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의 소리

뼈의 소리

$11.97
저자

이와아키히토시

(岩明均)

본명은이와키히토시(岩城均),1960년토쿄에서태어났다.와코대학교중퇴.
1985년,치바테츠야상에입선한『쓰레기의바다』가고단샤의『모닝오픈증간호』에게재되면서만화가로데뷔했다.
주로월간『애프터눈』등에서활동했으며대표작으로는『기생수』『칠석의나라』『히스토리에』등이있다.
『기생수』로1993년제17회고단샤만화상,1996년제27회세이운상*코믹스부문을수상했다.
*세이운상(星雲賞):
전년도에발표되거나완결된SF작품을대상으로각부문별로선정된작품에주어지는문학상.매년개최되는일본SF개회에대회참가자의투표에의해선정되는것이특징이다.

목차

쓰레기의바다
미완
살인의꿈
반지의날
와다야마
뼈의소리

출판사 서평

『뼈의소리』는한마디로1980년대다.당대에빛나고있는작가의멋옛날을돌아보며,20년의시간이라는구태의연함을감수하라는뜻은아니다.나는이와아키의본질자체가1980년대라고생각한다.그는언제나동시대를관통하는작품을발표해왔지만,절대로현대적인작가는아니다.『뼈의소리』를보면알수있다.그는그시절에얻어낸시대의정수로자신의세계를구축했고,바로그것으로부터20년이상‘오래된새로움’을만들어내고있다.

단편이든장편이든,20년전이든현재이든,책장을넘길때눈위로떠오르는이와아키스타일이라는게있다.평면적이지만등신대를지향하며비례에충실한인물,잔선이많으면서도감정표현에는서툰얼굴표정,『북두신권』까지는아니더라도꽤나벌어진어깨와반항적으로보이려하지만경직된헤어스타일,큰칼라의셔츠와딱딱한재단의청바지…이모든것이1980년대가만들어낸스타일이다.「미완」의미술강사「반지의날」의여동생,「뼈의소리」의남녀주인공은외형은물론이고그모습에서자연스럽게형성되는내면의성격까지그시대의전형적인인물들이며,이는이와아키의만화속에서계속재현된다.시간이흐르면서CG를사용한독특한묘사나디테일한배경,담백하면서도서스펜스넘치는연출법처럼세련된표현들이눈에띠지만,이와아키특유의‘아저씨만화’의근간은바뀌지않는다.누군가는‘구리다’고할지모르지만,나는‘계속구려주세요’라고하고싶다.그구닥다리의인물들이이와아키의개성을가장잘드러내기때문이다.

일본사회,그리고일본만화의1980년대는항상1970년대를염두에두고말해야한다.1970년대의고도성장,전공투*학생운동,열혈만화의전성기라는시대지표가1980년대들어차디찬현실의바닥으로곤두박질친다.이와아키의데뷔작「쓰레기의바다」는좌절과꿈사이에서파릇한긴장을유지했던두젊음의서로다른추락의방식을보여준다.더큰좌절로바다에몸을던지려했던청년은창밖의풍경에는아무관심도없는엘리트회사원으로내려앉아있다.그러나건너편빌딩의옥상에는푸른바다의희망으로시체들을건져올렸던소녀가대도시의쓰레기더미에질려스스로몸을던지려한다.회사원이육탄으로소녀의죽음을막아내는무모한모습은,단편자체만을바라본다면분명한‘작위’다.하지만나는그시대자체가작위적인타협과위안없이는지나갈수없는때였다고생각한다.『시마이사』가아직은‘사회와나’를두고고민하는『시마과장』이었고『마스터키튼』이구체적인일본에서는한발물러섰지만그래도추상적인지구촌에서정의를찾아헤매던때다.
세상을빈정대며주간지에나체사진을싣는여대생,고교동창회에서엉뚱한친구때문에곤경에빠지는젊은직장인들,언니의반지를잃어버리고하수도를첨벙이는반항아여학생…이와아키가카미무라카즈오의어시스턴트생활을하는동안그의화풍으로부터영향을받았다고말하기는어렵지만『동거시대』가보여준도회적인리얼리티세계는제대로계승했다고여겨진다.단편마다편차는있지만이와아키의주인공들은바뀌어가는시대와동화되지못하고문제속에서허덕인다.섹스,폭력,반항,예술…모치즈키미네타로의『물장구치는금붕어』와는서로다른빛깔이지만그들이함께토해낸1980년대청춘만화의분위기는일본음악과영화에도적지않은영향을미쳤다.

원석으로서이단편집이보여주고있는광채는시대정신만이아니다.이와아키의만화가끊임없이우리를탄복하게만드는기묘한착상과간담서늘한서스펜스는이들단편에서도명료한빛깔을내보이고있다.에도가와란포의추리소설과낯익은SF테마를섞은듯한「살인의꿈」의인상은오히려덜강력하다고생각한다(『기생수』와연결되는테마이기는하지만).개인적으로이단편집에서가장흥미롭고끝까지궁금해서견딜수없었던작품은「와다야마」였다.동창회에번듯한양복을입고나와직장을자랑하며어른행세를하는친구들을초자연적인힘으로제압해낙서를하고마는와다야마.목적그자체의장난기가만들어내는순수한공포,그것은작가가느끼고있는이세계의불합리성,불가해성을그대로나타낸다.『기생수』『칠석의나라』그리고아직연재중이라미지수이지만『히스토리에』가담고있는핵심의테마역시바로그것이아닐까?

쓰레기가넘실거리는대도시라는바다,연쇄살인범의눈과연결되어나타나는끔찍한살인의장면,자신의알몸만을탐내며접근하는싸구려남자들…20년이지난현대에도그끔찍함은생생한현실감을지닌다.어떻게하면좋을까?와다야마를붙잡아놓고서도우리는어찌할바를모른다.그래서우리는「뼈의소리」를듣고싶어하는지모르겠다.내몸안의단단한것들,그러나어쩔수없이부서져버리는것들을.

문화평론가이명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