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은 소문일 뿐이다

두려움은 소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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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스스로를 구원한 사람의 이야기는 기어코 남도 구한다.
일상의 수많은 모순을 끌어안고 싸우는 사람의 다정이 여기 있다”
장일호(『시사 IN』 기자, 『슬픔의 방문』 저자) 추천!

도둑년, 미친년, 냄새나는 여자…
낙인찍힌 삶을 타협 없이 마주하며
비로소 ‘나’를 해명하는 글쓰기
가난하고 아픈 사람들, 못 배운 사람들, 힘없는 사람들 곁에서 그들 각자의 생애를 귀기울여 듣고 기록해온 구술생애사 작가 최현숙. “흔해빠진 사람들의 흔해빠진 이야기”를 글의 주재료로 삼고 타인의 아픔과 실패, 한계를 깊이 살펴 사회적·역사적 맥락 속에서 해석해 통찰을 길어올리는 것이 그가 지금껏 누구보다 열심하게 해온 일이다. 생생한 목소리로 전해듣는 보통 사람들의 생은 저마다 각별했다. 『두려움은 소문일 뿐이다』는 구술생애사 작가 최현숙이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의 삶에 귀기울여본 흔적이다. 그는 어쩌다 홈리스 활동가이자 구술생애사 작가가 되었을까. 홀로 혼돈 속을 헤매던 청년 시절부터 소외된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게 된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가 통과해온 곡절을 되짚는다. 도둑년, 미친년, 냄새나는 여자로 낙인찍힌 삶을 살아오며 겪어야 했던 고통은 다른 사람의 아픔에 대한 공감의 바탕이 되어주었다.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좋아하고, 그런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에 가고 싶”은 마음, 그들에게 이끌리며 느끼는 “무작정한 설렘”은 다른 무엇이 아닌 바로 자신의 생애 내력에서 비롯하는 것이라고 그는 해석한다. 어린 시절부터 이어진 부모와의 갈등으로 인한 자기분열, 액취증과 도벽증을 앓는 스스로에 대한 자기멸시는 현재의 삶이 발아한 씨앗이다. ‘아버지의 집’에서 벗어나기 위해 궁곤한 남자와 결혼해 제 발로 빈곤 속으로 걸어들어간 그는 이십 년 넘게 결혼생활을 해오던 중 사랑하는 여자를 만났고, 커밍아웃하며 이혼했다. 이후 부모의 죽음을 겪으며 원가족과의 관계도 단절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중독, 소외 등 시간이 흘러도 도저히 되돌아보기 힘들었던 묵은 상처의 기억들을 뜯어내며, 지금에 닿은 ‘나’ 스스로를 해명하고자 했다. 질곡의 생애 마디마다 타협하거나 회피하기는커녕 거역과 배반, 저항을 택한 사람, 세상을 미워한 힘으로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나간 사람. 예순일곱인 지금도 그는 “거리의 냄새나는 노숙인들과 쪽방촌 사람들, 어딘가에 중독된 사람들과 미쳐버린 여자들을 하염없이 쫓아다니고 있다”.

내 삶의 이 시기에 할 수 있는 만큼의 추적과 해명을 하고자 한다. 해명의 상대는 우선 나 자신이며, 해명의 목적은 그 시절에서부터 계속 이어져 현재에 닿은 나 스스로를 잘 이해하고 해석하기 위함이다. _16쪽

저자

최현숙

구술생애사작가,소설가.2000년부터약10년간진보정치에몸담았다.이후요양보호사와독거노인생활관리사로노인돌봄노동을하며개인의역사를생생히기록하는구술생애사작업을해왔다.2020년부터는홈리스현장에서활동하며주로늙음과죽음,빈곤에대해관찰하고느낀바를글로써오고있다.구술생애사저서로『천당허고지옥이그만큼칭하가날라나?』『막다른골목이다싶으면다시가느다란길이나왔어』『할배의탄생』『할매의탄생』『억척의기원』,산문『삶을똑바로마주하고』『작별일기』,소설『황노인실종사건』등을펴냈고,공저로『이번생은망원시장』『코로나시대의페미니즘』『마스크가답하지못한질문들』『힐튼호텔옆쪽방촌이야기』등에참여했다.

목차


프롤로그소문과속임수에맞서나가는이야기

1부혼돈과어둠속에서_나와가족을타협없이직면하다
나는도둑년이었다
냄새나는존재
아버지를미워한힘으로
양반집규수의산업사회분투기
관혼상제―사람노릇하기의고역
엄마의인지저하증
뒤엉킨조각들―엄마의성애,아버지의돌봄
여든여섯할머니의임종관찰
그남자의자리
일랑과호랑을만나며

2부두려움은소문일뿐이다_늙어가는몸의쾌와불쾌사이에서
기나긴대중교통이용에관한사정
의료산업에덜속고살기
이빨과틀니의사정
욕망하는주체
돌보다가늙어미쳐도어쨌든살아내는여자들
이종간반려에대한이견
섹스관련생애맥락몇가지
늙어가는몸에대하여
몸소
산업사회형늙은여자의살림꼬라지
‘자유죽음’에관하여

3부희망없이,하염없이_홈리스곁에서,살며싸우며
선의와모멸감사이,조심操心
홈리스현장에서
더러워지기혹은익숙함
여기는노숙인광장이다
희망없이,하염없이

출판사 서평

“스스로를구원한사람의이야기는기어코남도구한다.
일상의수많은모순을끌어안고싸우는사람의다정이여기있다”
장일호(『시사IN』기자,『슬픔의방문』저자)추천!

도둑년,미친년,냄새나는여자…
낙인찍힌삶을타협없이마주하며
비로소‘나’를해명하는글쓰기

가난하고아픈사람들,못배운사람들,힘없는사람들곁에서그들각자의생애를귀기울여듣고기록해온구술생애사작가최현숙.“흔해빠진사람들의흔해빠진이야기”를글의주재료로삼고타인의아픔과실패,한계를깊이살펴사회적·역사적맥락속에서해석해통찰을길어올리는것이그가지금껏누구보다열심하게해온일이다.생생한목소리로전해듣는보통사람들의생은저마다각별했다.『두려움은소문일뿐이다』는구술생애사작가최현숙이다른누구도아닌자신의삶에귀기울여본흔적이다.그는어쩌다홈리스활동가이자구술생애사작가가되었을까.홀로혼돈속을헤매던청년시절부터소외된사람들과부대끼며살게된지금에이르기까지그가통과해온곡절을되짚는다.

도둑년,미친년,냄새나는여자로낙인찍힌삶을살아오며겪어야했던고통은다른사람의아픔에대한공감의바탕이되어주었다.“가난하고소외된사람들을좋아하고,그런사람들이모여사는곳에가고싶”은마음,그들에게이끌리며느끼는“무작정한설렘”은다른무엇이아닌바로자신의생애내력에서비롯하는것이라고그는해석한다.어린시절부터이어진부모와의갈등으로인한자기분열,액취증과도벽증을앓는스스로에대한자기멸시는현재의삶이발아한씨앗이다.‘아버지의집’에서벗어나기위해궁곤한남자와결혼해제발로빈곤속으로걸어들어간그는이십년넘게결혼생활을해오던중사랑하는여자를만났고,커밍아웃하며이혼했다.이후부모의죽음을겪으며원가족과의관계도단절했다.그는이책을통해중독,소외등시간이흘러도도저히되돌아보기힘들었던묵은상처의기억들을뜯어내며,지금에닿은‘나’스스로를해명하고자했다.질곡의생애마디마다타협하거나회피하기는커녕거역과배반,저항을택한사람,세상을미워한힘으로자신만의길을만들어나간사람.예순일곱인지금도그는“거리의냄새나는노숙인들과쪽방촌사람들,어딘가에중독된사람들과미쳐버린여자들을하염없이쫓아다니고있다”.

내삶의이시기에할수있는만큼의추적과해명을하고자한다.해명의상대는우선나자신이며,해명의목적은그시절에서부터계속이어져현재에닿은나스스로를잘이해하고해석하기위함이다._16쪽

불가해한희망을안고세상과충돌하며
제길을만들어나간한생生의기록

최현숙은십대와이십대시절액취증과도벽증으로혼란의한가운데에서청년기를보냈다.활발한성격으로어린시절에는여러친구들과어울려놀기를좋아했고함께운동도곧잘했다.그러나사춘기에접어들며시작된액취증은그에게뼈아픈모멸감과수치심을안겨주었다.몸에서나는나쁜냄새는어떻게해도감출수없었다.사람들은코를틀어막거나수군거렸다.남들이자신을밀어내기전에먼저타인을멀리하는것만이자신을지키는방법이었다.그는적극적으로혼자가되기를선택했다.

한편발각을통해서만멈출수있다고생각했던도벽은“젊은시절치명적인상처이자혼돈의핵심”이었다.엄마의돈심부름을하던중‘삥땅’한경험이쌓이며지속된돈을훔치는버릇은스물세살동급생에게들켜망신을겪은후에도완전히없어지지않았다.사람들과어울리지못하고겉돌며소외와고독을자처하던시기,낮보다는밤을,빛보다는어둠에탐닉하던시절,스스로도납득할수없었던혼돈과방황속에서도나중의‘좋은나’에대한희망을결코놓을수는없었다고,그는회고한다.그불가해한희망탓에더욱자괴감이심했다.1부‘혼돈과어둠속에서’는칠십줄을앞둔이제야스스로에게조금씩해명되기시작한어린시절과청년기를돌아보는기록이다.가족내에서불거진숱한갈등과충돌,폭력의기억을회상하고,엄마의죽음이후남매들과절연하기까지의과정도속속들이꺼내보인다.모든족族으로부터해방되어마침내자유로워진최현숙의고유하고내밀한이야기가담겼다.자신의모순과상처를모조리도마위에올려살과뼈를발라내어놓으면서도순간순간돌출하는유머와호쾌한통찰은우리시대독보적에세이스트가탄생했음을강렬히예감하게한다.

‘나쁜아이’라는자책으로스스로를미워하던내속아이,이중인격자라는자괴로방황과혼돈속으로나를추락시키던청년시절을나는사랑한다.그리고지금의나는그시절을통과한산물이다._17쪽

아홉살경시작된도벽은,오래도록나를자기부정과혼돈과방황의길에가두었다.부정할수도긍정할수도없는나.그욕망들은이후위험과어두움과불온한존재들과상황들에대한떨칠수없는호기심과지향으로내안에남아,내이성이나소신과섞이고충돌하며길을만들어나갔다.어린시절의억압과내가느낀자괴는이후생에대한열정과저항으로전환되었다.그길위의기나긴방황과고통이궁극적으로나를성숙하게했다._33~34쪽

“두려움의뒷면은혐오다”
실체없이흉흉하게떠도는소문의진실을확인하다

2부‘두려움은소문일뿐이다’에는노쇠해가는몸과정신을마주하고주변의죽음을관찰하며써내려간글들을묶었다.한국에서나이든여성으로,경제적으로여유롭지않은비혼1인가구로살아가며일상에서경험하는크고작은사건들이담겼다.무너지는치아와갈수록심해지는몸곳곳의통증,느려지는움직임뿐만아니라여전히생동하는노인의섹슈얼리티역시솔직하게털어놓는다.늙어가는몸과정신을확인하며다가올죽음을어떻게맞이할지생각한다.요양보호사와독거노인생활관리사로일하며아픈노인들,없이사는노인들을돌보았고,부자노인이라할수있을부모의노쇠와죽음과정역시밀착해관찰한바있는그는노화와질병,죽음이야말로“오만가지가불공정한세상에서모처럼공정한”현상임을안다.그러니“생로병사의어쩔수없음”은혐오하거나두려워할것이아니라기꺼이수긍하며받아들여야하는것일테다.3부‘희망없이,하염없이’에는2020년부터현재까지서울역인근홈리스현장에서활동하며몸소관찰하고느낀바를담았다.거리에사는상처입고냄새나고가난한사람들의목소리를통해일탈적이고비정상적이라여겨지는삶의면면을거침없이들춰낸다.가난한사람들이삶을버텨온힘,그들이지닌긍지와지혜를들여다보며“더추락해도그럭저럭살아지겠구나”하는값진깨달음을얻는다.

오만가지가불공정한세상에모처럼공정한생로병사의어쩔수없음을놓고두렵고싫고어쩌고를운운할것이아니라,오는차례를잘감당할일이다.문제삼을것은늙음자체가아니라계급과성별등의차이에따라벌어지는늙은존재들사이의불평등이고,늙은이들에대한차별이다._258쪽

세상이정해놓은기준을노려보며가늠하는삶의향방
타협하지않고“전략하며”나아가기

남들에게내놓고선뜻이야기하기꺼려지는생의갈래까지이토록활짝펼쳐보이는이유는“모든오류는스스로까놓고떠들면조금씩벗어나”지기때문이다.퀴어이자여성독거노인인그의몸을통과해불려나오는여러사회적의제들은‘가장개인적인것이가장정치적인것’이라는사실을다시금실감하게한다.뒤엉킨가족사와그가여태껏거쳐온여러가족의형태를살피다보면소위정상가족이라는허상을인식하게되고,노인이일상에서보편적으로겪는불편과곤란을발견하면서는장애인이동권과사회적약자에대한문제의식을확장하게된다.몸누일방한칸이없어거리를떠돌다길에서죽어가는사람들의모습은사회와국가에뿌리박힌불평등을고민하게한다.

그가기록한수많은구술생애사주인공들처럼,아픔과시행착오로점철된그의생애역시“읽는이들에게다양한쓸모”를남긴다.당연하게받아들여지는것들에는그이면에무엇이숨어있을지의심부터든다는그는규범과제도,일상곳곳에깃든부조리를노려보다가결코그에타협하지않기로삶의향방을정했다.오늘도그는사회가‘비정상’이라못박은이들이모인재난의광장에서놀며싸우며살아간다.“위가아닌아래로,상승이아닌추락으로,냄새나는존재들”에게로한걸음더내디디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