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적인 앨리스씨

야만적인 앨리스씨

$15.00
Description
“너는 이게 무슨 이야기인지 알 것이다.
내가 오로지 너를 생각하며 이 소설을 썼으니까.”
_‘개정판 작가의 말’에서

영원히 헤어지지 못할 이름이 된 소년, 앨리시어
『야만적인 앨리스씨』 출간 10주년 개정판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깊은 매혹을 불러일으키며 그 자체 좋은 소설의 새로운 기준이 된 황정은 작가의 두번째 장편소설 『야만적인 앨리스씨』의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상투성으로부터 멀어지는 힘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신중히 쌓여 완성되는 그의 작품은 여러 번 읽을수록 풍성해지는 의미의 겹을 즐거이 헤매는 기쁨을 주면서 한편으로는 직관적으로 귀에 달라붙는 노래처럼 특유의 감각과 리듬으로 우리를 휘감아왔다.
지금으로부터 꼬박 십 년 전, 이 작품 『야만적인 앨리스씨』를 선보일 당시 황정은은 이제 막 두 권의 소설집과 첫 장편소설을 출간한 젊은 작가였다. 「오뚝이와 지빠귀」(『일곱시 삼십이분 코끼리열차』, 2007)처럼 시치미를 뚝 떼고 천연스럽게 이어지는 이야기를 기억하는 사람에게, 「대니 드비토」(『파씨의 입문』, 2012)처럼 작품에 흐르는 아름답고 쓸쓸한 서정을 기억하는 사람에게, 그리고 『百의 그림자』(2010) 속 인물들이 자아내는 아슬아슬하면서 단단한 온기를 기억하는 사람에게, 쏟아지는 비를 그대로 맞고 서 있을 수밖에 없는 듯 촘촘한 폭력에 속절없이 노출된 ‘앨리시어 형제’의 모습은 낯설게 느껴졌을 것이다. 하지만 장편소설 『계속해보겠습니다』(2014)와 소설집『아무도 아닌』(2016) 『디디의 우산』(2019) 등을 읽고 난 지금의 우리에게 『야만적인 앨리스씨』는 그후 펼쳐질 황정은 소설세계의 또다른 방향을 선명히 예고하는 작품으로도 다가온다. 그러니까 자신을 둘러싼 세계가 부서져가고 있다는 또렷한 실감 속에서 그 세계와 어떤 식으로든 긴밀히 연루될 수밖에 없는 당사자이자 목격자로서의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묻는 작품으로.
저자

황정은

‘작가가선정한오늘의소설’,‘올해의문제소설’에선정되고,한국일보문학상,이효석문학상등굵직한문학상후보에오르는등발표하는작품마다문단의큰주목을받아온작가다.1976년서울에서태어났다.2005년[경향신문]신춘문예에단편소설「마더」가당선되며등단했다.소설집『일곱시삼십이분코끼리열차』,『파씨의입문』,『아무도아닌』,장편소설『百의그림자』,『야만적인앨리스씨』,『계...

목차

內007
外103
再,外199

개정판작가의말205

출판사 서평

“앨리시어가이야기를해줄까.
여기이모퉁이에서.”

작품이출간되었을당시영화평론가이동진은한채널을통해“훌륭한소설들이대개그렇듯,『야만적인앨리스씨』역시그렇게길게메아리쳐울리는필사적인질문하나를던지고끝난다”라고언급하며작품을향한애정을드러냈고,2018년일본출판사가와데쇼보신샤에서출간된번역본은“독자의일상을흔드는무서운소설이다”라는호평을얻기도했다.일상의흔들림,그것은아마세계가무너져내리고있다는감각과연관돼있을것이다.
‘內’와‘外’,그리고‘再,外’총3부로구성된소설은“내이름은앨리시어,여장부랑자로사거리에서있다”라는문장으로시작된다.‘고모리’에살던10대소년의앨리시어는소중하고결정적인무언가를잃은뒤여장부랑자가되어사거리에서있다.그는무엇을잃었고왜잃게된걸까.앨리시어가나고자란고모리는지명의유래가무덤이라는데서알수있듯환한낮의공간보다는축축하고어두운밤의공간처럼여겨진다.빠져나가기위해두발로오르고네발로올라보아도사방이꽉막혀있는탓에다시안으로떨어지고마는그공간안에서앨리시어형제는어머니가가하는폭력을고스란히당하며살고있다.

그럴때그녀는어떤사람이라기보다는어떤상태가된다.달군강철처럼뜨겁고강해져주변의온도마저바꾼다.씨발됨이다.지속되고가속되는동안맥락도증발되는,그건그냥씨발됨이라고말할수밖에없는씨발적인상태다.앨리시어와그의동생이그씨발됨에노출된다.앨리시어의아버지도고모리의이웃들도그것을안다.알기때문에모르고싶어하고모르고싶어하기때문에결국은모른다.(49쪽)

아버지와이웃의방관속에서어머니의‘씨발됨’,그러니깐“때리니까때리고싶고때리고싶으니까가속적으로때”(50쪽)리는일상적이고무심한폭력에지속적으로노출될수밖에없는앨리시어형제는아버지의전처가낳은형과누나에게도움을구하기위해길을떠나기도하고상담센터를찾아가기도한다.하지만거의무응답에가까운반응만이되돌아오는그과정속에서앨리시어형제가품고있던자그마한희망은서서히깎여나간다.
그럴때그들에게한줌위안이되는것이‘이야기’라는점은의미심장하다.“씨발,이라고자꾸들으면씨발,이된다는거.(…)말하면서자기말듣게되잖아,씨발씨발,하고”(43쪽)라는앨리시어의말에귀기울여본다면,“형.나얘기하나만해주라”라는동생의말에앨리시어가‘네꼬’‘여우’등과관련된이야기를지어서들려주는건동생에게뿐만아니라스스로에게도‘씨발’이외의다른말을들려주려는노력처럼느껴지기때문이다.그러니다시처음으로돌아가사거리에서있는여장부랑자앨리시어를본다.자신에게가장소중한무언가를잃고말았을때느끼는깊은죄책감과책임감,그리고슬픔속에서앨리시어가끊임없이이야기를이어나가는것은이것이도저히끝낼수없는,끝나지않는이야기이기때문일것이다.500매남짓한이길지않은소설을읽는일에전심을다하게되는것도그래서일것이다.



나는어떤꿈을반복해꾼다.캄캄한방에불을켜려고애쓰는꿈이다.어두운벽을더듬어스위치를누르지만불은들어오지않는다.불을켜려고애쓰면서나는이게꿈이고죽음이고기억이라고생각한다.생각한다기보다는그걸그냥안다.이방은이대로어두울것이고나는여기남을것이다.그렇게겁에질려부질없이불을켜려고애쓰는꿈을나는오래전부터반복해꾸었다.기회가있을때마다이꿈을말하고다녔다.꿈이라고말하면덜두려울것이고그래야거기로돌아가지않을것같았다.앨리스씨이야기도그래서썼다.
너는이게무슨이야기인지알것이다.
내가오로지너를생각하며이소설을썼으니까.
_‘개정판작가의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