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을 법한 모든 것

있을 법한 모든 것

$13.60
저자

구병모

1976년서울에서태어났다.경희대학교국어국문학과를졸업하고편집자로활동하였다.2009년『위저드베이커리』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제2회창비청소년문학상을수상한『위저드베이커리』는신인답지않은안정된문장력과매끄러운전개,흡인력있는줄거리가높은평가를받았다.

데뷔작『위저드베이커리』는기존청소년소설의틀을뒤흔드는,현실로부터의과감한탈주를선보이는작품이었다.청소년소설=성...

목차

니니코라치우푼타
노커
있을법한모든것
에너지를절약하는법
Q의진혼
이동과정동
해설|이지은(문학평론가)TheWorldWith-IN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이런세상인데무슨일이든
못일어나겠느냐고요.안그렇습니까?

이책의문을여는첫소설은「니니코라치우푼타」이다.김유정문학상과김승옥문학상우수상을동시에수상할정도로이미평단의마음을사로잡은이소설은중위연령이61세에달하는초고령사회가되어노인돌봄비용이사회적문제가된근미래의대한민국을배경으로한다.요양원에서남은생을보내는노인들.특수분장사로일하는화자는자신의딸도못알아볼정도로심각한치매를앓고있는어머니에게서어린시절만났던외계인을만나고싶다는말을듣게된다.어머니의기억속에존재하는‘니니코라치우푼타’라는길고도이상한이름을가진외계인은정말실재하는것일까?미스터리로시작된이이야기는조금씩뜻밖의방향으로나아가고,결말에이르러서는우리사회이면의모습을비추며동시에뭉클한감동을선사하는놀라운작품이다.
「노커」에는자신의얼굴을본사람은언어기능을상실하게만들어버리는‘노커knocker’라는불가사의한존재들이등장한다.자신과부딪치고사과도없이떠나버린누군가를쫓아가그의얼굴을확인한‘다정’은원인을알수없는충격에휩싸여말은물론글을쓰는일과의미를전달하는제스처를포함해그어떤언어도사용할수없는상태에빠진다.언어를상실한피해자들이늘어가자사회의기초시스템은붕괴될위기에처하고사람들사이에는서로에대한불신이퍼져나가기시작한다.치명적인재난상황을속도감있고생생하게그려낸이작품은단지재난의상황을재현하는데그치지않고,인간의소통에대한근원적인질문을던진다.

그런데말이언제소통의도구이긴했던가?우리는평생서로를이해할수없으며말은이해보다는오히려오해의도구가아니었나?아무에게돌을던지거나아무의목을매달아까마귀밥으로걸어놓는무기의일종이며,특히현란한말이야말로,사람들을통제하고입속의혀처럼부리다그가치와흥미를상실했다고판단하는즉시도륙내기를일삼던독재자들의필수재능아닌가?
_「노커」에서

「있을법한모든것」은이야기를만드는이가존재할수있는모든가능세계에대해모색하는이야기이다.로맨스소설을의뢰받은소설가C는그날밤잠에들어꿈속에서어디선가본듯한내용으로진행되는영화를보게된다.그러나결말은보지못한채잠에서깨어나고,그는그이야기가언젠가어디서본것인지,아니면자신이떠올린것인지찾아내고자노력한다.그러나어느쪽이라단언할수없는상황속에서그는‘있을법한모든’결말에대해상상하기시작하고,그것은가능세계에대한존재론적탐구로나아간다.
이렇듯구병모는낯선존재,낯선공간,낯선세계를통해우리스스로를돌아보게하는이야기들을펼쳐보인다.「에너지를절약하는법」에서는1980년대고도성장기를지나현대에이른화자의회고를통해가부장제시스템하에서가족의의미에대해고찰하고있으며,「Q의진혼」은발신된메시지가수신자에게도달하지못하고부유하는공간을추상적이미지로구현한다.메시지가도달하지않았음을뜻하는‘1’은디지털코드화되어의미의구천을떠돌고,의미와무의미가혼재하는양자의세계는구병모의독창적이고섬세한언어에의해경이롭게가시화된다.
「이동과정동」은반복되는전염병으로황폐화되어이동이특권층의전유물이된근미래디스토피아를배경으로한다.트럭운전사인‘얼’은동료운전사인‘샤드’가어느날부터보이지않아그의행적을조사하던중,그의실종에는명상을통해공간이동을할수있다고믿는영성주의자들이연관되어있음을알게된다.그리고우리는얼의이야기를통해경계를넘는이동이인간에게어떤의미인지생각해보게된다.

―지금막……당신이말했네요.
―뭐요?
―이런세상이니까무슨일이든못일어나겠느냐고요.무슨일이든일어날수있다면,인간의힘으로저건너편으로이동하는일또한일어나지않으리라는법없겠지요.
_「이동과정동」에서

“그럼에도불구하고,있을법한어떤것과
있을법한모든것사이의어디쯤에당신이
촉발되고솟아오르고흘러넘치고울려퍼지고자리잡으니.”

구병모는2008년창비청소년문학상을수상해베스트셀러가된『위저드베이커리』로우리앞에등장해늘자신을갱신하며우리에게낯설고도놀라운문학적경험을선물해온작가다.『파과』와『네이웃의식탁』등장편으로큰사랑을받아온작가지만,그가밀도높은언어로그려내는강렬한이미지와다층적인사유는단편에서특히빛을발한다.단지상상에그칠수있는발상을독창적이고거침없는언어를통해총천연색의이야기로구현해내는구병모의작품들을한자리에서볼수있는무대가바로그의소설집인것이다.그러나구병모소설의미덕이비단다채로운이야기를빚어내는탁월한상상력에만있는것은아니다.그가그려내는이야기들은그자체로우리를즐거이사로잡음과동시에마치동경(銅鏡)처럼우리세계의이면을서늘하게비춘다.그걸가능케하는그의날카로운현실감각은어쩌면구병모가소설가로서지닌가장강력한힘이라고도할수있지않을까.우리는『있을법한모든것』을읽으며낯선존재들을만나게될것이다.그리고또한우리라는낯선존재를마주하게될것이다.그것이우리가소설을읽는이유이고,구병모를읽는이유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