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17.00
Description
“내가 꿈꾸던 세상의 실체를 마주한다. 짜릿하고 귀한 경험이다.”
_천선란(소설가)

성운상 해외 단편부문 후보작 「알래스카의 아이히만」,
심훈문학대상 수상작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수록


잿빛 유토피아, 혹은 오색찬란한 디스토피아
누구나 꿈꾸었던 기술의 발명,
그로부터 시작된 예측 불허한 일상
근미래 기술의 빛과 어둠을 그린 흥미진진한 ‘STS SF’
『표백』 『한국이 싫어서』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재수사』 등의 소설과 르포집 『당선, 합격, 계급』 등을 펴내며 우리 사회에 날카로운 화두를 던지고 동시대 독자들과 부지런히 호흡해온 작가 장강명의 신작 소설집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이 출간되었다. “이 시대에 어떻게 질문하는지, 왜 질문하는지, 무엇을 염려하는지 확인하게” 해준다는 심사평을 받은 심훈문학대상 수상작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일본의 권위 있는 SF 문학상인 성운상 해외 단편부문 후보작 「알래스카의 아이히만」 등 총 7편이 수록되었다. 1990년대에 일찍이 『과학동아』 『베스트셀러』 등의 잡지에 SF 단편과 칼럼을 실어왔고 월간SF웹진을 창간해 2001년까지 운영해온 작가는 SF에 대한 애정과 소양을 이번 소설집에서 유감없이 펼쳐 보인다.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이번 소설집의 장르를 ‘STS(Science, Technology and Society) SF’라고 명명한다. STS란 과학과 기술이 사회와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를 탐구하는 학문 분야이다. 과학기술이 “여러 영역에서 우리 사회에 실존적 위기”를 일으키고 있으므로 “문학이 여기에 대응해야 하며, 대응할 수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특별 소책자 ‘코멘터리 북’에 수록된 서울대 과학학과 교수이자 STS의 권위자 홍성욱과의 대담에서 SF를 “사회에 대한 사고실험”이라고도 설명한바, 작가의 그러한 사유가 편편이 녹아 있는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은 급변하는 우리 사회를 한층 깊어진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함으로써 이 열띤 사고실험에 동참시킨다.
『지극히 사소한 초능력』(2019)에 수록되었던 네 편의 중단편을 STS의 시선에서 다시 다듬은 뒤 세 편의 신작과 함께 선보이는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은 새롭게 읽히고 더욱 뜨겁게 논의될 만한 하나의 ‘화두’이다. 작가의 전매특허인 흥미진진한 설정과 몰입도 높은 플롯, 생생한 장면 묘사 또한 이야기에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저자

장강명

연세대공대졸업뒤건설회사를다니다그만두고동아일보에입사해11년동안사회부,정치부,산업부기자로일했다.기자로일하면서이달의기자상,관훈언론상,씨티대한민국언론인상대상등을받았다.장편소설『표백』으로한겨레문학상을받으며소설가로데뷔했다.장편소설『열광금지,에바로드』로수림문학상,장편소설『댓글부대』로제주4·3평화문학상과오늘의작가상,『그믐,또는당신이세계를기억하는방식』으...

목차

당신이보고싶어하는세상_7
당신은뜨거운별에_31
알래스카의아이히만_99
나무가됩시다_173
사이보그의글쓰기_191
아스타틴_229
데이터시대의사랑_361

작가의말_395

출판사 서평

타인의기억을체험하는기계,증강현실기술,엽록체이식수술,
육체부활장치,인간관계예측분석앱…
삶의풍경이뒤바뀐시대의면면

표제작「당신이보고싶어하는세상」은‘STSSF’의표본이라할수있는단편이다.눈앞의풍경을사용자가원하는대로편집해서보여주는증강현실기술‘옵터’가상용화된근미래를배경으로,‘증강현실규제법’의영향권에서벗어난바다위의크루즈선에서생활하며본인들이지지하는정치인이통솔하는가상현실에안주하려는“옵터중독자”(9쪽)들의모습을그린다.우리가발딛고선사회가진짜인지,진짜보다진짜같은거짓은아닌지를생각하게하는문제작으로,눈앞의풍경이순식간에편집되는기이한모습과가상현실에발을걸치고있는인물들의서늘한대화장면을통해근미래의황량한분위기를고스란히전해준다.

「당신이보고싶어하는세상」이가상현실로도피한이들의심리를다룬다면,「당신은뜨거운별에」는인간이살아가기에는척박한섭씨400도의행성금성에서고군분투하는과학자‘수정’의몸에초점을맞춘다.거대자본을거느린어느탄산음료회사가우주로파견한과학자를효율적으로관리하기위해사람의몸과머리를분리하는생체기술을개발하고,수정은몸을지구의냉동시설에맡긴채머리만금성으로보내진다.금성을탐사하던수정은어느날과학자들의몸을다루는방식에대한회사의비윤리적인비밀을알게되고탈주를계획한다.소설은효율성이극대화된과학기술의어두운면을한편의블랙코미디로펼치면서몸의소유권을침탈당한여성의울분을생동감있게전한다.

한편,나치전범아이히만이등장하는대체역사소설「알래스카의아이히만」은타인의기억을주입받을수있는‘체험기계’가발명됨에따라발생하는윤리적딜레마를그린다.유대인위원회는아이히만을체험기계에넣어그가아우슈비츠생존자의고통스러운기억을겪고반성할수있도록계획하고,그자리에기자단을초청한다.소설은유대인공동체와과학계,그리고각국의기자들의반응을다각도로묘사하면서‘타인의입장이되어본다’라는도덕적황금률의허점이무엇인지를사유하게한다.

연쇄살인마,성폭력범,아동학대범들에게도각각의사연이있다.그러나그사연을굳이귀기울여들어야할필요가있을까?그래야한다면어떤이유에서인가?단순히그들이우리와닮은존재여서인가?아니면인간의한계가안좋은방향으로어디까지확장될수있는지를확인하기위해서인가?
(...)
“종종타인은지옥이다.그리고어쩌면그지옥이우리가이해할수없는곳에있음에우리는감사해야할지도모른다.”(171쪽)

앞선세편의소설이과학기술의발전에따라사회공동체전방위에가해지는충격파를보여주고있다면,「나무가됩시다」와「사이보그의글쓰기」는새로운기술을기꺼이받아들인채생활하는개인의내면속파문을그려낸다.「나무가됩시다」는피부에엽록체를이식하는‘그린라이프’수술을받은사람이쓴수기형태의단편이다.빛을받아양분을흡수하는식물처럼광합성작용을할수있게된트랜스휴먼의모습을통해,먹고살기위해서는생명을살생할수밖에없는인간의원죄와그죄에대한완전한해방의가능성을질문하는흥미로운단편이다.
「사이보그의글쓰기」는소설속화자‘장강명’이슬럼프를겪으며얻은우울증을떨치기위해플라스마헤어밴드를착용하면서벌어지는이야기이다.플라스마헤어밴드는집중력을극대화해지루한일에도강렬하게몰입하게해주는특수발명품인데,소설속장강명은이물건을쓰며점차예상치못한위기에빠진다.소설속헤어밴드와같은발명품을한번쯤꿈꿔보았을작금의많은독자들에게공감을불러일으킬것이다.

다른사람이알려준정답이아니라
스스로선택한오답을쌓아가며
그자신이라는한인간을구성하게하는소설

「아스타틴」은한편의장대한우주활극으로,목성과토성권에서우주사회를이룩한천재과학자‘아스타틴’을그린다.그는육신을무한히재생할수있는부활장치를개발하는데성공하고,대대로다시태어나면서신적인존재인초지능통합체로거듭난다.자기자신을열다섯명으로복제한그는그중에서가장뛰어난능력과지능을지닌한명의개체를최종아스타틴으로선정하는부활식을고안해낸다.세상의근본적인생태를송두리째바꿀만한,길들일수없는야수같은기술에잠식된포스트휴먼시대의이생존게임은읽는이의손에땀을쥐게한다.마침내커다란갈등이해소되면서짜릿한카타르시스를불러일으키는결말부는두말할것없이이소설의백미이다.

작품집의말미에수록된「데이터시대의사랑」은데이터를기반으로인간관계지속가능성을예측하는앱이상용화된사회를그린다.성격도살아온배경도판이하게다른‘이유진’과‘송유진’은우연한계기로사랑에빠지지만,데이터예측앱이전망하는두사람의미래는어둡기만하다.두사람은그예측에굴복하지않으려고애쓰지만끝내앱의예측대로이별하고만다.그러나두사람이헤어진이후의이야기가이소설의묘미이다.아무리미래를정확하게예측할수있게된다할지라도‘사랑’으로은유된삶의우연성과불확실성은제거하기도제어하기도어렵다고소설은말하는듯하다.그것은또한작가가전하려는메시지로도읽힌다.“다른사람이알려준정답”이아니라“스스로고른오답”을선택함으로써“그자신이라는한인간을쌓아가는”(84~85쪽)것.급변하는기술사회에적응해나가는데필요한모험적인용기와주체적인시선은그렇게함양되는것아닐까.

세상을좀더주체적으로살아가기위해서는우리를둘러싸고있는과학발전과그에따른문제가뭔지알필요가있다.STS는교양교육의핵심이되어야한다고느낀다.이소설집을통해그것이널리알려졌으면좋겠다._홍성욱(서울대과학학과교수)

■추천사

『당신이보고싶어하는세상』을다읽고난뒤이책의제목을다시곱씹는다.책을읽기전막연하게떠오르던이미지가비선형적인형태로질문의꽈리를튼다.장강명작가는과학기술이발달한근미래에서벌어지는모순적인상황들을압축시켜선명하게내민다.밀도높은문장을읽어나가면서내안의,내가꿈꾸던세상의실체를마주한다.그것은서글프고불편하며,동시에짜릿하고귀한경험이다.이책을읽는것은그런것이다._천선란(소설가)

인간이란희망과두려움을동시에갖고있기마련인데,세상을좀더주체적으로살아가기위해서는우리를둘러싸고있는과학발전과그에따른문제가뭔지알필요가있다.STS는교양교육의핵심이되어야한다고느낀다.이소설집을통해그것이널리알려졌으면좋겠다._홍성욱(서울대과학학과교수)

■작가의말

STS는과학과기술이사회와어떤영향을주고받는지탐구하는학문분야다.과학기술은이제여러영역에서실존적위기를일으키고있고,나는문학이여기에대응해야하며,대응할수있다고믿는다.(…)우리는아주깊은차원에서질적으로변화할수있다는얘기를하고싶었다.즉,우리는기술로인해‘변질’된다.그변질을포착하는것이STSSF의목표다._‘작가의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