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최선

최소한의 최선

$16.00
Description
김승옥문학상 대상 문진영 신작

“문진영 덕분에 나는 계속 말할 수 있다.
왜 소설이고, 여전히 소설인지.” _정용준(소설가)

“이 결과가 심사위원들에게도 신선한 충격이었다”라는 평과 함께 김승옥문학상을 수상하며 한국 문학계의 새로운 고유명으로 떠오른 문진영의 신작 소설집 『최소한의 최선』이 출간되었다. 등단 10년 이상의 작가들이 발표한 단편소설 중 최고의 소설에 주어지는 김승옥문학상은 어느새 한국문학의 올스타 스테이지로 확고하게 자리잡았다. 특히 김승옥문학상이 한 해를 결산하며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쇼케이스가 될 수 있었던 비결에는 작가의 이름을 지운 블라인드 심사가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그리고 어떤 선입견 없이 최고의 작품을 뽑는다는 취지가 놀라운 결과를 낳았던 해가 바로 2021년, 문진영이 대상을 수상한 해였다.
2009년 창비장편소설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문진영은 꾸준히 집필을 이어왔지만 대중 독자에게는 아직 낯선 이름이었다. 그러나 “쓸모없는 것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독자에게 전염시키면서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설득했”(권희철)던 「두 개의 방」이 김승옥문학상 대상을 수상하며 한국 문학계에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어떻게 이런 단단한 소설가를 놓칠 수 있었을까 싶게 절찬리에 발표 지면과 독자 호응이 잇따랐고, 준비된 내공을 차분히 증명하며 이어진 사랑스러운 이야기들이 비로소 『최소한의 최선』으로 묶였다.

문진영은 오래도록 그림자 안에 머물렀던 존재들에 대해 쓴다. 그러나 그는 빛과 어둠이라는 진부한 이분법을 반복하는 대신, 빛에선 잠재된 깊은 어둠을, 어둠에선 “빛의 기미”(「한낮의 빛」)를 퍼올려낸다. 고유한 음영을 지녔음에도,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일률적인 삶의 방식에 휩쓸리는 이들이 있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삶을 연기하다가 소진된 채로 홀로 남겨진 이들에게 『최소한의 최선』은 다정히 안부를 묻는다.
“나는 뒤늦게야 그녀가 살아온 삶의 방식을 감히 짐작해볼 수 있었다. 최소한의 최선. 그것이었다”(「내 할머니의 모든 것」)라는 문장에서 기인한 제목은 우리가 스스로를 고갈시키지도, 그러나 아주 놓아버리지도 않게끔 해줄 절묘한 결합이다. 매일 주어지는 하루를 과연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지 고민하는 이들이 자신만의 고유한 속도와 리듬을 깨우치고 매 순간 벅차오르는 기쁨을 오롯이 즐기게 함으로써. 문진영은 먼저 실천해 보인다, 깊이 고민하고 괴로워한 뒤 후련해진 말간 얼굴을 따라 짓게 하는 아홉 편의 이야기를 통해.
저자

문진영

1987년강원도춘천에서태어나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서사창작을전공했다.2009년제3회창비장편소설상을수상하며등단했다.장편소설『담배한개비의시간』이있다.

목차

미노리와테츠
변산에서
오!상그리아
내할머니의모든것
너무늦지않은어떤때
고래사냥
네버랜드에서
지나가는바람
한낮의빛

해설|빛과그림자
인아영(문학평론가)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어둠속에어렴풋이깃든빛의기미처럼,
삶의다양한파장을보듬는고요하고끈질긴낙관

“내가삼대째물려받은것은알코올에대한내성,돌아온다는약속,어쩌면사랑.”

「미노리와테츠」의‘나’는맞은편의사람을환하게하는에너지를지닌단짝친구수민과떠난일본여행에서미노리와테츠부부를만나친해진다.그후수민에게서그들이이혼했다는소식을뒤늦게듣는다.어느날미노리는한국에왔다며단둘이보기를청하고,다시만난자리에서두가지를고백한다.수민이종종일본에놀러왔을때수민앞에서테츠는미노리가처음보는얼굴을짓곤했다는것.그리고미노리가‘나’를좋아하지않았다는것.‘나’에대한감정에이유를쉬이덧붙이지못하는미노리에게‘나’는말한다.“나도알아.우리는지구의다른한쪽을떠받치고있는사람들이지”라고.
문진영의소설은자기자신안의어쩔수없는어둠을직면할때에야그어둠으로부터사랑을위한준비가이루어질수있다는통찰을내비친다.「변산에서」속각별했던친구의사고사를산재로인정받기위한모두의기나긴싸움은좌절로끝을맺는다.하지만소설은아픈이별의후에어떻게사람이일상을살아갈수있는지물은다음,사랑이라는작지만분명한답을건넨다.
「오!상그리아」의‘나’는여행작가로오래세상을떠돈엄마에게커리어를가로막았다는자책과그리움을품고있다.그런‘나’에게엄마는그간정체를알수없었던아버지에대해들려준다.그렇게밝혀지는것은외할머니와엄마,그리고‘나’까지삼대째이어지는복잡하고도깊은사랑의이력이다.
물론그사랑은쉽게이루어지지않는다는사실을문진영의소설은모르지않는다.「내할머니의모든것」의‘나’는엄마의어린시절집을떠난외할머니를처음만난자리에서그녀에게반하고만다.홀로살아가면서도꼿꼿하고우아한그녀의모습이앞으로살아갈인생의한해답으로다가온것이다.그렇게그녀에게따로연락하기시작하던어느날,그녀가사라진다.그리고그녀를찾던‘나’는이렇게자문한다.

한편으로는나자신에대한의문도들었다.만약배정심여사의가정사가평범했다면,그녀가자식들을키워모두결혼시키고빈둥지를지키다가남편과사별한,나의친할머니같은사람이었다면과연어땠을까?첫만남에서그녀가근사한밤색코트가아닌진달래색윈드브레이커를입고나타났다면?그녀가공원에있는운동기구에거꾸로매달려있기를좋아했다거나선팅캡을애호했다면?그래도나는할머니의삶을궁금해하고,그녀와의관계를유지하고싶어했을까?
_「내할머니의모든것」에서

막다른이해의난점에서「너무늦지않은어떤때」가한가지답이되어준다.인도여행에서마주친,스무살이상의나이차와전혀다른삶의조건에도불구하고‘나’를친구라부르는안와는‘나’에게다소불편한존재일뿐이다.하지만어느새‘나’는이지극히불편한인도와안와,그리고자신이서로닮아있다는것을발견하게되는데……불가능해보였던이해는상대를있는그대로받아들이면서그안에서자신을발견할때가능해진다는진실이“어떤오늘도내게너무늦지는않았다는”깨달음과함께서방정토로부터서서히밝아져오고있다.

“한껏끌어당겨지고싶었다.삶쪽으로.”

『최소한의최선』은스스로아직무언가가되지못한여정중에있다고여기는이들에게전하는당부이기도하다.「고래사냥」에서내키지않는공무원시험과취업준비를하던룸메씨와‘나’는월미도바이킹을타기위해즉흥여행을떠나고,「네버랜드에서」의태국여행에서만난찬란하리만치젊은아르바이트생론은현란하고위험천만한불쇼를벌인다.회사도생산적인‘갭이어’를위한준비도그만두고피곤해만하는「지나가는바람」의‘나’는넉살좋은표정의이면에한없는지겨움을감춘후배우림을만나,투신자살방지문구가남아있는마포대교를걷는다.
위험을감수해야만살아있음을실감할수있고,말초적인자극으로시간을흘려보내야만스스로를견뎌낼수있는존재들.문진영은어떻게‘갓생’을살아갈수있을지되뇌며젊음을지나는이들이혼자만의방에서나오도록한다.그렇게서로만난그들은그간알지못했거나외면했던속내를들여다보는동안,무언가달라지고있다고예감한다.
그리고「한낮의빛」은스스로달라져가는어둠과빛이가까스로만나어룽거리는모양에대한이야기로서『최소한의최선』의대미를수놓는다.유영의성폭행경험을의도치않게퍼뜨리고선택적함구증을오래겪었던‘나’는시간이흘러유영과다시마주친다.그러나그토록고대해온시간이었음에도불구하고어떤말도쉬이꺼내기가어렵다.그렇게다시한번자신을어둠속에가두려는‘나’에게“언니목소리는뭐랄까,귀기울이게만드는힘이있는것같아”라고말하면서다가오는주명이있다.마치‘한낮의빛晝明’을떠올리게하는그이름으로.

어둠속에있던사람들은자신과는달리반짝이며빛나는이들에게질투를느끼지만,어느덧빛과어둠이서로결부되어있다는것을깨닫는다.멀리있는것만같았던타인에게서스스로를지키기위해‘최소한의최선’으로빛을내려했던노력과,자신의것과닮은어둠을발견하게되면서다.그렇게사람은빛과어둠이만들어낸그림자의고유하고깊은영역을헤아리면서성장한다.이제우리에겐낮과밤,빛과어둠을가르는이분법이아니라서로에게섞이는과정이뒤따를것이다.그실천으로서의이야기가독자를고스란히설득시키고마는것은문진영의소설만이지닌능력일테다.“서로신념과신神이다른너와내가하나의믿음아래함께하는것이가능할까?문진영의소설은그자체로최선의대답이었다.”(정용준)

문진영의소설은빛과어둠이혼란스럽고아름답게섞여있는바로그세계로우리를데리고간다.그리고보여준다.새하얗고완벽한빛의이면에는보이지않는은은한어둠이있다는것을,반대로캄캄한어둠속에서도서서히떠오르는환한빛이있다는것을,그리고내몸만한어둠이라고생각했던그림자가실은빛이남긴흔적일수있다는것을.그러니까우리의삶자체를.
_인아영해설「빛과그림자」에서

추천사

지구의다른한쪽을떠받치고있는사람의그림자를알고그를향해기꺼이걸어가는사람이있다.정오의태양과이글거리는불꽃대신캄캄한그늘속에스민희미한빛과미약한온기의가치를알고응원하는작가가있다.인물이지닌최소한의최선을발견하고무대를마련한뒤스스로말하도록한걸음물러서는소설이있다.서로신념과신神이다른너와내가하나의믿음아래함께하는것이가능할까?문진영의소설은그자체로최선의대답이었다.덕분에나는계속말할수있다.왜소설이고,여전히소설인지._정용준(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