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여자들의 무도회

미친 여자들의 무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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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빅토리아마스

VictoriaMas
1987년프랑스파리근교르셰네에서태어났다.소르본대학교에서현대문학전공으로석사학위를받았다.영화스크립터로서경력을쌓아오다2019년첫소설『미친여자들의무도회』를발표했다.출간이후평단과대중의찬사를받으며고등학생들이선정하는르노도상과스타니슬라스상,파트리무안상,프르미에르플륌상등다수의문학상을받았다.19세기말자유를갈망하는여성들에대한훌륭한증언이자찬가『미친여자들의무도회』는시사잡지〈르푸앵〉선정올해의책30선,문학잡지〈리르〉선정올해의책100선에선정되었으며,2021년그래픽노블과멜라니로랑감독및주연의영화로도제작되었다.2022년두번째소설『기적』을발표해작품활동을이어가고있다.

목차

미친여자들의무도회007
옮긴이의말287

출판사 서평

생생히조명되는19세기여성인권과정신의학의현실

1885년3월,파리한복판의살페트리에르병원.갖가지이유로사회와가족으로부터배척당하고‘정신질환자’로규정된여자들의수용소.히스테리발작을일으키는환자를진정시킬목적으로에테르와클로로포름등을흡입시키고,환자들의난소를압박하고,질과자궁에뜨거운쇳덩이를넣는등여자들의병든몸이실험대상이되던시절이었다.소설은병원의수간호사준비에브가깊은잠에빠진환자루이즈를깨우며시작된다.삼년전입원해이제열여섯살이된루이즈는잠을자는동안에만비로소과거의끔찍한기억과고통에서벗어날수있다.하지만권위있는신경학자장마르탱샤르코박사의공개강연날만큼은최면시연의주인공이되어무대에오를생각에한껏들뜬다.최면술로히스테리환자를치료하며전세계적으로유명해진샤르코의강연을들으러온사람들,최면에걸려발작을일으키는환자를보러온구경꾼들로병원안강당은가득찬다.폐쇄적이고비밀스러운공간속광기에사로잡힌여자들에대한관심과욕망은사순절셋째주목요일‘미카렘(Mi-Careme)’에열리는무도회날절정에달한다.

바야흐로미친여자들이욕망의대상이된시기였다.그들의매력은모순적이었다.두려움과환상,공포와관능을동시에자극했다.숨죽인청중앞에서최면에걸린환자가보이는히스테리발작은때때로신경성기능장애라기보다절망에사로잡힌에로틱한춤처럼보였다.미친여자들은더이상두려운존재가아니라매혹적인존재였다.그들에대한폭발적인관심으로인해몇년전시작된것이바로미친여자들의무도회이자파리의연례행사인미카렘무도회였다.(118~119쪽)

누가이여자들을미쳤다고규정하는가
무엇이그들을광기로몰아넣었나

무도회를이주앞둔어느날,부르주아가문의딸외제니클레리가살페트리에르병원에들어온다.주체적이고독립적인성격에,당시남성들의차지였던살롱에나가당차게토론을벌일줄알던외제니는아버지와오빠와함께산책을나섰다가별안간강제입원을당한다.외제니에게죽은자들의혼령과대화하는능력이있다는사실이얼마전아버지의귀에들어갔고,딸의특별한능력에대한소문이가문의이름을더럽힐세라아버지는그녀를감금하기로결정한것이다.“조금이라도별난점이있으면불안해”하는부르주아가문의아버지와아들들은가문의명예를위해서라면사랑하는부인과딸,누이의안위에는아랑곳하지않았다.

지금껏그녀는진정한분노를경험한적이없었다.물론아버지와극심하게불화했던것은사실이다.남자들이여자들을조롱하는모습에소리없는분노를느끼기도했다.하지만파도처럼몸과마음을집어삼켜서,무례에맞서끝내포효해야만하는이런감정은이제껏경험해보지못했다.외제니는자신이처한부당한상황에격분했다.노여움은사그라들지않았고,오히려자신이삭아없어지는기분이었다.(168쪽)

부당하게자유를박탈당한외제니의마음속에전에없던광기가서리기시작한다.체스기물처럼이곳저곳을옮겨다니며끝도없이진행되는진찰과검사,쏟아지는명령조의말,경직되고불합리한상황,무엇보다자신을향한남자인턴들의노골적이고음흉한시선과저속한말을견딜수없다.살페트리에르병원은“유령과비명과유린된몸으로가득찬”“도착할때미치지않았던사람도사방의벽안으로들어서면미쳐버리게할수있는”곳이었다.

차별과억압속여자들의수난사
혹은강인한여성연대의역사

살페트리에르병원은저마다뼈아픈사연을가진여자들로가득하다.죽은자들의혼령과소통하는능력을지녔다는이유로가족의손에이끌려병원에갇힌외제니,고모부에게강간을당하고히스테리발작을일으켜실려온루이즈,이십여년전남성들의폭행에시달리다범죄를저지르고붙잡혀온‘뜨개질하는여자’테레즈등이병원담장안에서생활한다.그리고의학과과학에자신의인생을바치며이병원에서오랫동안근무해온수간호사준비에브가있다.

준비에브는어린시절아끼던동생을병으로잃고마음에상처를입는다.신은존재하지않는다는신념과세상을향한내면의분노를키우며종교를불신하고의학과과학만을신봉하던준비에브가과학으로설명할수없는능력을지닌외제니의해방을위해‘미친여자들의무도회’가열리던바로그날자신의희생을불사하며엄청난계획을세우는마지막장면은그래서더욱뭉클하다.가족모두가품은신앙심을결코받아들일수없어소외감을느끼던준비에브,수년전부터자신이남과다르다는사실을깨닫고방황하던외제니,다른환자들을위해뜨개질을해주던테레즈,테레즈가떠난자리에서여전히뜨개질을이어나가는루이즈등병원안여자들이“함께경험해온정신적시련”을통해서로존중하고더욱단단히결속하며이해해나가는연대의과정은오늘날에도가장필요한가치가무엇인지를독자에게상기시키며큰울림을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