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다른 얼굴로 되돌아온다 : 네오 클래식 무비 1990~2007

시간은 다른 얼굴로 되돌아온다 : 네오 클래식 무비 1990~2007

$14.00
Description
세월이 지나도 가슴속에 영원히 남을 스물네 편의 영화
그 필름 위에 새겨진 아름답고 쨍한 시간들을 리와인드하다
OTT 서비스가 넘친다. 많은 영화를 거실 소파에 앉아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시대다.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영화가 새로 나온다. 하지만 시간의 세례를 받은 영화들은 오랜 세월이 지나도 그 의미가 퇴색되지 않는다. 오히려 더 생생하게 되살아나 삶의 의미를 전하기도 하고, 여전히 가혹한 현실을 신랄하게 고발하기도 한다.
1990년 이후 제작된 영화는 어느덧 가깝고도 먼 영화들이 되었다. 이 시기에 제작된 보석 같은 영화는 이제 새로운 고전으로 자리매김한다. 『시간은 다른 얼굴로 되돌아온다』는 1990년에서 2007년 사이에 발표된 영화 중 의미 있는 걸작들을 소개한다.
이 책의 저자 김호영은 프랑스 고등사회과학연구원(EHESS)에서 영화학 박사학위를 받고 『영화이미지학』 『프레임의 수사학』와 같이 국내에서 보기 드문 굵직한 영화 이론서를 비롯해 『아무튼, 로드무비』 등 친숙한 영화에세이를 펴낸 대표적인 영화평론가다. 현대 프랑스 문학의 대표작가인 동시에 열정적인 영화인이었던 조르주 페렉의 한국어 번역자로도 유명하다.
김호영은 근과거의 영화를 선별해 ‘네오 클래식 무비’라고 이름 짓고, 이러한 영화들에 대한 감상과 비평을 단단히 엮어냈다. 〈씨네21〉에 연재해 독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던 14편에 10편을 새로 더해 총 24편의 영화를 다뤘다. 왕가위부터 고레에다 히로카즈, 허우 샤오시엔, 페드로 알모도바르, 난니 모레티, 빔 벤더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짐 자무시, 데이비드 린치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감독의 작품 중 단순히 가장 주목받았던 작품이 아니라 각각의 독특한 매력을 품은 작품들을 세심하게 고르고 골랐다. 멀게는 30여 년, 짧게는 20여 년이 지난 이 영화들은 오래도록 사랑받았던 만큼 현재도 사랑받는 귀한 영화들이다. 가급적 전 세계 다양한 나라의 영화들을 골고루 소개하는 데 중점을 두었고, 너무 대중적이지도 너무 실험적이지도 않은 작품을 선택하기 위해 고심했다. 대부분의 영화가 디지털로 제작되는 시대, 필름 위에 새겨진 아름답고 쨍한 시간들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저자

김호영

서강대학교를졸업하고프랑스파리8대학에서조르주페렉연구로문학박사학위를,고등사회과학연구원EHESS에서영화학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한양대학교프랑스학과교수로재직중이다.지은책으로『아무튼,로드무비』『영화관을나오면다시시작되는영화가있다』『영화이미지학』『패러디와문화』(공저),『유럽영화예술』(공저),『프랑스영화의이해』등이있고,옮긴책으로『공간의종류들』『미지의걸작』『겨울여행/어제여행』『인생사용법』『어느미술애호가의방』『시점:시네아스트의시선에서관객의시선으로』『영화속의얼굴』『프랑스영화』등이있다.

목차

프롤로그

1부사랑할수없는걸사랑하기위하여
잃어버린시간을찾아서왕가위,〈아비정전〉(1990)
사랑한다면이들처럼레오스카락스,〈퐁네프의연인들〉(1991)
생의그늘을비추는죽음의빛고레에다히로카즈,〈환상의빛〉(1995)
사랑을잃고나는쓰네허우샤오시엔,〈호남호녀〉(1995)
세기말,우리모두를위한멜로드라마페드로알모도바르,〈내어머니의모든것〉(1999)
열병같은사랑의기억아피찻퐁위라세타꾼,〈열대병〉(2004)

2부우리는왜이토록고독한가
사랑은존재하지않는다차이밍량,〈애정만세〉(1994)058
영원한아웃사이더의유랑일기난니모레티,〈나의즐거운일기〉(1993)
기억의도시리스본,기억으로서의영화빔벤더스,〈리스본스토리〉(1995)
우리는왜이토록고독한가에드워드양,〈하나그리고둘〉(2000)
청명한가을하늘에감도는비린내홍상수,〈생활의발견〉(2002)
멀리,그리고홀로누리빌게제일란,〈우작〉(2002)

3부세상의가장낮고어두운곳에서
삶도,영화도계속되어야한다압바스키아로스타미,〈그리고삶은계속된다〉(1991)
이소년을보라다르덴형제,〈약속〉(1996)
버려지고쓸모없는것들에대하여아녜스바르다,〈이삭줍는사람들과나〉(2000)
늙어감에대하여마노엘드올리베이라,〈나는집으로간다〉(2001)
희망없는곳에서희망을이야기하기아키카우리스마키,〈과거가없는남자〉(2002)
(비)인간적인,너무나(비)인간적인지아장커,〈스틸라이프〉(2006)

4부폭력과광기의시대
이토록불온한웨스턴짐자무시,〈데드맨〉(1995)
영화,그매혹적인꿈의기계데이비드린치,〈멀홀랜드드라이브〉(2001)
휴머니즘이라는환상라스폰트리에,〈도그빌〉(2003)
카메라로쓴애도일기구스반산트,〈엘리펀트〉(2003)
잘못은그들에게도있다미카엘하네케,〈히든〉(2005)
아무것도달라지지않았다크리스티안문쥬,〈4개월,3주…그리고2일〉(2007)

출판사 서평

영화는지나간시간에대한기억이자그림자다

책에담긴영화들은가급적전세계다양한나라의영화들을골고루소개하는데중점을두고선별되었다.너무대중적이지도너무실험적이지도않은작품들을선택하기위해고심했으며,깊이있으면서도편안하게읽을수있도록쓰고자애썼다.또ㅎㆍㄴ작품의정서나스타일도각각의글안에새겨질수있도록노력했다.

<아비정전><퐁네프의연인들><내어머니의모든것><멀홀랜드드라이브><생활의발견>등이책에담긴작품들은영화에별관심이없더라도그제목은한번쯤은들어보았을영화들이다.<아비정전>의‘발없는새’이야기나홍상수의<생활의발견>에나오는‘사람은못되더라도괴물은되지말자’와같은대사들또한영화와상관없이여러맥락에서계속쓰이고있다.최근<화양연화><타이타닉>등오래된영화들의재개봉열풍또한이렇듯끊임없이되살아나는영화속의새로운의미,새로운감동에대한화답에다름아닐것이다.

영화<리스본스토리>에서,마노엘드올리베이라감독은“영화는지나간시간에대한기억이자그시간의그림자”라고말했다.영화는지나간현재에대해우리가떠올릴수있는기억뿐아니라떠올릴수없는기억까지담아서보여준다는것이다.이는곧영화는무엇인가라는근본질문으로이어진다.그리고우리는왜영화를보는가라는질문으로도이어진다.어두운극장의스크린위에서,작은모니터화면깜빡임속에서우리는영화의관객인동시에삶의주인공이된다.이작은책은우리에게영화같은삶을선물해줄것이다.

“여기에모아놓은영화는모두저마다의시간과그그림자를간직하고있다.선명하게떠올랐다가이내희미해지고과거의것으로박제되어있다가불현듯되살아나는시간들.누군가에게는이미지나간영화들이지만,누군가에게는여전히그리고영원히새로운영화들이다.”
_프롤로그에서

책속에서

영화란무엇일까?영화를만든다는것,본다는것은무엇일까?늘질문뿐이었고답은실마리조차보이지않았지만,그럴때마다영화〈리스본스토리〉에서마노엘드올리베이라가들려주었던소박한독백이떠올랐다.영화는지나간시간에대한기억이자그시간의그림자라는것.지나간현재에대해우리가떠올릴수있는기억뿐아니라떠올릴수없는기억까지담아서보여준다는것.(9쪽)

죽음은그렇게갑작스럽고낯선것이아닌지도모른다.어쩌면우리삶에보이지않게겹쳐져있는또하나의세계혹은현실인지도모른다.영화내내화면을장악하고있는수많은작은틀들,즉문,창문,통로들은우리삶에내재되어있는죽음의표지들이다.(46쪽)

“사랑은존재하지않는다.단지사랑의가능성만이남아있을뿐이다.”파스빈더는급격한산업화와도시화로삶의의미를잃고감정마저잃어가는독일의전후세대를바라보며이렇게말했다.차이밍량의영화〈애정만세〉(1994)에는그사랑의가능성조차존재하지않는다.가까워졌다가멀어지는감정의미세한파동만있을뿐이다.(59쪽)

“바다를떠돌때만마음이놓여.”영화중간지중해의섬들을옮겨다니다지친모레티가선상에서혼자내뱉는말이다.어쩌면이짧은독백은그가살아온인생을압축해놓은것인지도모른다.(71쪽)

〈그리고삶은계속된다〉의한장면은영화의의미와본질에대한키아로스타미의깊은사유를잘드러내준다.영화중반,주인공-감독은어느집입구에앉아있다가허물어진벽의창문너머로바람에흔들리는올리브나무를발견한다.그리고무엇엔가홀린듯다가가한참을바라본다.마치뤼미에르형제의영화에서처럼,올리브나무의나뭇잎들이무너진마을구석어딘가에서바람에흔들리며고요히시간속을지나고있는것이다.(112쪽)

쇠락은곧‘자기소외’로이어진다.장아메리가『늙어감에대하여』에서말한것처럼,노년의진실은내가‘나아닌나’가되는깊은충격에있기때문이다.나는오랜세월동안지녀온젊은나와거울에비친늙어가는나사이의불일치를견딜수없다.(13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