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대문을 열면

파란 대문을 열면

$17.50
Description
삶의 단계마다 숨어 있는 비밀을 이야기로 만들어 내는 작가 허은미와,
단단한 손끝으로 말을 건네는 화가 한지선이 다시 지어 올린, 아렴풋한 그 집
『파란 대문을 열면』
좁은 골목 안쪽으로, 층층이 펼쳐지는 계단을 하나, 둘, 셋, 넷 뛰어오르면 그 끝에 우뚝 서 있는 파란 대문이 보인다. 대문을 와락 열고 들어가면 자그마한 마당에는 널어놓은 빨래들, 복숭아나무, 감나무, 수돗가와 장독들. 집 안으로 들어가 쪼르르 올라가면 손바닥볕이 드는 다락방, 거기서 혼자 하던 이런저런 상상들. 그림책 『파란 대문을 열면』 속 아이의 걸음을 따라 한 겹씩 펼쳐지는 풍경의 모습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우리에게는, 재개발로 인해 어느 날 살던 집을 떠나야 했던 주인공의 가족처럼,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곳에서 계속해서 살 수 있는 행운이 없다. 때문에 드문드문 꿈속에서 벌어지는 사건의 배경이 되는 곳은 지금 사는 집보다는 과거의 어떤 시점에 우리가 살던 집인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그림책 『파란 대문을 열면』은 나의 무의식과 정서가 여전히 깃들어 살아가고 있는 그 집에 관한 이야기다. 단순한 향수나 빛바랜 추억담이 아닌 ‘나’라는 사람이 만들어진 곳, 삶을 향한 나의 긍지가 뿌리내린 그곳으로 들어서 본다.

저자

허은미

“서울에서태어나신촌일대에서어린시절을보냈어요.지금은아파트에서살고있지만마당과나무와골목과이웃이있는삶을꿈꿉니다.고양이와나팔꽃을좋아하고어린이의웃음을사랑합니다.”
그동안쓴책으로『진정한일곱살』『비밀』『불곰에게잡혀간우리아빠』『내가가장듣고싶은말』등이있고,『돼지책』『우리엄마』『방귀구름은어디로갈까?』를우리말로옮겼습니다.

출판사 서평

“다락방작은창문으로내다보면온동네가다보여.
아랫집영수목욕하는게보이고집집마다널어놓은빨래들이보여.”

그림책의흰화면전체를때로는대담하게가로지르고,때로는물씬한감정으로가득채우며서사를풀어가는한지선화가의그림에서,가장가깝게다가오는것은바로반가운세부들이다.어느집마다다락방을채우고있던오래된책들과잡동사니,그때는흔히볼수있었던뜨개편물들이나거실의벽시계,줄이달린전화기,일일이열거할수없는사물들이이야기속세계를구체적으로지탱하고있다.주시점의높이와화각의넓이를자유자재로움직여가며보여주는풍경은보는이들을그골목으로데려다놓는듯하다.와르르달려드는꽃향기나하늘을한순간에집어삼키던저녁노을,해질녘의온도가그대로느껴진다.
그런가하면특별한장치나거추장스러운수사가없는담담한문장들은그림책『파란대문을열면』이서있도록하는단단한지반이라할수있다.어린시절의작가가살던서울의한동네의풍경과자전적인경험에서비롯된진솔한힘이시각적표현과독자의감정을적절한장력으로이어준다.

파란대문우리집은,어디에있을까

허은미작가는그간『진정한일곱살』『불곰에게잡혀간우리아빠』등의작품을통해우리삶의구석구석에숨어있는보편적이면서도비밀스러운진실들을예민하게포착하여위트있게전해주곤했다.그것이허은미작가의이야기를독자들이이렇게오랜시간동안사랑해온이유이다.그의이야기속주인공에게일어나는사건들은때로는설탕으로감싸지지않은알약처럼쌉쌀하고때로는사자마자바닥에떨어뜨린아이스크림처럼슬프기도했다.그러나그의주인공들은어쨌든모두삶의다음단계를향해걸음을뗀다는점에서는같았다.그래서낮꿈을꾸다갑자기깨어나버린『파란대문을열면』의주인공이몸을일으켜어디로향할지도짐작할수있을것같다.거실로드는길고노란오후의햇빛이,테라스에걸린나팔꽃화분과액자들이놓인오래된재봉틀,아득한꿈을꾸다깬주인공의머리꼭지를따습게쓰다듬는다.

*인증유형:공급자적합성확인