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사건 오류

사랑 사건 오류

$17.50
Description
“한번 시작된 마음은 왜 끝나지 않는 걸까?
그것은 설명되지 않았지만 이해 가능한 것이었다.”

세계 속 세계 속 세계를 만들어
우리가 끝내 가닿고자 했던 곳
김나현의 두번째 장편소설 『사랑 사건 오류』를 펴낸다. ‘70일간의 비’라는 대재앙 후 살아남은 인간과 AI 사이의 우정을 인상적으로 그려낸 『휴먼의 근사치』 이후 장편으로는 2년 만이다. 치밀한 스토리, 묵직한 성찰과 울림이 인상적이었던 첫 장편은 “‘휴머니즘’이라는 빛바랜 단어의 자리에 이 소설을 놓고 싶다”(소설가 정용준),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성을 흩뿌리는 소설이다”(소설가 천선란)라는 평을 받으며 김나현이 준비된 작가였음을 증명하였다.
그가 지난 2년을 공들여 내놓은 장편 『사랑 사건 오류』는 은하, 수호, 라이라는 세 사람을 축으로, 세 겹의 세계로 이루어진,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구조가 예사롭지 않은 작품이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실재이고 가상인지, 지금 발화하는 인물이 머물고 있는 시공간이 어디인지, 짐작했던 모든 것이 한순간 깨지는 독서 경험을 소설 안에서 여러 번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이 작품의 가장 특별한 점일 것이다. 퍼스널 챗봇, 자동 창작 프로그램, 실감형 게임 등 우리에게 낯설지만은 않은 기술들이 설득력 있게 활용되는 점 또한. 1부 ‘사건’과 2부 ‘사랑’에서 세 사람의 이야기가 두 번씩 로테이션하며 확장되고, 3부 ‘오류’에 이르러 각각의 세계에서 미지의 존재로 등장한 두 인물의 이야기가 새로이 덧붙으며 소설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결말로 이어진다. 더불어 작가가 능숙하게 심어둔 여러 단서와 암시, 상징을 찾아내는 것은 이야기의 쾌감을 배가한다. 다층적이고 다면적인 구조로 즐거운 혼란에 빠지게 한 여러 이야기들이 결국 하나의 소실점을 향하여 치달을 때, 그때까지의 모든 퍼즐 조각이 하나의 커다란 이야기를 그리기 시작할 때 누릴 수 있는 전율은 『사랑 사건 오류』가 품은 또다른 놀라움이다.
저자

김나현

저자:김나현

2021년『자음과모음』신인문학상을수상하며소설을발표하기시작했다.소설집『래빗인더홀』,장편소설『휴먼의근사치』가있다.

목차

1부사건
은하
수호
라이

2부사랑
은하
수호
라이

3부오류
초록남자
루미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나는가상의이야기가현실의구원이될수있다고믿는다.
그리고이소설이바로그주장에대한근거라고말하고싶다.”
_조예은(소설가)

“아무것도그냥잊히는법이없는신기술의세계에서쓰인독창적인진혼곡.”
_이다혜(작가,『씨네21』기자)

“한번시작된마음은왜끝나지않는걸까?
그것은설명되지않았지만이해가능한것이었다.”

세계속세계속세계를만들어
우리가끝내가닿고자했던곳

김나현의두번째장편소설『사랑사건오류』를펴낸다.‘70일간의비’라는대재앙후살아남은인간과AI사이의우정을인상적으로그려낸『휴먼의근사치』이후장편으로는2년만이다.치밀한스토리,묵직한성찰과울림이인상적이었던첫장편은“‘휴머니즘’이라는빛바랜단어의자리에이소설을놓고싶다”(소설가정용준),“인간만이가지고있는고유성을흩뿌리는소설이다”(소설가천선란)라는평을받으며김나현이준비된작가였음을증명하였다.
그가지난2년을공들여내놓은장편『사랑사건오류』는은하,수호,라이라는세사람을축으로,세겹의세계로이루어진,반전의반전을거듭하는구조가예사롭지않은작품이다.어디서부터어디까지가실재이고가상인지,지금발화하는인물이머물고있는시공간이어디인지,짐작했던모든것이한순간깨지는독서경험을소설안에서여러번누릴수있다는것이이작품의가장특별한점일것이다.퍼스널챗봇,자동창작프로그램,실감형게임등우리에게낯설지만은않은기술들이설득력있게활용되는점또한.1부‘사건’과2부‘사랑’에서세사람의이야기가두번씩로테이션하며확장되고,3부‘오류’에이르러각각의세계에서미지의존재로등장한두인물의이야기가새로이덧붙으며소설은전혀예상치못한결말로이어진다.더불어작가가능숙하게심어둔여러단서와암시,상징을찾아내는것은이야기의쾌감을배가한다.다층적이고다면적인구조로즐거운혼란에빠지게한여러이야기들이결국하나의소실점을향하여치달을때,그때까지의모든퍼즐조각이하나의커다란이야기를그리기시작할때누릴수있는전율은『사랑사건오류』가품은또다른놀라움이다.

거듭되는반전은단순히이야기의물리적배경이바뀌는것만을의미하지않는다.각각의세계에서인물들은소중한누군가를잃는다.상실의비통함과그리움,사랑했던이가살고자했던세상을어떤방식으로건구현해보고자하는절박한마음이기술을만나각자가보고싶어하던가상의세계로펼쳐진것이다.“이곳이내가이미죽어건너온세계라면,어느세계의나는아무도잃지않은사람이아닌가.이세계의바깥에서는아무도사라지지않은게아닌가”(392쪽)묻는간절한마음이만든세계들.
은하와수호,라이는각자의세계에서부딪히는사건과미션들을해결해가며서로를그리워한다.“가령완전히새로운세계에서그들을살려내는건어떤가?(...)결말을바꿀수있다면어떻게하겠는가?”(171쪽)혹은‘이제는없는너’‘내가잃은너’라면이럴때어떻게했을까스스로에게묻는시간들은,독자로하여금세인물의고유성을서로의눈을통해또렷이그리게하는동시에인물들이내리는선택에이입하게한다.

그때나는어떤이들은자신이줄수있는최대치의것을,그러니까삶을,숨을,앞으로살아갈모든시간을서로에게주는것으로사랑을증명한다고생각했다.그리고나자신이그럴수없는사람이라는것도알았다.게임이아니라현실이라면불길속에서연인의손을잡고놓지않을수있을까?수호처럼그럴수있을까?나는결코그런인간이되지못할것이다._330쪽

차라리미션을포기하고도망가는게나으려나.그렇지만미션을포기하면엔딩을볼수없을뿐더러이어지는게임의서사에서민수호는계속고통받게된다.앞으로어떤삶을살든자신이포기해버린그일을영원히후회하게된다.그것이내가만든시나리오였다.후회와자책의이야기속에서살게할것인가.아니면이겨내게할것인가.둘다아니라면문너머눈동자와함께불에휩싸일것인가._169쪽

한편가상세계의배경이되어준기술들또한소설적장치에그치는것이아니다.작가는‘은하’챕터를통해“누군가는한번도가져본적없는속깊은친구를갖게될것이며,무슨말을털어놓아도조금도훼손되지않는관계를만들어줄것이라고”(29쪽)기대되었던퍼스널챗봇에세뇌되어벌인살인사건등을들어기술혁신과그에따른윤리적책임의문제를짚는다.인공지능과의누적수만시간의대화와높은친밀도는‘관계’의뜻을재정의하게만든다.‘수호’챕터에서는자동창작프로그램이부정적문장을선호하여비극적스토리를압도적으로많이써내는일에대해고찰하며‘왜쓰는가’‘무엇을쓸것인가’돌아보게한다.쇼핑몰화재사고의전말을여러차례다시쓰며수호는은하와못다한삶을살아볼수있었을까?이야기가그것을가능하게할까?

“저는다른결말을보고싶어요.행복해질거란예감이라도주면안되는걸까요?”
“은하가우리뜻대로되는건아니지.”
라이의말이맞았다.자꾸잊게되는것은자동창작기술프로그램이우리마음대로이야기를만들어주지않는다는점이었다.아무리인간이개발한것이더라도‘창작’이라는카테고리에속하는순간,우리의요구를강요할수없었다.은하의자율성은곧창작의자유에닿아있었다.은하가창작로봇이되기위해서는자유롭게문장을구사할권리를가져야했다._86쪽

‘라이’챕터에서는노동현장에서산재로떠난아들을그리워하는인물이실감형게임의베타테스트지원자로등장해삶과죽음,죄책감과애도에대한첨예한질문으로우리를이끈다.이테스트최고난도퀘스트의타이틀이‘열리지않는문’이라는점은의미심장하다.게임속도무지열리지않는문을손바닥의실제열상을감수하면서까지열고자애쓰는인물에게‘그것은한낱게임에불과하며그문을연다해도누구도구할수없다’라고쉽게단언할수있을지.그애씀이못다한애도의방식일수있다는것,그문너머의세계에새로운이야기를담아냄으로써현실을구원하고자하는것,그것이바로김나현이서로다른층위의세계를설득력있게그려내며가닿으려는곳이리라.

나는이소설에서인물들이서로의소망과구원에응답하여연결고리를만들어내는장면들을자주보고싶었다.그래서각화자의개별엔딩에그런것을배치하기로마음먹었고,그장면들이중첩되어만들어낸힘으로,결국에는이소설속인물들이자신이바라던이야기에서살기를바랐다.

‘바라던이야기에서살기.’

결국내가쓰려는문장은하나이다.
당신도나도바라던이야기를살아내길.
_‘작가의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