한다.실재했던사실들을자신이만들어낸이야기속에조금의위화감도없이엮어낸거장의솜씨에는그저감탄이나올따름이다.

산책하기좋은계절인가을,다니구치지로를따라천천히,찬찬히에도를산책해보자.가볍게따라나섰던그길의마지막에서묵직한메시지와마주치는순간왜다니구치지로가거장으로불리는지를실감하게될것이다.원제는후라리(ふらり).가볍게천천히흔들리는모양이나예정없이나타나는모양을뜻하는부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