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 월급사실주의 2023
Description
세상을 구하는 것도 아니고 지구를 지키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일하는 게 힘들까?

바로 지금, 한국사회의 ‘먹고사는 문제’에 관하여
열한 명의 소설가가 직접 겪고 느끼고 써내려간
이 시대의 노동 하이퍼리얼리티
월급사실주의 동인의 첫 앤솔러지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 월급사실주의2023』이 출간되었다. 월급사실주의 동인은 동시대 한국사회의 노동 현장을 사실적으로 다루는 문학이 더 많이 창작되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한 작가들의 모임이다.

동인의 창작 규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평범한 사람들의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 문제의식을 지닐 것. 둘째, 최근 오 년 이내의 시간대를 배경으로 할 것, 셋째, 직접 발품을 팔아 취재한 내용을 사실적으로 쓸 것. 이들은 비정규직, 자영업,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은 물론 가사, 구직, 학습 등도 모두 우리 시대의 노동으로 보고 소재로 삼았다.

이번 앤솔러지에는 농원에서 일하는 고등학생 현장실습생부터 삼각김밥 공장에서 일하는 노인 여성까지 각기 다른 직업을 지닌 다양한 연령대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세상을 구하는 것만큼 거창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벅차도록 힘든 순간은 자꾸만 찾아온다. 첨단기술의 발달로 일자리가 사라질 거라는 보도는 끊이지 않는다. 부당한 취급을 받아도 속으로 삭일 때가 많고, 문득 내면의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가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소설들은 이렇게 노동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슬픔과 갈등, 관행과 악습, 시장과 정책 변화의 영향 등을 사실적인 필체로 묘사하며 2020년대 노동의 시간을 이야기 속에 고스란히 옮겨 담는다.
저자

김의경,서유미,염기원,이서수,임성순,장강명,정진영,주원규,지영,최영,황여

김의경_2014년『청춘파산』으로한국경제청년신춘문예에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쇼룸』,장편소설『콜센터』『헬로베이비』,산문집『생활이라는계절』이있다.수림문학상을수상했다.

서유미_2007년『판타스틱개미지옥』으로문학수첩작가상을,『쿨하게한걸음』으로창비장편소설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당분간인간』『모두가헤어지는하루』『이밤은괜찮아,내일은모르겠지만』,장편소설『당신의몬스터』『끝의시작』『틈』『홀딩,턴』,산문집『한몸의시간』이있다.김승옥문학상을수상했다.

염기원_2015년문학의봄신인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장편소설『구디얀다르크』『인생마치비트코인』『오빠새끼잡으러간다』가있다.융합스토리단편소설공모전최우수상,황산벌청년문학상을수상했다.

이서수_2014년동아일보신춘문예를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엄마를절에버리러』『젊은근희의행진』,장편소설『당신의4분33초』『헬프미시스터』,중편소설『몸과여자들』이있다.황산벌청년문학상,이효석문학상,젊은작가상을수상했다.

임성순_2010년『컨설턴트』로세계문학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회랑을배회하는양떼와그포식자들』『환영의방주』,장편소설『문근영은위험해』『오히려다정한사람들이살고있다』『극해』『자기개발의정석』『우로보로스』,산문집『잉여롭게,쓸데없게』가있다.SF어워드대상,젊은작가상을수상했다.

장강명_2011년『표백』으로한겨레문학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산자들』『당신이보고싶어하는세상』,장편소설『열광금지,에바로드』『댓글부대』『그믐,또는당신이세계를기억하는방식』『재수사』(전2권),산문집『5년만에신혼여행』『소설가라는이상한직업』,논픽션『당선,합격,계급』등이있다.수림문학상,제주4·3평화문학상,젊은작가상,오늘의작가상,문학동네작가상,심훈문학대상,SF어워드우수상등을수상했다.뜻맞는지인들과온라인독서모임플랫폼그믐(www.gmeum.com)을운영한다.

정진영_2011년『도화촌기행』으로조선일보판타지문학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장편소설『침묵주의보』『젠가』『다시,밸런타인데이』『나보다어렸던엄마에게』『정치인』,산문집『안주잡설』이있다.백호임제문학상을수상했다.

주원규_2009년『열외인종잔혹사』로한겨레문학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장편소설『천하무적불량야구단』『무력소년생존기』『너머의세상』『기억의문』『크리스마스캐럴』『메이드인강남』『반인간선언』『특별관리대상자』『나를모르는사람들에게』『서초동리그』『벗은몸』이있다.tvN드라마〈아르곤〉을공동집필했고,『반인간선언』을원작으로한OCN드라마〈모두의거짓말〉과동명의소설을원작으로한영화〈크리스마스캐럴〉에각색작가로참여했다.

지영_2017년5·18문학상신인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장편소설『사라지는,사라지지않는』이있다.수림문학상을수상했다.

최영_2019년『로메리고주식회사』로수림문학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중편소설『춘야(春夜)』,산문집『정역씨』『영상번역가로먹고살기』,번역서『골든룰』『4차산업혁명의충격』『이코노미스트2017세계경제대전망』『서양인의손자병법』등이있다.

황여정_2017년『알제리의유령들』로문학동네소설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장편소설『내이름을불러줘』가있다.

목차

기획의말을대신하여007

김의경순간접착제013
서유미밤의벤치045
염기원혁명의온도073
이서수광합성런치101
임성순기초를닦습니다137
장강명간장에독165
정진영숨바꼭질205
주원규카스트에이지243
지영오늘의이슈273
최영이해와오해가교차하는방식303
황여정섬광333

출판사 서평

김의경「순간접착제」
이십대청년나와예은은코로나19의영향으로아르바이트생고용시간을줄이겠다는마카롱카페사장의말에그날로일을그만둔다.두사람에게는자영업자의고통을이해할만한여유가없다.떨어진운동화밑창을순간접착제로붙여가며신어야할만큼생활이어렵기때문이다.새로구한삼각김밥공장아르바이트에서도일흔의할머니와일자리를두고경쟁해야한다.각자의생계를위해분투하는그들에게서불안정한일자리를지닌이들의불안과애환이함께느껴진다.

“여기인테리어하나하나내가직접한거야.이렇게금세접을줄알았으면대충하는건데.대출받아서급한불은꺼놨는데오래못버틸거야.”
“하루에두시간일하면용돈도못벌어요.저카드빚갚아야해요.오늘까지만할게요.”
예은은그렇게말한뒤문을열고밖으로나갔다.나도언니를한번노려본뒤유리문에달아놓은풍경소리가잦아들기전에예은을따라나갔다.인사도제대로하지못하고나왔다.쫓겨난것도,도망친것도아니었다.그런데도부서진기분이었다.누군가우리를뭉개서내다버린것같았다.땅에떨어져산산조각이나버려서주워먹을수도없는마카롱이된것같았다._35쪽

서유미「밤의벤치」
전업주부경진이사는아파트단지안벤치는밤이면가사에서풀려난여성들의쉼터이자소소한대화의공간이된다.어느날,주차공간부족을이유로벤치가사라질위기에처하자경진은학습지교사로일하던시절자주시간을보냈던장소들을떠올리고,벤치와함께사라질그간의추억을안타까워한다.정해진공간없이자주자리를옮겨가며일하는이들에게쉼터가어떤의미인지,그들이느끼는외로움의발원은무엇인지소설은생각해보게한다.

학습지교사일을하던시절에일주일에한번씩학생들의집에들어가서수업을하고나올때면자신은떠도는사람이고영원히저기에속하지못하리라는느낌을받았다.그건너무당연한건데도경진을쓸쓸하게만들었다.그만둔지십오년이지났는데도자신은안정적인세계에속해있지않고바쁘게걸으며어딘가에도달하려애쓴다는기분이몰려오는순간이있었다.그런마음이드는것에대해경진은누구에게도말하지않았다._58쪽

염기원「혁명의온도」
나는노조에발을걸쳤음에도지금의직장생활에어느정도만족하고있는군무원이다.어느날부대에서신병이부상당하는사건이발생하자,중대장은나의담당구역에서발생한사건임을빌미로책임을나눠지자고압박한다.신축빌라입주에필요한대출금을마련하려면진급을해야하는나는이부탁아닌부탁을거절하기힘들다.“실존적문제앞에서혁명같은건사치”라는주인공의자조어린목소리에서생활을위해몸을낮출수밖에없는수많은직장인들의마음이읽히는듯하다.

호기심때문이었을것이다.아니면외로워서였나.단톡방에서나온오프라인모임얘기에금쪽같은휴일을바쳐참여했다.온라인에서아무리뜨거워도정작오프모임에참석하는사람은한줌에불과한게국룰인데,그날은꽤많은사람이모였다.전날이10일,그러니까월급날이었던것과상관이있었을까?첫번개에마흔명이넘는군무원이모였다.
“우리없으면군대가돌아갈거같애?씨발,현역들?전세규내용도몰라서나한테물어보는주제에말이야!”
3차를마치고종로길바닥에서누군가외친소리가혁명의시발점이었을지모른다.군무원에게총기와군복을지급한다는뉴스가나온후일년동안가열된분노가폭발하는소리였다._68쪽.

이서수「광합성런치」
차진혜는작은IT회사의재무팀장이다.런치플레이션으로점심값이크게오르자중간관리자인차진혜는직원들의식대인상요구를대표에게전달해야한다.그녀는식대를인상하되최대한비용을아낄수있도록앱을사용하는방법을생각해낸다.이에대표는한술더떠직원의자리를프로그램으로대체하는건어떠냐고묻는다.언젠가는자신도껌종이처럼가차없이내던져질지모른다는생각에차진혜는위기의식을느낀다.직장인이라면차진혜의상황이남일같지않을것이다.

우리회사에선내가껌종이같은사람이라는걸이재씨는알까.식대인상을제안하며대표를설득하기위해얼마나잔머리를굴렸는지알까.대표가너무까칠해지지않도록마음의수분을적절하게보존해주고,직원들의열을밖으로내보내녹는것을방지해주는사람.그러나버려질땐껌종이처럼꼬깃하게뭉쳐져가차없이던져지는존재,그게나라는걸._121~122쪽

임성순「기초를닦습니다」
건축사로일하며건물의설계도면을그리는윤소장은언젠가자신의집을직접짓는게꿈이다.현장을미리알아두면좋겠다는생각에그는책상앞을떠나건설회사현장소장이되지만,받아든건하자발생위험이큰설계도면이다.설계를맡은건축사와한바탕실랑이를벌인그는결국도면과다르게기초를세우는현장의해법을따른다.건설현장의관행에대한날카로운고발과그안에서내적으로갈등할수밖에없는인물의상황이핍진하게그려진다.

“……건축주가좋아해.”
“네?”
“도면에직선밖에없잖아.그런데이런사선하나들어가면아주좋아해.건축주새끼들이졸라신경써서도면그려준줄안다고.사선하나넣어주면.이바닥이그렇다.”
순간윤소장에게어떤감정의해일이밀려왔다.당시엔그것이무엇인지몰랐다.다만그물결에휩싸여더크게웃고,더크게떠들고,더취한척할수있었다.
건축사가탄택시가떠나고미등의먼빛을보고있던윤소장은그감정의정체가슬픔임을깨달았다._159~160쪽.

장강명「간장에독」
팬데믹의직격탄을맞은여행사를배경으로한다.신입사원정수지는2년제대학출신이라는핸디캡에도불구하고대기발령과희망퇴직명단에서제외된다.그녀도자신이왜자리를유지하고있는지알수없는데,동료직원은그녀에게사적감정을지닌상급자가있는것이아닌지의심한다.한개인의일자리가그의노력여하와는관계없이거대한힘과변화의물결에휘청이는모습이낯설지않은것은우리가지난삼년동안이를몸소듣고체험해왔기때문일것이다.

“김팀장은이회사내년까지다닐거야?”이팀장이묻고,
“아유,나갈수있으면바로나가죠.”김팀장이답한다.
나는언제부터출근한대?누군가디엠으로묻는다.이질문이가장많다.
(…)
무급휴직언제쯤끝날거같아?누군가묻고,
아직은때가아닌거같아요.매출이거의없다시피해서……한참걸릴거같아요.내가답하고,
수지씨되게사측인사처럼말한다.완전히사측사람다됐네.상대가말한다.나는대답하지않는다._189쪽

정진영「숨바꼭질」
나는지방에서상경한일간지편집기자다.반지하고향집을판돈으로는당장교통이불편한지역의하자많은원룸밖에구할수없다.그는생활비를아끼고코인을사들이며주상복합아파트매매의꿈을키우지만,부동산정책의변화로아파트값은사정없이솟구쳐버린다.결국두배나불어난자금으로도그는서울외곽의전셋집으로밀려나고만다.노력만으로는얻어낼수없는청년주거안정의꿈앞에서그가느끼는절실함과좌절감이생생하게와닿는다.

처음서울에올라왔던사년전보다손에쥔돈이두배늘어났는데도,선택지는오히려줄어들었다.나는서울에서가장보증금과월세가저렴하다는대학동까지가서야겨우분리형원룸전세매물을구할수있었다.ㄴ신문사에서출발해오십분동안지하철로움직여마을버스로갈아탄뒤이십분을더가야닿는곳에있는매물이었다.결혼은꿈이고연애는사치였다.서울에와서오히려더가난해졌구나.서울에선아무리열심히일해도나아질가능성이없구나.내모든노력이송두리째부정당한것같아기가막혔다._231~232쪽.

주원규「카스트에이지」
태양은코인투자로빚을지고배달일과택배상하차일로근근이생활하는스무살청년이다.그렇게번돈마저도여자친구와유튜브를통해알게된멘토에게갈취당하는무력한신세다.종일홀로일하다배달음식을수령하는이들과눈을마주치는찰나의순간,태양은비로소살아있다는기분을느낀다.투기에손을대거나착취를당하는태양의모습에서땀으로는이뤄내기힘든커다란성공을향한열망과그열망의힘으로살아가는청년들의현재를목격할수있다.

처음엔부끄러웠다.헬멧을쓴낯선남자,나이도,그무엇도가늠할수없는상대를적당히경계하는여성들의눈빛을마주했을때는헬멧을벗고나를설명하고싶다거나뭘그렇게보냐고따지고싶은충동을느낀적이한두번이아니다.하지만,시간이지날수록충동을넘어선단내가내몸과머릿속을야무지게채우는걸느낀다.그단내가뭐냐고누군가진지하게따져물으면한마디도대답못하겠지만,사람들과눈을마주치는그순간만큼은달았고,내가살아있는걸느꼈다._253쪽

지영「오늘의이슈」
나는태국에서한국어교원으로일하고있다.타국이기에더욱밀착될수밖에없는다른교원들과의관계도,부품처럼이리저리불려다니며잡무를도맡아야하는계약직의처지도버겁게느껴지지만,그녀가할수있는건스스로를위안하며웃어보는것뿐이다.먼타국에서마음의땅한조각조차가지기어려운이들의고충이웃음소리에비쳐보이는듯하다.

대개일이년경력을쌓고떠나는자리임에도나는총다섯번의계약서를작성했는데마지막으로서명하면서는정해진강의와그에수반된일만하기로결심했다.(…)한국기관이나교수에게보낼메시지나메일,서류를확인하고수정해주는일도,연구프로젝트보고서를대신작성해주는일도모조리거절했다.마지막학기가시작할때세운목표는존재감없이지내기였다.가급적사무실에틀어박혀있자.누구와도마주치지말자.있는듯없는듯,사건사고없이지내자._282쪽.

최영「이해와오해가교차하는방식」
출판번역가,인하우스번역가,영상번역가세사람은각각자신의일을용돈벌이정도로만생각하는남편,과도한업무지시를하는상사,번역료를후려치는자막제작업체때문에속이상해있다.그들은다른업계에서번역을하면지금보다노동환경이나아질것이라생각한다.서로의업계을탐하며달콤한상상에젖어드는그들의모습과세사람이느껴온직업의고충이대비되며아이러니는더욱선명해진다.

소연씨는작업주기가일주일전후로짧은영화나드라마번역말고,서너달,경우에따라서는일년도넘게걸린다는책번역이하고싶어졌다.(…)출판번역가들은적어도저작권자대우를받고일하는것같았다.물론상대적으로높은경력이나연륜때문이겠지만,이렇게번역해라,저렇게번역해라같은업체의지침따위를받는입장은아니라고들었다.지금은정말너무재재하청업체같다.
소연씨는가만히눈을감은채검지끝으로책표지에얹힌장소연옮김이라는활자를쓰다듬었다.소연씨의얼굴로옅은빛이지나갔다._329~330쪽

황여정「섬광」
특성화고계약직교사공수진은현장실습을나간재학생이산업재해를당하자,교감의지시대로학교의입장을대변하여일을수습한다.덕분인지공수진은다음해에도계약을이어갈수있었지만,삶을주도적으로개척해원하는일을하며만족스러운삶을살라고쉽게조언하는이들의말에수치심을느끼기시작한다.구조와제도의문제로착취당하고희생당하는청소년에게,우리의삶이정말우리의선택에의해이루어진다고말할수있을지작품은묻는다.

달리드릴말씀이없다고말한건공수진이었다.어머니는가슴을쥐어뜯었고아버지는담배를피우러나갔다.그농원에서전에도큰사고가났었다는데알고있었느냐고,알고도보냈느냐고어머니가따졌다.격정의파동이공수진의심장을휘감았다.공수진은동요를누르고차분하게말했다.
“물의경우는그사고와양상이전혀다르고,더군다나몇몇사업체중그곳에지원하고현장실습협약서에사인한건물의결정이었습니다.책임질수없다는게아니라저희도달리어쩔도리가없다는뜻에서말씀드리는겁니다.저희도정말안타깝습니다,어머니.”_361쪽.

4차산업혁명과팬데믹을거치며우리의노동시장은급격하게변화하고있다.사람들은거센물결에휩쓸리며자신의밥벌이를지키기위해골몰한다.이러한시기,소설가들은쓰는자의눈으로세상을바라보며문학의쓸모와힘에대해고민하고있다.동인과앤솔러지를기획한장강명소설가는책의첫머리에서이렇게밝힌다.“나는저현상들의한가운데있으며그현상들을제대로이해하지못한다.원인도모르고대책도모른다.그러나그것이고통스럽다는사실을알고,그고통에대해서는쓸수있다.”그런의미에서월급사실주의동인의작품들은동시대를살아가는작가의눈으로노동현장의고통을이해하고이야기로남기려는서사적시도로다가온다.

기획의말을대신하여

아름다운노래가재난을당한이들에게위로를줄수있고그것은예술의힘이다.때로는찢어지는비명이다가오는재난을경고할수있고그것역시예술의힘이다.위로의노래가필요한순간이있고사이렌이필요한순간도있다.
지금새로운재난이오고있다는느낌을받는다.그게뭔지,거기에어떤이름이붙을지는잘모르겠다.중산층이무너지고있다.몇몇천재들의창의적인아이디어나부동산에매겨지는가격은가파르게상승하는데성실한노동의가치는추락한다.플랫폼과인공지능이노동시장을흔든다.일에서의미나보람을찾는다는사람은드물다.이런현상들을자본가대노동계급이라는과거의틀로파악하고대처할수는없다는게내생각이다.
나는저현상들의한가운데있으며그현상들을제대로이해하지못한다.원인도모르고대책도모른다.그러나그것이고통스럽다는사실을알고,그고통에대해서는쓸수있다.후대작가들은알수없는것,동시대작가의눈에만보이는것도있다.스타인벡도통화긴축이대공황을불러왔다거나재정지출정책을펼쳐야한다는얘기를소설에쓴것은아니었다.이런마음으로기획안을쓰고작가들을모았다._기획의말을대신하여(장강명)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