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12.44
Description
더 깊게, 더 진실되게, 더 간절히
인간의 마음으로 한 걸음 더 내딛는 일곱 편의 이야기
등단 후 10년이 넘은 작가들이 한 해 동안 발표한 단편소설 가운데 가장 뛰어난 작품들을 뽑고 그중 대상작 1편과 우수상 6편을 선정해 선보이는 김승옥문학상은 가을이 되면 수상작품집을 기다리게 하는 전령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올해는 2022년 7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주요 문예지와 웹진, 독립문예지를 포함한 총 28개 문예지의 191편이 심사 대상이 되었다. 2023 김승옥문학상의 수상 작가는 권여선, 최진영, 서유미, 최은미, 구병모, 손보미, 백수린이다. 한국문학의 단단한 중심으로서 독자에게 너른 사랑을 받아온 이들 중 권여선 작가의 단편 「사슴벌레식 문답」이 “거의 아무런 토론이 이뤄지지 않”(권희철)을 정도로 압도적인 올해의 단편이 되었다. 최은미, 구병모, 백수린 작가는 두번째로 김승옥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하면서 독자들에게 확실한 각인을 남겨놓고 있고, 김승옥문학상에 새로 이름을 올린 최진영, 서유미, 손보미 작가는 관록과 신선함을 동시에 거머쥐는 쾌거를 이뤄낸다.
저자

권여선외

1965년경북안동출생.서울대국어국문학과와같은학교대학원을졸업하고인하대대학원에서국문학과박사과정을수료했다.1996년장편소설『푸르른틈새』로제2회상상문학상을수상하며등단했다.솔직하고거침없는목소리로자신의상처와일상의균열을해부하는개성있는작품세계로주목받고있다.2007년오영수문학상을수상했다.2008년도제32회이상문학상수상작인'사랑을믿다'는남녀의사랑에대...

목차

대상권여선「사슴벌레식문답」
작가노트|안녕사슴벌레
리뷰|양윤의사슴벌레는어디로든들어온다

최진영「썸머의마술과학」
작가노트|믿음의영역
리뷰|권희철위악보다나은것은위선이지만,위선보다나은것은……

서유미「토요일아침의로건」
작가노트|토요일아침의나는
리뷰|임철우어디로떠내려갈까,오리배들은

최은미「그곳」
작가노트|어느여름
리뷰|이지은슬픔의‘이곳’에서

구병모「있을법한모든것」
작가노트|이해라는맹시
리뷰|오혜진클리셰가된여자

손보미「끝없는밤」
작가노트|순간들
리뷰|편혜영그녀의두번째기회

백수린「빛이다가올때」
작가노트|지워진것과남겨진것
리뷰|김화영홀로타오른불이빛이될때

2023김승옥문학상
―김승옥문학상취지
―심사경위및심사평

출판사 서평

대상수상작인권여선의「사슴벌레식문답」은지방에서올라와같은하숙집에살면서의기투합하게된네친구의이야기를다룬다.큰언니같은시원시원한성격으로모임의리더격이었던부영,상냥하고조심성이많은정원,인내심이강하고예의가발랐던경애,그리고술을좋아하며즉흥적이었던화자준희까지.서로달랐기때문에알맞게짜일수있었고,서로와같은조각을다시는만날수없다는것을알았기때문에서로에게필사적이었던이들은그러나정원의갑작스러운자살과경애의배신으로어긋나게된다.등을돌린친구들을향해‘어떻게이럴수있느냐’며곰곰이생각하던준희의시선은오래전떠난강촌여행으로향한다.어떻게방안에들어왔는지알수없는사슴벌레에대한질문에숙소주인이말한“어디로든들어와”가그해답이다.이‘사슴벌레식문답’은인생의매분기점에서솟아나어떤결정도긍정함으로써,어떤운명도부인할수없게만든다.그러나나약한인간을압도하는운명앞에서시간을거슬러올라끝끝내기원을발굴해내는시시포스의자유의지는오리무중인인생에동반하는나침반이되어준다.같은삶의결을지닌이로하여금응어리를온전히쏟아내는울음을울게하면서.

『2023김승옥문학상수상작품집』에는시대와사람에대한당부가가득하다.열여섯살이봄,아홉살이여름의시선으로기후위기를목전에둔세계를바라보는「썸머의마술과학」(최진영)은미래를위한노력을위선이라고야유하는시선에정면으로맞선다.무기력과자조에젖어들기보다불가능을이겨내는‘마술과학’과도같이지구와미래세대를위한실천을연습하는사랑스러운소설이다.
「토요일아침의로건」(서유미)은미국지사발령을위해영어회화를배우던한중년남성에게갑자기찾아온뇌졸중소식으로시작된다.4년간매주토요일을함께했던선생님에게마지막을고하기위한4주간의고요한노력은인연에대한잊기쉬운소중함을특유의단정하고정직한서사를통해차분히역설한다.

낯선사람에게좀처럼애정과믿음을갖기어려운시대에「그곳」(최은미)이도착했다.여름철폭염대피소로지정된체육관안에사람들이있다.갑작스러운곰의출현으로발이묶인데다가엎친데덥친격으로정전이찾아와사람들은공황에빠진다.그때,민폐를끼치는사람들을저지해오던‘이구역의최다민원인’의눈에사람들의도움이번져가는것이보인다.

「그곳」이막다른곳에서발생하는인류애를다루고있다면「있을법한모든것」(구병모)은막다른난점을우직하게뚫어내는소설이다.소설가인화자는얼굴을모르는호텔하우스키퍼에게호감을느낀남성이그녀를만나기위한여정에나서는로맨스를쓰기로한다.그과정에서밝혀지는것은저임금비숙련여성노동자를향한젠더화된관성,그리고그기만과통념을강화할뿐인로맨스라는장르의맹점이다.그러나소설은그럼에도끊기지않는진정성이있다면그에화답하는결말을보여줄용의를속에품고있다.

「끝없는밤」(손보미)또한사람의내면을찬찬히뜯어보는데에“다층적인암시와풍부한상징,다의적해석이가능한장면과이미지”(편혜영)로손을보탠다.하룻밤요트여행을떠난부부가있다.여자는그들을여행에초대한대학선배와의미묘한관계를떠올리며샅굴부위의통증을견디고있다.통증의원인을거슬러올라가던그녀는어느수의사와함께했던시간에다다르게되는데,그때요트가흔들리기시작한다.

「빛이다가올때」(백수린)는한시절의인연이스스로에게남긴흔적을직면하며자신과타인의이해에가까스로이르는이야기다.소설은시력을잃어가는이모의바람을대신이뤄주느라자신의욕망은뒷전이었던언니가스스로의삶을되찾아가는여정을되짚는다.당시엔생경하고멀게만느껴졌던언니의욕망은,화자가언니의나이가되어반추했을때다른빛깔을띠고다가온다.담백하고차분하기에더욱치열하게파고드는문장은겪어본적없던풍경마저도읽는이의내면에분명히아로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