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양식집 -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32

만년양식집 -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32

$17.00
Description
2023년 3월에 타계한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이자 행동하는 양심
오에 겐자부로가 작가 인생을 성찰하며 쓴 마지막 소설
2011년 3월 11일에 일어난 ‘동일본대지진’ 이후 오에 겐자부로가 충격과 혼란에 휩싸인 일본을 무대로 잡지에 연재한 이야기를 묶은 책. 당시 작가가 겪은 현실과 과거, 앞서 죽은 이들에 대한 기억, 발표해온 작품들 속 허구가 뒤섞이며 편지와 인터뷰, 대담 등 여러 형식으로 전개되는 자전적 소설이다. 집필 과정을 소상히 드러내는 한편, 여러 화자의 시선과 목소리를 중첩시킨 메타소설이자 다성소설로, 오에의 인생과 작품세계를 총체적으로 담아냈다. 대지진과 쓰나미, 후쿠시마 원전 사고라는 파국적이고 암담한 상황 속에서도 미래 세대를 향한 희망을 잃지 않았던 오에 겐자부로. 그가 남긴 마지막 소설 『만년양식집』은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기로 하여 반발과 논쟁이 격화된 지금, 더욱 절실하고 호소력 있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해줄 것이다.
저자

오에겐자부로

大江健三郞
1935년일본에히메현에서태어났다.1954년도쿄대학에입학해불문학을공부했고,특히사르트르의영향을많이받았다.〈도쿄대학신문〉에게재한단편「이상한작업」으로평론가들의호평을받았으며,1958년「사육」으로아쿠타가와상을수상했다.
1963년에태어난장남히카리의지적장애를계기로작품세계에큰변화를맞았고『개인적인체험』등에서이를주요하게다루었다.이후히로시마원폭피해자들의증언을담은르포르타주『히로시마노트』,1960년의안보투쟁을그린『만엔원년의풋볼』,천황제와핵문제를고찰한『핀치러너조서』를발표하는등,전후일본사회의불안한상황과정치·사회문제에대한비판의식을작품에담아냈다.솔제니친과김지하의석방운동에적극참여해실천하는지식인의면모를보여주었으며,왕성한사회활동을하면서도많은소설과수필,평론을발표했다.
노벨문학상을수상한1994년,일본정부가문화훈장과문화공로자상을수여하기로결정하자“나는민주주의그이상의가치를인정하지않는다”라며수상을거부했다.2002년레지옹도뇌르훈장을받았으며,작가이자지식인으로서반전과평화,공존을역설해왔다.2011년3월11일에일어난‘동일본대지진’이후반원전운동에도앞장섰던그는2023년3월3일영면에들었다.

목차


화두_7
여진이이어지다_11
세여자가쓴또하나의이야기(1)_22
하늘에서괴물이내려오다_34
세여자가쓴또하나의이야기(2)_48
아사가행동에들어가다_59
세여자가쓴또하나의이야기(3)_90
산초판사의회색당나귀_100
세여자가쓴또하나의이야기(4)_118
파국위원회_126
망자들의그림자가짙어지다_157
‘세여자’가이제시간이없다고말하기시작하다_180
익사자를낸플레이치킨_198
영혼들의모임에자살자는참여할수있는가?_227
오십년만의‘숲의신비’의음악_267
나는다시살수없다.하지만우리는다시살수있다._320

해설|오에겐자부로,기도하는언어_343
오에겐자부로연보_359

출판사 서평

자신과세상에대해끊임없이질문을던져온대가
오에겐자부로의아름다운마지막발자취
작가인생을치열하게되짚어간메타소설이자다성소설

1957년등단한이래반세기가훌쩍넘는세월동안작품을꾸준히발표해온한편,‘전후민주주의의기수’로서반전과반핵을역설해온오에겐자부로.“곤경에처해있는현대인류의불가사의한모습”을형상화한상상의세계를만들어냈다는점을인정받아1994년노벨문학상을수상한그는,현실참여적지식인으로서왕성히활동하는가운데서도작품세계를더욱깊이있게확장해나갔다.특히노년의나이듦과미학에관한사유를엿볼수있는등단50주년기념작『아름다운애너벨리싸늘하게죽다』(2007),필생의숙원프로젝트로마침내아버지에관해본격적으로이야기한『익사』(2009)에이어,동일본대지진이후일본사회의혼돈을그린『만년양식집』(2013)은오에의만년작업을대표하는소설3부작이라할수있다.오에가2023년3월3일에88세를일기로세상을떠나면서,스스로여러차례공언해온바대로『만년양식집』은그의마지막소설이되었다.2015년3월‘연세-김대중세계미래포럼’참석차내한했을당시,오에는『익사』한국어판출간기념기자간담회에서이렇게밝힌바있다.

“인간오에겐자부로를이해하기위해읽어야할책으로세권을꼽고싶다.『히로시마노트』『오키나와노트』그리고『만년양식집』이다.『만년양식집』에는노인이자신의일생을되돌아보며‘소설을어떻게써왔는가’자문하는내용을담았다.”

오에가대표적인르포르타주인두작품과함께언급한『만년양식집』은원래문예지『군조群像』에2012년1월부터2013년8월까지17회에걸쳐연재되었다.인생을회고하며소설쓰는과정을노출하는실험적인메타소설로,오에겐자부로라는작가의전모를파악하게해준다.이전작품들에서도등장한오에의페르소나‘조코코기토’를중심화자로서술해나가며,그의소설에서“일방적으로묘사되어온사실에불만을품고있다”고말하곤했던‘세여자’(여동생아사,아내치카시,딸마키)의비판과반론도담아낸다.여성들의냉철하고준엄한비판을수용하는과정에서코기토는자신이발표해온작품들이빚어낸오해에맞서해명하고,잘못했거나허술했다고지적되는부분에대해서는뼈저리게인정하며성찰한다.또한코기토가따랐던스승같은존재였으나비극적으로죽고만기형의아들기주니어가도중에등장해코기토와관련인물들을인터뷰하는내용도담겨있다.이로써각기다른입장과관점을지닌사람들의목소리가섞여드는다성소설의면모가더욱심화된다.코기토의삶과작품을다각적으로회고하며여러인물이번갈아가며이야기하는식으로,일종의푸가처럼전개되는이소설에서는음악이주요모티프로다뤄지기도한다.코기토의고향인시코쿠산골마을에전해내려오는‘숲의신비’전승에기반해,아들아카리(오에의맏아들로,지적장애를지닌작곡가히카리가모델이다)가만든〈숲의신비의음악〉이줄곧거론되며,암으로작고한음악가다카무라도루가언급되곤한다.

자전적요소가강한『만년양식집』에는오에의주요작품들이다수거론된다.장애를지닌아들의탄생을계기로쓴「하늘의괴물아구이」와『개인적인체험』,노벨문학상수상당시에대표작으로언급된『만엔원년의풋볼』,기형이중심인물로등장하는『그리운시간에보내는편지』,고교때부터친구이자아내의오빠인영화감독이타미주조의자살을계기로집필한『체인질링』,두노인의모의테러사건을그린『책이여,안녕!』등인데,작가로서거둔성과를집대성하는동시에자기비평을시도함으로써작가인생을되돌아보고총결산하려는오에의의도가엿보인다.그런만큼『만년양식집』은오에의작품을읽어온이들에게는그간쌓아온의문을풀며작가의의도를새삼깨닫게해줄것이고,오에를처음접한이들에게는이소설에나온주요작품들을통해그의방대한작품세계에입문하는계기가되어줄것이다.

앞서죽은이들을기억하는삶속에서
파국을뛰어넘어새로운희망을찾아가는여정

소설속에서노년의작가‘나’(조코코기토)는동일본대지진으로인해무너진서고를정리하다가발견한노트에글을써내려가기시작한다.그리고그노트에백혈병으로타계한친구인문학비평가에드워드W.사이드의『만년의양식에대해서OnLateStyle』에착안해‘만년의양식으로살면서InLateStyle’쓰는글이라는뜻으로‘만년양식집’이라는제목을단다.한편아사(여동생),치카시(아내),마키(딸)는‘세여자’라는그룹을결성해내가지금까지발표한소설에대한반론과각자품어온생각을써서보내온다.나는내글과‘세여자’의글을합쳐서일종의사가판私家版잡지『‘만년양식집’+알파』를만들기로한다.

사소한일이계기가되어나와관계가서먹서먹해졌지만,지적장애를지닌아들아카리는후쿠시마원전사고로인해오염된현황을취재한TV특집방송을보고충격받아소리내어운나를걱정하며위로의말을건넨다.그러나이어지는여진속에서동요하던아카리자신도간질발작을일으키며고통을겪게된다.상황이심상치않아지자마키는“아빠의억압에서벗어나자유롭게살고싶다”면서오빠아카리와함께도쿄집을떠나코기토의고향인시코쿠숲속의집으로이주하기로하고실행에옮긴다.

한편『그리운시간에보내는편지』에등장하는‘기형’의아들로,미국에살던기주니어가일본에온다.그는후쿠시마에서봉사활동을하고대지진과원전사고라는‘파국’을취재하는다큐작업도진행한다.그일환으로,‘파국위원회’라는단체를결성해아버지기형,자살한영화감독하나와고로를연구대상으로삼고는그증언자인나와아사,치카시와인터뷰를하기시작한다.그러던중류머티즘이재발해힘들어하던치카시를간병하기위해마키가상경하고,그대신내가시코쿠로가서아카리와공동생활을하게된다.갈등을차츰해소해나가던나와아카리는아카리가작곡하고마키가선곡한CD〈숲의신비의음악〉을숲속에서함께들으며감동을느끼고,내가일흔살에쓴시를바탕으로한곡을아카리가만드는계획으로옮겨간다.

“나는다시살수없다.하지만
우리는다시살수있다.”

동일본대지진이후를살아가며‘노년의곤경’을겪는작가의일상과과거회상이교차되며진행되는『만년양식집』에서는조코코기토와주변인물들이세상을떠난이들을떠올리며옛기억을찬찬히되짚어나가는과정이그려진다.기주니어의인터뷰에응하면서부터코기토는일찍이작가로활동하며실제로겪은일에기반해써온작품들이야기를본격적으로풀어놓는다.“앞서간친구들이어떤식으로인생의마지막정리를했는지”깨달아가던그는,차츰절망과우울에서빠져나와세상과제대로마주한다.다음세대가살아갈미래를위해원전재가동에반대하는집회나시위에참여하며희망을꿈꾸게된것이다.장애를지녀서마흔후반의나이에도자립하지못한아들아카리는아버지코기토를더욱불안하게하지만,코기토에게중요한테마인‘숲의신비’전승에영감받아만든음악을들려줌으로써치유와화해의계기를마련해주기도한다.‘세여자’도코기토를그저비판만하는게아니라코기토를대변하고변호하는역할을자처하며포용하고연대하는자세를보여준다.

이소설은마지막에코기토가첫손자의탄생을계기로쓴시를인용하는것으로끝난다.특히“나는다시살수없다.하지만/우리는다시살수있다”는시속구절은본인이죽은후에도삶을이어갈다음세대에거는긍정적인기대를보여준다.이소설을통해개인적사회적파국에맞서려는작가의결연한의지를다시금보여준오에겐자부로는『만년양식집』출간당시에소회를이렇게밝힌바있다.

“아마도마지막소설이될『만년양식집』을나는원숙한노작가로서가아니라후쿠시마원전사고가빚어낸파국에내몰리는심정으로써나갔다.그러나일흔살때쓴,젊은이들에게희망을이야기하는시를새롭게인용하며이책을마무리했다는것도,죽은친구들에게전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